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조르주 바타유의 포르노그래피로 잘 알려진 소설들이 번역돼 나왔다. <눈 이야기>와 <하늘의 푸른빛>(비채, 2017). 이전에 나온 <눈 이야기>(푸른숲)에는 두 작품이 합본돼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뉘어 출간되었다. 

 

 

소개에 따르면 <눈 이야기>는 "프랑스 68혁명 이후 현대 지성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조르주 바타유. 그의 첫 문학적 시도이자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한 에로티슴 소설"이며, <하늘의 푸른빛>은 "첫 소설 <눈 이야기>로 약간의 명성을 얻은 바타유가 그로부터 칠 년 후인 1935년에 탈고한 장편소설"로 "불길한 나치즘에 흔들리고 전쟁에 위협받는 당시 유럽을 배경으로,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주인공인 ‘트로프만’의 폭력과 죽음, 섹스로 점철된 광기어린 일상을 담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세트로도 읽히는 작품들.

 

 

내가 갖고 있는 건 <눈 이야기>(푸른숲, 1990) 초판이다(당시는 '바타유'가 아니라 '바타이유'로 표기되었고, 나도 '바타이유'가 더 친숙하다). 헌책방에서는 2만원을 호가하는군. 이번에 다시 출간되었으니 이 가격은 조정되어야겠다. 아무튼 그런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재출간이다.

 

 

바타유의 책은 <불가능>을 비롯해서 재간된 <종교이론>과 <에로티즘> 등이 번역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종교이론>과 <에로티즘>은 상당히 불량한 번역본이어서 새 번역본이 나오지 않는다면 별로 의미가 없다. 곁에 있지만 아직도 먼 그대, 라고 할까.

 

 

한때 바타유의 책을 탐독해서 그의 책을 모으고 영어로 나온 해설서도 통독한 기억이 있는데, 어즈버 20년 전이다. 다시 읽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다...

 

17.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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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작가 인터뷰집 <작가라는 사람1,2>(엑스북스, 2017)을 고른다. 시리즈가 더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 권이다. 몇년 전에 나왔던 <작가란 무엇인가 1,2,3>(다른) 시리즈가 '파리 리뷰'지의 작가 인터뷰 선집이었다면, <작가라는 사람>은 엘리너 와크텔이라는 캐나다의 문학평론가이자 방송진행자가 단독 인터뷰어인 인터뷰집이다. 


"작가들 사이에서 "세계에서 인터뷰를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통하는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올리버 색스, 가즈오 이시구로, 앨리스 워커, 존 버거 등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22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영문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30년 가까이 라디오 작가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와크텔의 놀라운 인터뷰는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작가들을 낯선 눈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찾아보니 원서로는 이 두 권이 나와 있다.  



<작가란 무엇인가>와 중복되는 작가도 있지만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작가가 더 많다. 참고로 두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 명단이다. 


(1권)

올리버 색스

가즈오 이시구로
캐럴 실즈
윌리엄 트레버
에드워드 사이드
이사벨 아옌데
치누아 아체베
레이놀즈 프라이스
지넷 윈터슨
앨리스 워커
아미타브 고시


(2권)

E.L. 닥터로
루이스 어드리크
다비드 그로스만
제인 스마일리
해럴드 블룸
제인 앤 필립스
카를로스 푸엔테스
니콜 브로사르
마틴 에이미스
자메이카 킨케이드
존 버거


이 가운데 강의에서 읽은 작가는 이사벨 아옌데와 카를로스 푸엔테스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작가를 고를 때도 참고할 수 있겠다...


17. 03. 25.



P.S.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고 국내 번역본도 올해 안으로 나올 듯한데(이번에도 고액의 선인세 논란이 있다) 그런 화제성 때문에라도 하루키를 강의에서 다루게 될지 모르겠다(여러 번 강의한 적이 있지만 아직 다루지 못한 작품도 많다). 참고할 만한 책이 몇 권 나왔는데, 이미 읽은 우치다 타츠루의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바다출판사, 2016)를 제쳐놓으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국일미디어, 2017)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렵다>(책담, 2017) 등이다. 하루키의 신작이 나올 때쯤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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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방치했더니 서재 일거리가 많아졌다. 먼지를 좀 닦아내는 기분으로 몇 가지 일거리를 처리하러 PC방에 들렀다(아무래도 속도는 PC방이 낫기에). 오전에 배송받은 책 얘기 먼저. 몇 번 지나가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결정판 카프카 평전의 저자 라이너 슈타흐의 카프카 입문서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저녁의책, 2017)가 번역돼 나왔다. 작년엔가 영어판을 구하고 읽을 시간은 못 내고 있었는데, 마침 추천사 청탁이 와서 기꺼이 맡은 책이다.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프란츠 카프카는 세계문학의 미궁이자 도달할 수 없는 성채였다. 그의 문학 안에 있는 독자는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고, 밖에 있는 독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라이너 슈타흐의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는 가장 친절하면서 가장 확실한 카프카 문학의 지도이자 가이드다. 어쩌면 이제 비로소 우리는 카프카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분량 대비 가장 강력한 입문서라는 게 독후감이다. 책의 부제는 '99가지 습득물'인데, 저자의 3권짜리 평전 집필 과정에서 발견한 습득물이겠다.

 

 

그런고로, 더 바라기는 그의 방대한 평전도 소개되는 것인데(나는 영어판으로 갖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가 예상 밖으로 일찍 번역된 걸 보건대 이 또한 기대를 걸 만하다.

 

 

올해는 연초부터 카프카 관련서들이 풍족하게 나오고 있다. 카프카 전집의 일환으로 나온 <밀레나에게 쓴 편지>와 <카프카의 일기> 외에도 일본 연구자 묘조 기요코의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교유서가, 2017)가 반가운 읽을 거리였는데, 거기에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가 추가되었다. 여름할 다시 진행하려고 하는 카프카 강의와 9월초로 기획하고 있는 카프카 문학기행에 요긴한 자료로 삼을 참이다. 

 

 

카프카 문학기행 때 그가 반년 정도 살았던 베를린에도 다시 들러볼 계획인데, 여유가 있다면 발터 벤야민의 흔적도 찾아보고 싶다. 빌미가 되는 건 <베를린의 유년시절>. 벤야민의 경우에도 좋은 평전이 영어판으로 나온 게 있는데, 이 또한 번역되면 좋겠다(어림에는 번역중이지 않을까 싶다). 책이 여름까지 나오면 더 좋겠고...

 

17.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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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일 때>(해냄, 2017)라는 제목 때문에(누구나 가끔씩은 지옥을 경험하기에) 손에 들었다가, 손에 들면서 저자의 직함이 '심리기획자'라는 사실에서 적당한 심리치료나 위로의 말을 기대함직한데, 뜻밖에도 시 읽기다. 제목을 마저 완성하자면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읽는 시' 정도. 뜻밖이어서 가벼운 배신감마저 드는데, '마음 지옥 탈출'에 역시 시만한 게 없다는 건가, 란 생각도 든다. 뭔가 특별한 비방을 기대한 게 무리였는지도.

 

"오랫동안 수만 편의 시를 읽어온 저자는 특히 '내마음보고서' '내마음워크숍' '힐링Talk'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야말로 공감과 통찰, 눈물과 아름다움으로 아픈 마음을 다독이는 '부작용 없는 치유제'임을 확신했다. 한 편의 시가 한 끼의 밥보다 더 든든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저자는 애독하는 수천 편의 시 중 82편을 고르고, 각 시마다 공감하고 힘이 되는 메시지를 듬뿍 곁들였다."

 

시 읽기가 근본적인 처방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양보해도 기분전환의 의미는 충분히 갖겠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시집들은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시리즈인데, '윤동주 100년 포럼'이라는 곳에서 번역을 맡아 세 권을 펴냈다. <프란시스 잠 시집><장 콕토 시집><폴 발레리 시집> 등이다. 리스트가 얼마나 더 이어지는지 모르겠는데, 얼핏 드는 생각으론 릴케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으로 나온 이브 본푸아와 기욤 아폴리네르, 그리고 정지용도 따로 욕심을 낼 만한 시집들(지용과 백석은 윤동주도 감명 깊게 읽었을 터이다). 민음 세계시인선을 보니까 떠오르는 건 솔출판사의 세계시인선인데, 이건 벌써 오래 전에 절판되었다. 비센테 알레익산드레와 프랑시스 퐁주의 시집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 생각해보니 퐁주의 사물시들('사물의 편')을 읽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게 내게는 '지옥 탈출법'이었나 보다.  

 

 

그런 용도로는 (내게는 시로 읽히는) 니진스키의 일기도 강력하다. 다시 찾아보니 이 역시 절판됐군. 니진스키 영어판 평전도 그 사이에 나왔는데, 조만간 구해봐야겠다...

 

17.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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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문호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인형의 집>(1879)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입센의 작품으로는 주로 <인형의 집>만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루게 되는데, 그 외 강의에서 다룬 건 <유령>(1881)이 유일하다. 19세기 최대 극작가로 여겨지는 만큼 그의 다른 작품을 더 다루고 싶지만, 일단 너무 많은 작품 가운데 초기작 상당수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 후기작들도 몇몇 타이틀을 제외하곤 번역본 사정이 좋지 않다. 새로운 번역으로 입센 선집이라도 나와주었으면 하는데, 여의치가 않은 모양이다(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도 사실 번역본으로 구하기가 어렵다). 



아쉬운 대로 번역 현황을 적자면,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건 독문학자 곽복록 교수의 신원문화사판이다. <인형의 집>과 <민중의 적>은 각 한 작품씩 수록하고 있지만 <페르귄트>에는 표제작 외에 <아기 에욜프>와 <헤다 가블레르>가 수록돼 있다. 도합 다섯 편인 셈인데, 발표연도를 기준으로 재배열하면 이렇다. <페르 귄트>(1867), <인형의 집>(1879), <민중의 적>(1882), <헤다 가블레르>(1890), <아기 에욜프>(1894).



한편 범우사판으로 읽을 수 있는 입센은 <인형의 집>(1879), <유령>(1881), <민중의 적>(1882) 세 편이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공연 빈도수가 높은 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동서문화사판에는 <인형의 집><유령><민중의 적>에 덧붙여 <들오리>(1884)와 <바다에서 온 여인>(1888)까지 모두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수가 많은 편이지만 두께 때문에 강의에서 다루기는 불편한 판본이다. 장점은 <들오리>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고, 반면에 좀 오래된 번역이라는 게 흠이다. <바다에서 온 여인>은 지만지판으로도 나와 있다. 


 


한편 오래 전에 절판된 판본이긴 하지만 '헨릭 입센 전집'이 시도된 적이 있었고 세 권까지 나왔었다. <대건축사 솔네즈>(1892)와 <로즈메르 솔롬>(1886), 그리고 <연극의 이론과 실제>(예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 무모한 기획이었다. 



이제 남은 건 가장 많이 읽히는 <인형의 집>. 판매량은 민음사, 문예출판사, 열린책들판 순인데, <유령>도 포함하고 있어서 나는 열린책들판을 선호하는 편이다. 세계문학 전집판으로 더 많은 작품이 번역돼 나오면 좋겠는데, 절판된 작품들도 그렇지만 특히 <사회의 지주>(혹은 <사회의 기둥>)는 무대에 종종 올려지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번역본을 찾을 수 없어서 유감이다. 참고로 영어권에서 꼽는 입센의 4대극은 <인형의 집>과 <유령>(혹은 <들오리>), <헤다 가블레르>, 그리고 <대건축사 솔네즈>다. 최소한 그 정도는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입센의 평전이나 연구서도 소개되는 것인데, 국내서로는 김미혜 교수의 <헨리크 입센>(연극과인간, 2010)이 유일한 참고자료다(꽤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는 해설서다). 입문용 책으로는 알도 켈의 <입센>(생각의나무, 2009)이 <페르귄트>부터 마지막 작품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까지를 소개하고 있다. 12편의 줄거리를 자세히 알려준다는 게 강점. 다만 절판된 지 오래 되었다. 추가적으로 내가 참고하는 책은 페미니스트 비평가 토릴 모이의 <헨리크 입센과 모더니즘의 탄생>(2008)이다. 알고 보니 저자가 노르웨이 태생이다. 


입센에 대해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이달 말에(3월 31일-4월 23일) 서울시극단에서는 입센의 <왕위주장자들>을 무대에 올린다. 1863년작으로 국내 초연이다. 당초 <브랑>(1866)을 공연하는 걸로 예고되었었는데, 대선 국면에 맞추려고 작품을 바꾼 모양이다(내 추정이 그렇다). 아무려나 공연되는 김에 대본도 출간되면 좋겠다. 



일정이 맞으면 공연 관람 계획도 꾸려봐야겠다...


17.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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