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초록강 - 봉쇄수녀원 곽한나 수녀의 치유 에세이
곽한나 지음 / 진명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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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다 그림이 우울한 한 수도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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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간 과학자 - 태양과 화산, 유적이 있는 이탈리아, 그 자연과 문화를 찾아 떠난 여행!
안운선 지음 / 럭스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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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이 책을 읽었다. 애초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건, 다른 책을 중고샵에서 고르다가 그 책 한 권만 달랑 사기도 뭐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대충 이탈리아 기행문 같아서 더불어 구매하게 되었다. 계란 사러 수퍼마켓에 갔다가 어디 계란만 달랑 사가지고 오게 되는가.  

제목도 마음에 안 들었고 저자도 생소했다. 더구나 저자는 1930년생으로 솔직히 선입견부터 앞섰다. 고리타분하거나 계몽주의적 성향은 아닐까, 몇 쪽 읽고 구석에 처박아 두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우려 못잖게 호기심도 생겼다. 우리 엄마도 1930년생이신데 '잘 배운 양반'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책 날개에 저자의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자의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혹은 부인과 당당하게 여행하는 모습이 여느 젊은이 못지 않다. 어떤 사람은 해외 여행을 해마다 다녀도 배낭 여행은 엄두도 못내는 게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 저자의 당당한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전직 교수인 이 분은 당연 혜택 받은 사람이다. 우리네 부모 중에 이렇게 남의 땅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될까? 여행은 한다손 치더라도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는 분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부모 세대에게서 감지할 수 있는 공통점은 있었다. 성실성이다. 과학자의 본분을 지키고자 책 사이사이에 과학적인 상식을 삽입하였다. 책 제목 값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만 사실 내 솔직한 생각이다. 이 기행문을 읽는데 별 도움도 안되고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옥에 티라면 티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은연 이런 생각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렇게 멋지게 늙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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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5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 들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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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무엇인가를 해본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다. 

들길을 걷다보면, 멋대가리 없이 키가 훌쩍 크고 잎사귀가 넓적한 한마디로 별로 예쁘지 않은 풀이 있다. 생명력은 또 얼마나 왕성한지 이 구석 저 구석 없는 데가 없다. 여러모로 보아 가히 잡초의 제왕쯤 되는 품위(?)가 돋보이는 풀이 있다. 드디어 그 이름을 알아냈다. 소리쟁이다. 거칠것 없는 이 풀의 모양새로 보아 외래종쯤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뒤적거리다가 이 소리쟁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먹는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대강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는 먹는 방법까지 나와 있었다. 며칠 벼르다가 동료 선생의 부추김에 힘을 얻어 드디어 오늘 저녁 밥상에 올렸다. 음,..아직은 실험 단계라서 우선 나 혼자만 먹었다. 

입맛 만큼 보수적인 게 없다는 데, 아무래도 이 시큼한 맛과 친해지려면 몇 번은 더 먹어야되겠다. 홍어회의 참 맛을 두번째에 깨달았으니까 이 소리쟁이 맛을 알려면 적어도 두번은 먹어야겠지.아직 낯이 설긴하지만 시금치국이나 근대국보다 훨씬 부드럽긴하다. 

왕성하고 거칠것 없는 온갖 잡초들을 볼 때마다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했다.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나는 저런 놈들을 먹을 수만 있다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는데 세상엔 참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재밌고 희망적이다. 세상엔 늘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여기서 그치랴. 소리쟁이를 뜯어오는 길에 박주가리라는 놈도 한 잎 뜯어와서는 책과 대조해본다. 틀림없는 박주가리이긴한데 요놈은 또 어떻게 먹나? 아무리봐도 먹음직스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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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만들기 -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존 테일러 개토 지음, 김기협 옮김 / 민들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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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68022.html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0128.html 

2006년에 이 기사를 읽고 곧바로 이 책을 구입했었다. 그런데 읽지는 않았다. 읽어보려고 몇 번인가 손에 들어는 봤었다. 소위 '교육'과 관련된 책은 도무지 구미가 당기지도 않거니와 모두 쓰잘데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감히 이런 생각으로 선생을 하다니... 

이 책을 읽어야지, 하고 늘 벼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엇그제 콘서트 건으로 마음이 많이 상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2개월간 준비 끝에 학급 학생들을 겨우 콘서트에 데려가게 되었는데 학교 맞춤장학 날짜와 겹치는 바람에 온갖 비난과 방해 공작(?)으로 시달려야만 했다. 이 일과 직접적인 관련조차 없는 사람들마저 뒷담화에 가담하여 비난을 퍼부었다는 말에 새삼 학교 사회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름 진보적이라고 여겼던 동료의 한마디도 나를 아프게 했다. '자기 교과에 관련된 체험 학습도 아닌데 학교 일정을 무시한 채 진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나는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말에 늘 회의를 갖고 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교과에 자신있고 당당하지 못하여 감히 전문성을 논하지 못한다. 이건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어렵다. 콘서트에 한번 데려가는데 이런 많은 논의가 정말 필요한 일인가?  

이런 우울한 기분에 젖어있는 나에게, 이 책은 곳곳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말이 산재해 있었다. 너무나 지당한 말씀들이다.  

(54쪽) ..교사든 교장이든, 교직원들이 모두 길드 제도 같은 곳에 몸담고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요. 길드 같은 옛날 조합에선 미리 길드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어떤 조합원도 남보다 튀는 행동을 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알리고 받아들일 수 없었죠. 이 원칙을 어겼을 때는 모진 처벌을 받았습니다. 

(63) 거의 30년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고 나서...제가 확신하는 것은 관리인들이 학교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중요한 변화는 모두 가차없이 막아버리죠. '소유자'로서 문제를 개선해야 할 동기도 없고, 바깥과 경쟁해야 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100쪽)..조직은 전인격적 인간을 필요로 하기보다 인간을 분해한 조각들을 필요로 합니다. 조직 안에서 기능하는 사람들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을 억누르도록 요구받습니다.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람들은 어느 정도 길들여질 수는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조직은 제한된 범위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능률적으로 충족시켜줍니다. 이것은 사실 악마의 거래와도 같은 것입니다. 장래의 특정한 이익을 위한 대가로 현재의 전인격성을 내놓는 것이니까요. 이런 거래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그 사람의 인격은 여러 개의 전문화된 조각들로 쪼개지게 됩니다. 그 어느 조각도 진정한 인간성을 담을 수 없게 되고.... 

따분한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한 때는 '전인교육'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단어는 죽은 단어나 다름없다. 아무도 감히 이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실시되는 외고 입시에 응시하려면 학교에서 보는 정기고사의 영어시험에서 하나라도 틀리면 안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감히 이런 분위기에서 전인교육을 거론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대착오적인 발언일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 책은 가슴을 벅차게 한다. 내가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온갖 말들을 시원하게 대변해주는 느낌이다. 답답하기만 했던 시야를 저만큼 멀리 내다보게 해준다.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새로운 고민을 떠안은 느낌마저 시원하다. 

다음은 노벨상을 받은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가 교육제도에 대해 했다는 이야기란다. 

(152)북아메리카의 제도에서 모든 남녀는 어릴 적부터 혹독한 과정 속에 던져진다. 짤막한 공식으로 표현되는 몇 가지 원칙이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교회, 그리고 특히 학교를 통해 끝없이 되풀이된다. 이런 제도에 묶인 인간의 모습은 너무 작은 화분에 심어진 식물과 같다. 성장할 길도 없고 성숙할 길도 없다. 이런 종류의 음모는 각 개인의 난폭한 반란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다. 

'강제적 제도교육의 황무지를 침식시키는 물방울이 되십시오.'라고 주문하는 저자의 조언을 깊이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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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 레드우드 숲에서 그랜드 캐니언까지, 대자연과 함께하는 종횡무진 미국 기행
차윤정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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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미국 여행기라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숲 생태 전문가의 여행기는 어떤 식으로 쓰여졌을까, 가 궁금했다. 나무 이야기라면 더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 고작 열흘 간의 여행으로 책 한 권을 쓴 것도 그렇다. 그런 자신감이 궁금하기도 했다. '학문적인 여행기'는 아닐까 의심도 갔다. 마침 4대강을 둘러싼 저자의 행보에 내심 불쾌감도 있던 터라 저자의 좌우를 살피고도 싶었다. 

오로지 출세라는 한 자리를 목표로 일로매진하는 무리들을 늘 보아온 터라 그리 이상할 것도 그리 섭섭할 일도 아니건만, 그래도 나무를 얘기하고 생태를 부르짖는 사람이라서 다를 줄 알았다. 위안삼아 차라리 더 두고 봐야 한다,라는 말을 남겨두는 게 좋을 성싶다. 슬퍼지니까. 

가족 여행 답게 남편과의 갈등 같은 것도 숨기지 않고 잘 드러냈다. 사실 쉬운 일이 아닐텐데. 더구나 책으로 나오는 건데. 꾸밈이 없는 저자의 진솔함이 읽혀지기도 했다. 

나무나 숲에 관한 것은 대강 흥미는 가지만 글쎄 내 분야가 아니고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실은 그저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민들레나 쑥 같은 존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도 못하다. 엇그제만해도 민들레를 캐느라고 꼬박 주말 오전을 이틀씩이나 바친 터라 아무래도 먼 이국 땅의 나무 얘기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고나 할까.

글쎄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나? 미국은 질색하면서 말이다. 미국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살금살금 들여다보는 이 심리는 또 뭔가 하고. 

그럴 즈음 반가운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154) 한편 우리에게 미국이 로망인 것처럼 많은 제3세계 국가들에겐 한국이 로망의 대상이다. 서아시아나  남미에 부는 한국 자동차 열풍은 미국에서의 일본 차 열풍과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국에 대한 도전을 권고하는 만큼 이런 나라들에 도전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어떨까. 미국, 유럽, 일본 같은 나라에서 한계에 찬 도전을 하는 것보다 우리의 경쟁력을 필요로 하는 제3세계로 눈을 돌리라고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확인한 거지만, 아이들의 삶의 수준은 이미 그 정도에 도달해 있다.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엔젤레스에서 우리는 남들이 흔히 하는 도시 탐색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서울도 그와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해 있으니까. 

그러나 마지막 세 문장이 거슬린다. 과연 그럴까. 저자의 4대강을 둘러싼 태도 변화가 잠깐 떠오른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계급에서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나보다. 

책 한 권을 읽기가 왜 이리 골치 아픈가. 저자가 인용한 부분을 그저 다시 인용할 뿐이다. 

   
 

 "그저 우리가 할 일은 위대한 자연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입니다. 세월은 지속적으로 그들의 위대한 작업을 진행하지만, 사람은 파괴할 뿐입니다.(I want to ask you to do one thing ....keep this great wonder of nature as it is.....The ages have been at work on it and man can only mar it." 1903년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한 말이다. 하지만 그냥 두고 보는 일도 우리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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