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 일 년 중 가장 의미 있는 일탈이다. 나는 고기를 먹는 일을 일탈의 영역으로 둔 것을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탈은 짜릿하고, 즐겁고, 그러면서도 일상을 결코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탈의 순간 꼭 조금은 시시해진다. 원래의 단조로운 내 삶이 충분히 좋았다는 것을 깨닫고 말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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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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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베리수상작들을 읽고 있다. 2021년 수상작은 할머니가 한국인인 태 켈러의 전래동화 이야기이다. 

전래동화인 해님달님 모티브가 작품 내내 반복되고, 단군신화까지 연결되는 굉장히 멋있는 작품이다. 


원서에는 grandma 가 아닌 Halmoni로 나오는 등 한국적인, 근데, 뭐랄까, 미국인이 본 '한국적'인 면이 없지 않은, 혹은 수십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멈춘 그 당시의 문화라서 지금 여기서 보기에 낯설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용감한 자매와 엄마, 할머니가 작품의 중심 인물들이다. 


할머니가 아파서 마지막을 함께 보내기 위해 엄마와 자매는 할머니가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 화자이자 동생인 나는 호랑이를 보게 되고, 할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호랑이를 잡기 위한 덫을 만든다. 


할머니는 미신을 많이 믿는 사람으로 나온다. 나쁜 것들을 몰아내기 위한 쑥과 같은 약초, 쌀을 뿌린다던가, 부적이 되어 지켜주는 목걸이 등을 애용한다. 


언니와 나는 할머니의 해님달님에 나오는 자매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 이야기는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결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변주된다. 


내 눈에만 보이는 호랑이는 할머니가 훔쳐갔던 이야기를 돌려주면 할머니를 치료해주겠다고 한다. 나는 이야기가 담긴 유리병을 하나씩 열면서 호랑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할머니가 감추어왔던, 억눌러왔던 이야기, 숨겼던 이야기를 놔주는 과정은 끝까지 읽고 나면 먹먹하다.


"그래도요 할머니, 슬픈 이야기를 숨기는 건 안 좋은지도 몰라요.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게 되는건 아니니까요. 숨긴다고 해서 과거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갇혀 있는 것뿐이지." 


저자는 처음 할머니에게 듣던 해님달님 이야기를 모티브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하나씩 조각들을 찾아나간다. 


저자는 한국의 건국 신화를 좀 더 파고들다가 문승숙이라는 저자가 쓴 '민족 공동체 만들기'라는 논문을 만난다. 


 "곰이 인간 여자로 변하는 내용에는 깊은 사회적 의미가 깔려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난과 시련을 인내함'으로 요약되는 여성다움이다."


이 논문을 보고, 마지막 조각을 찾아 저자는 이야기의 온전한 모습을 그리게 된다. 


"곰이 한국 여성, 또는 고생과 말없는 인내가 핵심인 어떤 여성다움을 상징한다면 호랑이는? 

고생을 거부한 대가로 추방을 당한 여자는?

그리고 그 여자가 다시 돌아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할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우리 전래동화에는 호랑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성 저자에 의해 새로 쓰인 호랑이 이야기를 담게 될 것이다.   





변색머그 이벤트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책과는 정말 잘 어울리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호랑이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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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4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은 내 삶의 훈련과정에서 적용했던 ‘선택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원리에 기반해 있다.미래는 당신이 만드는 것이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선택과 결정은 당신이 꿈꿔 왔던 삶으로도, 혹은 후회만 남길 삶으로도 당신을이끌 수 있다. 인생의 경로를 결정하는 것은 그토록 사소한 선택들이다.  단 2밀리미터만 빗나가도 삶의 궤적 전체가 바뀐다.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결정이라 해도 엄청난 오차를 낳을 수 있다.
무엇을 먹고, 어디서 일하며, 누구와 어울리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그 모든 선택이 당신의 오늘 하루, 나아가 평생을 좌우한다. 

좋은 소식은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뀐다는 점이다. 단 2밀리미터의 오차가 삶의 경로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것처럼, 2밀리미터의 조정만으로도 안전하게 원하는 목적지로 나아갈수 있다. 제대로 된 지도와 가이드, 그리고 계획이 있으면 가능하다.
절대 수동 모드로 살지 않기 바란다. 오늘부터 당신의 삶을 되찾고 꿈꾸던 목적지로 당신을 이끌 수 있는 선택을 내려라.  - P16

컴파운드 이펙트는 작지만 현명한 일련의 선택들이 엄청난 보상을낳는 원리를 일컫는다. 이 프로세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결과가 아무리 클지라도 초기에는 각 단계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 관계, 재산 등 자신에게 중요한 부분을 개선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든 간에 초기의 변화는 아주 미세해서 감지조차 어렵다. 즉, 이 작은 변화들이 즉각적으로 뚜렷한 결과를 내지 않기에, 선뜻 대단한 이득이라고 여길 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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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세계 위에 내 세계를 겹쳐보는 일이다. 어떤 이야기도 읽는 이의 세계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내가 읽은 모든 이야기는 언제나 그때의 나만큼만 읽혔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는 동시에 읽는 수만큼의 이야기다. 한 사람이 지나는 삶의 시기마다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읽힌다. 좋은 이야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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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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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은유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미등록 이주아동을 포함한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책으로 묶어냈다. 


책을 읽기 전 나의 짧은 지식은 '불법체류자' 각 분야에서 필수노동력이 된지 오래이고, 불법을 빌미로 열악한 환경에서 열악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 이들의 위치가 올라가야 한국 노동자들의 위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화재나 사고로, 폭염이나 아주 추운 날 동사로 그들의 열악한 거주지를 보여주는 뉴스에서나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들이 데리고 온, 혹은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아동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책을 읽기 전 생각해보지 못했고, 책을 읽으면서 이게 말이 되는지, 황당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썩은 고리들 중 하나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신분증 없이 사는 삶

얼마 번 동생이 공항에 가는데 신분증이 없어서 마침 가지고 있던 주민증을 찾아 준 적이 있다. 그 신분증마저 잃어버렸지만, 생각해보니, 이전에 등록해둔게 있어 손바닥 찍고 공항에 잘 들어갔다고 한다. 내가 근래 신분증을 내밀어야 했을 때는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 때와  공항, 도민 무료 관광지에 들어갈 때였다. 


이 신분증은 그 신분증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등록번호가 주어지지 않는 아이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핸드폰도 통장도 만들 수 없다. 코로나 시대에 QR 체크도 할 수 없다. 청와대에 견학을 가서도 들어가지 못하고, 봉사 사이트 봉사 포털에 가입하지 못하고, 역사 골든벨에서 우승할 정도로 역사를 잘 알아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예매를 못해 가지 못하고, 아이들끼리 떡볶이를 먹고 계좌이체를 할 때 현금을 꺼내야 한다. 


졸업을 하면 현행 법체계 안에서 언제든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도 대학에 갈 수 없다. 한국말밖에 모르는데 가본 적도 없는 부모의 국적국으로 쫓겨갈 수도 있다. 단속을 피해 저임금으로 그림자 노동을 하면서 있어도 없는듯 살아간다. 


히잡을 쓴 달리아는 백석 시인을 좋아하고, 한국어로 시를 쓰는 아이다. 대학에 진학할 수 없어 오빠 카림이 그랫듯이 대학을 포기한다. 고3때 아이들이 모이면 대학 이야기하는데 낄 수 없어 고3 생활이 너무 길었다고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 일원으로 살아왔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모 대학병원 근처에 살 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간병인들을 거의 대체했다고 들었다. 이들 없이 간병돌봄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농사도, 공장도. 이미 이들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한국 사회의 필수 존재가 된 그들을 미비한 사회제도를 빌미로 인권을 무시한채, 법 테두리 안에서, 법 테두리 밖에서 이용하고, 학대하고 , 모르는 체 하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는 더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혹은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국땅에서 살아온 이들을 성인이 되어 말도 환경도 모르는 본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인도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비합리적이다. 


되지도 않는 저출산 정책들로 세금낭비 그만하고, 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케어해야 한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려면, 이미 존재하는 아이들을 잘 돌보는 사회가 선행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 이해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한참 열심히 하다보니 ‘도대체 교육이라는 게 효과가 있나? 인간이 교육으로 변하나?‘ 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한편으로는 교육, 한편으로는 규제, 이렇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았고, ‘감수성‘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 감수성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제 스스로의 생각이나 의식이 바뀌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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