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말레이시아는 스콜이라는 소낙비가 간간히 혹은 새벽부터 쏟아져 내리고, 한나절은 더위에 쩔어 절절매며 돌아다닌다. 덥다. 더워서, 습한 더위 때문에 두번 다시 말레이시아에 오고 싶은 생각을 스스로 접게 만든다.

 

더위 속을 8일간 헤매다가 드디어 홍콩에 오니 여긴 초가을 날씨다. 조금은 센티멘탈해지는 기온이다. 여행이라는 게 이런 묘한 기분을 만끽하는 맛이긴한데, 흠, 쇼핑 천국에서 쇼핑에는 젬병인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이렇게 한국을 떠나있으면 생각이 단순해지는 게 좋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그런데 이제 서서히 뒤돌아볼 일 아니 앞을 향한 일만 남아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갈 때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홍콩거리가 너무나 아름답다. 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처진 어깨마저 아름답게 보인다.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사실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미안하다. 죄송스럽다. 내가 여행을 잘하는 것이 그 미안함을 잊지 않는 방법임을 참 염치없이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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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서점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심지어는 인터넷으로도 신간 서적을 살펴볼 틈도 없이 해가 바뀌고 말았다. 오늘 모처럼 시내에 나갔다가 둘러본 서점에서도 쫓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딸내미 때문에 수학참고서 코너에서 잠깐 얼쩡거리고, 여행안내서 코너에서 버릇처럼 잠깐 얼쩡거렸을 뿐 다른 책에는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수첩 하나를 겨우 계산하고있자니 계산대에 진열되어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라는 책이었다. 작가도 생소하고 책도 생소하고 제목마저 마음에 안들었지만 뭔가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살펴보다가 다음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이 책의 인세는 그녀의 세 살 난 아들의 교육 자금과 그녀의 병간호 때문에 빚을 잔뜩 진 가족을 위해 조금 남겨지고, 대부분은 생전에 꼭 이루고 싶어했던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에너지 숲' 프로젝트에 쓰일 것이다.

 

이런 책이라면 내용불문, 가격불문하고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책 한 권 사는 일이다.' 지난 여름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를 구입한 것처럼 책을 사는 일은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작고도 작은 실천이다.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투쟁가로 살아가고 있는 분이 쓴 이 책을 구입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소개한 글에 인용된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는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골수까지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 얘기, 여행 얘기. 그거면 된다. 이 책도 사줘야 할 책이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절대로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그냥 사고 싶은 책이다. 그냥 얻는다면 더 없이 기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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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의낮잠 표지말이죠... 어떻게 멀리서 보면 약간 잔인할 수도 있겠어요 ㅎㅎ
그런데 저도 저 책을 이번 추천 1위 도서에 떡하니 올려놓고 싶답니다 ㅎㅎ

nama 2012-01-05 20:58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표지사진이 눈에 들어오네요. 저는 사진보다 후지와라 산야라는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영화 sixth sense에 나오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유령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본다'라던가요. 하여튼 반갑습니다.
 

블로그 화면에 '북스토어' 글자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 store...store.... 알라딘 책 판매에 일조를 하라는 눈짓으로 읽혀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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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얼마나 기다리던 2011년의 마지막 달인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어도 좋고 까짓 흰머리 나부껴도 괜찮다. 세월아 어서 가거라. 마지막 달을 밀쳐내는 간절한 심정이었지만 신간 에세이 분야를 훑어보는 눈길은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며 하루를 고단하게 보낸 자의 텅 빈 눈동자였음을 고백하며...   

 

유니언 신학대 현경교수의 이슬람 17개국 순례기이다.(사실 나는 유니언 신학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궁금하지도 않다.) 몇년 전 한겨레 신문에 실렸던 이 순례기를 의미심장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종교의 편식현상이 극도로 심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업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느 시립도서관에서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유쾌했다. 아마도 이 책에는 그 전시회에 나왔던 그림들이 많이 실려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더 보고 싶다. 그림은 쉬워야 한다, 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이 분야에 넣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읽어보고 싶다. 읽어야 될 것 같은 책이다. 

 

 

 

 

한대수. 잘 모른다. 노래는 몇 곡 들어보았다. "한 끼"하는 인물로 알고있다. 역시 이 책도 읽어야 될 것 같은 책이다.

 

 

 

숙제로 하는 책읽기라면 매우 독하거나 매우 자극적이거나 매우 통렬한 아픔을 주는 책이라면 더 좋겠다. 아무래도 올해의 악동같은 아이들이 내게 독기를 품게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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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친구들아.

올해는 매일 너희들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사실 즐거움 보다는 괴로운 일이 더 많았단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잘 알거야. 점심시간의 급식판 사건,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수업 방해를 받는 일, 온갖 장난과 다툼으로 병원 신세진 친구들, 남을 괴롭히거나 때려서 잠시 가정에서 교육을 받고 온 친구들, 선생님들께 무례하게 대들거나 말대꾸를 해서 수업 진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친구들, 교실이 털렸던 일, 억지 행동이나 흉내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친구들, 점심시간에 남의 식판에 툭하면 젓가락을 들이대는 욕심 사나운 친구들, 교실 바닥에 종이를 마구 버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친구들, 자신에게는 단지 장난에 불과하나 다른 사람에게는 폭력이 되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 야한 농담으로 친구들을 웃기려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나 뿐인’ 친구들, 입과 행동이 야수같은 친구들... 참으로 힘든 날들이었다.

그런 중에 처음부터 너희들을 괴롭히던 어떤 친구를, 참다못해 너희들 중 누군가가 그 친구에 대해 학교에 투서를 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 너희도 다 알거야.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지. 덕분에 그 친구에게는 개과천선하는 기회가 되어 요즘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거야. 학년 초의 그 철없고 건방지고 폭력적인 태도가 많이 수그러들었고 수업 태도도 좋아졌다는 것도 알거야. 그 과정을 겪으면서 그 폭력적인 친구도 몇 번의 눈물을 흘렸어야했어. 말하자면 마음 속 깊이 반성할 기회를 준거야, 그 편지들이. 누가 그 편지를 썼는지는 미스터리지만 하여튼 그 친구를 변화시키는 데는 큰 역할을 한 셈이지.

그런데 아직도 그 친구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단다. 그 친구의 버릇을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은 너희들이 피해를 입는 거야. 만약에 아직도 그 친구(혹은 다른 친구들도 포함)가 때리거나 금품 갈취를 하고 있어서 더 이상 같은 학급에서 공부한다는 자체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글로 써주기 바래. 담임인 내가 악동 같은 여러 친구들 때문에 나날이 괴롭고 피곤한데 너희들이라고 편할 날이 있겠냐 싶어. 너희들이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게 되겠지. 물론 학교 교칙에 의거해서.

담임선생으로서 너희들이 고통을 당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조처를 취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다. 어떤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단다. “한 그릇의 밥을 푸면서 한 알도 흘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교사”라고. 너희들 모두 모두가 정말 소중한 한 알이라서 한 알도 흘리지 말아야 하는 것을 오늘도 생각한다.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써주렴. 
 

***결과를 말해야겠다. 위 글을 프린트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뒷면에다 쓰고 싶은 말을 쓰게 했더니, 다른 친구에게 미안했던 일, 괴롭힘 당한 일, 수업 방해하는 친구들 얘기, 싸운 얘기 등등 하소연도 다양했다. 이것을 개인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고 더불어 해당 학생에게 프린트를 해서 주었다. 요즘 아이들은 교사가 하는 말 쯤은 그저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여도 동급생인 친구들이 하는 자신에 대한 평가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아주 꼼꼼하게 읽으며 화를 내기도 하고 시인하기도 한다. 친구들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생각할 기회를 주고는 그 여백에 해명의 글이나 억울함 혹은 변명 혹은 반성의 글을 쓰게 했다. 이 쪽지를 받은 열서너 명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신이 나서(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열심히 읽고 열심히 글을 썼다. 이 진지한 모습이라니...교실 분위기가 펄펄 살아났다.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아이도 있었다. 눈빛을 반짝이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모습을 드러내는 눈부신 아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일방적인 반성문 보다는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 자주 하기는 힘들 것 같다.(20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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