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러스 아담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후리는 광고문구. 도서관에서 훔치고 싶은 책 1순위라느니, 범우주적 인 거대한 농담이라느니.

BUT  이 시리즈는 작가가 되는 대로 써낸( 내가 한 얘기 아니고, 작가가 한 얘기니 딴지 반사) 라디오 방송 원고가 의외로 어떤 사람들에게 기발하게 여겨졌고,( 이것도 작가가 한 얘기) 돈이 되는 시리즈가 되었다. 결국, 책도 나오고, TV시리즈도 나오고, 게임도 나오고 이제 영화도 나온다고 한다. 모든 다른 장르의 내용이 조금씩 또는 완전히 틀려서 매니아들을 매니아스럽게 만든것으로 보인다.  오디오북( read bu author 흠흠) 으로 들어봤는데, 완전 좋은 얄미운 목소리의 저자에게 반해버렸다. 라디오 시리즈였을때가 가장 골때렸을 것 같다. 책은? 글쎄-

2.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기행 

처음으로 접했던 이주헌의 책이다. 대략 별로일꺼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 왜??)

 근데, 좋다. 많이 좋다.

 기대가 별로 없어서 더 좋았을지도.

나의 여행 주제를 정해준 책이다. '프랑스', '미술' , ' 기행'

3. 로알드 달 - 찰리의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의 작품은 제발 좀 영화로 안 나왔음 하는 심정이긴 하다.  팀버튼의 이 작품은 좀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초콜릿과 단 것을 싫어하는 관계로, 그닥 재미도 없었고, 주인공 찰리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부류의 얌전하고 운 좋은 아이였고, 뭐 이래저래 맘에 안 든 책이었다.

 

 

 4. 콜린 덱스터의 ' 모스 경감 시리즈'  ' 우드스톡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

 처음으로 읽었던 ' 옥스퍼드 운하 사건' 보다는 별로였다. 옮긴이의 말처럼 두번, 세번 읽어야 그 치밀한 논리의 그물에 감탄할 수 있는 걸까? 그러기엔 세상이 넓고 책은 많다. 이지만. 아무튼. 다시 뒤적이고 싶은 날이 오리라.

 

 

5. 아사다 지로 ' 파리로 가다'  

웃기는 소설을 써 보겠다가 팔 걷어부친 아사다 지로의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에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 다들 각기각색의 불행을 겪었고 각기각색의 인생의 짐을 지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 당신들 누구요 물었을 때 전직 경찰관이요, 정리해고 당한 OL이요, 트렌스젠더요, 라고 말하는 쌩뚱맞은 조합의 이들은 서로서로 잘 어울리고, 착.하.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색색의 불행을 떠 않은 착.한. 사람들이다.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에서 작가의 모습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인생의 해피앤딩은 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우리는 아사다 지로의 소설 속에서 해피앤딩을 엿볼 수 있다.

6.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아이의 책은 아이의 책으로 봐야하는데, 머리가 굳어서 맘에 안드는점만 자꾸 찾아낸다.

대신 하드웨어 ( 책의 질이라던지, 일러스트의 훌륭함이라던지)에 더 집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것도 좀 짜증스럽기는 하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떨쳐 버리고 그저 강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을 상상하고, 피크닉 가서 잔디밭에 드러누워 버드나무가 바람결에 속삭이는 모습을 그리면 될것을.

 7 . 스위트홈 살인사건

지금까지 읽은 동서추리문고중 가장 재미없는 책이었다. 이 책은 한참 추리소설에 빠지게 될 그 무렵. 엘러리 퀸 소설을 읽기 시작할 그 무렵, 표지가 예뻐서 샀던 책이다. 근 6개월만에 이제야 읽게 되었다. 역시 표지 빼곤 건질게 없는 책이었다.

그저그런 드라마 한편 본 느낌.

 

8. 샬롯의 거미줄

음. 불과 얼마전만하더라도 난 다니엘 페낙의 '늑대의 눈'을 보는 내내 펑펑 울었는데, 그 감동적이다는 '친구가 되어줄께' 라던가, '널 살림으로써 내 삶을 승격시켰어' 라던가 하는 장면에 그다지 코끝 찡하거나 감동받지 않았다는점은 좀 아쉽다.

윌버의 목숨을 구하고, 이 농장에서 일어난 특별한 일에 함께한 인간소녀 펀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세상에 눈을 뜬다. 그녀가 농장에서의 일을 말할때마다 엄마는 걱정한다. 그러다 결국 의사를 찾아간다.

" 그래도 저는 그 거미줄에 어떻게 글자가 씌어졌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이해가 안 되고, 전 이해가 안 되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요."

나이가 들수록, 동물의 말을 듣지 못하게 되고, 이해 되지 않는 일을 좋아하지 않게 되는건 좀 슬프다.

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 - 어슐라 르 귄

이 책은 예쁘고, 단순하고, 거미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어술려 K 르귄의 글이다. ( 근데 , 요 부분은 아무 상관 없다. 뭘 기대한건지?!)

 

 

10.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읽었다.  유럽여행가기 전에 이리저리 여행서, 미술서들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괜찮은 책, 진짜 별로인책들을 읽어치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미술서 플러스 알파인 책들이 있다. 두번 세번 읽어도 좋은 책들인 것이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형들일진데, 서경식과 그의 누이는 가족을 감옥에 둔 사람들의 '세상'이라는 또다른 감옥에 같혀 있는 것 같았다. 옥중기보다 더 옥중기 같은 책이다.

11. 특별요리

오랜만에 발견한 괜찮은 추리단편집.

 결말을 알고 두번 세번 보더라도 재미있을 수작.

 

 

12. 김태권 ' 십자군 이야기 1'

한동안 나로 하여금 중세 관련 책을 마구 사게 만들었던 시초가 되었던 책.

앎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책.

그러면서도 너무 쉽고 재미있는 책.

13. 브라운 신부의 동심

브라운 신부와 프랑보우를 셜록과 왓슨의 관계에 대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둘이 정말 특이한 파트너라는 것은 분명하다. 190이 넘는 거구에 곡예사와 같이 날쌘 몸놀림, 격투도 빠지지 않고, 일당 백까지는 아니라도 넷 정도는 가쁜히 상대하는 괴력의 사나이. 절도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대도 프랑보우. ' 행동' 만이 좌우명인 그와 동그란 얼굴 볼품없는 체구. 짧은 다리. 검은 모자에 신부복, 커다란 박쥐우산을 손에 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브라운 신부.

너무 재미있어 주신다. 웃다가 배꼽빠진다 라는 통속적인 표현도 서슴없이 쓸 수 있다. 대략 내 취향인걸.

14. 알랭 드 보통 ' 여행의 기술'

유럽 영화제때 심야영화 기다리다 반디엔루니스에서 사고 어딘가 박혀 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난 나의 최고 리스트에 올릴 또 한권의 책을 그렇게 만났고, 그렇게 읽었다.

 

 

 

15. 도리스 레싱 ' 런던 스케치'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을, 그래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담담하게 스케치한 그녀의 책이 버겁고, 마음이 무거워질 뿐이다.

희망’, ‘행복’, ‘감동’, ‘스릴’ 등의 단어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게 만든다. 무미건조한 삶이 증오스럽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만든다. 그녀가 허용한 유일한 감정은 비상구가 없는 삶에 무뎌진척 살다가 문득 두꺼운 가면을 깨고 삐져나오는 감정의 격렬함뿐이다. 그나마 그 격렬함도, 재빨리 수습해버리는 영국인의 대단함에 놀랄뿐이다.

읽고 나서 다시 되새길수록 아 이 책 좋구나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구나.

16 . 얼 스텐리 가드너 ' 말더듬이 주교'  

평이하지만, 재미있는 시리즈물이다. 재밌으면 되었지. 뭘 더 바라느냐?

 

 

 

 

17. 루이스 세뿔베다 '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는 고양이'

작가는 루이스 세뿔베다.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 이나 '지구 끝의 사람들'  등의 작품들에서 보듯이, 작가는 그린피스나 유네스코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파괴되는 환경에, 멸종되는 동식물에 대해 경고한다. 어느날 작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인간이 자연을 훼손함으로써 빚어지는 폐해에 대해 이야기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갈매기가 나오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고양이들이 나오며, 침팬지도 나오는 색다른 동화를 씀으로써 약속을 지킨다.

" 오직 날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죠."

내가 좋아하는 루이스 세뿔베다의 동화. 삽화는 우리나라의 이억배님이 하셨는데, 그것도 감동이다. 정말이지, 세뿔베다한테 우리나라 책 한권 보내주고 싶은걸?

18. 서경식 ' 소년의 눈물'  

서경식의 담담하지만 묵직한 글은 생각보다 더 가슴 깊이 자욱을 남긴다. 평소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일본 시선 몇권을 골라 본다. 새삼 에리히 케스트너의 책들을 구석에서 꺼내 본다. 읽을 엄두 못내고 있었던 루쉰의 책과 프란츠 파농의 책들을 드디어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저자가 끝내 읽지 못한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오기반 재미반으로 주문해본다.

두권이나 읽었네. 서경식의 책. 아무리 좋아도 한달에 한 작가의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드문데, 읽었을 때만큼의( 리뷰 지금보니 캡 오버다;;) 감동은 아니지만, 거품을 걷어낸 진국은 여전히 내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

19. 키리코 나나난 ' 호박과 마요네즈'

세이이치는 그녀의 ‘양심’ 이고, ‘일상’이다.

하기오는 그녀의 ‘일탈’이고 ‘몽상’이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부리는 땡깡’이다.


‘일탈’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휴- 하고 한숨짓게 된다. 무척이나 예쁘고 안심이 되는 결말이다.

“우리들의 이 흔해빠진 일상은 실은 아주 망가지기 쉬워서 끝내 잃어버리지 않는 건 기적이다“

마음 짠하고 잠시나마 나를 돌아보게 해 주었다.

 

20. 반다인 ' 그린 살인 사건 '

그린집안의 저택에는 검은 오라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무언가 기괴하고, 끈적끈적한 보이지 않는 괴물이 있다. 사람들 속에, 혹은 사람들 사이에. ( 심령소설/괴기소설 아니다) 두 딸, 그리고 양녀, 아들 둘, 그리고 반신불수의 어머니. 집사와 하녀둘 요리사. 그리고 가족의 주취의. 온통 안 이상한 사람이 없고, 그 와중에 한명씩 한명씩 단서라곤 남기지 않으며, 그린가의 가족들이 죽어간다.

뭐, 그다지 술술 읽은 책은 아니지만, 재미있었고,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21. 플로베르 [애서광 이야기]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기쁨을 주었던 책.

 

 

22. 이솝우화

왠지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고 싶었던 '이솝 우화' 를 읽었다. 한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씩의  207개의 이야기가 있다. 주로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인데, 잘 아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이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그 외에도 태양과 바람의 나그네 옷 벗기기 이야기들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내가 회사 들어와서 딴지스러워진건지는 모르겠지만, 글 하나하나마다 투덜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때는 이미 이 반복되는 우화가 상당히 지겨워진 후였다.

딴지로 시작해 딴지로 끝난책. ( 그러니깐, 나는 읽는내내 딴지를 걸고 있었던거)

 

23. 내 인생 최고 최악의 것들

책 소개를 읽기 며칠전 티브이에서 이문열의 인터뷰를 보고 머리에서 김이 낫던지라, 확 와닿았다. 물론 송경아씨의 글은 320페이지 가량의 분량의 책중 네다섯 페이지를 넘지 못한다. 별 기대 없이 공감을 위해 샀던 책은 이런류의 모음집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정말 사고 싶지 않은 종류의 책이라, 몇번이나 장바구니에 들었다 놨다, 서점에서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사 버리고 말았지만, 의외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음. 재미있었어.

 

24. 너세네이얼 웨스트 ' 미스 론리하트'

절망녀, 상심녀, 모든게 지겨운 여자, ( 그러고 보니, 소개 되는 편지들이 다 여자로 부터 온 것이다.  유일하게 남자로부터 온 편지는 미스 론리하트에게 직접 건네지고,  파티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전달되지 않는다. ) 들로 부터 받는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의 구세주가 없는 인간들의 갑갑한 이야기들은 독실함과 의구심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기독교인인 미스 론리하트를 황폐화 시켰다가, 집착하고, 강박하게 했다가, 굳건하게 했다가, 결국은 깨달음을 줬다가 그 즉시 모든 것을 빼앗는다. 

최고다!

 

 1월엔 맘에 드는 작가들과 책들을 많이 만났다.

알랭 드 보통, 내서네이얼 웨스트, 서경식, G.K. 체스터튼, 아사다 지로, 이주헌,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책은 별로였지만, 더글러스 애덤스까지.

벼르다가 만난 작가들로는 반다인, 얼 스탠리 가드너, 도리스 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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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3-12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네권. 그러니깐
 

꼭 받고 싶은 상, 꼭 받고 싶은 상

'김치'라는 글은 2002년 문화일보에서 주관한 김치 엑스포를 보고 나서 쓴 참관기였다. 그러나 그 글 가운데 다음의 대목은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라는 책을 읽고 나서 썼던 오래 전의 독후감이 부분 수정, 인용된 것이다: " 나는 평소에 김치의 매력은 그것이 건강을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혈관이나 신장, 위 어느 한 곳이라도 좋지 않은 사람은 김치를 먹을 수 없다. 어느 한 곳이라도 탈이 나서 병원에 가면 의사는 맵고 짠 음식을 피하라는 처방을 내리기 일쑤고, 그것은 바로 김치를 금하는 것이다. 더 말해서 무엇하랴. 고작 입천장이 헐어도 맛나게 먹을 수 없는 것이 우리집의 주치의인 김치인 것이다." 1995년에 그 글을 써 놓고 나서 나는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다. 도대체 우리나라에는 김치협회도 없고, 김치제조업조합도 없는가? 저런 문장을 보았다면 응당 '김치예찬 감사패' 같은 것 하나쯤은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재치 약간, 뻔뻔스러움 약간, 귀여움 약간을  억지에 잘 버무린 위와 같은 문장을 보니 알라딘의 어떤 분이 떠올랐다.

취미

루소 이후 서양에서 활약했던 지식인들의 위선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추적한 [지식인들]이라는 제하의 두 권짜리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 나면 마르크스나 브레히트, 사라트르와 같은 지적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이 일순에 가신다. 저자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 책의 얄미운 요지는 생생히 기억한다:"지식인들은 보편적인 인간은 사랑하지만 구체적인 인간은 사랑하지 않는다. " 다시 말해 지식인들은 수천 년 전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던 노예의 인권이나 아무런 혈연도 없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기아에 대해서는 게거품을 물지만 현재 자신의 주위에 살아있는 부모나 형제, 배우자, 자식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평생을 괴롭히는 이중인격자라는 것이다. 공동체의 이익과 선을 생각하는 지성인과 달리 지식인은 저 자신의 영달과 가족의 안위만 생각하는 무리라는 80년대식의 의식화를 상기하면서 "당신이 방금 말하신 그 지식인은 지성인을 잘못 말하신 것이겠지요?"라고 말장난을 뇌까리며 덮은 그 책의 요지를 취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시 떠올리는 까닭은 복잡하지 않다. 내가 보기에 무취미한 인간이 이런저런 취미를 가진 인간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바둑이나 낚시, 등산 등등의 취미에 빠진 인간이 제대로 가족구성원 노릇을 하는 걸 아직 못 봤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현관 앞에 군화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 첫 휴가를 온 외사촌 동생이었다. 처음에는 " 흠, 용돈을 5만원 주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내가 어릴 때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용돈이 얼만데. 그러나 좀 있다가 생각이 바뀐다. " 새로 나온 누구의 CD를 사야하는데." 그래서 2만 원이 깎이고, 좀 있다가 1만 5천원이 다시 깎이고 한 30분 뒤에는 "에이, 돈도 없는데 다음에" 함녀서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 버린다. 취미에 빠진 사람에 의해 그의 가족이나 친구가 착취당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그들은 자기 취미 속에 빠지기 위해 늘 " 다음에" 하면서 달아나 버린다. 낚시광들의 '주말과부' 는 그렇게 해서 생긴다.

 

 

 

 

 

장정일의 독서가 보이는 글이다. 음악과 독서라는 취미로 주위 사람들을 꽤나 외롭게 하나보다.

[독서일기] 1권 자서

어린 시절의 내 꿈은 이런 것이었다.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 누가 이것을 소박한 꿈이라고 조롱할 수 있으랴. 결혼은 물론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도 없이, 다만 딱딱한 침대 옆자리에 책을 쌓아 ㄴ호고 원 없이 읽는다는 건 원대한 꿈이다. 그러나 나는 재수 없게도 공무원이 되지 못했을 뿐더러, '행복한 저자' 역을 맡지도 못했다. 시인, 소설가라는 꿈에도 원치 않았던 개똥같은 광대짓과 함께 또 한 권의 책을 출간하고자 머리말을 짜내고 있는 나는 '불행한 저자'이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에를 들어 내가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톨스토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위와 같은 꿈을 가졌을법한 사람을 나 말고 한 명 정도는 더 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1. 대구 하면 장정일이 떠오르게 되었다.

2. 작가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건 아마도 ' 음주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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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종 도뇌르 훈징][한스 팔라다 상][독일추리문학상] 일본마이니치 신문[특별 문화상]수상작가

독일 시사주간지[슈피겔] 57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 전세계 2-여개 국어로 번역 출간된

단편집!! ?? 잉?? 단편집이었던거야? 그런거야? 소녀와 도마뱀, 외도, 다른 남자, 청완두, 아들, 주유소의 여인으로 이어지는 책이다. 재밌겠다.

 

 존 버거의 결혼을 향하여. 이윤기 옮김.

오늘도 여전히 심난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미뤄놓았던 존 버거의 책들을 뒤적여본다.  ( 물론 인터넷에서.  )

그러다가 배송기간이 길었던 몇권을 교보에서 집어본다.

To the Wedding. 뭘까? 무슨 얘길까? 궁금하다.

 그리고 열화당에서 나온 이 책. 비닐에 곱게 쌓여 있다. 하얗고 작고 가벼운 책.

비닐을 아무렇게나 뜯고, 허겁지겁 아무페이지나 펼쳐본다.

 

 

 

오손에서의 한 때

오손의 작은 우체국에는 푸른 눈의 여직원이 있다. 두 번 갔었다. 당신에게 소포를 부치러 갔을 때가 처음이었다. 여직원이 저울에 무게를 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소포를 풀고 있는 당신 손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 사 킬로 삼백 그램이군요."  손으로 포장된 그 소포에는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하나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보내는 이의 손가락이 묶었던 매듭을 받는 이는 풀 것이다. 오손에서 내가 묶은 그 매듭을 풀고 있는 당신 손을, 나는 그 우체국에서 마음속으로 봤던 것이다. 열흘 후, 다시 읍내로 나가 그 우체국에 들렀다. 이번에는 당신에게 보낼 편지 때문이었다. 당신에게 소포를 보내면서 느꼈던 찌르는 듯한 상실의 고통이 기억났다. 그런데 내가 잃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소포는 잘 도착했고 당신은 그 근대 뿌리로 수프를 만들었다고 했다. 오렌지 꽃으로 만든 증류액이 담긴 병은 그 벽장 안 당신 옷들 위의 선반에 놓아두었다고 했다. 소포가 어떻게 될까 하는 그 하잘것없는 미래가 잃어버린 것의 전부였다. 우리의,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는, 그들의 잃어버린 희망에 대해서다. 소포를 들고 갔던 남자는 마치 죽은 사람과 같았다. 희망은 끝나 있었다. 그러나 편지를 들고 간 남자는 이제 다시 자신의 자리에 희망을 갖고 돌아가 있었다.

Die Wahlverwandtschaften

몇번인가 사려고 시도했던 이 책이, 이 책을 보고 싶었던 그 순간부터 항상 품절이었던 이 책이  누군가가 빼 보았다가 어울리지 않는 일본의 가볍디 가벼운 예쁜 표지의 소설모음 위에 삐뚜름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우연히 내게 오는구나.

 

 밀란 쿤데라가 들려주는 신성한 사랑의 푸가.  51개의 악절 속에서 순간과 영원. 나와 타자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관한 대화를 듣는다.

사랑하는 여자와 다른 여자를 혼동하는 것. 그는 얼마나 여러 번 그런 일을 겪었던가. 그때마다 놀라움은 또 얼마나 컸던가. 그녀와 다른 여자들의 차이점이 그렇게 미미한 것일까. 이 세상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실루엣을 어떻게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

 

 내가 이 책을 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오늘 이 책을 산 것은 얼마전에 본 어떤 글에서 최고의 영화와 최고의 소설로 누군가가 이 책을 추켜세웠기 때문이다. 그 글 볼때는 ' 치' 했는데, 내심 진지하게 다시  보고 싶어졌나보다.

 

 

 

 다섯권 다 사고 싶었는데, 교보에서 만난 이 책은 전집으로 묶여있지도 않았으며, 하얀색이었을 표지가 꼬질꼬질 끝에는 찢어지고, 꾸겨지고, 닳고;;

일단 두권만 샀다. 게다가 가격도 의외로 11,000원 이었다. 오늘 집은 책들이 다 1만원 안 넘는 책들이라 싸다 하면서 샀는데, 그러다 만난 11,000원은 왠지 비싸 보였다.

 

 

 어느새 오늘의 영업을 마치겠습니다. 멘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잘자요 인사 쿠크- 쿠크- 가 흘러 나온다.  마음이 급해져 온 사방의 책들 사이를 바삐 눈으로 헤매이던 중 눈에 띈 책.

버트런드 러셀이고, ' 행복의 정복' ! 난 이 책이  '행복의 정부' 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0.03초쯤 표지에는 버트런드 러셀과 정부인가보다. 하면서.

행복의 정부이건 행복의 정복이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다. 아, 이 책. 포토리뷰가 필요한 책이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은 건강을 해칠 정도로 위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난파, 폭동, 지진, 화재를 비롯해서 모든 종류의 불쾌한 경험들을 즐긴다. 이런 사람들은 지진을 만나면 " 그래, 이게 바로 지진이란 거구나" 라고 중얼거리고, 이 새로운 경험 덕분에 세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다며 즐거워한다. 이런 사람이라고 해서 운명의 손아귀에 휘둘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건강을 잃게 되면 동시에 열정까지도 잃기 쉽기 때문이다. '

 

 그리고, 얼마전에 영풍에서 사려고 엄청 고민하다 안 사고 엄청 후회한. 밤에 자기전에 잠결에 어른거리던 Edward Hopper Portpolio 를 샀다. 액자 만들어서 가지런히 나의 ' 책방'  바닥에 책장 위에,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안 산 책

 서점 갈 때마다 고민하고 뒤적이고, 얇은 두께의 두권의 책에 질려버리고, 투덜거리고 안사고 만다. 패트리샤 콘웰을 안 좋아하면 안 좋아했지, 정말 절대로 차마, 분권은 내돈주고 못 사겠다.

 전문용어들이 꽤나 부담스러워 이때까지 원서로 안 샀는데,

오늘 거의 구십구만번째로 저 책 들었다 놓고 나오면서, 거의 결심을 굳혔다. 원서로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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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0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불끈!
 

Nathanael West : Novels and Other Writings : The Dream Life of Balso Snell / Miss Lonelyhearts / A Cool Million / The Day of the Locust / Letters (Library of America)

그러니깐. 이걸 너무너무 사고 싶었다구. >.< 이젠 좀 안심이다. ( 왜? 메뚜기 읽어도 되겠다. )

The Wonderful Wizard of Oz: A Commemorative Pop-up

The Wonderful Wizard of Oz: A Commemorative Pop-up

사부다의 책이다. 지난번에 앨리스에 반하고, 이번엔 오즈의 마법사. 맨날 쌀푸대로 배달와도, 다들 하.나.도. 안 궁금해 했는데,  사부다의 팝업책은 온 지점에 인기 폭발이다. 흐흐.

대략 손재주 젬병, 꽝이지만, 한번 해봐야지 모드였던지라, 샀다.

Reaper Man

Terry Pratchett의 책이다. 집에 있는 멋진 신세계도 안 읽었다며? -_-a  아마존에서 내가 좋아하는 리뷰어의 위시 리스트에서 슬쩍.

Time Out Marrakech & the Best of Morocco (Time Out Guides)

Time Out Marrakech & the Best of Morocco (Time Out Guides)

음.. 여기가 어디냐. 대충 모로코 어디라는건데 말이지. Time Out 매니아가 되기로 결심한 나는 이번에도 슬쩍 꼽사리로 끼워 넣었다.

문고판 추리소설도 끼워 넣고 싶지만, 예전에 산 것도 안 읽고 있기에, 이번판은 패스!

자. 이제 .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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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erm 이건 long term이건 별로 거의 하나도 안 땡기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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