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 옥 패밀리 545일 세상 학교 이야기
박임순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6월
평점 :
10대의 세 자녀와 세계일주한 여행기이다. 세계일주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세 자녀와 함께, 그것도 학교를 때려치우고 여행을 한다는 건 아직은 대단한 일이라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2년 간 교사로 학교에 근무했던 이 부부 역시 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선 그리 높이 평가할 것은 못된다고 본다. 교직 20년이 넘으면 일단 연금은 확보한 셈이라서 차후의 생활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 때문이고, 20여 년 정도 학교에 몸담았다면 학교생활에 물릴만도 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TV에 나온 이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퇴직금을 일시불로 타서 연금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처음엔 약간은 밋밋하고 계몽적인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읽히고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확실해서 책에 빠져들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나오는 대목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장기적인 여행이 아니고서는 경험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여러 번 어린 딸을 데리고 이곳 저곳을 배낭여행으로 다녀왔지만 이 만한 경험을 하기에는 시공간적으로 역부족이었다. 더더욱 인생의 방향을 바꿀만한 계기는 얻기 힘들었다.
만약 그만한 영향을 받았더라면 중3짜리 딸아이를 둔 현재, 아이 교육 문제로 이렇게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아이가 학원 다니는 것을 극도로 기피해서 아무런 사교육도 받고 있지 않기에 이 도도한 자본주의적이고 소모적인 대열에서 잠시 벗어나 있을 뿐, 이 침묵의 휴전 상황이 결코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차라리 아이가 착실하게 학원이라도 다녀주기를 바라는 심정이라니...
늪에 빠진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이렇게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화가 치밀대로 치밀지만...이럴 때 정말 이 책의 저자처럼 모든 걸 접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이건 나에게는 처방전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여행. 내 주변에 우리 가족만큼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그리 흔치 않다. 우리는 이미 여행 고수들이어서 어디를 가든 그곳을 새로운 고향으로 접수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기에 여행은 우리 가족에겐 해법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용기있는 결단과 그 과정을 읽게 되었지만 그건 그들의 선택이고 방법일 뿐, 다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20세 전후의 세 자녀를 모두 독립시킨 이 저자의 <자녀 독립 프로젝트>는 내내 나에게 숙제 같은 고민 거리를 안겨주리라.
책 말미에 있는 '자녀교육 십계명'을 찬찬히 읽어보며 마법에 걸린 듯한 현상황에서 제대로 깨어있기가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해야겠다.
1. 부부가 포옹을 할수록 자녀는 행복해진다.
2. 아이들의 '끌림'을 활용하라.
3. 자녀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4. 자녀의 실수를 기회로 삼아라.
5. 아이들에게 자신의 일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6. 부모의 권위를 버리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라.
7. 부드러운 동기 부여가 아이들의 잠자는 능력을 깨어나게 한다.
8.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길러주어라.
9.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
10. 부모의 믿음이 넘어지는 아이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