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
권삼윤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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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아마도 10여년 전쯤 저자의 책 <문명은 디자인이다>를 읽었었다.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무척 참신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수차례 일독을 권하기도 했었다. 

요즈음 이탈리아에 대한 책을 읽어나가다가 이 저자의 이름을 보고는 따지지도 않고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연륜, 경험의 누적이란 다름 아닌 일정한 매너리즘의 내면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행문이라기 보다는, 여행담보다 학구적인 설명이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를테면 '학문적인 기행문'쯤 된다.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의 글이다보니 아무래도 글 역시 직업적인 성격이 짙다. 여행기로서의 풋풋함이나 생동감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은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가 오히려 더 살아있는 내용이 많다. 30년 동안 한 곳을 들여다 본 글이다보니 더 깊이가 있고 내용도 더 알찰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탈리아, 지중해...>는 이도저도 아닌 좀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간절함이 없는 여행은 참 밋밋하다. 그 밋밋함은 학구적인 설명이나 친절한 해설로 대체될 수 있는 게 아님을 새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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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임준수 지음, 류기성 사진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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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제 읽었던가? 출간되자마자 책을 구입해서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내 수중에는 없다. 

그동안 일회성 입장을 거부하던 도도한 수목원이 천리포 수목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일반인에게 개방을 했다. 덕분에 오늘 가 보았다. 정말 벼르고 벼르던 일이었다. 

그간 다녀온 수목원이라야 이 정도이다. 산림청 연수 받을 때 연수차 들른 광릉 국립수목원, 아침 고요 수목원, 외도의 식물원, 그리고 경기 화성에 위치한 물향기 수목원. 아참 하나 더 있다. 외도를 가꾼 분의 딸 내외가 운영하는 피나클랜드도 갔었다.

광릉 수목원에서 연수를 받을 때는 한겨울인 1월이었다. 나뭇잎을 봐도, 꽃잎을 봐도 무슨 나무인지 무슨 풀인지 제대로 구분도 못하는 문외한이 한겨울 나목을 보고 설명을 들은들 얼마나 이해하겠는가. 처음 접하는 나무의 세계에 그저 어리벙벙할 따름이었다. 

내 직업의 세계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이 분야에 대한 내 관심이라야 별 것이 없다. 어쩌다 책 한 권 읽고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관싱이나마 불러 일으킨 책이 바로 이 책<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이방인이자 귀화 한국인인 '민병갈'을 알게 되었고, 그의 열정에 감탄과 존경심이 우러났다. 오늘 이 수목원의 연못가에 있는, 민병갈을 기리는 석조 개구리를 보면서, 죽어서 개구리로 태어나고 싶다던 그의 바람 앞에서 잠시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꽃과 나무의 세계를 접하면서부터 나는 내 직업과 내가 그동안 해온 이런저런 공부들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가지 못한 길이 아니었다. 아니 이런 길이 있다는 것조차 일찍 깨우치지 못한 내 어리석음에 한숨이 저절로 났다. 

이런 한탄을 불러 일으키는데 한 역할을 한 게 바로 이 책이었다. 바로 민병갈의 삶이었다.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외도의 현란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는 이곳이 더 마음에 든다. 외도 역시 한 개인이 일으킨 절대 미감의 식물원이며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곳은 이 천리포 수목원인 것 같다. 카메라 보다 다이어리가 더 어울리는 곳이다. 

그런데 이 책, 안녕하신가 모르겠다. 이 책을 중국 따리의 한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로 보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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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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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가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줄이야. 

이탈리아를 가볼까나 구상중이어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이미 93년과 96년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몇 도시를 다녀오긴 했지만, 그당시 여행이란게 그렇듯 지나고 보니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 중 한겨울에 갔었던 밀라노는 여타의 도시보다도 볼거리가 없었고 스산한 겨울 추위만 뼈저리게 실감하고 왔던 기억이 난다. 호텔에서는 뜨거운 물 한 잔 얻어 마시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눈물이 날 정도였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여행 자체가 고행이었다. 한 달간의 여행을 끝내고 와서야 임신 사실을 확인했으니, 입덧을 치르며 하던 이탈이라 여행이었다. 

이 책을 읽자니 그 고생스런 이탈리아 여행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그리고 부러웠다. 다른 세계를 살짝 들여다보는 여행이 아닌 그곳에서의 삶이 몹시 부러웠다. 그 어려움과 고달픔이야 한낱 여행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한 세계를 샅샅이 경험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두고두고 부러운 일이다. 저자를 이탈리아로 이끈 칸초네 한 곡, 그 운명같은 만남이 왜 내겐 없었을까,하는 쓰잘데 없는 아쉬움 한 자락이 남는다. 내가 성장한 미군 부대 옆동네는 온통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로 그득했다. 미국 문화는 지향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지양해야할 기피 대상이었다. 

이 책은 참 적절한 내용에, 그에 어울리는 적절한 글에, 또 적절하게 읽을 만하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시나 자랑 같은 것도 없다. 내용은 빈약하고 포장만 요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저자의 품위가 느껴졌다. 

(232)...더구나 패션은 예술이 아니다. 인간이 신체 위에 걸치는 기술일 뿐이다. 멋있고 아름다울수록 빛을 발하는 기술이다. 

패션 컨설턴트라는 저자의 중후만 멋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요란한 예술 아니 요술처럼 보이는 패션에 대한 이 짤막한 정의에, 저자에 대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첵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단순히 패션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이탈리아 전반에 관한 책이라고 해야겠다. 여행으로서는 절대로 파악할 수 없는, 그 세계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살아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행의 한계를 분명하게 지적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삶의 속속들이를 여행을 통해서는 절대로 알 수 없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별 것 있는 여행을 위해서 읽었건만 결과적으로 별 것 없는 여행의 한계를 분명하게 깨닫게 해준다. 이래저래 아프다. 저자의 다양한 삶이 부러워 아프고 맛만 보고 그칠 내 여행의 얄팍함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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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쌈 차차茶 - 인도여행, 90일간의 차밭살이 이야기
김영자 지음 / 이비락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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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글 보다 찻잎 따는 진짜 경험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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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범우문고 2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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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붉은색 책은 요즈음에 나오는 책이고 사진 속 책은 1982년 2월 10일 3판으로 발행된 책이다. 값 700원. 범우사.


고향집에 갔더니 예전에 읽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있었다. 감회가 새롭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어 있고 문장도 세로로 되어있다.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었었나 싶다. 책에 써넣은 유일한 메모를 보니 대학 3학년 말에 구입했다고 적혀있다. 책을 너무 깨끗하게 보았다. 메모가 없는 옛 책은 뭔가 아쉬움을 남긴다. 이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이제는 안경 없이는 읽기도 힘든 책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를 뵙는 기분이다.

딸내미 왈, "엄마와 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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