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너무 친숙한 주제이지만, 민족주의를 다룬 묵직한 연구서가 출간되었기에 '이주의 묵직한 발견'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서양사학자 김인중 교수의 <민족주의와 역사>(아카넷, 2014). '겔너와 스미스'가 부제인데, 민족주의 연구의 거목으로서 어니스트 겔너와 앤서니 스미스를 집중 조명하고 있기에 붙여진 것이다(한스 콘 같은 학자는 이제 지나간 이름이 되었나 보다).

 

 

저자는 에드워드 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 2000),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까치, 2013) 등의 굵직한 저서들을 공역했고, 민족주의 관련서로는 브라이언 젠킨스의 <프랑스 민족주의>(나남, 2011)를 우리말로 옮긴 바 있다. <프랑스 민족주의>의 부제는 '1789년 이후의 계급과 민족'인데, 홉스봄의 책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창비, 1998)를 떠올려준다. 1780년대가 중요한 분기점이란 걸 시사한다.

 

 

대표적인 민족주의 연구자로 언급되고 있지만 어니스트 겔너의 책은 <쟁기, 칼, 책>(삼천리, 2013)만 소개된 터이고 <민족과 민족주의> 같은 주저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앤서니 스미스 같은 경우는 사정이 나아서 <민족주의란 무엇인가>(용의숲, 2012)가 번역돼 있다(<국제화 시대의 민족과 민족주의>(명경, 1996)도 번역됐었지만 절판된 지 오래다).

 

 

저자는 앤서니 스미스의 저작들에 대해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검토하고 있는데, 주요 저작들 가운데 특히 <민족들의 족류공동체적 기원>(1986)을 자세히 다룬다. 현단계 민족주의 연구를 대표할 만한 저작이라면 소개되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를 한단계 심화시켜줄 만한 노작이 나온 듯싶어 반갑다...

 

1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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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의미심장한 듯하지만, 그냥 두 권의 책 이름을 이어서 적었다. 콜린 고든의 <푸코 효과>(난장, 2014)와 스테퍼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민음사, 2014). 분야는 다르지만, 통칭 '이론서'라는 점에서는 같이 묶일 수도 있겠다.

 

 

먼저, <푸코 효과>. 푸코 책으론 아마도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이 올해 안에 한두 권 더 나오는 걸로 아는데, 여하튼 올해 나온 책으론 <헤테로토피아>(문학과지성사, 2014)와 <정신의학과 권력>(난장, 2014) 등에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알라딘 도서 페이지에는 아직 공저자들의 이름도 떠 있지 않고 출판사는 '논형'이라고 오기돼 있다. 서지 정보를 입력하는 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모양인데, 요즘 '초보'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저자나 역자가 수시로 누락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매일 같이 신간 검색을 하는 처지에서는 좀 불만스러운 일이다(더하여 적자면, 무슨 '성씨이야기'가 인문 분야의 책이라고 수십 권이 신간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매출이 좋은 책들도 아니고, 이건 '공간 낭비' 아닌가? 알라딘은 무슨 계산인지 모르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좀 짜증이 난다).

 

 

암튼 <푸코 효과>로 다시 돌아오면, 부제는 '통치성에 관한 연구'다. 통치성이 후기 푸코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였고 이에 대한 강의록도 영어본으로는 나와 있다(그건 한국어로도 번역된다는 뜻이다). 번역서 가운데 사카이 다카시의 <통치성과 자유>(그린비, 2011)도 이 주제를 다룬 책이다. <푸코 효과>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줄 걸로 기대된다.

 

 

이어서 <빨래하는 페미니즘>. 눈에 띄는 제목이다 싶었는데, 원제는 그냥 <여성 읽기>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번역서 제목이 발군. 부제는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 나로선 제목보다는 부제 때문에 관심을 갖는 책이다. 한 도서관에서 '여성의 삶과 사랑'이란 주제의 강의도 하다 보니 페미니즘 고전도 다룰 수밖에 없고, 요긴한 참고서가 되겠기 때문이다(원서도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여성학자 정희진 씨가 "“누군가 내게 ‘내 생애 첫 번째 페미니즘’ 책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테퍼니 스탈의 경험을 권하겠다.”는 추천사를 적었다. 정희진의 독서록 <정희진처럼 읽기>(교양인, 2014)에서도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읽을 수 있을까. 현재는 예판 상태이니 책이 출간되는 다음주에나 확인해볼 수 있겠다...

 

14. 1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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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서 아침을 시작해 광화문에서 일정을 마친 길고 피로한 하루였다. 내일의 일정도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니지만 머리도 식힐 겸 잠시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먼저 저명한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의 <통찰의 시대>(알에이치코리아, 2014).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이 부제다. "뇌과학의 연구 성과와 자서전이 결합된 책 <기억을 찾아서>로 국내 과학서 시장에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천재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이 인류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과학, 예술, 인문학을 넘나들며 파헤치는 책"이다. 

 

찾아보니 <기억을 찾아서>(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외에도 <신경과학의 원리>(법문에듀케이션, 2014)가 번역돼 있는데, 1800쪽이 넘는 전공서적이다. 일반 독자라면 <통찰의 시대> 정도에 만족해야 할 듯. 심리학(뇌과학)과 예술을 주제로 다룬다는 점이 아무래도 포인트일 텐데, "에릭 캔델은 우리에게 친숙한 당대의 세 화가(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카)가 그린 초상화를 중심으로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간의 무의식을 파헤치기 시작했는지 살펴본다"니까 독서욕을 자극한다. 그래서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책은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민음사, 2014)다. 새로운 책을 낼 때마다 화두 한 가지씩 던지는 리프킨이 새롭게 띄운 것이 제목 그대로 '한계비용 제로 사회'다. 부제는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

자유 시장의 경쟁적 기술 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결과,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했다. 리프킨은 이러한 과정에 주목하여 왜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한편,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대로 우리를 인도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 만연한 사회적 불안과 비관주의에 맞서, 21세기 사회의 패러다임이 될 보편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의 진단과 예언이 얼마만큼 적실성을 갖는지는 책을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을 터. 그러기 전에 이번 주말 리뷰들을 먼저 확인해봐야겠다.

 

 

덧붙여, 사물인터넷을 제목 혹은 주제로 한 책이 갑자기 많아지고 있다. 무얼 말하고 어떤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인지 누가 정리해주었으면 싶다. 리프킨이 쓴 게 그거라고?..  

 

14.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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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에 접근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케빈 랠런드와 길리언 브라운의 <센스 앤 넌센스>(동아시아, 2014).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라는 문구가 부제로 붙어 있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주요 쟁점에 대한 정리라면, 작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사회생물학의 승리>(동아시아, 2013)와 비슷한 성격의 책일 듯싶다. 초판 서문에서 저자들은 책의 목적을 이렇게 간추린다.

이 책에서는 인간행동을 탐구하는 데 사용된 다섯 가지 진화론적 접근방법들을 개략적으로 소개하면서 그 방법론과 가정이 지니는 특징을 살펴본다. 이들 접근 방법은 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미메틱스(단, 2판에서는 문화진화론으로 대체된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다. 우리는 각 장에서 개별 접근방법의 긍정적인 면과 한계를 다루고, 마지막 장에 가서는 모든 접근방법들의 상대적 장점들을 비교한다.

 

 

이어서 인간의 행동과 진화를 다룬 대중서적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몇권은 국내에도 소개된 책들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2010),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문학사상사,1996) ,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동녘사이언스, 2007), 그리고 수전 블랙필드의 <밈>(바다출판사, 2010) 등이다.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나 <다윈화하는 문화> 등이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 이들 책들과 <센스 앤 넌센스>는 어떻게 다른가.

이 책은 위의 책들과는 달리 복수의 접근방법을 취하며, 다섯 가지 학파에 속하는 연구자들이 '진화론을 이용하여 인간성을 연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얼마나 다양한 견해를 지니고 있는지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요컨대 진화생물학에 근거를 두면서 인간의 행동과 진화를 설명하는 데 서로 경합하는 다섯 가지 관점(학파)에 대해 소개하고 적절한 비평을 제공한다는 것이겠다. 판정단 역할이라고 할까. 평판이 좋은 책인 만큼 기대를 걸어봐도 좋겠다...

 

14. 0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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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아니면 일정을 맞춘 것인지 모르겠지만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과 같이 읽어볼 만한 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간됐다. 로베르트 쿠르츠의 <맑스를 읽다>(창비, 2014)와 앙리 페나 뤼즈의 <돈이 왕이로소이다>(솔, 2014).

 

 

<맑스를 읽다>는 '21세기를 위한 맑스의 핵심 텍스트'란 부제 그대로 '마르크스 독본' 혹은 한권으로 엮은 '마르크스 선집'이다. 일반 독자가 마르크스의 방대한 저작을 두루 섭렵하기란 심히 어려운 일이기에 적당한 분량의 선집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530쪽 가량의 분량이라면 적정하지 않나 싶다.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은 분량 말이다.

 

 

선집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으로 피터 오스본의 <HOW TO READ 마르크스>(웅진지식하우스, 2007), 다니엘 벤 사이드의 <마르크스 사용설명서>(에코리브르, 2011), 그리고 최근에 나온 프랜시스 윈의 <자본론 이펙트>(세종서적, 2014) 등도 손 가까이에 둘 만하다.

 

<돈이 왕이로소이다>는 부제 겸 원제가 '마르크스와의 인터뷰'인 책. 물론 가상 인터뷰이긴 하지만 실제로 마르크스가 생전에 했던 말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또 다른 선집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책은 불어 독자들에게도 필요하구나, 라는 걸 덕분에 알 수 있다.  

대중들에게 세계사 속에서 진보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이자 과학적 유물론의 아버지인 마르크스의 사상을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는 점. 한국 사회에서 제한적으로만 접근 가능한 마르크스 사상의 요체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시켜 주고, 마르크스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엿보는 데에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 준다는 점. 진보적 학자들조차 학술적으로도 제대로 해석하기가 어려운 마르크스의 사상의 전모를 이해시키기 위해,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뽑아내어, 이에 대해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사실 읽은 책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존 몰리뉴의 마르크스 철학 입문서, <중요한 것은 세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책갈피, 2013), 로낭 드 칼랑의 '마르크스 그림책' <마르크스의 유령>(함께읽는책, 2014), 그리고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그린비, 2014)까지. 관심과 눈높이에 맞는 책은 얼마든지 골라잡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다시금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동시에 어떤 파국의 징후 앞에 서 있기에...

 

14. 09. 21.

 

 

P.S. 그러고 보니 지젝의 <종말의 시대를 살다>(2011)도 번역본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올해 안으로 출간된다면 독자로서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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