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에 오랫만에 들어갔다가 짧은 기사를 읽었다.
A lost story by one of Britain's best loved children's authors, Beatrix Potter, is to be published for the first time – more than a hundred years after it was written.
The Tale of Kitty-in-Boots, a black cat that leads a double life, was discovered in an exercise book in the writer's archive at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in London.
Written in 1914, it includes some of her best-loved animal characters – Peter Rabbit and the hedgehog, Mrs.Tiggy-winkle.
Beatrix Potter? 누구지? Peter Rabbit? 이런, 내가 참 무식도 하지. 유명한 동화라는데 왜 몰랐었지?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 읽은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여튼.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에 마침 Beatrix Potter 얘기가 잔뜩 실려 있었다. 우연치고는 기막히다.
책의 1/3 쯤을 Beatrix Potter가 살았던 영국의 시골동네를 소개하고 있다. 가고 싶게 만드는 사진과 글이 일품이다. 저자는 일본사람인데, 일본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보면 매우 다양하고 섬세한 구석이 많다.
책의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을 옮긴다.
"포터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포터는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교사와 함께 공부했으니까요. 그는 어린 시절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놀아본 적도 없었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포터가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쓰지 않았느냐, 라고 물러볼 테죠. 제 생각에는 포토가 쓴 이야기들은 자신을 위해서, 포터 자신이 맛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9쪽)
1905년, 39살이 된 포터는 농장과 농가를 구입했고, 47세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1943년 77세의 나이고 운명하던 날 반평생을 기울여 사들인 4,300에이커(약 530만 평)의 토지와 농가 15채, 농장 20곳을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부합니다. 그 결과 포터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호수 지방은 그녀의 그림책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영원히 남겨질 수 있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를 이루는 나라입니다. 과거 프랑스의 귀족들은 파리를 중심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대신 지방은 농업과 목축이 주를 이루어 도시와 시골의 문화가 철저히 나뉘었습니다. 반면 영국의 귀족들은 지방에 있는 자신의 영지에 마노 하우스를 짓고 이곳을 주 거주지로 삼았습니다. 일을 볼 때만 찾았던 런던에는 어쩌다 사용하는 별가를 갖고 있던 관습이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영국의 시골은 도시 못지않은 세련된 문화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시골에 관한 탁견이지 싶다.
동화작가인데 '어린이라는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다니 놀랍고, 그 많은 땅을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부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뭔가 남다른 인물이구나 싶어서, 하는 김에 영화까지 보았다.
영화는 동화작가로 명성을 날리는 과정, 약혼자의 사망, 시골의 땅과 농장을 사들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미흡하나마 그의 일생을 대충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인데, 소박한 감동을 준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697/12/cover150/8990809312_1.jpg)
이 책은 포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실려 있다. 내친김에 도서관에서 빌렸다. 그녀가 살 던 집, 집 가꾸기, 농장 가꾸기, 등을 알 수 있고 그녀의 수채화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에 관한 것들은 위에 있는 <아름다운 영국의 시골길을 걷다>로 충분한 듯하다. 오히려 <아름다운~>의 설명이 압축적이면서도 내용 이해가 쉽다. 그러니까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아름다운~>이면 거의 설명이 되지 않을까싶다.
그러면 정작 중요한 그녀의 동화는?
동화에 그리 관심이 밌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포터의 작품을 읽어줘야 할 것 같아서 역시 내친김에 주문했다. 사건 실마리가 하나씩 풀리는 듯한 묘한 박진감이 있다.
딸아이에게 포터의 책을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하면서 잠깐 검색을 해보더니 주방에 있는 머그잔 그림이 포터의 그림 같다고 한다. 아! 신음인지 탄성인지...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여직 모르고 20년 간이나 이 머그잔을 사용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