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간 가운데 클레어 콜브룩의 <이미지와 생명, 들뢰즈의 예술철학>(그린비, 2008)이 있다. '리좀총서'의 한권으로 나온 것인데, 제목 때문에 몇 군데 검색을 해봤었다. 콜브룩의 책 제목으로는 생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국역본의 제목은 '미끼'였다.

 

 

 

 

좀 뒤적거리다 알게 된 사실은 이 책이 콜브룩의 또 다른 들뢰즈 입문서 <들뢰즈(Deleuze: A Guide for the Perplexed)>(2006)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라는 점. '당혹한 이들을 위한 가이드(A Guide for the Perplexed)'란 부제는 이 책이 포함된 컨틴뉴엄 출판사의 시리즈 제목이다. 철학자 입문서 시리즈인데,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칸트, 헤겔, 니체, 그리고 리쾨르, 데리다 등까지 망라돼 있다. 비록 콜브룩의 책이 이번엔 <철학이란 무엇인가>와 <시네마> 두 권에 초점을 맞춘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는 '들뢰즈 입문서'인 것이다. 그러니까 '들뢰즈의 영화론을 중심으로 정리한 들뢰즈 철학의 핵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들뢰즈를 조금 읽으려다가 '이게 뭥미?'하며 투덜거릴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

이미 <질 들뢰즈>(태학사, 2004), <들뢰즈 이해하기>(그린비, 2007) 등을 통해서 탁월한 입문서 쓰기 능력을 과시한 바 있기에 콜브룩의 신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신뢰를 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궁금한 것. 왜 출판사는 책의 원제를 노출시키지 않았을까?(알라딘의 책소개에도, 그리고 출판사측의 소개에도 원제는 누락돼 있다. 그건 <들뢰즈 이해하기>만 하더라도 '원제 Understading Delueze'가 병기돼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건 실수일까 의도일까? 짐작은 후자쪽일 듯하다. <들뢰즈 이해하기>의 속표지를 보니 저자 약력에 <들뢰즈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라고 기재돼 있고, '리좀총서'의 근간 리스트에도 역시 <들뢰즈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제목이 바뀐 것이고, 그 의도는 들뢰즈 '입문서'보다는 들뢰즈의 '예술철학'에 방점을 찍고 싶었기 때문 아니었을까('가이드'는 좀 식상하니까). 그런데, 그런 '의도'가 애꿎게도 잠시 나 같은 독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이다.  

 

 

 

 

들뢰즈의 영화론에만 한정하더라도 사실 적잖은 책들이 나와 있다. 데이비드 로도윅의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그린비, 2005)에서부터 파트리샤 피스터르스의 <시각문화의 매트릭스>(철학과현실사, 2007)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짐작엔 콜브룩의 책이 가장 쉬운 책일 것이다(가장 얇기도 하다. 물론 <들뢰즈: 철학과 영화>(열화당, 2004) 같은 책이 더 얇긴 하지만, 나로선 건질 게 없는 책이었다). 이후에 좀더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한다면 로도윅의 책이나 로널드 보그의 <들뢰즈와 시네마>(동문선, 2006)를 집어들 수 있지 않을까? 로도윅의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의 1장 읽기는 '영화의 짧은 역사'(http://blog.aladin.co.kr/mramor/714446) 참조. 지젝의 들뢰즈론 <신체 없는 기관>(도서출판b, 2006)은 거기에 선택사양으로 부가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리좀총서' 가운데 가장 고대하고 있는 책은 장-자크 르세르클의 <들뢰즈와 언어>(2002)이다. <언어의 폭력> 등의 저작을 갖고 있는 르세르클은 루이스 캐럴과 무의미 문학의 전문가이다(그의 '앨리스론'과 '롤리타론'도 챙겨둘 만하다). 최근작으로는 그레고리 엘리어트와 공저한 <마르크스주의 언어철학>(2006)도 눈에 띈다. 들뢰즈의 예술철학 이상으로 중요해 보이는 것이 내겐 그의 언어철학이어서이다...

08. 08. 12.

P.S. 한가지 덧붙이자면, 또 다른 입문서로 토드 메이의 <질 들뢰즈>(경성대출판부, 2008)도 이번에 출간됐다. '들뢰즈 입문서의 지존'이 어느 책으로 판가름날지 살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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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AV 2008-08-12 15:36   좋아요 0 | URL
그런 것이었군요;; 무슨 책일까 했네요;;
시리즈물은 한 출판사에서 시리즈물로 같이 내주는 것이 보기 좋은데 말이죠. ^^;

마이모니데스 책 제목을 빌려 온거니, 『방황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누구누구』 이렇게 해서 말이죠.

로쟈 2008-08-12 21:18   좋아요 0 | URL
앨피에서 나오는 시리즈가 드문 경우이고, 시장성 때문에 시리즈물을 다 내기는 무리죠. A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 같으면 100권이 넘는데, 이런 기획에 사활을 걸 출판사는 별로 없을 듯합니다...

yoonta 2008-08-13 11:04   좋아요 0 | URL
이 책 조금 봤습니다만 들뢰즈를 읽고 당혹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 읽고도 당혹해할 확률도 꽤 높을것 같네요. 입문서이긴 하지만 제법 난이도가 있는 책입니다. 태학사에서 나온 <들뢰즈> 정도가 저자가 쓴 입문서들 중에서는 제일 읽기 평이한 것으로 보입니다.(그만큼 건질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만)

제가 리좀총서에서 가장 기대되는 책은 르세르클의 책도 있지만 마누엘 데 란다의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입니다. 들뢰즈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수학과 과학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로쟈 2008-08-13 11:12   좋아요 0 | URL
그 난이도 때문에 국역본에서 '가이드(입문서)'란 제목을 기피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데 란다의 책은 하도 유명해서 저도 갖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수학이 아니라 언어(문학)입니다.^^

marr 2008-08-13 22:40   좋아요 0 | URL
아, 좋은 지적입니다. 들뢰즈의 예술철학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는 한국에도 한 권 있습니다. 이룸에서 출판된 <들뢰즈>라는 박성수의 책입니다.

로쟈 2008-08-14 00:11   좋아요 0 | URL
네, 그 책도 영화와 미술쪽을 주로 다루었죠...
 

밀란 쿤데라의 신작 에세이집 <커튼>(민음사, 2008)을 읽고 있다(달리 '휴가' 기분을 낼 수 있는 방법도 없기에). 80년대 후반 처음 소개된 이후 90년대 전반까지 한국의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어필한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현재는 그의 많은 책들이 절판된 상태다. 격세지감을 다시금 느낄 수밖에 없다(더불어 느끼는 건 그가 일급의 에세이스트라는 것. 하긴 허름한 에세이를 쓰는 일급의 소설가도 있는지는 의문이다). 남은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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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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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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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책세상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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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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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원룸텔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집에서 '숙박'하게 됐다. 거기에 이런저런 집안일들이 겹치다 보니 '휴가 아닌 휴가'처럼 돼 버렸다. '일상의 정지 상태'를 휴가라고 부른다면 말이다. 그 사이에 서재에서는 오늘로써 총방문자수가 50만을 넘어섰다. 요즘은 수백만의 방문자수를 자랑하는 블로그도 드물지 않으므로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간 참 꾸준하게도 '서재질'을 했구나란 감회는 잠깐 갖게 된다. 그러지 않았다면 50만이란 '발걸음'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격려하며 질타한다. "오래도 버티는구나!" "앞가림이나 해라!" 

이번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 우선 순위를 개인적으로 꼽자면 쿤데라의 에세이와 존 버거의 소설, 그리고 일본 문화에 관한 책과 미국 경제에 관한 책 순이다. 이 책들에 대한 리뷰들을 읽어봤지만, 오늘은 '50만'을 기념하는 뜻으로 다니엘 솔로브의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비즈니스맵, 2008)에 대한 리뷰기사를 옮겨놓는다. 원제는 'The Future of Reputation: Gossip, Rumor, and Privacy on the Internet'이니까 <평판의 미래>가 제목이고 '가십, 루머, 인터넷에서의 프라이버시'가 부제다. 국역본 부제는 '루머, 가십, 익명성, 그리고 디지털 주홍글씨'.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는 책 제목으로는 그다지 '섹시'하지 않다(페이퍼 제목이라면 몰라도). 표지도 원저가 조금 더 나은 편이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로쟈의 미래'에 대해서도 잠시 근심을 해본다... 

경향신문(08. 08. 09) 잔인한 역사가 인터넷과 공존하기

한 장의 사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개똥녀’.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것은 나쁜 행동이지만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여자는 사생활 운운할 가치가 없다”면서 개인의 신상과 과거를 공개하며 결국 다니던 대학까지 자퇴하게 만들며 ‘주홍글씨’를 새겼다.



저자인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인 다니엘 솔로브는 “개똥녀를 ‘세계적 악녀’로 만드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평판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연인과의 사생활을 블로그에 공개했다가 고소당한 여성, 상사의 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해고당한 직장인, 전과 전력이 구글 검색에서 드러나 면접에서 탈락한 구직자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솔로브 교수는 “인터넷이 지워지지 않을 개인의 과거 잘못을 기록,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 속 주홍글씨를 디지털판으로 재현한다”고 지적했다. 개똥녀 사건에서 보듯, 옳고 그름을 떠나 인터넷은 잔인한 역사가라는 말이다. 이미 1999년 인터넷법 전문가 로렌스 레식은 자신의 저서 ‘코드(Code):사이버 공간의 법이론’에서 “사이버 공간은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제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언했다.



솔로브 교수는 ‘디지털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는 인터넷의 정보들 때문에 일어나는 평판 훼손을 막기 위해 프라이버시에 대한 법 인식이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이버 모욕죄’ 등 인터넷에 대한 통제수단을 도입하겠다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솔깃한 이야기다. 그러나 저자는 “인터넷 표현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을 고려하는 권위주의적 접근법은 너무 억압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억제한다”고 경고했다. 법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고 비공식적 해결을 권장해야 한다는 말이다.(김주현 기자)

08. 08.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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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8-08-10 01:02   좋아요 0 | URL
50만 돌파를 축하드립니다. 책을 검색할 때마다 로쟈님의 그물망을 벗어나지 못함을 깨달은지 오래되어서 이제는 로쟈님 글을 먼저 찾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로쟈 2008-08-10 12: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물망'은 저도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마늘빵 2008-08-10 02:21   좋아요 0 | URL
축하드립니다. :) 100만을 향하여. ^^

로쟈 2008-08-10 12:50   좋아요 0 | URL
다음 올림픽때쯤?!^^

모래한알 2008-08-10 02:52   좋아요 0 | URL
컴퓨터를 켤 때마다 늘 로쟈님의 블로그에 접속해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런 저런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로쟈 2008-08-10 12:51   좋아요 0 | URL
네, 낮은 점수밖에는 안되지만 저도 도우미 역할을 하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21   좋아요 0 | URL
축!!! 50만 돌파!!! 우리 모두 순수하고 해맑은 세상을 만들어 보아요!!!

로쟈 2008-08-10 21:29   좋아요 0 | URL
ㅋㅋ 너무나 해맑은 댓글입니다.^^ 그러자면 나중에 지식분자들은 다 청소해야 할 텐데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5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세치 혀와 붓끝으로 죄를 많이 짓는 자들을 어이해야 한단 말입니까.

로쟈 2008-08-10 22:03   좋아요 0 | URL
스스로 결정지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11 11:40   좋아요 0 | URL
사람은 남보고 너! 바뀌어야 해! 하기는 쉽지만 자신도 개혁대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되게 불편해하고 짜증내는 존재라서 그게 되려나 모르겠네요.

로쟈 2008-08-11 20:08   좋아요 0 | URL
자결해야죠...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솔제니친과 관련한 칼럼이 눈에 띄어서 옮겨놓는다. 인권에 관한 책들을 연이어 출간하고 있는 조효제 교수의 칼럼인데, '진보의 복합적인 현실인식'을 주문하고 있다. '모든 억압에 대한 저항'을 진보로 포용하자는 취지이다.

한겨레(08. 08. 08) 솔제니친과 진보의 복합적 현실인식

며칠 전 타계한 솔제니친만큼 평생을 격렬한 논쟁 속에 산 사람도 없을 것이다. 소련 당국은 그를 반역자로 몰았다. 그의 러시아 민족주의 경향은 사르트르와 같은 서구 좌파 지식인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를 반소 지성인의 상징으로 칭송하던 서구의 우파 지식그룹은 그가 구미의 도덕적 타락과 방종, 물신숭배를 비난하기 시작하자 반자유주의자로 낙인찍었다. 일각에서는 그를 반유대주의자라고 비판했다. 1994년 그가 오랜 망명생활 끝에 귀국하자 전통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던 <모스크바 타임스>는 ‘호메이니의 귀환인가?’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의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뢰였다. 로버트 인차우스티가 보기에 그는 사라진 사람들과 억눌린 사람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새로 쓴 현대의 사가였다. 이렇게 본다면 그는 민주파들이 경청할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우리 진보·개혁 진영에서 솔제니친은 많이 읽히지도,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다. 왜?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우리의 비판적 지성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아보는 것과 같다.

우선, 솔제니친이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던 때 우리는 군부독재 치하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반독재 투쟁을 벌이고 있던 민주화 진영은 솔제니친의 메시지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둘째, 한국의 극우보수 세력이 솔제니친을 철저히 자기들 입맛에 맞게 왜곡했다. 문화계의 이데올로그들은 그를 최고의 반공작가로 떠받들었다. 남한에 있었더라도 반체제 민주인사가 되었을 인물을 엉뚱한 존재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이런 왜곡된 시대상황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솔제니친을 균형 있게 인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솔제니친의 서거를 계기로 이제 우리 진보·개혁 진영의 지적 역량에 얼마만한 여유 공간이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모든 정치권력은 어떤 이념이든 억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고, 그 모든 억압에 저항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라는 복합적인 인식을 가져보면 어떨까?


진보·개혁 진영이 이런 태도를 지닐 때 진보 대 보수의 이분법을 넘어 현실의 뉘앙스와 아이러니를 깊이 이해하는 세련된 세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어째서 그런가? 그런 태도는 사울 알린스키의 표현대로 일반대중의 욕망과 희비의 결을 ‘그래야만 하는’ 렌즈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렌즈로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태도는 진보·개혁 진영에서 등에 구실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오도록 장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진보·개혁 진영은 더욱 풍부한 콘텐츠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가령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보라. 그것은 지난해 말 대선과 올봄 총선에 이은 보수 선거혁명 3부작의 완결판이었다. 한국 보수세력의 능수능란함이란! 비비케이(BBK), 인사파동, 광우병, 촛불집회, 남북관계, 독도주권, 외교참패 등 현실정치의 온갖 악재를 선거 이벤트로써 단숨에 돌파하지 않았는가. 대선에선 항의 성향 투표를, 총선에선 욕구 지향 투표를, 교육선거에선 계급 취향 투표를 교묘하게 동원하여 기어코 권력의 핵심 제도들을 움켜쥐고야 마는 저 모습을 보라.

이게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단기간의 선명한 투쟁만으론 이길 수 없는 현실이다. 싸울 때는 안경 벗고 싸우더라도 세상을 읽을 때엔 다초점 렌즈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최근 어느 진보적 출판인으로부터 아서 케슬러의 <한낮의 어둠>을 번역·출간할 계획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이런 것이 복합적인 현실인식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08. 08. 08

P.S. 칼럼 말미에서 언급되고 있는 아서 케슬러의 소설 <한낮의 어둠>(한길사, 1983)은 한길 세계문학의 한 권으로 묶여서 출간된 적이 있다. 최승자 시인의 번역이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폭력이란 무엇인가'(http://blog.aladin.co.kr/mramor/1747960)란 페이퍼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어느 진보적 출판인이 아서 케슬러의 <한낮의 어둠>을 번역·출간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복합적인 현실인식의 좋은 사례"로 지목된 것은 이 책이 스탈린시대의 숙청을 비판한 일종의 '반공문학'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를로퐁티는 <휴머니즘과 폭력>(문학과지성사, 2004)에서 이러한 케슬러의 입장을 비판한 바 있다('쾨슬러의 딜레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젝의 <전체주의가 어쨌다구?>(새물결, 2008)이 가장 유익한 참고문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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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8-08 12:43   좋아요 0 | URL
저는 부하린 재판과 박헌영 재판을 비교연구해보고 싶습니다.저의 필생의 소원입니다.문학작품으로는 부하린 재판을 다룬 한낮의 어둠.그리고 박헌영 재판을 직접 다루진 않지만 해방공간에 미군정이 남로당 핵심에 정보원을 심었음을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마쓰모도 세이죠<북으로 간 시인 임화>를 연구목록에 넣고 있습니다.이 소설은 북한에서도 남로당 노선비판할 때 중요한 교재로 쓰였습니다.

로쟈 2008-08-08 14:46   좋아요 0 | URL
지젝의 <전체주의가 어쨌다구?>를 꼭 읽어보시길...

노이에자이트 2008-08-09 00:08   좋아요 0 | URL
전체주의가 어쨌다구에 나오는 부하린 재판을 비롯한 대숙청 작업에 대한 스탈린 주의적인 해석은 결국 숙청도 혁명을 위해 역사적으로 불가피했다는 식의 변명이라고 봅니다.지젝이 카프카를 인용한 것은 스탈린 식의 이런 변명을 거부하면서 부하린을 비롯한 당시의 숙청대상자들은 난 데 없이 죄인이 되었다는 비판이죠. 그 밑바탕엔 당시 재판정에 선 피고들은 소련을 무너뜨리려는 외국세력의 앞잡이라는 소련 당국측의 견해 자체가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하지만 남로당 지도부는 상당수가 미군정에 포섭되어 있었음이 해제문서를 통해 밝혀졌습니다(정창현 <인물로 보는 북한 현대사>).임화도 그렇고 이강국도 그렇구요.물론 박헌영 자신이 포섭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말이죠.그래서 제가 <북으로 간 시인 임화>를 언급한 겁니다.거기엔 연세대 설립자 집안인 언더우드가가 미군정의 앞잡이로 나옵니다.

로쟈 2008-08-09 00:05   좋아요 0 | URL
미군에 포섭됐었다는 건 확정적인 건가요? 한데, 만약에 사실이 그랬다면 아무런 미스터리도 없는 것 아닌가요?..

노이에자이트 2008-08-09 00:14   좋아요 0 | URL
예.우리나라 신문에서도 그게 나왔습니다.정창현 책엔 그 문서 번호까지 나와 있구요.방선주와 기광서가 확인했습니다.정병주 씨도 인정했구요.그런데 학계에서는 아직도 수용을 안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작년에 나온 심지연<이강국>에서도 이강국이 북한에서 희생되었다...그런 식이구요.여하튼 마쓰모도 세이죠는 문서해제가 되기 전에 거의 정확히 짚은 거죠.

로쟈 2008-08-10 00:31   좋아요 0 | URL
미 군정문서인가 보군요. 그 경우엔 소련측 문서보다는 신빙성이 있을 거 같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0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미군 방첩대 문서죠.하지만 저는 북한 것을 복사한 것이나 한민전(이런 단체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에서 나온 남로당 비판서는 적당히 에누리해서 읽습니다.박헌영 재판 기록은 구할 수 있습니다만 그걸 소재로 삼은 소설이나 논문이 없고 부하린 재판을 다룬 소설이나 평론은 있는데 국내에선 재판기록을 구할 수 없지요.부하린 기소의 이유가 독일과 일본의 간첩들이 준동한다! 였는데 아예 첩보의 역사를 읽어보려고 해요.박헌영 사건도 아예 남과 북 그리고 미군정 첩보전까지 다뤄보려고 합니다.인문 사회 하는 이들은 군사 첩보분야를 멀리하고 군사 첩보 연구하는 이들은 인문 사회적 시각이 부족하여 문제이니 아예 두 분야를 함께 해보려구요.
제가 부하린 재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 연구서인 김남국<부하린:혁명과 반혁명의 사이>(문학과 지성사1993)을 읽은 후부터예요.이 책을 통해 <한낮의 어둠>과 <휴머니즘과 테러>에 대해 알게 되었죠.

로쟈 2008-08-10 21:33   좋아요 0 | URL
저도 철학적으론 관심있는 테마인데, 엄두는 잘 나질 않습니다. 김홍우 교수의 <현상학과 정치철학>에도 관련 논문이 들어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55   좋아요 0 | URL
오...감사합니다.내일 낮 도서관에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로쟈 2008-08-10 22:03   좋아요 0 | URL
시립도서관들은 보통 월요일에 휴무 아닌가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1 11:31   좋아요 0 | URL
격주로 쉬니까 문 연 곳에 가면 됩니다.오전 일 끝내고 이제 왔습니다.저쪽 도서관은 오늘 쉬는 날!

로쟈 2008-08-11 20:0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2 23:18   좋아요 0 | URL
현상학과 정치철학 중 관심가는 논문을 봤습니다.케슬러가 인간을 콤미싸르 형과 요기 형으로 분류하여 후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는 이사야 벌린의 자유관과 비슷하더군요.그리고 이 책의 제일 첫번 논문인 행태주의에 관한 글은 경제학의 방법론까지 다루어 매우 유용했습니다.이 부분을 좀 더 정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사회실재론과 사회명목론의 대결은 최근에 관심을 갖는 쟁점이라서요.

로쟈 2008-08-12 23:21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나중에 세미나라도 해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12 23:48   좋아요 0 | URL
근데 메타이론 쪽의 독서는 두뇌소모가 엄청나서 괴롭습니다.개별학문 분과를 넘어서 버리니까요.
 

이번주 시사IN에서 출판리뷰를 스크랩해놓는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14#). 최근 출간된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너무북스, 2008)를 다루고 있는데, <백범일지> 정본 연구의 진일보한 성과라고 한다. 현재로선 백범의 진의에 가장 가까운 판본인 듯하므로 주목을 끌 만하다. 현재까지는 도진순 교수가 교열한 <백범일지>(돌베개, 2002)가 표준본 역할을 했었다.

시사인(08. 08. 05) 당신은 백범을 정확히 아는가

우리나라 학계와 출판계의 취약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본(定本)이다. 정본은 연구나 인용을 하는 데 가장 믿을 수 있는 본문을 제공하는 서적, 고전 텍스트의 여러 다른 판본 가운데 검토하고 교정해 원본과 가장 가깝다고 판단한 표준이 될 만한 책이다. 어떤 텍스트에 ‘관하여’ 연구한 책을 쓰는 것보다, 그 텍스트의 정본을 만드는 게 몇 십 갑절 더 어렵다.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는 백범일지 정본 텍스트에 성큼 다가선 성과다.



엮은이는 논쟁적인 문제나 시대적 배경 이해가 필요한 내용을 자세히 해설했다. 이러한 깊이 읽기가 58개에 달하며 기존 출간본의 잘못을 바로잡거나 원문의 맥락을 설명하는 해설도 132개에 달한다. 예컨대 기존 출간본 주석에는 ‘조선 중기 해서 지방의 유명한 문인 유응두’로 설명돼 있는데, 엮은이는 유응두를 조선 중기 문인이 아니라 대한독립의군부 황해도 대표를 역임한 유학자로 바로잡았다.

백범일지 원문에 나오는 ‘정각에 소위 부문(赴門)-과거장을 개방-을 한다는데’가 기존 출간본에는 ‘정면에 있는 과거장 입구로 선비들이 열을 지어 들어갔다’로 돼 있다. 엮은이에 따르면 이는 정각을 정면으로 잘못 풀이했고, 과거장 문을 개방한다는 뜻의 ‘부문’도 잘못 이해했다. 당시 과거제도는 수험번호와 지정 좌석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먼저 들어가려는 다툼이 심했다. 이를 ‘쟁접’이라 하는데, 기존 출간본은 과거제도의 폐단을 묘사하는 백범일지 원문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이렇게 꼼꼼하게 고증하는 엮은이의 관심이 백범 신화화가 아니라 백범을 정확하게 보고 평가하는 데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런 관심은 이광수가 윤문한 국사원본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백범일지 첫 문장, ‘우리는 안동 김씨 경순왕의 자손이다’에 대한 비판적 지적에서도 드러난다. 친필원본의 첫 문장은 ‘우리 선조는 안동 김씨로 김자점씨의 방계 후손이다. 김자점씨가 반역죄를 저질러 온 집안이 화를 입을 때’이다. 이렇게 달라지면서 백범이 보여준 평민의식과 저항의식의 근거가 희박해져버린다. 이런 부분이 백범일지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비판적 백범 읽기를 방해한다.

“젊은 아내 팔아 한 끼 밥 맛나게 먹고 싶다”
이승만에 대한 백범의 인식은 어땠을까? 서대문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이승만이 설치한 옥중 도서실의 서적을 보고 백범은 ‘이 박사의 손때와 눈물 흔적이 묻은 책을 볼 때마다 책의 내용보다는 배알치 못한 이 박사의 얼굴을 보는 듯 반갑고 무한한 느낌이 들었다’. 백범이 친필원문의 여백에 적어둔 글이다. 백범일지 전체를 통해 이승만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은 없다. 적어도 백범이 일지를 기록한 1920년대 말에는 이승만을 존경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특히 하권으로 갈수록 백범은 공산주의에 대한 분명한 비판을 자주 한다. 엮은이는 백범일지가 매우 정치적인 텍스트라고 지적한다.

서대문 감옥에서 고문받으며 배가 너무 고파 ‘젊은 아내를 팔아서라도 한 끼 밥을 맛나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당시 심경을 고백하는 백범. 안악사건으로 투옥됐을 때 며칠 밤을 새워 자신을 고문하는 일본 경찰을 보고, ‘평소 애국자라고 자부하던 자신은 저렇게 나라를 위해 밤을 새워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 반성하는 백범. 그 진솔함이야말로 <백범일지>의 백미다.

엮은이가 보기에 백범정신의 백미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허물까지도 숨기지 않고 세상의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정신이며, 백범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는 ‘대가리 싸움을 하지 말고 발이 되라’는 겸허의 정신과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가 되라는 ‘역수어 정신’이다.(표정훈_출판 평론가)

08. 08. 07.

P.S. 소설가 김별아씨의 신작 <백범>(이룸, 2008)도 눈길을 끈다. 엊그제 읽은 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8. 08. 05) 역사장편 ‘백범’ 낸 김별아씨 “문제적 인간 백범 그렸죠”

“문학적으로 접근할 때 백범은 ‘문제적 인간’이었어요. 하지만 그동안 출간된 ‘백범일지’나 관련 서적을 보면 영웅으로 묘사하잖아요. 또 생애 마지막에 정돈된 모습을 보여줘 인간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죠.”

광복절을 앞두고 ‘건국 60주년이냐, 정부수립 60주년이냐’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 소설가 김별아씨(39)가 백범 김구를 소재로 한 장편 ‘백범’(이룸)을 발표했다. 소설은 백범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해 1945년 11월23일 백범이 중국 상하이 강만비행장에서 미군정비행기를 타고 귀국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4일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는 “백범을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 끌어 내리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첫장과 마지막장을 제외한 10개의 소제목에는 ‘냉혹한 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자욱한 슬픔’ ‘거룩한 슬픔’ 등 슬픔이라는 공통단어가 붙어 있다. 백범을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 읽어내려는 작가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저도 일반대중과 마찬가지로 백범에 대해 애국자, 영웅이라는 이미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백범일지’를 읽다보니 내용이 너무 많더라고요. 슬플 겨를이 없을 정도죠. 사실 집필 중에 백범이 강한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무엇이 도대체 인간을 이렇게 강하게 만드는가, 끝까지 가게 만드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 이건 끝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겠지요.”

김씨는 이 작품을 캐나다에서 썼다. 2005년 ‘미실’로 세계문학상에 당선된 후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 살고 싶어” 캐나다로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가을 작업하기로 마음 먹고 자료를 찾다보니 의외로 한국근대사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았다. 결국 근대기 상하이와 문화사 등에 관한 영문서적을 읽으며 세계사적 시각에서 한국사 살피기 공부를 했단다.

그는 백범이 자신과의 싸움을 끝까지 멈추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백범은 횃불 같은 존재입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제일 낮은 자리에서 끝까지 싸웠기 때문이죠. 그러나 백범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지고 상실의 시대에 갈 길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 올랐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미실’ ‘논개’ ‘영영이별 영이별’ 등 그간 일련의 역사소설을 발표해온 작가에게 ‘백범’은 네번째 역사소설. 근대를 소재로 한 첫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근대기 무정부주의자에 관한 소설을 비롯, 앞으로 근대에 관한 작품을 두어편 더 쓸 생각이다. 백범의 경우 사료도 비교적 많고, 많은 대중들이 기억하는 까닭에 소설로 재구성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소설을 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자기가 알고 싶은 백범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더군요. 총제적인 모습은 없어요. 사료가 많든 적든, 소설의 몫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영웅을 해체하는 작업이 문학이라고 했다.(윤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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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꾼 2008-08-07 21:11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백범을 존경하는 인물로 거론하는 정치인은 일단 배제대상으로 삼습니다. 백범 역시 이승만 못지 않은 극우 파시스트이지 않습니까?

로쟈 2008-08-07 21:29   좋아요 0 | URL
주로 해방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 논란이 많은 걸로 아는데, 소설 <백범>도 "1945년 11월23일 백범이 중국 상하이 강만비행장에서 미군정비행기를 타고 귀국하기까지의 과정"까지만 다룬다는 것이(그러니까 암살까지가 아니라) 징후적이란 생각도 드네요. '극우 파시스트'란 범주로 이승만과 백범을 동일시하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으로 보이지 않는데요('친일'의 문제도 가려지고)...

역마살꾼 2008-08-07 22:09   좋아요 0 | URL
광복 이전의 이승만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광복 이후에는 김구와 이승만이 상당한 기간동안 친밀한 관계를 가졌던 걸로 아는데요. 김구 역시 찬탁 주장에서 반탁으로 돌아선 건 이승만의 입지에 밀린 최후의 정치적 돌파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구요

역마살꾼 2008-08-07 22:16   좋아요 0 | URL
특히 임정 시절 같이 손을 잡았던 약산이 노덕술에게 고문을 받는 걸 방치(당시 김구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방치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한 정도라면 저는 우남과 백범이 그리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현대사에 그리 밝지 못한 관계로 쓰다보니 정념 가득한 추정이 되버렸네요 ^^;)

로쟈 2008-08-08 01:38   좋아요 0 | URL
보기에 따라선 중도파도 극우파와 다르지 않게 평가될 수 있겠지만, 그놈이 그놈이란 평가는 '물타기'로 악용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08 12:44   좋아요 0 | URL
상해임정 땐 좌우갈등이 극심했고 중경임정 땐 좀 나아져서 화해하는 듯하다가 해방이후 또 임정인사들이 좌우로 갈라집니다.인간은 파당을 짓는 동물이고 그래서 백범일지에도 그런 편견이 드러나 있죠.반탁운동이 단정세력과 친일파의 주도로 변질되는 것에 자신이 이용당했음을 백범은 너무 늦게 깨달았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08-08 12:32   좋아요 0 | URL
히로히토 텐노 사후 우리나라엔 이조시대라는 말을 쓰면 식민지 잔재를 청산 못한 인간으로 비판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백범일지엔 이조를 쓰고 있습니다.

로쟈 2008-08-08 16:44   좋아요 0 | URL
중학교때 영어 교과서에도 '이조'란 표현을 썼으니까 백범을 탓할 일은 아니겠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08-08 23:51   좋아요 0 | URL
백범도 썼던 이조를 일제 잔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상하다는 의미였어요.처음 그 주장을 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군요.저는 하노버 조,로마노프 조하듯이 이조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북한도 리조실록이라고 하니까요.

로쟈 2008-08-10 00:34   좋아요 0 | URL
북한에서 '리조실록'이라고 할 땐 봉건왕조에 대한 폄하의 의미가 있겠죠. 국명을 '조선'이라 했으므로 공식적으론 '조선'이라고 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조'라고 하면 왕실만을 지칭하는 게 되니까요. '로마노프조'가 그렇듯이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08   좋아요 0 | URL
북한에서 나온 책을 보면 조선과 이조를 함께 씁니다.우리도 예전엔 그랬죠.그런데 아예 이조라는 단어 자체가 일제잔재다 하는 식의 난폭한 단정을 무슨 권리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국명으로서의 조선과 왕실로서의 이조를 병기할 수 있으니까요.조선은 이조시대였지 김조시대는 아니었으니까요.
백범 최고의 명문은 김일성과 회담하러 가기 위해 우사 김규식과 북으로 건너가면서 발표한 <<삼천만 동포에게 울면서 알림>이죠.읽다가 울 뻔 했습니다.감동 자체였죠.

로쟈 2008-08-10 21:34   좋아요 0 | URL
언제 감동이 필요할 때 읽어봐야겠네요.ㅠㅠ

노이에자이트 2008-08-11 11:34   좋아요 0 | URL
헌데 그 글이 백범일지엔 없어요.저는 <분단전후의 현대사>일월서각1983 뒤의 부록에서 봤어요.요 부록에 현대사 관련한 중요한 글들이 많죠.

로쟈 2008-08-11 20:09   좋아요 0 | URL
네,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