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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효소 이야기 ㅣ 지리산에서 보낸 시리즈
전문희 지음, 김선규 사진 / 이른아침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접하는 전문희의 책은 두번째이다. 먼저 책은 읽은 지가 꽤 되어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산에서 사는 분이 직접 경험한 것을 쓴 책이어서 나름 감동적이었고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갖게 했던 기억이 난다. 선물로 주기위해 몇 권 구입하기도 했었다.
그 책에는 여러 가지 야생초를 이용한 차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나도 흉내낸답시고 칡꽃차를 만들어보았다. 결과는...힘들게 만들었는데 몇 번 먹어보지도 못하고 곰팡이가 슬어 그냥 버렸다는 사실.
하여튼 그 책을 읽은 후로는 길가에 핀 야생초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 분야의 책을 즐겨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기회가 되면 그 분야에 관한 책을 정리해서 리스트라도 한 번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 중이다.
그래서 지난 6월 초 코엑스에서 열렸던 차 문화 관련 박람회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구입하게 되었는데...물론 20% 할인이라는 유혹도 작용했고...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그간 꽤나 사람 때문에 심적 고생이 심했나보다. 서운했던 일 가슴 아팠던 일을 많이 썼다. 먼저 책처럼 어떤 정보가 들어있지 않을까 했는데 기대 만큼은 아니었다. 하기야 정보라든가 비법 같은 게 많이 실려있다한들 그걸 제대로 소화할 수나 있나.
여기에 실린 내용을 따라하기에도 벅찰 뿐이다. 이 책이 제시한 대로 사시사철 무슨 수로 효소를 담글 수 있겠는가. 그것도 도시에 살면서,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살면서.
그런데 이 분의 책을 읽으면 묘한 실천력이 생긴다. 전에는 칡꽃차를 만들어보았듯 이번에는 앵두 효소를 만들었다. 효소라는 어감이 낯설어서 그렇지 이 효소 담그는 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이 책을 접해보면 안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는 울타리 주변에 앵두 나무가 두어 그루 있는데 아무도 이 앵두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따먹지도 않는다. 대개 승용차로 출퇴근하니 앵두가 있는지도 빨갛게 익어가는지도 알 도리가 없다. 나 같은 운전면허 없는 뚜벅이과에 속한 부류에게나 눈에 띌 뿐이다.
앵두가 빨갛게 익을 무렵 이 책을 보니 앵두 효소 담그는 방법이 나와 있다. 절호의 기회다. 그간 새로 옮긴 학교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이 앵두 나무 덕에 갑자기 이 학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는 거.
앵두 효소가 적당히 발효되면 지난 봄에 만들었던 민들레 효소와 더불어 올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작년 여름에는 민들레 효소에 찬물을 타서 갈증을 해소하며 얼마 안되는 효소가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또 하나의 소망. 된장,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가보고 싶다. 우리 엄마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 나는 꿈조차 꾸기 어렵다는 게 참 말이 안된다. 난 대체 뭘 위해 책을 읽는지.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