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첫눈에 반했고, 사랑에 빠졌고, 권태기를 겪었고, 버림 받았고,좌절했고, 자살했고( 비록 털어넣은 약이 나중에 비타민제로 밝혀지긴 했지만) , 그리고 그 사람을 잊었다. ...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눈에 쏘옥- 들어와버리는 첫문장 : 1.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운명적인 만남이라, 소시적부터 '소개팅'이나 '미팅', 그리고 나이 먹을만치 먹어서는 '선' 이라는 이름하의 모든 만남을 다 어색해하고, 지루해하고, 괴로워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나가는 것은 처음 한 두번. 아무것도 모를때 대략. 대학교 1학년 1학기때. 그리고나면 점점 ' 역시나'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이제는 집에서 몰릴대로 몰려서, 옷 사러, 혹은 머리 하러, 혹은 백화점 상품권 따위의 떡고물을 기대하며 아주 가아끔 나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혹은 점심 먹고 들어와서 나른하니 일이 손에 안 잡힐때 운명적 만남을 꿈꾼다. 그러나. 꿈꿀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운명적 만남인 것이니.

책 속의 ' 나' 와 클로이처럼 빠리발 런던행 비행기안에서 '우연히' 만나서 '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진다' 는 것은 참. 그야말로 책 속에 나오는 말이다.  책 끝까지 읽기 전에는 나름 이번 빠리 여행때 런던으로 유로스타 타고 가려고 했는데, 비행기로 바꿔봐? 궁리하긴 했지만서도,

과거의 몇번의 비행기 여행, 혹은 기차여행, 혹은 버스여행이라도 떠올려볼 때 내 옆에 남자가 앉을 확률, 나와 사랑에 빠질 남자가 앉을 확률( 나'와' 가 아니라 나'만'이라도!) 은 ... 없다고 봐야지. 음. 없다고 봐야지. 맘 편하게. ( 이 순간 나는 벌써 책의 마지막 장의 '금욕주의'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가 극히 미미한 확률로 Mr./Ms. Perfect를 만나게 된다면, '금욕주의' 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더 빨리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야말로 '사랑' 에 ' 빠져버리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는 것은 아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선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출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대게는 무의식적인]요구, 사람의 출현에 선행하는 요구의 제 2단계에 불과하다.'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고, 그 느낌에 놀라서 상대를 밀어내기도 하지만, 이미 서로간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버린 두 사람이 떨어지기란 불가능하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앉은 것처럼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사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색한' 순간들마저 다 지나가게 되고, 그/그녀를 가지게 되면, 욕망이  한 순간사그러들게 될지도 모른다. 롤랑 바르트가 그랬댄다. '욕망은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 이라고.

그 단계를 잘 겪어낸다면,

이제 진정 그/그녀를 '*마시멜로'하게 될 것이다.

* '사랑'은 이미 너무나 많은 손을 거쳤다. '사랑'은 계속되는 사랑 이야기들의 무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바람에 생긴 켜 때문에 다 닳아버린 것들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언어가 독창적이고 개인적이고, 완전히 사적이기를 바라는 순간에 마음의 언어의 어쩔 수 없는 공적인 성격과 마주치게 된다. 20세기 말 어느 날 밤 서구의 중국 식당에서 생일을 축하하는 남자와 여자. 연인들의 모습을 하고, '사랑한다'는 닳고 닳은 말을 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그녀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본다. 의미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겠지만,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은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가장 친한 친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가족보다도 더 친밀해진다.  꿈꾸던 사랑이 이루어졌음에 '너무' 행복해져버린다. 그토록 바라던 미래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 을 느낄정도로.

'너무 ' 행복해진 다음에는?  무슨일이?

사랑을 과장하고, 의무감에 사랑하고, 사랑을 배신하고, 배신당한 사랑에 좌절하고, 괴로워서 죽을것 같고, 그러나 잊고,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왜 나는 이 책을 발렌타인데이에 다 읽어버린걸까?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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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1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 읽고 역자후기 읽고 화나는거.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처녀작이란다. 스물다섯살!!!!!!!!!!!!!#$)!$%($^*@#에 이 책을 썼단다! 우씨

마늘빵 2005-02-1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다섯살... ㅡㅡa 쩝. 나의 재주없음을 한탄해야지. 수많은 보통인이여 보통을 따라가지 못하는가. 이게 근데 소설인가요? 읽고 싶어지네. 안되겠다. 적립금 풀어서 이 책 사야겠다. 님 땡스투 드릴게요.

깍두기 2005-02-1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이렇게 멋진 리뷰를 어찌 쓰셨수? 이 멋진 사진들은 다 뭐요?^^

하이드 2005-02-1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발렌타인데이라는걸 뒤늦게 깨닫고 필받아서 막 옛날 사진 찾아 리뷰에 끼워넜어요. 에구에구. 잘 봐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ㅂ/// 아하하;;;

울보 2005-02-1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저도 왠지 이책을 읽어야지 하는 힘이 속구칩니다...

미세스리 2005-02-1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완젼 러블리! 바로 추천!! 저도 왠지 사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Phantomlady 2005-04-04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얼마전 화이트 데이 때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궁시렁거리며 이 책을 주문해 읽었는데 ^^

햇살가득눈부신날 2005-05-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탱스투~
 

The boy was afraid of it and enchanted by it and convinced that light was pouring out of, not into, its windows.

In its rooms, he imagined there would be music like Mass being sung, but louder.

 

In truth, the white house nearly blinded the six-year-old boy.

It shone in the Great Lake harbour like a lamp, brighter than the sun that lit it.

As the lakeboat in which they rode moved through  the waves towards shore, the house appeared to breathe heavily and draw itself up like something alive.

 



"You'll have a large room of your own with a wonderful view of the lake"

 



At night, when she undressed by lamplight in her large room with its view of the lake, she examined her shoulders, neck and breasts, certain that at some time or another she would be able to detect permanent evidence that his hands had visited there.

 



 While working, she kept an eye on the horizon for the sail she was certain she would be able to identify as his, and Aidan Lanighan's voice whispered in her ears.

 



In her large room with its view of the lake Eileen turned her back to the moon and wrote a verse into the long, undeliverable letter she spent her evenings composing.

 



She would not wait, not suffer forever.

 



"No, don't talk to me of death. I murdered love."

Then she would slowly climb the stairs, walk down the hall, and lock herself into the large bedroom with its wonderful view of the lake"

 



The lake was choppy, a steel blue. I must make a scarecrow for the garden, Liam thought, suddenly. Then he stared hard at his sister's face as they reached the door. He knew nothing about this woman.

"Eileen," he said parentally. "Tell me where you went."

She sighed and kissed his cheek. "I've given up on outer words," she said. "I live on an otherworld island. I'm going to lie down in my large room where I can see the lake"

 



"I would stay in this house all my life. If I were you I would never go away"

 

Jane Urquhart's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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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고 싶었던 책은

Theatre D'amour  











이 책이였다.

This collection of late 16th and early 17th century love emblems was amassed around 1620 by an unknown lover, doubtless consumed by passion and fiery loins, and given to his or her lover as a token of romance and affection. Composed of mythological, allegorical, and even erotic prints, the emblems (created by printmakers such as Abraham Bloemaert, Pieter Brueghel, Agostino Carracci, and Jacob Goltzius) illustrated scenes like The Trades of Cupid, The Seven Deadly Sins, The Seven Virtues, The Muses, The Loves of the Gods, and Five Senses.

Publication, or collecting and binding, of love emblems was a novel and popular pastime in the Netherlands in the early 17th century, and the particular album reproduced here is an outstanding example. Meticulously colored and heightened with gold and silver, these prints surely won the heart of their lucky receiver. Though the album’s exact provenance is unknown (due to the removal of the original insignia by a later owner), the outstanding quality, coloring, and extensive use of gold and silver suggests that it was produced for a rich, cultivated, and probably infatuated client. Since use of color was rare and albums were often one of a kind, it is likely that this copy is completely unique; its 143 folios are all reproduced here in their original size (25.3 x 18.5 cm), complete with an introduction and accompanying descriptions by author Carsten-Peter Warncke.

What would the original owner have said if he or she knew the album would end up, 400 years later, warming the hearts of so many?

그러나 멀리 영국땅에서 오는건데, 혼자 오면 외로울까봐 -_-a

아마, 집에 있을듯 하지만, 너무 예쁜 개츠비 표지 아닌가?! 너무 예쁘다 . 끙

알랭 드 보통의 책 세권. 행사중이다. 프루스트 어쩌구 하는건 별로 안 땡겼지만, 세권에 12파운드 행사중이라 일단 사 본다. 근데, 내가 살면서 프루스트를 다 읽는 날이 오겠냐는 말이지.

존 버거. 우리나라 책으로 샀지만, 원서맛 보고 싶다. 스읍- ( 침 닦기)

오우 - 이 멋진 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의 전기랍니다~ 유후~

 줄리안 반즈의 책 두권. 저 10 1/2 는 우리말로 된거 예전에 헌책방에서 샀던것 있긴 하지만 -_-a

England, England도 사고 싶었는데, 배송기간이 넘 오래 걸려서 포기.

그리고 빠질 수 없다. Time Out travel guide

이번 판엔 접때 사려다 못산 비엔나편.

기분이 몹시 안 좋은 날. 그래 스물넷이나 알라딘에서 책이라도 왔으면 좀 나아졌으려나. 그건 장담 못해도 기분 나쁜데 보태진 않았을꺼 아니냐구 버럭.

무기력증 도지고 있다. 회사 나가기 싫어지려한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 가서 액자 만들어 놓은 것 가지고 오고, 액자 새로 만들고 -_-+ 인사동이나 고궁 같은데 다니면서 드디어 pen 좀 제대로 찍어보고, 폴라로이드도 바람 쐬어주고 , G3도 들고 나가보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 나가서 책상정리도 좀 해 보고,

책도 들고나가서 여유잡고 읽어보고,

내일은 ... 오늘보다 나은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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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2-1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훨씬~ 나은 기분일꺼예요.. 사진 찍으시면 꼭 올려주시고요..^^ 그나저나 카메라는 그럼 세개를 가지고 나가시는건가요?

비연 2005-02-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책들이 넘 이쁘네요. 포토리뷰로 올려주시면 좋겠당..^^

하이드 2005-02-1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atre D'amour, 이 책은 진짜 기대되요.도착하면 포토리뷰 할께요 ^^
내일 간만에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사진 좀 찍어서 예쁘게 액자 만들려구요.


하이드 2005-02-1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꽥 . 와인 마시고 잤더니, 속이 안 좋아요. -_-a 그러나 기분은 나아졌군요. 헤~ ^^a

nemuko 2005-02-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글 볼때마다 저 왜 이리 마구마구 부럽죠? 저도 혼자 나가 여기저기 좀 다녀보고 싶은 맘이 굴뚝입니다만, 왜 이리 그 간단한 일도 힘이 든건지.... ㅠ.ㅜ
대신 괜찮은 사진 찍으시면 여기도 좀 올려주세요^^
 



Portrait of Juliette Courbet as a Sleeping Child
1841; Graphite on paper; Musee d'Orsay


 The Wounded Man
1844-54 ; Musee d'Orsay



Seacoast, 1865,
Oil on canvas,
53.5 x 64 cm, Wallraf-Richartz Museum, Colo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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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1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집 가지고 싶다. 멍-

비연 2005-02-1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후~ 정말 좋네요..이런 그림 집에 떠억 걸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당..

하이드 2005-02-1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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