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인문학 산책 - EBS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이택광 지음 / 난장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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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의 박학다식, 하면 빌 브라이슨이 떠오른다. 도대체 모르는 분야가 없는, 온갖 지식으로 넘쳐나는 그의 두뇌는, 혹시 어느 날 용량 과열로 파열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 책의 저자가 책의 말미에 쓴 것 처럼 (빌 브라이슨 처럼) 이 책도 영어 단어를 빌미로 여러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인문학적 사유'를 시도한 책이다.  

이 책은 독자의 읽기보다 쓰는 사람이 더 즐겁지 않았을까 싶다. 단어 하나를 정해서 어원을 따지면서 분석하는 재미, 어원 분석에 따르는 여러 언어의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과정, 영미 문화를 현장에서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현장감있는 이야기, 그리고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견해 혹은 알고 있던 잡다한 지식을 풀어쓰는 재미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렇다. 어떤 단어의 어원에 관한 부분은 사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 수 있다. 어차피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을 부분이다. 그리고 단어 하나를 아는데 그리 많은 주변 얘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차라리 단어 관련 서적을 한 권 독파하는 게 시간적으로 보나 효율면에서 보나 더 나을 수도 있다. 이 책을 한 권 다 읽어도 사실 새롭게 건질만한 단어는 별로 없다.  

그러나 이런 책의 시도는 참신하고 새롭다.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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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Marley - Legend [2CD Deluxe] -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음반 시리즈 66]
밥 말리 (Bob Marley)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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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짓이나 미루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본다. 누가 막은 것도 아니고 말린 것도 아닌데 왜 망설이며 지내왔는지 모르겠다.  

그런 망설임 중의 하나...밥 말리의 음반을 구입했다. 아마 몇년 간의 망설임이었을 것이다. 밥 말리에 대해선 어느 여행서에서 읽은 후 막연히 호기심만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 겨울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흐벅지게 만난 레게 음악이 꿈틀꿈틀 되살아나면서 다시 밥 말리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흥겨움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춤을 들썩거리면서도 가슴 한쪽에 살짝 살짝 슬픔이 고이는 묘한 매력이 레게 음악 같다. 밥 말리의 목소리가 그렇다. 힘이 있으면서도 절제된 슬픔이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흥겹다.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런데 또 묘한 게, 흥겨우면서도 슬프고 또한 약간씩 지루하다는 것이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까? 권태를 몸짓으로 털어버리면서 흥겨움에 취하고, 조금씩 슬프면서도 마음 저 깊은 곳을 위로하는 음악이라니...

사람을 많이 만난 날은 즐거우면서도 쓸쓸하다. 

하나로 연결된 네트워크 덕분에 인천지역 초중고가 서로 통하게 되어있는데 오늘 그 덕(?)을 보았다. 몇년 만에,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육촌 동갑내기-- 육촌 동생, 오빠, 누나는 자연스러운데 동갑내기를 표현하는 데는 좀 어색한 구석이 있다. 우리 말은 서열을 따지는 데 더 적합한 것 같다--에게서 메세지가 날아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교감 언제 나가냐고 물으니까 그냥 살다가 그만 둘 거라고... 

근방의 학교들은 이때쯤이면 한바탕씩 떡을 싸들고 타학교 발령을 받고 떠나간 동료교사들을 위문차 방문하는게 요즈음의 풍속도이다. 올해는 내가 위문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미운정고운정의 20년 지기 조선생, 라오스 여행을 함께 한 안선생, 친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할 것 같은 최선생, 강적의 대화 상대였던 민선생, 그리고 남미에서 사다준 담요로 아직까지도 고마움을 잊을 수 없는 남선생. 함께 (오늘) 밥 한끼 못한 게 내내 서운하게 남는다. 

수업시간에 나와 눈을 맞추고 호흡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우리반의 예쁜 한 여학생이 종례후 복도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귀 한부분의 살점이 v자 모양으로 떨어져 나갔다. 급히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엄마가 학교에 왔다. 내 놀란 가슴으로 엄마를 보자니 참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도서지역 출신 학생에게는 통학비나 생활비 보조를 해주는데 그 신청기한이 오늘까지여서 급하게 어제 전화로 신청한 한 학생의 사촌형이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왔다. 이작도에 있는 부모 대신이었다. 그 학부모에게 할 말이 참 많았는데 오늘 같은 날 왔더라면 오히려 정신이 없었겠지만, 좀 그렇다. 일당백하는 녀석이 아무래도 앞으로 문제가 많을텐데... 

동갑내기와의 (오전의)메신저를 빼고는 이 각각의 방문객들이 같은 시간대에 거의 동시에 교무실로 들이닥쳤다. 마치 레게 뮤직 같은 하루였다.  

아, 밥 말리...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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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생활 창비시선 270
이병률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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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의 유명한 여행 에세이 <끌림>을 아직 읽지 않았다. 따라서 이병률의 시도 이 시집이 처음이다. 그렇다. 잘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렇잖은가. 무엇인가의 첫인상을 말하기는 쉬워도 친숙해지고 잘 알게되면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앞으로 계속 읽을 것 같은 이병률의 시와 에세이를, 더 확장된 세계를 접하기 전에  처음 내가 접한 <<바람의 사생활>>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시들을 베껴보고 싶은 거다.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서너 달에 한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면 안 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 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운명을 모른 체하면 안 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  

'자신을 타이르는 중'...나도 자신을 타이르기 위해서 수원으로 천안으로 서울로 싸다니곤 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려니...나이를 먹어도 죽지 않는 이 몸에 밴 '야생의 습관'...이 시인이 여행가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또 한 구절을 발견한다. <시장 거리>에서다. 

그는 눈을 가늘게 살살 뜨고 여기 시장 거리에 사는 일년 동안은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정말 많았어요, 하고 누긋하게 말하지만 내겐 그런 곳이 없다는 것 

괜히 그 말에 눈가에 핑그르르 핏물이 돌았으나 나를 휘감은 건 그 도저한 감정 둘이 한자리에 고이는 일이 없었다는 사실 

나도 사년을 시장 거리에 몸 기대고 산 적 있으나 기쁘지 않았으며 단지 조금 휘청였을 뿐 

순댓국 한 그릇씩을 비우는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각자 잊었는지 소주병은 따지도 않은 채 물리고 떡집 지나 닭집 지나 반찬가게를 지나 시장 거리를 빠져나오는 길 

트럭에서 막 부려져 번거로이 아우성을 떠는 가물치때 미꾸라지떼 

그래도 더 번거로운 일은 박하게도 흐벅지게도 살아야 하는 일, 쓸쓸한 일 

일상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그저 '쓸쓸한 일'이다. 시장 거리에 몸 기대고 살아도 단지 조금 휘청일 뿐이다. 이곳도 저곳도 나를 슬프게도 기쁘게도 하지 못한다. 이 시인이 세계를 떠도는 여행가라는 건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것일 게다. 

그의 시를 계속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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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령 - 해금 Vol.1 'Academism'
조혜령 노래 / 악당이반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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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연주가 조혜령에 대한 기사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464670.html 

"저도 대중성도 있고 예술성도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은 열에 아홉은 해금을 예쁘게 연주하려고만 해요.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바이올린을 하는 게 낫지 않아요. 저는 원래 해금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있다고 봐요.” (위의 기사에 나오는 조혜령의 말) 

그의 말대로 '예쁘지 않아서' 좀 낯설기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탓이다. 사뭇 진지하고 학구적인 해금 연주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이틀에 걸린 Academism이 이 연주음반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그동안 들어왔던 해금의 달콤함이나 슬픔 등은 해금이랑 가까워질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여겨진다. 시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예술이란 게 그런가. 깊이를 추구하면 어려워지고 재미없어지고 만다. 이 음반도 깊이를 추구하고 해금이 가진 고유 매력을 표현하려다보니-그것도 진지하게-  가볍고 '대중성'이 있는 곡에 익숙한 나 같은 얄팍한 사람에게는 좀 벅차지 않나 싶다. 내 탓으로 돌려야겠지만. 

깊이 있는 대중성은 결국 예술성을 획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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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오지를 가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깊숙한 여행
이정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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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지역은 이렇다. 인도의 라다크와 라자스탄, 미얀마, 베트남 북부의 소수민족들, 중국의 간쑤성과 신장 웨이우얼, 인도네시아의 타라토라자,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아프가니스탄.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는 모로코, 는 역시 나를 몹시 자극하는 곳이다. 중국은 감히 무시 못할 다양한 나라이고, 타라토라자는 처음 듣는 곳으로 특이하긴한데 내 취향과는 좀 먼 것 같고, 아프가니스탄은 역시 아프게 다가오는 나라이다. 나는 그중 인도와 베트남은 조금 맛보기를 했을 뿐이고. 

여행은 할수록 오지를 지향하게 된다고나 할까. 오지로 오지로 향하는 저자의 발걸음에 편승하고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다. 한꼭지 한꼭지가 무게가 실린 글이라서 읽기도 가볍지 않았다. 저자의 노고가 묻어나는 글이어서 쉽게 읽으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 예의를 갖추고 읽었다면 좀 그렇지만 하여튼 저자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175쪽)..여행을 하면 견문이 넓어지고 인생에 대한 지혜가 쌓이면서 현명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원래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여행을 통해서 더욱 지혜로워지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여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오히려 허영심만 쌓이게 되어 더욱 덕 고집스러워질 뿐이다....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인도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나에게 인도는 다양한 종교, 문화, 인종, 환경 등 다채롭고 복합적인 매력으로 가득한 나라라는 것뿐이다. 

오지 전문가인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인도'라고 한다. 백배 공감!!! 

읽을 책도 쌓였는데 나는 오늘도 여행서를 탐독하며 허영심만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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