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밑에 적혀 있는 설명 .... '아쟁 비슷한 악기...' 를 바로잡고 싶어서 올린다.

위 사진의 악기는 아쟁이 아니라 해금 비슷한 악기이다. 아시아 일대에서는 해금 비슷한 악기가 많은데, 중국에서는 얼후, 인도네사아에서는 레밥, 캄보디아에서는 트로우, 타이에서는 소우, 라오스에서는 소이라고 부른단다. 홍콩이나 베트남, 대만, 라오스 등을 여행하다보면 자주 접할 수 있는 매우 대중적인 '아시아의 악기'라고 할 수 있다. 라오스에서 거리의 걸인이 이 악기를 켜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책, 여행보다는 독서에 더 치중한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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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살이도 유쾌하게?

 

 

욕에 대한 유쾌한 정의를 들어보시라.

 욕은 본디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머리에서 피어오르고 가슴 속에서 터지는 분노에 풍자와 해학이 저며 있되,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야 그게 제대로 된 욕이다. 내가 사회 나와서 들은 욕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욕은 "에라, 이 공무원 같은 자식아!"였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에 들은 욕이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뜻은 아닐 게다. 지금이야 공무원이 최고 인기 직종이라지만 그래도 여전한 철밥통 체질이나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풍자하는 기지가 돋보였던 욕이라 난 요즘도 비슷한 짓거리를 보면 가끔 이 욕을 써먹는다.   -78쪽

 

밑줄 부분을 접한 순간 나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특히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야...'에 공감이 갔다. 왜? 나도 꾸러기 아이들을 상대할 때는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쁜 말을 들려주려고 무진 애를 쓰기 때문이다. 무슨 악랄한 선생이냐고? 체벌은 생각할 수도 없고, 점잖게 타이르는 말은 효과도 없고, 벌점은 아무리 매겨도 전혀 먹히지 않을 때, 그 때는 말을 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본디 어려서부터 욕 먹으며 자란 성품이 아니기에 내게 욕은 전혀 자연스러운 언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니 자연 입은 거칠어진다. 독하게 마음 먹고 아이들한테 욕을 할 때는 나 역시 기분이 몹시 상하기 마련이다. 내 인간성의 모진 부분을 끄집어내어 상대방의 자존심을 향해 가차없이 칼을 들이대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질리게 한 상대방을 몇 배로 질리게 해야 한다. 그러면 겨우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고 생각을 하게 되면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역으로 치는 방법인데 자주는 못할 짓이다. 다행히 자주 있는 일은 절대 아니고, 자주 써먹는다면 나 역시 인간성이 고갈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는 말이 그래서 나왔지 싶다. 쓰디 쓰다.

 

욕에 대한 긴 사설을 딱 두 문장으로 정의를 내린 이 책, 유쾌하고 가볍고 매력적인데다 깊이까지 있다. 

 

출소 후에 사업을 하다가 누구와 전화로 싸울 일이 있었다. 아주 비열하게 우리 회사의 정보를 빼내서 우리를 괴롭힌 작자였다. 놈이 전화를 받자마자 난 징역에서 배웠던 모든 욕을 해댔다. 역시 욕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같은 욕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길게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물론 격분한 상대가 가끔씩 한마디 할 기회는 줘야 나도 탄력을 받는다. 그렇게 한 10여 분 정도 욕을 쳐 대다가 화가 좀 풀려 전화를 확 끊었다. 곧 내 자리로 다시 전화가 왔다. 놈이 다짜고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야, 인마. 너 몇 살이야?" 난 배운 대로 할 수밖에. "아저씨, 저 스무 살이에요."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에선 역시 나이가 깡패다.

 

누군가와 싸울 때 '나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거다. 참패다. 부디 이 카드는 써먹지 말기를.

 

일요일 오후, 혼자 키득거리며 읽고 있자니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감옥에서도 꽃은 피는구나. 이 책의 저자, 이건범.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내공이 느껴지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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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지 않는 별

 

별이라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리

뜨는 것이 다 별이 아니듯

오히려

어둠 저 편에서

제 궤도를 지키며

안개꽃처럼 배경으로만 글썽이고 있는

뭇 별들이 있어

어둠이 잠시 별 몇 개 띄워 제 외로움을 반짝이게 할 뿐

가장 아름다운 별은

높고

쓸쓸하게

죄짓듯 앓는 가슴에 있어

그 가슴 씻어내는

드맑은 눈물 속에 있어

 

오늘밤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

 

('안개꽃처럼 배경으로만 글썽이고 있는' 언니가 떠올라서 눈물이 핑 돌았다. '죄짓듯 앓는 가슴'이란 구절에 또 한번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를 향한 내 마음이 늘 죄짓듯 해서.)

 

 

어머니에 대한 고백

 

때 절은 몸빼 바지가 부끄러워

아줌마라고 부를 뻔했던 그 어머니가

뼈 속 절절히 아름다웠다고 느낀 것은

내가 내 딸에게

아저씨라고 불리워지지는 않을까 두려워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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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이 파리에 사는 생활좌파들 15명을 인터뷰한 글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처음에는 '좌파'에 대한 인터뷰이들의 견해를 메모했다.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었고, 그간 내가 생각해온 좌파에 대한 개념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르다면 이들은 실제로 좌파로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생활좌파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머리로만 좌파이거나, 행동이 없는 무능한 좌파는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씩 메모해놓았던 '좌파'에 대한 견해들을 옮길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다음 부분을 뻬끼는 것으로 바꿨다.

 

Q: 국정원한테 많이 당한 모양이다.

 

A: 물론이다. 한번은 나를 불러서 직접적으로 위험을 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한국 외교부가 프랑스 외교부를 통해 상원외교위원회에서 나를 쫓아내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우리 협회에 대해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을 시도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얌전하던 브누아 켄더도 이 대목에서는 이를 간다.)

 

Q: 그런 위험을 당하면서까지 협회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

 

A: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별일 없었다. 조용했다. 이명박이 권력을 잡으면서부터 국정원 활동이 활발해졌고 우리를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2008년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가 불붙었을 때 우리도 사이트를 통해 이명박 정권을 비판했다. 국정원의 공격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나에게 접근해왔던 한국인 중에 적어도 서너 명은 국정원의 정보원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 활동을 그만둘 마음을 갖게 되었을까? 아니, 사실 이명박 정권의 탄압이 있고 나서 이 일에 더 재미가 붙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로는 더 심해졌다. 일단 파리에 주재하는 국정원 직원의 숫자가 더 늘어났다. 그들이 우리를 방해하면 할수록 우리가 하는 일이 뭔가 의미가 있었던 거구나 싶고, 그렇다면 더 열심히 해주어야지 하는 투지를 불태우게 된다.

 

............

 

 

기타 소소한 표현들.

 

"흰머리는 인생의 아카이브야. 내가 살아온 인생이 이 흰머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거야. 그래서 좋아해. 그러니까 염색 안 하지."

 

"사람이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는 여성의 해방이 정말 중요하다. 알고 있는가? 나이 든 여자 한 명이 죽는 것은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 것과 같다는 것을."

 

"남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프랑스에서는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인기가 있다...박근혜가 파리를 다녀갔는데도 신문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북한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비상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나라다. 대체 저 감춰진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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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이 말하는 고수의 생각법칙 10

1.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2.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3.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겨라.

4. 판을 정확히 읽고 움직여라.

5. 더 멀리 예측하라.

6. 아플수록 복기해라.

7. 생각을 크게 열어라.

8. 사람에게서 배워라.

9. 심신의 균형을 찾아라.

10.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라.

 

바둑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조훈현이 말하는 고수의 생각법도 결국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승부를 가리는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적용할 만하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내용인데, 이 당연하고 근본적인 것을 몸으로 실천한다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아는 것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고수라는 얘기다.

 

일본인 스승과의 인간관계는 감동을 준다. 아무런 댓가없이 제자로 받아들인 점, 말이 아닌 스승된 자의 몸가짐과 마음가짐 자체로 가르침을 준 점, 제자를 보낸 후 고독으로 생을 마감한 스승의 최후...스승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그럴싸한 표현'에 이미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 구절에 눈이 먼저 간다는 점이 장점이면서 단점이 된다. 빠르게 읽고 싶을 땐 그 부분만 읽고 책장을 넘겨도 무방하여 시간이 절약되지만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읽기에는 되려 방해가 된다. 밑줄긋기만큼은 독자에게 양보해도 괜찮으련만.

 

밑줄쳐진 부분 중에서,

 

비인부전 부재승덕(非人不傳 不才勝德) 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에 문제 있는 자에게 높은 벼슬이나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고전적인 표현이 눈에 쏙 들어온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 어쩌고 해도, 역시 옛말은 틀리지 않는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자꾸만 박씨 부녀가 떠오른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떠오른다. 피곤하다. 피곤한 일도 많건만. ㅠㅠ

 

세고에 겐사쿠(일본인 스승)의 육성을 옮겨본다.

 

"살면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야."

"사람이 되려면 인격, 인품, 인성을 모두 갖춰야 해."

"답을 주는 건 스승이 아니야. 그냥 길을 터주고 지켜봐주는 게 스승이지."

"이류는 서러워. 쿤켄(조훈현), 네가 이 길을 가기로 했다면 일류가 되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너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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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24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재승덕이라는 말은 전혜성이라는 분의 에세이에서 처음 본 기억이 있어요. 집안의 가훈이었다고요.
<고수>라는 말이 바둑에서 처음 나왔다는 것도 어디서 들은 것 같고요.
바둑에 관심이 없으심에도 이 책을 읽으신 뜻이 있으시겠지요 ^^ 저도 그렇거든요.

nama 2015-10-24 20:09   좋아요 0 | URL
뜻이요...자세를 고쳐 앉고 싶어서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요. 인생도처유상수 ㅎㅎ

붉은돼지 2015-10-2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인부전이란 말은 이문열의 금시조에서도 주요한 논쟁점이죠^^
제 친구 중에 유상수라고 있어요ㅋㅋ

nama 2015-10-24 23:01   좋아요 0 | URL
역시 붉은돼지님^^
아, 그렇군요. 덕분에 `비인부전 부재승덕` 복기를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