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깥의 독자들에게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면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를 빼놓을 수 없지만, 당시 일본의 최고 인기 작가는 시바 료타로였다. 작품세계도 ‘국민작가‘의 타이틀에 더 부합하는 이는 시바 료타로(1923-1996)이다. 둘다 오사카와 연고를 갖고 있어서, 짧은 문학기행의 마지막날 일정은 가와바타의 생가터를 찾고 시바의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생가터에는 ‘가비‘가 세워져있는데 현재 아파트가 건축중이어서 공사장 칸막이 사이에서 생가터임을 알려주는 비석을 찾을 수 있었다. 시바 료타로 기념관은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 작품으로도 기억됨직한데 명불허전의 공간감을 보여주었다. 내부촬영이 금지돼 있어서 출입구쪽 사진을 올려놓는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은 대부분 대하역사소설인데 전국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과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주종을 이룬다. 나로선 <언덕 위의 구름> 같은 소설에 관심이 있지만 절판된 지 오래고 다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기념관에서 보니 영어판으로는 네권짜리로 번역돼 있다). 나중에라도 다시 나오면 강의에서도 다뤄보고 싶다. 오후에 오사카성을 둘러보고 일행은 현재 간사이공항으로 이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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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기행차 새벽부터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나갔고 9시 35분발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공항에 떨어진 건 11시 15분 남짓이었다. 공항과 연결된 호텔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서 대기하던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맨처음 향한 곳이 시인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다녔던 도시샤(동지사)대학. 그곳에 1995년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가 있어서였다. 육필로 쓴 ‘서시‘가 새겨진 시비다. 교토, 오사카와 관련된 일본작가들의 흔적을 둘러보기 전에 일행은 윤동주를 만났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그의 시를 마음에 되새기며, 시대의 아픔을 다시 상기하는 여정이다.

도시샤대학을 거쳐서 향한 곳은 윤동주가 일경에 체포되기 전까지 살던 하숙집이다. 지금은 교토예술대학의 기숙사가 되어 있는데 그 하숙집터에도 윤동주 시비가 있다. 역시나 ‘서시‘가 새겨진 시비다. 맑고 쾌청한 날에 만난 윤동주와의 만남은 그의 시제목을 비틀자면 ‘너무 쉽게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시인은 너무 쉽게 씌어진 시가 부끄럽다고 했는데 쉽게 이루어진 만남도 왠지 낯설고 부끄러웠다. 아니 죄송스러웠다(그의 순결한 삶과 죽음은 한국인에게 영원한 부채다). 그렇지만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의 의미를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교토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뜻깊게 여겨진다. 시인은 ‘슬픈 천명‘이지만 동시에 ‘영광‘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 오늘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하기에. 그의 이름과 시 앞에서 오늘 우리 일행은 잠시 흔들리는 잎새가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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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을 강의하면서 가졌던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9세기 문학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문학까지는 가늠이 되는데(주요 작가들의 대표작은 강의에서 거의 다 읽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우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소개가 되지 않은 건지 궁금했는데, 이탈리아의 경우는 그나마 알렉산드로 만초니의 <약혼자들>(문학과지성사, 2004)이라도 소개된 바 있지만(아쉽게도 품절된 상태라 강의에서 다루지 못한다) 19세기 스페인문학은 전무한 상태였다. 지난해 스페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면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후 20세기 문학으로 건너뛸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다. 



지난주에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작품이 번역돼 나왔다.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레오폴도 알라스'로 약칭한다)의 <레헨따>(창비, 2017)가 그것이다. 레오폴도 알라스(1852-1901)는 정확하게 19세기 후반기를 살았는데, "스페인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비평가"로서 "베니또 뻬레스 갈도스, 에밀리아 빠르도 바산과 더불어 19세기 스페인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고 있다" 한다. 곧 19세기 스페인문학을 알자면 이 세 작가를 읽으면 된다는 것인데, 나머지 두 작가는 완역본이 소개된 게 아직 없는 듯하므로 읽을 수 있는 건 레오폴도 알라스가 유일하다. 그래도 <레헨따>(1884)가 대표작이라고 하므로 19세기 후반 스페인문학의 성취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겠다. 시기적으로 보면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와 견줄 만하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19세기 스페인 문학의 정점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의 대표작. '<돈 끼호떼> 이후 최고의 스페인 소설'로 꼽히는 <레헨따>는 스페인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타락한 사회가 벼랑으로 내몬 한 여성의 삶을 통해 19세기 말의 혼탁한 사회상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귀족 사회와 성직자 사회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1884년 초판 출간 당시에는 종교계의 격렬한 분노를 자아냈으나, 최근에는 플로베르, 졸라 등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과의 비교연구 및 페미니즘적 비평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새로운 해석과 색채를 얻고 있다인간의 복합적인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춘 생생한 인물 묘사가 돋보이며, 스페인에서는 현재도 끊임없이 영화, TV드라마, 뮤지컬로 제작되며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돈끼호테> 이후 최고작"이란 평은 스페인어권에서 남용되는 감이 있기 때문에 좀 감안해서 이해해야겠다. 그렇더라도 19세기 최고작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 일독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놀라운 건,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작품이 초역이 아니라는 점. <아나 부인의 사랑>(경희대출판부, 2003)이란 제목으로 오래 전에 나왔었다. 아직 절판되지 않은 걸로 보아 거의 팔리지 않은 듯싶은 책이다. 

 


영화로도 볼 만할 듯싶다. 



말이 나온 김에 절파된 <약혼자들>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이탈리아 문학도 강의에서 다루려면 단테의 <신곡>과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이후 20세기로 넘어가기 전에 다룰 만한 작가와 작품이 희소하다. 19세기 이탈리아문학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작품은 만초니의 <약혼자들>(1827)과 함께 조반니 베르가의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1881)이 전부다. 각각 19세기 전반기와 후반기를 대표하는 작품인 것인지 궁금하다...


17.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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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의 나이로 요절한 독일의 천재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의 <보이체크>에 대한 강의가 주중에 있었다. 예전에 공연도 보고, 작품도 두 종류의 번역본으로 읽었던 터라 강의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한편으론 좀더 자세히 다루지 못한 아쉬움도 갖게 되었다. 뷔히너의 다른 작품들까지 두루 살펴볼 기회가 있었으면 싶은데, 참고할 만한 자료들도 나와 있다.

 

 


일단 <뷔히너 문학전집>(지만지, 2008)을 옮긴 임호일 교수의 소개서로 <천재를 부정한 천재를 아십니까>(지만지, 2008)가 있다. '게오르크 뷔히너의 문학과 삶'이 부제. 일반 교양서라기보다는 학술교양서에 해당하는데, 나는 이번에 구입했다(책은 오늘 배송받았다). 사실 <뷔히너 문학전집>은 그 존재도 오늘 새삼 발견하고 주문했다(소장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라딘 구매내역에는 뜨지 않아서다. 교보에서 구입했는지도 모르지만, 절판을 염려해서 일단 주문을 넣었다).  

 

<뷔히너 문학전집>에는 <당통의 죽음>과 <레옹스와 레나><보이체크> 등의 희곡과 소설 <렌츠>가 들어 있다. 이 가운데 <당통의 죽음>과 <보이체크/레옹스와 레나>는 따로 단행본으로도 나와 있다.

 

 

뷔히너의 작품으로 가장 널리, 그리고 자주 공연되는 <보이체크>의 경우는 민음사판 외에도(여기엔 <당통의 죽음>도 포함) 더클래식판으로 <보이첵>이 나와 있고, 국립극단 리허설북으로 <보이체크>(올댓컨텐츠, 2011)도 유익한 참고가 된다. <보이체크>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제4계급(민중)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점인데,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으로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던 1913년에야 초연되었다. 그러한 지체가 우연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보이체크>는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면서 여러 차례 영화화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건 베르너 헤어조크의 <보이체크>(1979)로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이기도 한 클라우스 킨스키가 주연을 맡았다. 클라우스 킨스키가 빠진 헤어조크 영화는 사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하다. 일단 <보이체크>도 주문해놓은 상태다...

 

 

17.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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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이제 이른여름으로 분류해야 할 듯싶다. 오래 미뤄둔 집안일을 하느라 형광등을 사러 마트에 다녀와서는 위아래를 반팔 티쳐스와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반팔티를 꺼내 입었다가 도로 긴팔로 갈아입었는데, 날씨가 어느새 계절의 경계선을 넘어간 모양이다. 몸으로 느끼는 날씨가. 그런 가운데 떠올린 시인이 워즈워스다.

 

 

4월의 시가 엘리엇의 '황무지'라면, 5월의 시는 워즈워스의 '무지개'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뛰노니"라고 시작하는 시. 마침 이번에 리뉴얼판으로 다시 나온 시집은 제목을 <무지개>에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민음사, 2017)로 바꿔달았다. 생각하면 워즈워스의 시들을 읽은 것도 30여 년 전이다. 강의 중에 간혹 낭만주의 대표 시인으로 시에 대한 워즈워스의 정의를 들먹이곤 하지만, 아마도 그의 시를 강의에서 다룰 일은 없을 듯싶다(영시 가운데서는 <황무지>를 예전에 강의에서 다룬 게 전부다).  



그래도 워즈워스의 대표작 <서정담시집>(<서정민요>)과 <서곡>을 읽어보려 한다. 마침 <서곡>은 두 종의 번역본이 있으므로 보완해가며 읽어볼 수 있겠다. <서곡>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대표작으로, 스스로 "내 마음의 성장"에 관한 시라고 부른 자전적인 작품이다. 작품은 절친했던 친구이자 또 한 명의 위대한 시인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경험과 힘에 의해 자신이 시인이라는 소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생몰연대를 다시 확인하니 워즈워스는 1770년생이고 1850년에 세상을 떠났다. 19세기 전반기 영시를 그대로 대표하는 시인인 셈. 



워즈워스에 대해선 연구서도 몇 권 나와 있고, 평전을 경함 해설서도 눈에 띈다. 그 가운데 <시인과 혁명>(사회평론, 2011)은 조만간 구해봐야겠다...


17. 05. 03.


P.S. 말을 꺼낸 김에 워즈워스의 원시를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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