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두 사람의 이탈리아 남자와 한 명의 미국 여자다. 직업으로는 작가, 기자, 물리학자. 먼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탈리아 '현대소설계의 대부' 조르조 바사니(1916-2000). '인문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로 선집이 출간되는데, 일차분으로 나온 것이 세 권이고 세 권이 더 예정돼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태생이지만 주로 북부 도시 페라라에서 성장기를 보냈고(두 도시는 서로 인근에 있다) 페라라가 바사니 문학의 바탕이 된다고(또다른 원천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 대표작이 그래서 '페라라 연작'이라 한다. 선집 1권으로 나온 첫 소설집 <성벽 안에서>(문학동네, 2016)의 부제도 '페라라의 다섯 이야기'다. 그밖에 1958년작으로 모라비아나 제발트 같은 작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소설'로 꼽은 <금테안경>, 1962년작으로 바사니의 대표 걸작이라는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등이 이번에 같이 나왔다. 겸사겸사 내년에는 이탈리아 현대문학에 대한 강의도 기획해봐야겠다.

 

 

두번째 저자도 이탈리아 남자다. 베네치아 태생의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1962년생이다. <책공장 베니치아>(책세상, 2016)로 지난해 처음 소개되었는데, <돈의 발명>(책세상, 2015)을 거쳐서 이번에는 이탈리아 음식의 세계를 다룬 <맛의 천재>(책세상, 2016)까지 번역되었다. 부제는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쓰다'.

"피자, 파스타, 에스프레소, 모짜렐라, 티라미수 등 이미 우리의 식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이탈리아 음식들의 기원과 변천사, 그리고 성공 스토리를 담은 <맛의 천재>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베테랑 저널리스트의 집요한 취재란 어떤 것인지 그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탈리아의 경제 일간지 「Il Sole 24 Ore」에 연재한 음식 칼럼이 단초가 되어 출간된 <맛의 천재>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들려주는데, 과거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생생하게 소환하기 위해 문학, 미술, 영화, 광고 등 온갖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동원된다."

 

이탈리아 음식에 관한 책은 당연히 많이 나와 있다.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랜덤하우스코리아, 2010)부터가 내가 기억하는 책인데(추천사를 쓴 인연이 있다) 어느 샌가 절판됐군. 같은 책을 감수를 보기도 한 박찬일 셰프의 책은 여러 차례 개정돼 나왔다.

 

 

지난해 말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사이언스북스, 2015)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버드대학의 물리학자 리사 랜들의 신작이 또 번역돼 나왔다. <암흑 물질과 공룡>(사이언스북스, 2016).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데, 부제는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이다.

"저자 리사 랜들은 탐색 방법조차 아직 분명치 않은 암흑 물질과 수천만 년 전에 갑자기 일어난 공룡 멸종의 수수께끼를 하나로 엮으면서 우주의 역사와 생명과 인류의 역사에 감춰진 충격적인 비밀에 도전한다. 저자는 독특하고도 광범위한 관점으로 암흑 물질을 지구의 역사와 연결 짓는다. 지구의 운명이 우주의 조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며, 수십억 년에 걸쳐 진화한 우주 속 우리의 존재가 사실은 아주 취약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보여 주며 우주의 기막힌 사연 밑에 깔린 우리 세상의 과학을 설명하고 있다."

구분하자면, 겨울용과 여름용인 것일까. 올여름 과학 독서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을 만하다...

 

16.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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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한국사, 미국사, 중국정치사상사에 관한 책을 펴낸 저자 3인이다. 먼저 <한국사를 지켜라1,2>(푸른역사, 2016)를 펴낸 김형민 PD. 현직 방송인이지만 그의 또다른 직함은 '역사 이야기꾼'이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주제의 역사 이야기를 연재했다. 현재는 시사IN에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를 집필중이라고. <그들이 살았던 오늘>(웅진지식하우스, 2012), <접속 1990>(한겨레출판, 2015), <교과서가 들려주지 않는 양심을 지킨 사람들>(다른, 2016) 등의 전작을 갖고 있다.

 

 

이번에 낸 책에서 1권은 "저자가 국정교과서 논쟁을 지켜보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최소한의 역사는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그동안 적어왔던 '오늘의 역사' 가운데 독립운동가 관련 글을 고치고 덧붙여 엮은 것"이고, 2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10년, 대한민국이 유신공화국이었던 1970년대 풍경을 담은 글들을 고치고 덧붙여 엮은 것"이다. 간단하게는 국정교과서 대비용, 국정교과서로부터 한국사를 지키기 위한 책이다.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선물하면 딱 좋을 만한 책인데, 더 좋은 건 아이와 부모가 같이 읽어보는 것이겠다.

 

 

<도시로 보는 미국사>(책세상, 2016)는 미국사를 전공한 박진빈 교수의 두번째 책이다. <백색국가 건설사>(앨피, 2016)가 10년 전에 나왔고, 그 사이에 <원더풀 아메리카>(앨피, 2006), <빅 체인지>(앨피, 2008) 등의 번역서, 그리고 공역서로 브루스 커밍스의 <미국 패권의 역사>(서해문지, 2011)를 펴냈다. 주로 도시 개발과 주거 개혁이 저자의 관심 분야로 되어 있는데, <도시로 보는 미국사>의 부제도 '아메리칸 시티, 혁신과 투쟁의 연대기'다.

"도시라는 창으로 본 미국사이다. 즉 미국 주요 도시의 역사를 통해 현대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필라델피아를 통해 세기말의 변화와 새로운 사회 문제를, 시카고를 통해 흑인 유입 문제를, 로스앤젤레스를 통해 아시아 이민과 도시 공간의 변화를, 애틀랜타를 통해 미국 남부의 발전과 흑백 갈등 및 분리 문제를, 세인트루이스를 통해 도시 문제와 도시 재생의 역사를, 앨카트래즈 섬을 통해 미국 원주민의 공간을, 워싱턴 DC를 통해 도시 계획과 기념 공간 조성을, 뉴욕을 통해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서의 대도시 현황을 보여준다."

 

미국의 도시를 다룬 책이라고 하니까 떠오르는 건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그린비, 2010)인데, 그밖에 라이언 에이번트의 <닫힌 도시를 열어라>(따님, 2012), 조재성의 <미국의 도시계획>(한울, 2013) 등도 같은 분야의 책으로 같이 읽어봄직하다.

 

 

유가 사상 전공자인 장현근 교수도 '중국의 정치사상'을 부제로 한 <관념의 변천사>(한길사, 2016)을 펴냈다. 아직 목차 외에는 다른 책소개가 뜨지 않았지만 내용은 대략 어림해볼 수 있다. 저자는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 가운데 <맹자>(한길사, 2010)와 <순자>(한길사, 2015)를 펴낸 바 있다.

 

 

또한 유택화의 <중국정치사상 선진편>(동과서, 2008)을 옮기기도 했는데, 이 책은 서울대출판문화원에서 나온 <중국정치사상사>와 함께 어마무시한 분량을 자랑한다(둘다 1000쪽이 훌쩍 넘는다). 이럴 땐 절판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16.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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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한 휴일 오후에 졸음도 떨칠 겸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인문 분야에서만 3인의 저자를 골랐다. 먼저 고병권. 니체에 대한 저작과 강의록을 연속으로 펴내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건 <선악의 저편> 읽기다. <다이너마이트 니체>(천년의상상, 2016). <서광> 읽기를 담은 <언더그라운드 니체>(천년의상상, 2014)에 이어지는 것이면서 멀리는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그린비, 2003)에까지 끈이 가 닿는다. 품새로 보아 몇 권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니체로 가는 길’을 보여준 철학자 고병권이 <선악의 저편>을 강독한 책이다. 철학자 고병권에게 <선악의 저편>은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종합무술훈련장, 곧 ‘도장道場’ 같은 곳이었다. 2014년 저술한 <언더그라운드 니체>가 원숙한 사상가, 근거들의 근거 없음을 드러내는 ‘탐구자’를 다룬 책이라면, <다이너마이트 니체>는 시도와 물음, 준비와 단련을 통해 메시아를 기다리는 ‘선지자’의 모티브를 띤 책이다."

 

<선악의 저편>은 생각보다 번역본이 많지 않다. 전집판 두 종 정도. 니체 가이드북은 해마다 여러 권이 나오는데, 올해 나온 국내서로는 이진우, 백승영의 <인생교과서 니체>(21세기북스, 2016)도 곁들여 읽을 수 있다.  

 

 

미학자 김남시 교수도 모처럼 단독 저작을 펴냈다(<본다는 것>은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책이었다). 하이브리드 총서로 나온 <광기, 예술, 글쓰기>(자음과모음, 2016). "계간 <자음과모음>에 2008년도와 2010년도에 걸쳐 연재했던 글과 더불어 책의 주제의식을 확장하는 저자의 여러 글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광인의 내면세계를 자세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갇혀 있는 '정상성'의 경계들을 초월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단념해야만 했던 삶과 사유의 가능성을 끝까지 추적했던 사람들이었음이 바로 그들이었음을 저자는 '발견'한다."

 

아마도 파울 슈레버의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자음과모음, 2010) 번역 작업이 관심의 계기 혹은 다리가 되었을 듯싶다. '광인의 글쓰기'란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깊이 있게 다룬 국내서가 아닌가 한다.

 

 

슈레버의 회상록이 일례이지만, 저자는 독어권 저작들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겼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칼 슈미트의 <땅과 바다>(꾸리에, 2016)다. '칼 슈미트의 세계사적 고찰'이 부제인데, 이 문제적 철학자의 세계관을 엿보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팸플릿에 가깝다).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길, 2015)나 한병철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문학과지성사, 2011) 등이 모두 김남시 교수의 번역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는 특히 국내에 소개된 첫 책으로 '<피로사회> 이전의 한병철'을 만나게 해준다. 더불어 <피로사회> 등의 이후 저작이 어떤 이론적 문제의식에 가 닿아 있는가를 확인하게 해준다.

 

 

신학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다방면으로 활동중인 김민웅 교수의 선집이 '김민웅의 인문정신'이란 타이틀 하에 두 권으로 갈무리돼 나왔다. <시대와 지성을 탐험한다>와 <인간을 위한 정치>(한길사, 2016). 1권에서는 "제1부 '생각의 길을 연 사람들'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각과 활동, 저서 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여러 비평적 논의를 담았으며, 제2부 '사유의 권리'에서는 문학에서 문명에 이르는 주제들을 다루었"고, 2권에서는 정치의 본질과 한국 정치의 과제 등을 살폈다.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정치에대해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을 위한 정치>다. 물론 그것은 인간 이외의 생명과 자연을 배제하는 정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을 위한 세상에서는 인간도 불행해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어떤 인간이 정치의 주역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것은 인문학의 본질적인 과제다. 인문학이 정치라는 주제를 빼놓고 가능할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정치가 제일 중요한 공동체적 임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정치를 다루지 않는 인문학은 근본문제를 피해가는 도피처로 전락하고 만다."

 

가장 많이 읽히는 저자의 책은 <동화 독법>(이봄, 2012)으로 보이는데, 목회자이기도 한 저자의 대표작으론 <창세기 이야기>(전3권, 한길사, 2010)도 꼽을 수 있겠다. 기독교방송의 '성서학당'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기존 종교적 틀 속에만 갖힌 성서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삶에 필요한 풍부한 정신적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깊이읽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16. 0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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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자 3인으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오랜만에 강준만 교수. 책이 오랜만에 나와서가 아니라 거꾸로 너무 자주 나와서 오랜만에 언급한다(거의 매달 책을 펴내는 저자이므로 출간 소식이 결코 뉴스가 되지 않는 경우다). 이번에 나온 건 '주제가 있는 미국사' 셋째 권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인물과사상사, 2016)이다. 앞서 나온 두 권의 책이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인물과사상사, 2013)와 <미국은 드라마다>(인물과사상사, 2014)였다. 대략 일년에 한권 꼴로 기획된 듯싶다.

 

"저자가 지난 2014년 네이버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것으로,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로 우뚝 서게 되는 188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70년간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 ‘전쟁의 산물’인 동시에 ‘전쟁의 축복’을 받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이 관여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미국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역사의 흐름에 따라 그 70년간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분석하고 해석했다."

<미국사 산책>(전17권)의 저자인 만큼 '주제가 있는 미국사' 정도야 부스러기를 모으는 것 정도의 의미겠다. 미국을 알고 싶은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하다.

 

 

대중예술 분야의 원조 연구자의 한 명인 이영미 교수가 '신파성'을 주제로 두툼한 책을 펴냈다.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푸른역사, 2016). '<장한몽>에서 <모래시계>까지'가 부제. "사람들은 왜 신파적 작품을 즐기는가. 신파성의 무엇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한국대중가요사>, <광화문 연가>,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요즘 왜 이런 드라마가 뜨는 것인가> 등을 통해 대중예술 연구를 지속해온 저자 이영미(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는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에서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저자가 한국 신파성의 원형으로 보는 것은 <불여귀><장한몽><쌍옥루> 등의 번안소설이다. 신파성의 정착과 변주 과정으로 식민지 시대와 그 이후를 짚어가는 저자의 손길을 흥미롭게 따라가볼 수 있다.

 

 

미학자이자 전방위 비평가 진중권의 새책도 출간되었다. <진중권이 사랑한 호모 무지쿠스>(창비, 2016). "창비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다방'을 찾은 신해철, 윤종신, 신대철, 이자람, 손열음, 장일범, 고건혁 등 7인의 ‘호모 무지쿠스’(homo musicus)와 미학자 진중권의 대화를 담은 미학과 음악의 합작물이다." 인터뷰집으로는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창비, 2015)에 이어지는 책. 팟캐스트 책으로는 공저인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쉼, 2016)와 같이 묶을 수 있다.

 

7인의 아티트스(호모 무지쿠스) 가운데는 '마왕 신해철'이 포함돼 있는데, 그의 마지막 인터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데뷔부터 2014년까지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음악관과 인생관을 밝힌 고(故) 신해철의 인터뷰는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한 인터뷰로 각별히 귀한 기록이다."

 

 

지난 2014년 가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후 유고집을 비롯해서 그를 추모하는 책들이 몇 권 나왔다. 오래 전 인터뷰집인 <신해철의 쾌변독설>(부엔리브로, 2008)도 그의 팬이라면 필히 소장/일독해봐야겠다. 보이던 것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을 '가뭇없다'고 하는데, 죽음이 믿기지 않는 사람들을 '가뭇없는 사람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신해철 또한 그러하다. 가뭇없는 사람들을 애도한다...

 

16.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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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로는 아직 열흘을 남겨놓고 있지만 날씨는 여름으로 진입한 것 같다. 대출도서를 반납하러 반바지를 입고 도서관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고.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차례대로 무거운 책, 가벼운 책, 진중한 책을 펴낸 저자 3인이다.

 

 

먼저 이제는 언론인이라기보다는 지성사가라고 해야 옳을 피터 왓슨. 지난해 말부터 육중한 그의 저작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는데(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우연의 일치인가?) <저먼 지니어스>와 <거대한 단절>에 이어서 이번주에 나온 건 <무신론자의 시대>(책과함께, 2016)다. 제목과 부제 '신의 죽음 이후 우리는 어떤 삶을 추구해왔는가' 모두 묵직하다. 분량도 832쪽.

"신의 죽음을 선언한 니체 직후 세대부터 현재까지 130년 동안 펼쳐진 거대한 문화의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숨 가쁘게 연대기적으로 조망하는 책이다. 문학에서 미술, 철학, 심리학과 정치운동, 세계대전과 극예술과 대중문화까지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사이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하여 인간과 그 사상의 전개에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독자들을 위해 또 한 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저널리스트에서 역사가 내지 지성사가로 변신한 점에서는 폴 존슨을 떠올리게 한다(폴 존슨이 1928년생이고 피터 왓슨은 1943년생). 아무튼 지성사가 관심분야의 하나인 만큼 나로선 꼬박꼬박 원서까지 챙겨놓게 된다. 분량상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더라도. "박학다식한 저자 피터 왓슨은 과학부터 시, 철학, 뉴에이지 '심령주의'와 테라피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는 비종교적 사상의 역사에 질서를 부여하여, 니체로부터 윌리엄 제임스, 밥 딜런, 심지어 재즈 사이의 동떨어진 지점들을 연결해나간다"고 하니까 <무신론자의 시대>부터 손에 들어야겠다.  

 

 

요네하라 마리 이후 우리의 또다른 '여사님'이 된 사노 요코의 책도 한권이 더 보태졌다. <자식이 뭐라고>(마음산책, 2016).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사는 게 뭐라고> 이후, <죽는 게 뭐라고>까지 포함하면 '뭐라고 3부작'이다. 일어판이 실제로 그렇게 묶이진 않았지만, 여하튼 우리에겐 그렇다. <자식이 뭐라고>는 '거침없는 작가의 천방지축 아들 관찰기'가 부제.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던 사노 요코. <자식이 뭐라고>는 작가가 아들 몰래 틈틈이 써둔 독특한 육아 기록이다." 분량은 124쪽으로 정말 가벼운 책. 삶과 죽음은 물론 자식 고민도 덜어주는 이가 사노 요코 여사다.

 

 

듣자 하니 사노 요코의 책은 100여 권이 넘는다 한다. 대다수가 그림책이라지만 추세로 보아 이런 류의 산문집은 대부분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에 나온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을유문화사, 2016)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걸 보아 그렇다. 절판된 책 가운데 <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 2010)이나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눈과마음, 2005) 같은 책만 하더라도 다시 소개됨직하지 않은가. 너무 앞질러 나온 탓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구나 싶다. 참, 타이밍이 뭐라고.

 

 

인류학자로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인 권헌익 교수의 책이 한권 더 번역돼 나왔다. '진중한 책'이라고 분류한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산지니, 2016)이다. 기어츠 상 수상작인 <학살, 그 이후>(아카이브, 2012)와 함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동남아시아 연구서에 주어지는 ‘조지 카힌 상’ 1회 수상작. 권헌익 교수는 냉전 시대 베트남에서 발생한 잔혹한 폭력과 대규모 죽음의 비극적인 역사를 인류학자의 치밀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적 시선으로 조명해왔다. 1980년대의 경제개혁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된 전쟁유령에 관한 의례에 초점을 맞추어 베트남 전쟁의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기념행위가 갖는 사회적, 정치경제적, 종교적 함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처음 소개된 <학살, 그 이후> 이후에 <극장국가 북한>(창비, 2013), <또 하나의 냉전>(민음사, 2013)이 차례로 나왔지만 <또 하나의 냉전>은 품절 상태다. 학술서로 분류되지만 이런 진중한 책들도 좀 읽혔으면 싶다....

 

16.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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