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사진전에 먼저 다녀온 지인이 '감동적이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문자를 보내왔을 때는 뭐, 그 정도일까, 싶었는데 내가 직접 가보고 오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관람객들로 붐비었지만 그 많은 관람객 한명 한명이 마치 순례길에 오른 사람마냥 조용하고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실내에 울려 퍼지는 잔잔하고도 구슬픈 노래들이 사진작품들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초록색 벽을 바탕으로 걸린 사진과 사진 옆에 붙여놓은 싯구같은 사진 설명과 노래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전시공간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언젠가 누군가를 마음 아프게 했던 순간에 대한 뉘우침, 짧은 생각과 겁없이 행했던 행동들에 대한 안타까움, 어리석음에 대한 자기연민 등이 떠올라서 순간순간 숙연해지기도 한다.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눈물이 핑 돌게 하는 작품 앞에서는 아주아주 겸손해지기도 한다.
박노해시인의 시 <인디라의 구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지구 마을 저편에서 그대가 울면 내가 웁니다
누군가 등불 켜면 내 앞길도 환해집니다
내가 많이 갖고 쓰면 저리 굶주려 쓰러지고
나 하나 바로 살면 시든 희망이 살아납니다
인생이 참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참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한때는 씩씩했는데, 자신만만했는데,
내가 이리 작아져 보잘 것 없습니다
아닙니다
내가 작은 게 아니라 큰 세상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세상의 관계 그물이 이다지도 복잡 미묘하고 광대한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세상도 인생도 나도
생동하는 우주 그물에 이어진 작으나 큰 존재입니다
사진전에서 내가 보았던 것은 '지구 마을 저편에서 그대가' 우는 모습이었고, 나를 뭉클하게 했던 것은 '시든 희망'이었으며 '우주 그물에 이어진 작으나 큰 존재'들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사진전에서 보았던 작품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러 권 구입해서 나눠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나 '다른 길'을 모색하는 친구들에게.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3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