아무튼, 서점탐방. 이번엔 춘천에 다녀왔다. 코로나 시기에 어느 곳에 간들 마음대로 드나들 곳은 많지않다. 소양강스카이워크, 의암스카이워크가 있으면 뭐하나. 모두 폐쇄된 것을. 그나마 제이드가든 수목원엔 들어갈 수 있어서 지천에 핀 튤립 향기를 듬뿍 맡고 올 수 있었다. 수목원 얘기는 언젠가 하는 걸로 미루고....

 

서툰책방은 전혀 서툴지 않은 책방이다. 요즈음 다녀본 독립서점 중 '독립'을 추구하는 의지가 가장 돋보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

 

 

 

주택가 한 구석에 위치했는데도 도심 중심가에 있는 듯한 분위기.

 

 

 

서점 전경. 오른쪽 카운터에서 간단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어디선가 낯익은 구조, 뉴욕의 블루스타킹 내부와 유사하지만 저 안쪽으로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는 게 다르다. 이곳이 훨씬(?) 넓다. 사진 왼쪽에선 열 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무슨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살짝 피해서 찍었다.

 

 

 

 

독립서점에 가면 흔히 보게되는 '동네서점' 시리즈와 '아무튼' 시리즈. 패스.

 

 

 

 

잘 모르는 분야를 만나는 재미.  디저트만을 전문으로 그리는 사람도 있구나, 흥미로웠다.

 

 

 

 

독립서점의 개성은 책 분류에서 드러난다. 로알드 달이 한때 파일럿이었다는 걸 분명 어디선가 읽었을 텐데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더 반가운.

 

 

 

 

입구에 서있는 글. 작은 용기를 얻게 되는 글. 주인장의 각오일수도....

 

 

 

 

뜬금없이 록그룹 Deep Purple이 떠오른다. 왠지 Deep은 뭔가 있어보인다. ㅎ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 이 서점도 나무처럼 성장하길...

 

 

 

 

삶에 부서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 예술. 이렇게도 생각해보게 되는 글. 아무래도 커피 한 잔 주문해야겠다.

 

 

 

자체 제작한 스티커도 주신다. 일부러 틀려준 맞춤법 때문에 자꾸 눈이 가는 '봄날으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주인장은 어떤 글을 쓰고 계실까?

 

 

 

젊은 주인장이 제일 먼저 안내해 준 곳. 자유롭게 읽으라고 서가 앞에는 편안해 보이는 1인용 쇼파까지 있다. 낯선 손님과의 얼음벽을 깨는 역할을 해준다.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에 살짝 감동 받는다.

 

 

 

저 자리에 앉아보고 싶은데 이 손님 끝까지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신다. 나라도 어림없지.

 

 

 

 

커피도 마셨는데 책까지 사들고 나왔다. 두 권씩이나. 위의 막국수 메모는, 춘천에 왔으니 막국수는 먹어야지 싶어서 주인장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적어주신 것. "다음에 또 오시면 다른 식당도 소개해드릴게요." 마지막까지 친절한 젊은 주인장. 십 년 후에도 일부러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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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속살 1 - 경제학 편 경제의 속살 1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친구가 선물로 준 책인데 아무래도 4권까지 독파할 것 같다. 연대와 협동을 강조하는 인간적인 경제학은 아무리 들어도 지당한 말씀이고!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기록하는 것으로, 우선.

 

 

-112쪽

일생을 단순한 직업에 바치고 작업 결과도 똑같은 사람들은 이해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습관을 잃는다. 그런 사람들은 정신적 활력을 잃어 자연스럽게 어리석고 무지해진다. 정부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개량되고 문명화한 사회에서 노동빈민, 즉 국민의 대부분이 필연적으로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된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 적었던 말이라고 한다. '일생을 단순한 직업에 바치고 작업 결과도 똑같은 사람들은 이해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습관을 잃는다. 그런 사람들은 정신적 활력을 잃어 자연스럽게 어리석고 무지해진다.' 이 부분을 읽고 인간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인물들을 봐도 그렇다. 열심히 주어진 일에 몰두하고 거기에서 어떤 만족감을 얻지만 만족감을 얻는 대신 단순해진다. 단순함은 어리석음과 무지함으로 연결된다. 꼭 그 일이 몸을 쓰는 단순노동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노동빈민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머리를 쓰지 않는 일,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 다양한 대인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 남을 배려할 필요가 없는 일..... 정부의 할 일이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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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나는 식물이 있다. 

 

 

한겨울의 스산한 거리를 그나마 아름답게 장식하는 용도로 인위적으로 옹기종기 심어놓는 식물이 꽃양배추이다. 보라색이나 노란색의 꽃양배추는 모양 자체가 꽃이어서 한겨울의 삭막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꽃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러다가 날이 풀려서 봄 기운이 무르익으면 생기를 잃어가며 썩고 문드러져서 몰골이 흉하게 무너져내린다. 그런 꽃양배추의 최후는 언제 보아도 처참한 모습이다. 꽃양배추의 생애가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동네에 곱창구이집이 있다. 어딜가려면 늘 그 식당 앞을 지나가게 마련인데 언젠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두 개의 화분이다. 한겨울에 보라색 꽃양배추가 있던 자리에 어느 순간부터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인이 게으르군.'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꽃을 심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는데 어느 날 노란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양배추가 저런 예쁜 꽃을 피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겨울 장식용으로 여겼을 뿐, 그것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꽃양배추는 그저 일회용품과 다를바가 없었다. 잠시 인간의 눈요기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아름다움이 다하면 가차없이 뽑혀버리는 꽃이다. 그런데 저 노란꽃을 보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생명이었구나.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는구나. 미안하구나.

 

 

딱 한 번밖에 들어가보지 않은 곱창구이집이지만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잠시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집 곱창구이는 맛이 좀 없던데.... 솜씨가 별로였는데... 나의 입맛이 그렇다는 것이지 이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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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잠깐 들렀던 서점. 혜화동에 있음. 사진만이라도...

 

 

 

동양서림

 

 

 

 

동양서림 2층에 있는 위트앤시니컬 시전문서점. 양해를 구하고 겨우 한 장 찍었는데 요렇게 쓰일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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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4-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잊었는데 어느 시인이 하는 서점 아닌가요?
서점 이름이 재미있어요.

nama 2020-04-28 11:47   좋아요 0 | URL
유희경 시인이지요.
위트 보다 시니컬이 더 위트가 있어요.^^
 

 

작년에 다녀왔던 책방 <사이에>, 홍대 근처 연남동에 있다. 사진을 올린다. 작은 기록이라도 해두자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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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4-2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 분위기가 코지~해 보이네요.

nama 2020-04-21 19:01   좋아요 0 | URL
네.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예요.
이 서점은 여행을 기획하고 실제로 진행하는데 테마가 확실해요. 마니아 층 위주로 운영이 되는 듯해요.
찾아가는 길이 약간 번잡한 게 단점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