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때문에 '나폴레옹'에 관한 이미지들을 검색하는데, 느닷없는 포르노 이미지들까지 끼어 있었다. 알고보니 <나폴레옹>이란 제목의 포르노 필름이 있었던 것. <나폴레옹>(이탈리아, 1998).

Наполеон. Анальный секс.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

이게 포르노비디오필름을 취급하는 러시아 사이트에 링크돼 있었는데 <나폴레옹>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아주 요지경의 세상이었다(세상은 넓다!). 포르노(혹은 AV) 산업이라면 이웃나라 일본이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그건 그만큼 일본의 조직사회가 공식적인 사회적 관계에서 복종/굴종을 강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방면으론 이탈리아 또한 만만찮아 보인다. 틴토 브라스만 해도 그냥 '소프트'해 보이니까. 차이라면 일본 포르노가 대략 시나리오 불문이라면 이탈리아는 좀 '클래식'하다는 정도. 적어도 '포르노세계사' 내지는 '포르노 세계문학사'를 찍어대는 걸 보면(덧붙이자면, 포르노의 경우에도 '클래식'은 판매랭킹이 많이 떨어진다. 대중들은 '클래식'이라면 포르노도 잘 보지 않는 것!).

러시아는 거기에 비하면 아직 아마추어이다. 소비에트 시절에는 포르노'산업'이라는 게 가능하지도 않았고 따라서 유통되지도 않았었기에. 이전에 '범성욕주의자의 근대철학사'란 페이퍼를 만든 바 있는데, 이 페이퍼는 거기에 짝이 될 수도 있겠다('로망스 대 포르노'란 글도 참조할 수 있겠다). 자체 검열상 스틸사진들을 올려놓을 수는 없고, 포스터 정도만 옮겨놓는다(모두 러시아어로 출시된 것들이다). 아주 일부만. 이 목록에 마르키스 드 사드나 자허 마조흐가 올라와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햄릿> 정도 되면 웃음이 나오고, <이상한 포르노 나라의 앨리스>나 고골 원작의 <비이> 정도 되면 입이 벌어진다...

 Маркиз Де Сад. Фильмы с сюжетом.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마르키스 드 사드>(이탈리아, 1996)

Барон Фон Мазох. Садомазо и фетиш.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폰 마조흐 남작>(이탈리아, 1998)

Гамлет. В костюмах.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햄릿>(이탈리아, 1996)

Робин Гуд. В костюмах.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로빈훗>(이탈리아, 1995)

Декамерон. В костюмах.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데카메론>(이탈리아, 1997)

Белоснежка и семь гномов. Фильмы с сюжетом.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이탈리아, 1996)

Алиса в стране Порно Чудес. Фильмы с сюжетом.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이상한 포르노 나라의 앨리스>(미국, 1996)

Вий.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비이>(러시아, 2002)

그리고, 러시아에서 최근에 제작되고 있는 포르노시리즈 <백야: 상트 페테르부르크>. 페테르부르크의 주요 관광지를 다 둘러볼 수 있는 잉여효과도 챙길 수 있다(관광상품 수준이다). 4편까지 나온 모양이다.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1.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1>(러시아, 2001)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2.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2>(러시아, 2001)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3.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3>(러시아, 2001)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4.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4>(러시아, 2001)

참고로, 러시아 포르노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로는 이문영, "포스트소비에트 시기의 러시아 포르노그래피 연구"(슬라브학보, 제21권 2호, 2006)가 있다. 동영상보다 아카데믹한 쪽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06. 08. 29.

P.S. 러시아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앞에서 거명한 논문의 결론으로부터 간략하게 인용하면, "제정 러시아는 종교에 의해, 스탈린 집권 이후 소련은 이념에 의해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과 그 문화적 표현을 엄격히 금지하였고, 그 결과 포르노그래피가 전자의 경우에는 봉건적 가치에 대한 비판으로, 후자의 경우에는 국가에 의한 통제에 대한 저항으로 기능하였다..."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 이후 현대 러시아의 포르노그래피는 한편으로는 과거 시기 포르노그래피의 정치성을 계승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이 시기 포르노그래피는 소련시기에는 공공의 문화영역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등장함으로써 과거 권력에 의해 강요되어온 획일적 성담론에 대한 극복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근대 초기 포르노그래피의 비판성을 상실하고 자본주의의 성 상품화 논리를 온전히 반영하는 보수적 매체가 되어버린 서구 포르노그래피가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문화상품으로 수입되어 현대 포르노그래피의 모델이 되었다... 선정성과 상업성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대 러시아 포르노그래피가 섹슈얼리티의 담론의 다양화와 표현의 자유의 신장, 이것이 상징하는 문화적 다원주의의 발전과 확산에 기여했다는 점은 부정될 수 없을 것이다..."(2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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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06-08-2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화법을 빌자면, <저 동네>도 잘 되는 게 쉬운 건 아니죠. 열심히 '온고지신'하고 새로운 문법을 창조해내야 살아남지... -_- // [백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의 패러디, 아니면, 오도예프스키의 [러시아의 밤들] 패러디인가요??
// 그나저나, 다른 캐릭터야 성인이니까 그렇다치고, 우리의 저 앨리스 양은 <이상한 포르노 나라>에서 대체 뭘 한다요? ;;;--

로쟈 2006-08-2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야'는 보통명사입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면 앨리스는 충분히 과년한 앨리스인데요...

이리스 2006-08-29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척 고루한 코멘트입니다만.. 여긴 초등학생도 보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곳 아닌가요? 이런것을 올려도 문제가 아니될런지..

로쟈 2006-08-2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려하시는 바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이 '포르노' 구경을 하려고 번거롭게 알라딘까지 드나들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porno'란 단어만 검색해도 널린 게 포르노인 걸요. 더불어, 저는 포르노가 하나의 (하위적)'장르'라고 생각합니다...

SMOKE 2006-08-3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요즘 초등학생들을 모르시는군요.......

마늘빵 2006-08-3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근데 별로 야할거 같진 않아요. -_- 모름지기 포르노는 보고 반응이 있어야 되는데 그냥 저거 봐서는 별 반응이 안생길듯.

로쟈 2006-08-30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러시아 작품들 빼고는 저도 별로 보고픈 생각이 없습니다...

이리스 2006-08-3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그.. 그렇군요.. -_-;;;
 

러시아 영화 <리턴>(2003)이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어 제목을 따서 '리턴'이라고 붙인 모양인데, 제목 자체는 <러브 오브 시베리아>만큼이나 짜증스럽다. 집을 나간 뒤 아무 소식이 없다가 12년만에 귀환한 아버지와 두 아들 사이의 대면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므로 그냥 우리말 '귀환'이나 그 언저리에 있는 제목을 붙이는 게 타당했다('리턴'이라고 붙이면 관객이 더 드나?). 

 

영화는 여하튼 지난번에 소개된 러시아 영화 <러시안 묵시록>과는 레벨이 좀 다르다. 감독 즈뱌긴체프(1964- )의 데뷔작이면서 2003년도 최대의 문제작이었고, 그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기도 하다(영어 표기를 음역해서 '즈비야긴체프'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즈뱌긴체프'가 맞다). 재작년 모스크바 체류시 TV에서 영화와 함께 메이킹 필름을 부분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다. 비디오CD를 갖고 있는데, (지난여름을 아쉬워 하는 의미에서)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을 본 다음에 언제 시간을 내야겠다.

이 영화의 개봉소식은 아침에 이번주 <필름2.0>을 사서 읽다가 접하게 된 것인데 마침 티켓링크에서 소개기사를 제공하고 있기에 옮겨놓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개봉 이후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보도록 하겠다. 가능하다면... 

티켓링크(06. 08. 29) <리턴> - 성장의 아픔에 관한 끔찍한 우화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사는 형제 안드레이(블라디미르 가린)와 이반(이반 도브론라보프)은 12년 만에 갑자기 집에 돌아온 아버지(콘스탄틴 라브로넨코)와 마주하게 된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어색한 두 형제는 아버지와 친해지기 위해 낚시여행을 떠나지만,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아버지와 친해지는 것이 쉽지가 않다. 12년 만에 만난 아들에게 하는 것 치고는 너무나 친절하지 않아서 진짜 아버지가 맞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는 사이 형 안드레이는 아버지에게 묘한 유대감을 느끼지만, 동생 이반은 자신을 꾸짖기만 하는 아버지가 밉기만 하다.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미움과 갈등만이 남은 세 부자의 여행은 계속되고, 아버지는 무엇을 하려는 심산인지 인적이 없는 섬으로 두 아들을 데려간다.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 감독의 데뷔작 <리턴 The Return>은 무시무시한 성장드라마다. 어머니 밑에서 자라던 두 형제 앞에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의 존재는 평온했던 삶을 뒤흔들어 혼란을 가져오는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가족을 떠나있던 12년에 대해서 어떤 설명조차 해주지 않고(*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나로선 소비에트 해체 이후 '12년'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부재의 시대), 그저 자신의 목적과 방법대로만 여행을 강요하는 아버지는 이미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듯 보인다. 그래서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반기를 드는 말썽쟁이 동생 이반에 비해 아버지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 안드레이의 모습이 더 유약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는 두 형제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웅덩이에 빠진 자동차를 빼내는 방법이나 배의 노를 젓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형제는 폭력과 질타를 일삼는 아버지에게 대들거나 순응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의지를 시험받는다. 마침내 아버지와의 갈등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형제는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끔찍한 비극을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와 함께 왔던 길을 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리턴>이 보여주는, 아직 여리기만 한 마음 한구석을 섬뜩한 칼날로 도려내는 성장의 고통은 아버지를 죽여야했던 오이디푸스의 그것과도 닮아있다. 2003년 베니스영화제는 이 외면하기 힘든 한 편의 '끔찍한 우화'에 황금사자상을 선물했다.

HOT  우리에게 낯선 러시아 영화지만 <리턴>이 주는 재미는 적지 않다. 특히 악동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갖춘 이반 도브론라보프의 매력적인 연기가 쏠쏠한 웃음과 진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COLD 등장인물이 적고(영화 중반부터는 세 명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건의 진폭이 작아서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듯.

06. 08. 28.

P.S. 참고로, 러시아 관객의 지적에 따르면, 영화속 아버지의 형상은 그리스도의 변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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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들이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던 수학의 난제를 풀고 홀연히 사라졌던 러시아의 한 천재 수학자의 행방을 전하고 있다. 현재 실직상태로 월 5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으며 노모와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노모를 위해서도 상금을 받아서 호강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계산법에 맞는 것이지만, 이 러시아 수학자는 그런 셈에는 둔감한 모양이다(더구나 그는 유태계이다!). 이래저래 러시아는 이해하기 난감하다...

 

중앙일보(06. 08. 21) 러시아 수학 천재는 실직 상태

-100만 달러(약 10억원)의 상금이 걸린 수학 난제 '푸앵카레의 추측'을 풀고도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40.사진)이 실직 상태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20일 그가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어머니의 아파트에 얹혀 살고 있다고 전했다. 모자의 한 달 수입은 어머니가 받는 약 5만4000원의 연금이 전부. 인류가 한 세기 동안 씨름해 온 수학 문제를 풀었지만 정작 자신의 빈곤 문제는 풀지 못한 것이다.

-페렐만의 은둔 생활은 2003년 러시아 수학연구소인 스테클로프에서 해고된 뒤 시작됐다. 한 지인은 "해고된 이후 그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자신감을 잃었고, 수학은 물론 세상과도 단절한 채 지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아무런 수입원이 없는 상태다. 그는 이번 주 발표될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의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수상식장에 가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국제수학연합 총회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갈 여비가 없기 때문이다(*필즈상은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으로 안다.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이다).

-그의 친구들은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누구에게 도와달라는 말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가난하지만 그는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푸앵카레의 추측'을 푸는 사람에게 내건 100만 달러의 상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는 선데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나서지 않은 것은 단지 내가 주목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세상의 관심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자기 홍보는 요즘 흔한 일이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나에 대해 뭐라고 쓰든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이런 성격은 2002년 '푸앵카레의 추측' 풀이를 공개한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얻은 결정적 단서를 유명 학회지에 발표하는 대신 인터넷에 올렸던 것이다. 그는 "내 풀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조민근 기자)

한겨레(06. 08. 21) 종적 감춘 러시아 천재수학자, "노모와 월 5만원..." 

-3년 전 수학계에서 100여년 동안 풀리지 않던 푸앵카레 가설을 증명하는 짧은 논문을 인터넷에 올린 뒤 종적을 감춘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40) 박사의 행방이 확인됐다. 푸앵카레 가설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선정한 ‘21세기 수학의 7대 난제’ 중 하나로,연구소는 이를 해결하는 연구자에게 100만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페렐만 박사는 지난해 12월 실직한 뒤 매월 30파운드(약 5만원)의 연금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라한 아파트에서 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일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의 수학 연구기관인 슈테크로프 연구소와 사이가 나빠져 연구원으로 재임용되지 못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렐만은 2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연맹 총회에서 수학판 노벨상인 ‘필즈 메달’의 유력한 수상후보자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대회 참석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렐만 박사는 지난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주목을 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며 (100만달러를 주겠다는) 횡재에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그는 자신의 실종에 대해 “숨기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며 “그저 대중이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렐만 박사의 친구들은 “그가 10년 넘게 노력한 끝에 푸앵카레 가설을 증명했지만 저명한 학술지에 그 결론을 싣지 않고 인터넷에 올렸다”며 “이는 그가 타고난 겸손한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페렐만 박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16살 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만점을 받았다. 박사 학위 취득 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엔 미국 유수 대학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의받고도 모두 뿌리치고 1996년 러시아로 돌아갔다.(박현정 기자)

 

 

 

 

06.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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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8-2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기사 읽고 참 놀랐어요...

이네파벨 2006-08-2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수학이라는 과목이랑 수학자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어마무지한 애정과 경외를 느끼는데요...

수학자들은 뭐랄까...어떤 의미에서 가장 종교적인 사람들인거 같아요.
궁극의 어떤 것, 절실한 어떤 것 하나만 바라보고 나머지 시야를 어지럽히는 삶의 자질구레한 장신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구도자와 같은 면이...있는거 같아요.

저 위에 올려주신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겁니다." 저 책...
제가 꼽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책 가운데 하나랍니다.

우연히 손에 들어와 읽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마음을 깨끗하고 맑게해주고...미소짓게 해주었던 책으로 기억해요...
그 주인공 (폴 에어디쉬?) 역시 평생 독신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았죠...

제한된 용량의 인생...시간...관심..사랑..열정..등을....세상사람들이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뜬구름을 다 잡아보려고 아둥바둥하면서 사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해서 쏟아부은 삶의 감동....부럽고 멋지네요...

로쟈 2006-08-2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미친 겁니다>는 저도 헌책방에서 반값에 샀던 책인데, 100여쪽쯤 읽다가 어디 두었는지 모르겠네요(^^;)...

도레미쏭 2006-08-2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자버젼이네요.

로쟈 2006-08-2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라면 페렐만은 스스로 때려치운 게 아니라 '해고'당했고, 막대한 재산가가 아니라 가난한 연금생활자란 것이죠...

도레미쏭 2006-08-2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린스턴 대학이랑 스탠포드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수학자 상이니, 10억에 가까운 상금도 거부하고 있고요.

로쟈 2006-08-2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공통점이겠지요.^^

헤르베르트 2006-08-2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생활이 어렵다고 투덜댈수도 없겠네요 일자리도 마다하고^^ 푸앙카레의 추측이랑 페렐만의 풀이를 간략하게 설명한 것도 보도 되면 좋겠다... 퍼감니다;;

푸른괭이 2006-08-2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제 밤새도록 <얀덱스> 뒤져봤는데, 역시나 쥬체프 말대로 "러시아는 머리(=이성)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나라인 듯. 러시아신문 어디 보니까 페렐만이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들고 있는 건 위험하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데, 이거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식 희극 아닌가요? ^^ ... <수학>이란 학문도 독특하고, 러시아도 독특하고, 저 인간도 참 독특(=위대)합니다...

푸른괭이 2006-08-2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곁들여, 페렐만의 외모는 아무래도, 키예프 역이나 리가 역에서 노숙생활하는 '봄쥐'를 닮았어요.. -_- 젊었을 때 사진은 처음 보는데, 정말 모범생처럼 생겼네 그려. 겸사겸사,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대가 로바쳬프스키가 러시아 사람이었다는 것도 상기할 만합니다. 그도 당대, 국내에선 별로 인정을 못받은 모양인데, 가우스가 그나마 그의 이론(?)을 높이 샀다네요. 리만이 나온 건 로바쳬프스키 이후죠, 아마? 겸사겸사, 수학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지네요... -_-

로쟈 2006-08-2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들 먼저 쓰시고.^^
 

지난주 러시아 관련 기사들 중 눈에 띈 것을 옮겨둔다. 러시아의 유명인사들이 유럽 언론에 대해서 '변화하는 러시아'에 대한 '공정한 보도'를 호소했다는 내용이다.  

문화일보(06. 08. 04) “왜 러시아 변화상 제대로 전달 않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3일 “외국 매스미디어에 보내는 호소”라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실은 이들은 옛 소련과 러시아의 학계와 문화예술계, 스포츠분야 유명인사들 이다. 이들은 신문 지면 4분의1을 차지하는 광고에서 서구 언론들의 ‘반(反) 러시아 보도’를 비판하며 민주화와 경제회복을 비롯한 러시아의 변화상을 제대로 전달해줄 것을 호소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 네티즌들과의 대화 에 나서는 등 러시아 정부가 국가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맞 물려, 명사들의 이례적인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호소문에 서명한 사람은 옛 소련 시절 세계체스챔피언으로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지낸 아나톨리 카르포프, 저명한 경제학자 니콜라이 페트라코프, 러시아 인민예술가인 유명 지휘자 알렉산데르 라자레프, 공훈배우 알렉세이 구스코프 등 10명이다. 옛 소련 붕괴 뒤 마피아적 기업가와 관료들이 설치는 러시아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페트라코프(사진)가 이번에는 러시아를 옹호하는 광고에 이름을 올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최근 러시아를 범죄와 부패,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이 기승하는 나라로 묘사하는 서방 언론들의 보도가 늘고 있다”며 “그들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뿐 아 니라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까지 막으려고 한다”고 주 장했다. “서방은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정한 변화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 민주화는 이제 러시아에서 멈출 수 없는 대세가 됐고, 시장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러시아 기업들은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러시아가 태어날 것이다.”

-러시아 지식인들이 서방에 보내는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글은 또 ‘러시아적 민주화’에 서구인들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에 거부감을 표하면서 문화적 다원성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소문은 “국제정치 무대로 돌아온 러시아는 민주화를 추진하되 전통적 가치와 결합시키려 애쓰고 있다”면서 “어느 나라든, 어느 민족이든 자기네 삶을 자기네 전통과 경험에 따라 창조적으로 꾸려갈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도 개방과 협력을 원하는데 왜 선진국들은 우리의 과거를 들먹이며 우리의 현재를 비판하느냐”면서 “철의 장막이나 냉전 같은 것을 잘 모르는 신세대, 자기가 바라는 것을 스스 로 선택할 수 있고 자유로운 러시아의 미래가 될 새로운 세대에 게 ‘세계를 암흑의 러시아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들어간다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호소문은 서방에 “냉전시절의 클리셰(상투어)에서 벗어나 객관 적으로 러시아를 바라볼 것”을 촉구하면서, “열린 대화 속에 러시아와 서방의 새로운 관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으로 끝 을 맺었다.(구정은 기자)

06. 08.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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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G8 정상회담이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바 있다. TV뉴스에 자주 나왔을 법한 장소가  회담장소였던 콘스탄틴궁이다. 이 콘스탄틴 대공의 사저를 복원한 것이라 하는데, 페테르부르크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관련 참고자료로 관련 칼럼을 옮겨놓는다. 조선일보 정병선 특파원의 기사이며, 크렘린궁에 관한 내용도 연달아 옮겨놓는다.  

Konstantin palace in Strelna

조선일보(06. 07. 28) 권위보다 국민 배려

-G8(선진공업 8개국) 정상회담이 열렸던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콘스탄틴궁(宮)이 세계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회담이 열리는 동안 이곳은 이미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회담장에서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한참 동안 궁내 장식물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됐으며, 각국 정상들이 궁전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한 게 모두 기사화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곳은 미국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목장’과 같은 존재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할 때마다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자신과 친밀한 각국 정상들을 초대해 회담하고 파티를 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텍사스 목장’에서 영감을 얻어 이곳을 만들었다. 지난 2001년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목장에 초대받아 지내며 강한 인상을 받은 뒤 자신도 부시 대통령처럼 고향에다 그와 비슷한 대통령의 별장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의 의지가 콘스탄틴궁 복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콘스탄틴궁은 제정(帝政) 러시아 때 건축됐지만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침공하면서 완파돼 건물 터만 남았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방문 직후 궁 복원 지시를 했다. 특히 궁을 단순히 제정 시대 궁전으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 정상들을 초대해 회담도 하고 함께 지내며 식사와 여가를 겸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의 관저이자 정상회담 장소로 손색이 없도록 한 것이다.



-콘스탄틴궁 복원에는 재건축비가 250만 달러 투입됐지만, 실내 장식 등 내부 시설에 투입된 예산은 건축비보다 10배 이상 소요됐다. 크리스털 장식과 대형 거울, 금으로 도장된 장식품이 즐비한 회의실은 눈이 부실 정도로 호화찬란하다. 궁전 주변 50㏊에는 정원과 현대식 호텔(코티지식)이 바다를 배경으로 들어섰다. G8 정상회담에 초대받은 정상들은 이곳을 숙소로 사용했다.

-지난 2003년 도시 창건 300주년 기념식 때 주 행사장으로 이용됐던 이곳은 당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45개국 정상들을 맞으면서 처음 공개됐다. 그때는 일부 선택받은 정상만이 이곳에 묵을 수 있었다. 콘스탄틴궁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각국의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제정러시아 황제처럼 군림하며 여름 궁전을 만들었다”면서, ‘콘스탄틴궁’이 아니라 ‘푸틴궁’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이곳은 개관 이후 매년 1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기존 표트르 대제의 여름 궁전 ‘표트르궁’, 예카테리나 여제의 여름 궁전 ‘예카테리나궁’(*아래 사진)과 더불어 백야(白夜)로 유명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시(市) 최대 명물로 떠올랐다.

Czar's Village. Catherine palace. Church wing

-콘스탄틴궁은 푸틴이 이곳에서 자주 외국 정상과 회담하면서 국제적으로 알려진 면도 있지만 정부가 이곳을 단지 대통령 별장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인에게도 공개하면서 더 유명세를 치렀다. 실제로 이곳의 정상회담장인 대형 회의장과 숙소는 실비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상시 개방하고 있다. 관광도시인 상트 페테르부르크시는 콘스탄틴궁의 성공적 결과에 고무돼 제2, 제3의 콘스탄틴궁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콘스탄틴궁은 대통령의 별장이지만 대통령 소유가 아니고, 특별한 인사의 전유물도 아니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국민 모두의 것으로 여긴 러시아 정부의 파격적인 마인드가 가져온 하나의 수익 모델이다.

조선일보(06. 02. 10) ‘크렘린궁 패밀리’ 되려면… ‘줄’ 없으면 꿈도 꾸지마

-러시아에서 모스크바의 권력중심을 상징하는 크렘린궁. 그 행정실은 크렘린궁을 둘러싼 3개의 건물에 분산돼 있다. 행정실은 대통령 행정실로도 불리며 러시아에서는 별천지로 통한다. 그만큼 이곳에서 근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다.

-행정실은 분석국, 통제국, 외교국, 내무국, 인사국, 포상국 등 모두 12개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직원은 약 2000명 정도. 평균연령은 45세로 알려졌다. 더 이상은 비밀이다. 행정실 직원을 뽑는 원칙은 모스크바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에서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은 공무원들 가운데 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맥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의 길로는 미국 백악관처럼 인턴십 연수과정을 거쳐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다. 인턴들은 주로 모스크바국립대, 국제관계대, 모스크바외국어대학 학생들이 총장 추천을 받아 선발된다. 연수기간은 대개 3~4개월. 이 기간 동안 국가정보기관은 인턴이 제출한 이력서의 진위와 신분조회를 한다.

 

-실제로 모스크바국립대 졸업생들이 ‘크렘린궁 패밀리’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역사학부, 어문학부, 법학부, 언론학부, 아시아·아프리카학부 출신들이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행정실 근무자인 콘스탄틴 포르마료프(가명·35)는 “최근 공무원 채용부터 퇴직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한 ‘공무원법’이 제정됐지만, 아직은 크렘린궁 패밀리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스크바대 출신에다 ‘줄과 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러시아는 '줄'과 '친구들'이 말하는 사회이다).

-대통령 행정실 직원들의 월급은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부국장급 월급이 3만1500루블(1100달러 수준), 중간급은 1만루블 정도이다. 하지만 월급보다 많은 온갖 특혜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국장의 경우 국가관리용 고급별장과 자가용이 특별 제공되며, 직원 모두에게는 러시아 최고 병원으로 치는 ‘대통령총무국 산하 부속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러시아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여름휴가 동안 흑해 요양소 이용권을 3분의 1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3주 동안 흑해요양소 이용권은 5만5000루블 수준이다.

-자녀들에게도 온갖 혜택이 주어진다. 유아(2~7세)들은 대통령 총무국 산하 부속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고, 특수학교 입학도 보장된다. 대통령 총무국이 특별히 선발한 교사들이 아이들을 교육시킨다. 행정실 직원 자녀들은 두세 가지의 외국어 습득은 물론 예체능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등 마치 제정 러시아시대의 귀족 교육과 같은 과정을 받는다.

-이 때문에 크렘린궁 행정실은 행정직 외 기술직, 식당 종업원조차도 경쟁이 치열하다. 한번 크렘린궁 행정실 직원이 되면 20~30년 이상 평생 근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식 역시 대를 잇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크렘린궁 행정실 직원 같은 철밥통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06.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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