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기가 막힌 문장 하나를 이 책에서 발견했다.  

(143쪽)'전통 음악을 배워 거리의 악사로 전 세계를 순회하자.'

고 마음 먹은 이 책의 지은이인 다카노는 일본의 전통 악기인 샤미센을 배우기 시작한다, 는 부분을 읽고 나는 거의 쓰러질 뻔했다. 나 역시 이런 낭만적인 생각으로 해금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금 이전에는 시조창을 배우기도 했었다. 악기보다는 내 목소리로 하는 게 훨씬 간단하고 그럴싸해 보였기 때문인데, 결과는 시조창을 하기에는 호흡이 너무 짧아서 단전호흡으로 단련을 해야한다는 말에 그만 기가 죽고 말았다. 그래서 오랫동안의 궁리 끝에 해금을 택하게 되었는데...아무래도 나는 음악적인 소양이 아니올시다,였다. 마음 뿐이었다. 

이렇게 나를 단박에 사로잡은 이 책은 읽는 내내 정말 흥겨웠다. 책 제목만 보고는 좀 구질구질하고 우울한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내용이 밝고 유쾌했다. 이 책을 백수 시절에 읽었더라면 좀 더 알차게(?) 한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을 정도였다. 

청춘기라...눈으로는 다카노의 청춘기를 따라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청춘기를 마음 속으로 열심히 써내려갔다. 나 같으면 이런 걸 쓸텐데, 나에게도 이런 게 있는데... 

즐거운 책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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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나무 2011-07-1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재밌을 거 같아요. 딸이랑 같이 읽어보겠습니당.

nama 2011-07-14 21:34   좋아요 0 | URL
자취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이 더욱 재밌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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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아무도 나를 위해서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외로운 상황에서 결국 나를 다독이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임을 절절하게 깨달았을 때 말이다. 

'내 맘대로 살자.' 이 부르짖음은 고등학교 때 나를 지탱해주었던 한마디였다. 이 한마디는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였으며, 내 마음을 해방시키는 해방군이었으며,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산소였으며,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자존심이었다. 

내가 아무리 나쁜 마음을 먹고 나쁘게 행동한다 해도 절대로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설사 내가 내 맘대로 한다고 해도 누구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혹은 나 자신을 자해한다거나 하는 행위는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당시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몸뚱이는 하나에 머리가 둘 달려있는 괴물 같은 형상...그때의 내 모습이 그랬다. 늘 심한 편두통에 시달렸다. 몸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한 현기증에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걸어야 했다. 마음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억눌린 듯한 답답한 마음을 먼저 풀어야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말이 '내 맘대로 살자' 였다. 모든 걸 내 뜻대로, 내 맘대로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힘이 솟았다. 공부하는 것도 내 뜻이고 하기 싫은 것도 내 뜻이니 내 맘대로 해버리자, 까짓거. 

서서히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편두통도 어느 새 씻은듯이 사라져버렸다. 성적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효과 만점의 주문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학과 그 이후는, '내 맘대로'의 정도로는 약발이 약했다. 

<홀가분>이라는 이 책은  이런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책이다. 자신을 응원하고, 자존감을 지켜주고,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자신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는 자기 처방전 같은 것이다.  저자는,

(232쪽)"죽기 전에 '나 자신'을 조우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을 자신 만큼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내가 나를 지켜주고 나를 위로해주고,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 

책에서, (79쪽)'사람들이 쾌(긍정)의 최고 상태로  꼽은 단어' 가 바로 '홀가분'이라고 한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암울하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 나를 지탱해주었던 한마디 '내 맘대로'가 바로 '홀가분'이 아니었나 싶다. 심리적 털어내기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마음의 켜켜이에 숨어있는 못난 것들, 소심한 것들, 부끄러운 것들에게 애정의 눈빛을 보내게 되면서 '아, 그래도 되는구나' 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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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받아든 순간, 신간서평단에서 주는 책이니까 이렇게 접하지 내 돈 주고는 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드커버의 화려함이 거북했고, 별책으로 함께 묶인 두툼한 빈 노트가 의아했으며, 글자는 얼마 없는데 사진으로 도배된 것 같아 순간 내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장 한장 넘기다보니 처음의 이런 부정적인 선입견이 물에 녹듯 하나 하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진은, 사물에 대한 깊은 응시와 천착이 감지되면서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다. 짧은 문장들은 때로는 아름다우며, 때로는 옛애인을 그리워하게 하며, 때로는 깊은 한숨을 불러일으키거나 번뜩이는 각성을 일으킨다. 

그때서야 나는 별책의 빈 노트의 용도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독자가 직접 작가가 되어보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책처럼 누구나 자신의 아름다운 생각을 이 빈 공간에 기록하라는 의도임이 틀림없다. 설레었다. 언뜻 이 책에 나오는 글귀들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여서 '그 정도야 뭐'하고 흉내내기에 적합하다 싶었다. 

그래서 하루 중 오롯이 내 시간인 퇴근 후의 산책 시간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자연 그대로의 원형에 가까운 생태공원, 을 매일 걷는 낙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나는 이 산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흙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어서 이 산책이 늘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그러나...아이들로부터 진저리를 친 하루의 심신은 지쳐있기 일쑤여서 퇴근 시간마저 마음이 어지럽다. 사람 다루는 일의 복잡다단함에서 오는 실망, 혐오, 자기연민 등의 부정적인 잡념으로 꽉 찬 상태에서 미처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아름다운 문장은 끝내 찾아들지 않는다. 문장은 커녕 긍적적인 아름다운 단어 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비로소 이 책의 가치를 깨닫는다. 사진은 우연히 얻은 사진이 아닐 것이며, 문장 또한 저절로 떠오른 생각이 아닐 것이다. 생각의 틈새라고 할까. 틈새의 생각이라고 할까. 경구와 같은 아름다운 문장 하나 하나는 마치 사진을 찍는 것처럼 틈새의 생각들을 잘 포착하고 있다. 사진과 글이 하나임을, 같은 작업임을, 감히 저자의 의도를 짚어본다. 

이 책에는 아름답고 가슴에 다가오는 글귀가 참 많아서 외로울 때, 우울할 때 보거나 읽으면 다정한 친구 같은 위로를 얻을 수 있으리라. 이런 표현이 달짝지근하다면...사는 게 씁쓰름하게 다가올 때 입에 물고 싶은 사탕 같은 거 있잖은가. 그런 사탕 같은 위로 말이다. 

<희망 하나> 
당신이 떠나며 
내 가슴 한가운데 
박아놓은 못 하나 
그 못 빼버리지않고 
당신이 내게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걸어둡니다. 
 
든든한 못 하나 
희망 하나 걸어두기 
딱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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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3 -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가 문제야, 내가 문제야. 좀 지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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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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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퇴근 후, 안경을 써가며 낡은 소파에 몸을 파묻혀서는 야금야금 이 책을 참 맛있게 읽었다. 돗수를 한층 높힌 안경 덕에 여느 책보다 활자가 작은 이 책을 눈살 찌푸려가며 읽지 않아서 좋았다. 

박정석. 이 분의 책을 뭐냐...<쉬 트래블스>부터 읽었다. 약간의 치기가 어린 기행문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래도 그 책이 내가 읽은 수많은 기행문 가운데서 또렷한 기억을 차지하는 이유는 아마도 신선함 내지는 자유로움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유롭지 않은 여행자가 아닌 여행자가 있을까마는 그 책은 특유의 풋풋한 자연스러움 같은 것이 있었다. 향기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 책. 연륜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예전의 풋풋함에 세련미를 갖추었다고 할까. 글도 깔끔하고 내용도 착착 감겨든다. 특히 핀란드 부분에서는 책에 빠져들었다. 마치 내가 핀란드를 여행하는 것처럼.

크게 틀어놓은 텔레비전 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하루의 피곤이 쌓인 심신을 달래가며 겨우 몇 자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지만, 그리고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어 리뷰 쓰는데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서 이나마 쓰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이렇게 몇자로 끝내자니 몹시 아쉽긴하다. 

여행이란 게 대리만족으로 채워지지 않듯이 독서도 결코 대리만족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직접 읽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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