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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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이 책은, 액자식 소설로 줄거리는 간단하다. 선원 '말로'가 젊은시절,  콩고의 어느회사 소속 기선의 선장으로 아프리카 콩고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주재원인 커츠를 데리고 나왔던 이야기를 다른 선원들에게 해주는 것이다.

선원으로 아프리카에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죽음을 무릅쓰고, 그곳에 가서 새롭게 '자아발견'을 하는 모습은 작가의 실재모습이기도 하다.

새롭게 '자아발견' 하는 것과 '식민주의를 비판' 하는 내용인데,
'암흑의 핵심'은 가장 깊은 오지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전설적인 달변가인 커츠와 그를 둘러싼 어둠을 말하는듯하다.

짧은 중편소설이지만, 너무 지루하게, 오래도록 읽었다. 
가까운 미래에 콘래드의 소설을 다시 읽을일은 없을듯하다.
로알드 달의 '마틸다'에서 마틸다는 콘래드의 소설을 읽으며 아프리카를 항해했다고 하는데,
거참, 대단한 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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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11-1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 유명한 바로 그 책. 지루하게 오래 읽으셨다는 말씀으로 호기심을 뭉텅 날려버리시는군여.....근데 제목을 저리 번역하였군여. 흠흠.

하이드 2005-11-1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art of Darkness 에서 Heart는 1차적의미는 심장, 부차적의미는 핵심이라고 역주에 달려있긴 합니다만, 내공 있으신 다른분들 리뷰 보니, 원서로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콘래드의 소설에 기대하고 있었던지라, '항해소설'이라니 왠지 멋지잖아요. 윽. 근데, 저랑은 안맞는듯합니다.

앨런 2005-11-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내내 괴로웠는데요. 건조한 듯한 문장들이 읽고나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이 책으로 저자는 찬사와 비판을 같이 받았다고 하던데, 그럴만하더군요. 다 읽고서도 마음이 저리던 책이었어요.

하이드 2005-11-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문장들은 많은데, 그리고 마지막의 horror, horror ,하고 죽었다는 커츠의 말은 원문으로 보면 대단한데, 다른 내용들은 이상하게 짧지만 겉돌면서 머리에 안 들어오더라구요. 자전적 소설이랑 제국주의 비판하는 내용의 글( 조지오웰의 '코끼리를 쏘다' 같은) 왠만하면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건지, 혹은 다들 지적하시는 번역때문에 그런지, 인연이 되면 다시 좋은 기회로 만나게 되겠지. 맘편히 생각해버리고 접었습니다. ^^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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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이 되는 날, 나는 풋풋한 처녀와 함께하는 뜨거운 사람의 밤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마르께스의 책이라는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눈에 콩깍지를 끼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으니,
마르께스의 자전적 모습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 이 아흔살 할아버지의 사랑에 미소가 어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중편이라기엔 짧고 단편이라기엔 긴 이 책은 마르께스가 이십여년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고, 2004년 드디어 마지막 소설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2004년은 그가 소설을 발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르께스의 해' 이지 않았을까? 소설은 공식 출판되기 전부터 전세계 언론의 초점이 되어 수 많은 화제를 모았다.

아흔살 할아버지( 이름도 안 나온다) 는 글쟁이이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다만 내가 평생 동안 읽어온 수많은 것들로부터 세상에 빛이 될 무언가를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는 이유로 매주 일요일 신문에 칼럼을 쓴다. 그리스 고전과 로마시대 고전 읽기를 좋아한다. 클래식을 듣는 것도 역시 매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이 할아버지가 아흔살 생일날 뭔가 자신에게 근사한 선물을 하고 싶은 맘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오래간만에 비밀의 집 여주인인 로사 카바르카스에게 전화를 건다. 오십세까지 514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했고 그 이후로는 헤아린적 없으나 '어떤 여자와 잠을 자든 돈을 주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다만 충직한 하녀 다미아니나와 수년간 지속되었던 관계가 유일하게 특이한 경우이다.  로사 카바르카스와 밤 열시의 약속을 정하고 마침내 생일날 밤의 환한 보름달 빛 속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제 막 열네살이 된 미성년의 아이는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단추공장에서 일하는 그 아이는 친구가 처음 성관계를 하다가 피를 과하게 흘려 죽은 이후 처녀성을 잃는데 대한 공포심이 있었고, 그 공포심을 다스리기 위해 준 약과 그날의 공장에서의 피로로 등을 돌리고 곤히 잔다.

아흔이 되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경이' 를 맛보게 되는 아흔살 할아버지.
아흔살 생일날 50여년동안 써왔던 칼럼의 끝에 '사직의 말' 을 쓰지만,  그 말은 지워지고, 거절하지도 못하고 계속 칼럼을 어영부영 쓰게 되고, 고양이라는 동물은 싫지만, 선물로 받은 나이든 고양이를 상대방이 섭섭해할까봐 데려다 키우는 할아버지.  소녀의 벗은 등만 보며 잠을 자고, 그녀가 잠이 깨지 않을 정도로 시를 읊어주고, 쓰다듬고, 키스해준다.

오해와 달콤한 고통을 겪고 나서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과 미래를 기껍게 맞이한다.
'태양은 공원의 편도나무 사이로 떠올랐고, 강이 마른 탓에 일주일이나 늦게 도착한 하천 우편선이 포효하면서 항구로 들어왔다.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건강한 심장으로 백 살을 산 다음, 어느 날이건 행복한 고통 속에서 훌륭한 사랑을 느끼며 죽도록 선고받았던 것이다'

나는 이 할아버지를 보면서, 이 할아버지의 직장 동료들과 하녀, 이 할아버지의 고양이, 그리고 이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밝고 따뜻한 날의 비누방울들을 떠올렸다. 공기중을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내며 천천히  떠돌다가 숨어버리는 비누방울들.

다행이다. 그가 일흔일곱에 아흔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이토록 밝고 행복하고 외롭지 않게 쓸 수 있어서.
항상 '나는 고독한 인간이다' 라고 말해왔던 그는 '경이로운 사랑' 을 찾은 것일까? 혹은 오랜동안 함께 해 왔던 고독이란 놈과 타협하기라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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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11-1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르께스의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백년 동안의 고독,은 읽다 던져둔지 오래고... 다만, 그의 손자가 만든 영화를 봤을뿐이죠.

하이드 2005-11-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무슨 영화일까요. 단편집 '꿈을 빌려드립니다' 로 시작해보면 어떠실까요?

moonnight 2005-11-1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리뷰를 읽으며 제가 참 편협하고 배배 꼬인 인간이었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흑흑. ㅠㅠ 어쨌든 추천 -_-;

하이드 2005-11-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나요? ^^ 제목과 첫문장은 굉장히 직설적이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던걸요.
존 업다이크가 뉴요커지에 쓴 리뷰를 퍼놨는데, 마르께스의 다른 책들 더 읽고 읽었더라면 더 와닿았을 것 같더라구요.

하루(春) 2005-11-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things you can tell just by looking at her)라는 영화였죠. 예전부터 보고 싶어서 벼르다가 dvd를 사버렸는데, 지나치게 조용하지만, 그 안에선 변화의 물결이 크게 일죠.

하이드 2005-11-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봤는데, 생각이 하.나.도. 안나요 ㅜㅜ

mong 2005-11-1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팍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길었던 책 ^^
 
이윤기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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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 책은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

그는 들어가는 말로 '.. 내가 새로 시도하는 방법은 '신화 거꾸로 읽기' 입니다. 신화적 상징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을 거는 회화, 조각, 혹은 건축물을 하나씩 제시하고, 그 대상에 묻어 있는 신화의 의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추적하는 새로운 신화 읽기 입니다...' 라고 한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법의 여신 아스트라이아가 조각되어 있는 프랑스 법무부 건물을 보며, 건물이 말하기를 기다리고, 상징의 의미로써 세계를 만나기를 원한다. 그가 만나는 조각들, 건축들, 그림들, 유적지들은 그에게 말을 하고, 그는 그 말을 듣는다. 옛 신화의 세계와 대화한다.


이 책에 목차는 있지만, 특별한 구성이 없어 보인다.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읽고 있나 싶은데, 어느덧 풍요의 뿔 이야기를 읽고 있고, 그러다 문득 오디세이아를 듣고 있고, 다시 정신차려보면 세상의 중심을 상징하는 뱀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져가는 그리스 신화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신화'를 왠지 읽어야할, 알아야할 숙제로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는 어릴적 듣던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신화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  푸생, 티치아노 등의 그림, 조각들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이윤기님의 책을 여러권 읽었다면 반복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의술의 신 이야기는 똑 같은 내용이 같은 책에 두 번 나와서 잘못 만들어진 책인가 잠깐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도판과 함께하는 옛날 이야기, 가끔씩 'xx 를 보고 기절초풍했다'는 귀여운 멘트는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추운 겨울날 이 책 끼고 이불 속에 들어가  그리스 신화 속에 빠져봄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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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1-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주셨네요? 마음 속에 담아두기 해 놓았던 책들이 이렇게 리뷰 올라와 있는 것 보고 나면, 뭐...질러야죠 ^ ^ 재미있는 옛날 얘기는 자꾸 또 들어도 재미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럴것 같아요. 아이가 잠자리에서 옛날 얘기 해달라고 할때, 그리스 로마 신화 한 토막 씩 들려주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는 엄마의 바램 ^ ^

하이드 2005-11-1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지요! 그리스 신화 들려주기.
 
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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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서 성행위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새로운 체위를 배울 수도 없고
월경이나 폐경의 고통을 감소시키기는 정보를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여러분의 배우자가 외도를 한다거나, 아이 돌보기를 태만히 한다거나, 아이 때문에 당신 존재를 무시하는 데서 여러분이 느끼는 고통을 줄여 주지도 못할 것이다.

라고 한다. 정말? 그러니, 원제 Why Sex is fun에 혹할 필요는 없다.
들고다니며 읽기에는 제목이 좀 민망하긴 하다. 책은 근래 보기 드물게 예쁜데, 들고 보기는 근래 들어 최고로 불편하다. 작고 표지 완전 딱딱해서 책장이 안 넘어가도록 잔뜩 힘줘서 잡고 있어야 함.
20여권의 시리즈라고 하니, 주르륵 놔두면 정말 예쁠것 같다.

각설하고,

이 책은 1장 가장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 에서 7장 섹스어필의 진실까지
인간의 성적특성의 진화에 관한 물음과 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물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왜 남성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는가?' '왜 여성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폐경기가 오는가?' '왜 여성의 배란기는 감추어져 있는가?' '남성의 음경과 여성의 유방의 진화론적 이유는?' 등의 질문이다.

'인간'을 조사할 수는 없으므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이나 다른 포유류, 때로는 조류의 행동습성을 연구함으로서 진화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런저런 흥미로운 예시와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신문이나 주간지 칼럼수준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의 결론이 결국  '따라서 가장 친숙하고 명명백백하게 보이는 인간의 성적 기구 역시 아직까지 풀지 못한 진화론적 의문으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는 것은 좀 허무하긴 하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퓰리쳐상에 빛나는 그 대단한 '총,균,쇠'는 두껍고 크고, 최근에 나온 '문명의 붕괴'는 더 두껍고, 더 커서 쉽게 손이 안 갔다면, 가볍게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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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11-1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 사놓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못 다 읽었어용. 역시 들고 다니며 읽기는 좀 민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ㅜㅜ 흐음. 보기 힘들지만 참 예쁘긴 하다는데 공감입니다.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이따 집에 가서 다시 시작해야겠단 생각이 불끈 드네요. ^^

하이드 2005-11-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술술 넘어가니깐, 금새 읽으실꺼에요^^ 전 요시리즈 두권 더 있는데, 더 읽어봐야겠어요.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9월
절판


몇 차례 문이 열렸다 닫히며, 갑자기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밤은 끝났다. 윌리는 테이블 위에 의자를 올리고, 바닥을 걸레질했다. 그는 퇴근할 준비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윌리는 게을러터졌다. 주방에서 늘 일손을 멈추고, 갖고 다니는 하모니카를 불었다. 이제 그는 졸리운 듯 느릿느릿 걸레질을 하면서, 쓸쓸한 흑인 노래를 흥얼거렸다.

카페는 아직 붐비지 않았다. - 밤을 지샌 사람들과 막 깨서 새 날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졸리운 여종업원이 맥주와 커피를 나르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들뿐이라 소음도 대화 소리도 없었다. 방금 깬 사람들과 긴 밤을 끝내려는 사람들의 상호 불신이 서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35쪽

오랫동안 계단에 앉아 있었다. 미스 브라운이 라디오를 켜지 않아서 사람들 소리만 들렸다. 믹은 오래도록 생각에 잠겨서 계속 주먹으로 허벅지를 때렸다. 얼굴이 조각조각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얼굴을 다시 제대로 붙이지 못할 것 같았다. 배가 고픈 것보다 불쾌한 기분이었지만,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바람은.....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진짜 바라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57쪽

그들은 각각 싱어의 방에 찾아와서 저녁 시간을 같이 보냈다. 벙어리 사내는 늘 사려 깊고 차분했다. 여러 색이 섞인 눈동자는 마법사의 눈처럼 침울했다. 믹 켈리와 제이크 블라운트, 닥터 코펠랜드는 조용한 방에 와서 이야기를 했다. - 그들은 무슨 말을 하든 싱어가 알아듣는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101쪽

그때 믹은 아버지에 대해 알아차렸다. 새로운 사실을 안 게 아닌 듯했다. 오래 전부터 온몸으로 알았지만 머리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 문득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외로웠고 늙었다. 자식들이 와서 말을 붙이지 않았고 돈도 별로 못 버는 형편이고 보니, 가족에게 소외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고독을 느낀 그는 자식 하나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다들 바빠서 그걸 몰랐다. 그는 자신이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는 존재라고 느꼈다. -108쪽

코펠랜드는 몸이 굳어서, 근육이 뻣뻣하게 긴장했다. 그는 듣지도, 주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눈멀고 귀먼 사람처럼 구석에 앉아 있기만 했다. 곧 모두 식탁으로 갔고, 노인이 기도를 했다. 하지만 코펠랜드는 먹지 않았다. 하이보이가 술병을 꺼내자, 다들 웃으면서 술병을 돌려가며 진을 마시는데도 그는 사양했다. 그는 입을 다물었고, 마침내 모자를 들고 인사도 없이 떠났다. 기나긴 진실을 다 말할 수 없다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157쪽

'우리가 바다에 있다면 좋겠어. 해변에서 오가는 배를 보면. 넌 어느 여름에 바다에 갔었지? 바다는 어떻게 생겼어?'
해리의 목소리는 투박하고 낮았다. ' 글쎄.... 파도가 있어. 어떤 때는 파랗고 어떤 때는 초록색이고, 밝은 태양빛 속에서 유리처럼 보여. 모래밭에서 작은 조개를 주울 수 있어. 시거 상자에 넣어 가져온 것 같은 조개야. 물 위로 흰 갈매기가 날아. 우린 멕시코만에 갔는데, 계속 시원한 바람이 불고 여기처럼 찔 듯이 덥지 않아. 언제나...'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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