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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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의 소설이 왜 좋은지 모르면서 계속 읽어왔는데, 그의 에세이를 보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가의 에세이는 보통 그 반대였다. 잊지 않는다고, 그건 아니라고 계속 말하고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는 많이 읽을수록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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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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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창조물을 버리고 마지막까지 어떤 이로운 일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상 빅터 프랑켄슈타인.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 수도 있었을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 프랑켄슈타인은 지는 싸움조차 하지 않고 도망치는 비겁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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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2-03-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는 고전이죠^^
 
여자가 쓴 괴물들 - 호러와 사변소설을 개척한 여성들
리사 크뢰거.멜라니 R. 앤더슨 지음, 안현주 옮김 / 구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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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불을 켜두고 자는, 

그럼에도 어쨌든 무서운 이야기들을 읽는 

모든 소녀들에게 


소녀들 대상의 책인가요? 정말 놀랍고, 그럴듯하다. 나는 호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데, 어쩐지 여기에 소개되는 이야기들이 정말 낯익다. 원서와 계보를 찾아서 읽지는 않았지만, 소개된 책들 중 읽은 책들이 많다. 사실은 호러를 좋아하는 걸까?? 그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닿아 있는 삶의 접점이 있는 걸까? 여자들이 쓴 호러 이야기들과? 


"어째서 여자들은 호러 소설을 쓰는 데 능할까? 어쩌면 호러가 관습을 거스르는 장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호러 소설은 독자를 평소 걸음하지 않는 불편한 장소들로 밀어붙이고, 본능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것을 대면하게 강요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늘 관습을 거스른다고 비난을 받는다 - 혹은, 적어도 사회가 그들에게 설정한 세심하게 드리워진 경계들 너머로 발을 내딛는데 익숙하다." (9)


두 저자인 리사 크뢰거와 멜라니 R. 앤더슨이 쓴 <여자가 쓴 괴물들>은 저자들의 이력을 보면 아주 믿음직하다. 사실, 이력은 지금 봤다. 리사 크뢰거는 고딕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픽션, 논픽션, 팟캐스트, 각본 등 전방위적인 호러 글쓰기에 몰두. 호러작가협회와 여성 제작자 모임인 NYX 호러 콜렉티브의 회원으로 활동. 멜라니 R. 앤더슨은 미국 고딕 문학 및 초자연 문학을 주로 연구한다. 글을 쓰거나 가르치지 않을 때는 공포 팟캐스트와 '여자가 쓴 괴물들' 팟캐스트를 공동진행 하고 있다. 


저자들의 이력은 지금 봤지만, 이력을 읽지 않아도, 책의 앞 몇 장만 읽어도 촉이 온다. 이 둘은 엄청난 호러 소설 마니아들이다. 최대한 많이 재미있게 일반인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전달하려는 마음과 그들의 방대한 지식이 술술 흘러들어온다. 나는 호러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여성 작가들이 쓴 호러 등등을 읽게 된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리리딩 해 볼 생각이다. 일단, 나는 이 책을 '프랑켄슈타인' 읽기 전의 연계 독서로 시작했는데, 대만족이다. 


호러 등등등이라고 했는데, 호러의 시작, 유령, 오컬트, 펄프 소설, 유령 나오는 집, 페이퍼백 호러, 뉴 고스, 호러와 사변 소설의 미래까지. 세부적으로 나눠났다. 저자들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 책의 디폴트는 '여성 작가들'이다. 그래서 더 읽기 편하기도 하다. 페미니즘적이라던가, 페미니스트였고, 집안의 가장으로 글쓰기로 돈 벌고, 하는 이야기들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야기되고 있어 정말 좋았다. 


요즘 한국 여성 작가들의 한국 고딕 장르라고 하는 소설들 나오고 있어 '고딕'의 정의가 새삼 궁금했는데, 여기에 잘 나온다. 


"고딕 소설은 1765년 출판된 호레이스 월폴의 <오토란트 성>에서 출발했다. (..) 월폴의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책들에서 무수히 발견되는 건축물 양식의 이름을 따 고딕이라 불리는 장르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후 수세대에 걸쳐 이 새로운 장르의 인기는 지붕을 뚫고 치솟게 되며, 이는 주로 여성 작가들의 활약 덕이었다." 이 앞에 월폴의 '오트란토 성' 줄거리 나오는데, 진짜 너무 흥미진진. 아침드라마 저리가라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왕자의 게임'의 '붉은 결혼식'이 별것 아는 듯이 보이게 하는.. 


내가 지금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는 작가는 '메리 셸리' 이다. 저자들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단 몇 줄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끌어내어 보여준다. 다 재미있어서 발췌하기 힘들지만, 


"운명이 완벽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려고 음모를 꾸민 듯했다. 이 해는 소위 여름 없는 해였다. 인도네시아의 화산 폭발이 다량의 이산화황을 배출한 탓에 세계적으로 온도가 떨어졌다. 그 결과 춥고 음울한 기후가 나타났고, 끝없이 내리는 비가 모두를 별장 내부에 가두었다. 그리고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포효하자, 바이런 경은 작은 대회를 제안했다. (그 바이런 맞음) 누가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바로 이 성적인 긴장감으로 충만한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했다.." 


관심을 가지게 되니 더 잘 보이긴 해서 요즘 읽는 책마다 (골라 읽고 있기도 하지만) 메리 셸리와 피비 셸리,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까지 그 배경들이 흥미진진하다. 십대에 이토록 오래 살아남는 고전을 괴물을 쓴 여자. 메리 셸리. 


나는 호러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성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고, 즐겨 읽는다면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메리 셸리도 그렇고, 여기에 소개되는 작가들 중에 이디스 워튼이 있다. 그러고보니, 이디스 워튼의 환상이야기를 사두었지.. 워튼은 친구였던 헨리 제임스처럼, 미국의 특혜받은 상류층에 초점을 맞추었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결점을 꼬집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 나오는 단편 '눈' 은 주인공이 자신의 만찬 손님들에게 어린 시절 자신을 따라다녔던 한 쌍의 유령 같은 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화자가 그 눈이 자신의 눈이라는 사실 - 나이든 자신이 그의 젊은 시절 모험들을 (다소) 실망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등골 오싹 아이러니 반전을 취한다. 얼른 읽고 싶다. 내 책장, 왜 지금 내 눈 앞에 없는지. L.T. 미드는 처음 듣는 작가인데, 280편이 넘는 작품들을 출간했고, 소녀 제목이 들어간 책이 많아 '소녀 소설'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19세기의 그녀의 작품들은 아동문학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전 연령대의 독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기도 해서 해리 포터를 쓴 롤링과 견주기도 한다. 


많은 여성 작가들이 잊혀졌다. 던전 앤 드래곤을 안다면, 당신은 세인트 클레어의 작품을 아는 것이다. 한 솔로 타입이 등장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한다면, 무어는 스타워즈 전에 이미 그런 내용을 쓰고 있었다. 다크 판타지의 팬인가? 거트루드 버로우스 베넷은 이 장르의 창시자로 공인되고 있다. 


"어쩌면 가장 기이한 이야기는 우리가 어쩌다 이렇듯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을 창조한 여성들을 잊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것일지도 모른다."(164)


성과 더불어 내게 가장 호러나 고딕과 닿아 있는 것이 유령 들린 집이다. 


"집 안 공간들은 오랫동안 호러 소설의 배경으로 선호되어 왔다. 특히 어둡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에, 외딴 장소에 고립된 낡은 집보다 더 섬뜩한 것은 없다. 유령이 나오는 집은 기이한 것의 전형이다 - 친숙하고 안전한 것이 낯설고 위험한 것이 된다. " (206)


듀 모리에의 이야기에서는 레베카가 나온다. 당연히. 그녀의 단편 '인형' 의 줄거리가 나오는데, 훌리오라는 이름의 기계 장치 인형과 부유하고 독립적인 삶을 즐기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구혼자 중 한 명이 서술하는데, 그는 그녀와 훌리오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분노로 광기에 휩싸인다. "자신을 거부하는 애정 상대와 대면하자 죽일 듯한 분노를 일으키는 이 이름 없는 화자가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다. 여성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 그녀가 재정적인 안정이나 성적인 쾌락을 위해 어떤 남자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 그를 당혹케 한다. " 


내가 아무리 호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과 이야기와 나와 내가 사는 사회가 '호러' 와 너무도 닮아 있어서 좋아하지 않지만, 싫어하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옵니다. V.C. 앤드류스. 다락방 시리즈는 아주 오래전에, 그리고 새로 다시 나왔을 때 읽었고, 이 책에 나오는 오드리나도 읽었다. 앤드류스의 건강이 안 좋았고, 작가로서 수익성이 좋았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알았다. 


엑소시스트에 대한 해석도 그러고보니 싶었다. 

악마에 사로잡힌 소녀 이야기가 나오는 <친숙한 영혼>에서 터틀은 악마에 대항하기엔 무력하고 약한 소녀 앞에 사제가 나타나 주인공을 결박하고 그 몸을 제어하려는 영혼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거부한다. "남성 사제(혹은 아버지)가 (주로 남성적인) 악마와 한 여성의 몸을 누가 통제할지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것은 가장 나쁘게는 가부장제에 해당되며 페미니스트인 터틀은 그런 요소는 전혀 원하지 않았다." 대신 호적수 주인공을 창조한다. 빈틈없고 똑똑한 세라. 그녀는 악마를 타파할 계략을 짜낸다. 페미니스트 적인 견해를 제쳐두고라도 완벽하게 훌륭한 호러 이야기라고 한다. 근데 이 리사 터틀이 '페미니즘 사전'의 그 리사 터틀 맞나? 읽고 싶다! 세라 이야기! 관련 작품으로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나오미 앨더만 <파워> 나온다. 다 읽었잖아. 그러니깐, 내가 호러 소설을.. 


우리가 이야기해온 고딕 소설이 "강한 문학적 전통과 어둡고 허물어져 가는 성을 침울하게 헤매고 다니는 이상의 핵심적인 특성들로 고립, 나약함, 가족간의 분쟁, 숨겨진 비밀의 분출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소설" 이었는데, 신고딕이라고 부르는 현대의 이야기들은 18세기 고딕 소설의 엄격한 규칙들을 뒤로하고 대신 초자연적인 것을 아우르는 세계의 현실을 이해하려 애쓰는 주인공들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전통적인 고딕 이야기에서 여주인공의 순결이 위험에 처했다면, 현대 고딕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정신이 위험에 처한다. 초자연적인 힘과 현실에 대한 통제를 잃을 위기에 맞선다. 


테메레르의 나오미 노빅이 N.L. 제미신의 <다섯 번째 계절 >리뷰에 정말 멋진 말을 썼다. 


"세계가 끔찍하다면, 그 세계의 종말은 승리가 되기도 한다. 그안에 갇힌 이들에게는 그 이후의 삶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 해도." 


멋진 책을 선사해 준 저자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 책 속 작가들을 작성하면서 호러와 위어드 소설을 초월적인, 현재의 상황을 밀어붙이는 도구로 사용한 여성들에 대해 서술하고 토론하고 감탄했다. 소설의 이런 장르들을 도구로 삼아 여성 작가들은 사회를 흔들고 독자를 불편한 방향으로 이끌면서 우리의 불안과 공포가 자유롭게 풀려나는 낯선 공간으로 재촉한다. 


하지만 이런 공간들은 또한 힘이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여성은 매일의 삶 속에서 호러를 경험한다. 그 으스스함과 공포가 이 작가들에겐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도구가 된다. 


해체된 가족 관계, 가정 폭력, 신체 이미지에 대한 문제들,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들, 극심한 편견, 강박. 


여성이 쓰는 소설이 목소리와 가시성에 초점을 두는 것도 놀랍지 않다. 여성은 조용히 하라는 말을 들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높인다. 눈에 띄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쫓길지 모르지만 쫓는 자 역시 될 수 있다. 


호러 소설은 때로 우리를 파괴하는 것들이 진실로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호러와 여타 다크 픽션의 미래는 밝다. 그리고 여성이 이런 이야기들을 꾸준히 추구하고 혁신해 가는 한, 그 미래는 여성적일 것이 분명하다." 


정말 멋지고 재밌고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호러를 좋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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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2-2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은 매일 호러를 경험한다. 설득력 있습니다 .

하이드 2022-03-01 06:01   좋아요 1 | URL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르 소개서였습니다!

그레이스 2022-03-08 18:58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mini74 2022-03-08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이에요. 하이드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이하라 2022-03-08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2146, 529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 온다프레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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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진실이 있습니다. 말해지지 않는 것을 들으려 하고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 보일 때 비로소 진실은 '사건' 으로 드러납니다. 세상의 어떤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하려면 먼저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우리는 매일 단신에서 일터에서 죽는 이들의 뉴스를 스쳐지나간다. 한 해 동안의 매일의 단신을 모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드러나는 것 아래에 더 많은 죽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일을 하는 나의 일이고, 일을 하는 가족이 있는 나의 일이다. 이 책에 누워 있는 죽음들은 평소에 상상하기도 힘든 죽음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반복되는 단어들은, 문장들은 


" 중장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 "화물용 리프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 지상 13 m 아래로 떨어져",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석탄 운송대에 몸이 끼이는", "플라스틱을 부수는 파쇄기에 몸이 끼이는", "프레스에 눌리는 압착 사고를 당해",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공사 현장에서 40대 남성 인부가 추락해", "잔도 공사를 하던 중 추락해", "측면 골프망 고정 작업 중 떨어져(높이 10 m)" , " 후진하는 로우더에 깔려", "상판이 불시 하강하면서 상판과 하판 사이에 끼여", "유압이 누설(추정)되어 하강하는 포크에 깔려", "5톤 무게의 콘크리트 파일이 전도돼", "콘크리트 옹벽이 무너져", "공기저장 탱크 내 압력 소실로 공기 공급이 중단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 "압축기계에 빨려들어가" ... 


골라서 쓴 것이 아니다. 앞에서부터 적은 것이고, 이렇게 끝까지 날짜와 기사들이 이어져 있다. 


현장에서의 위험이, 죽음으로 드러나는 반복되는 위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에 무감하고, 타인, 노동자들의 목숨을 인간의 목숨이 아닌, 망가진 부품 정도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는 일이다. 반복되는 죽음의 뉴스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럴수가' 탄식하지만, 나부터도 돌아서서 잊고, 그 이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나에게는 먼 일 같아서 실감하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일을 함으로써 사회가 돌아가고, 나도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린다. 나 역시 일하는 누군가로 묶이는 사람이다.   


책 뒤에 실린 해설에서 양경언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의 일기가 이렇게 씌어지고 있었다 " 고 말한다. 사건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새벽이나 아침 시간에, 24시간 돌아가는 현장에서 노동자는 밤샘 노동을 감당하다가, 주말에도, 휴일에도, 명절에도 일어난다. 사고가 일어나는 시간은 그들이 한참 일하는 시간일 것이다. 


박희정의 또 다른 해설에서는 김현경이 '사람, 장소, 환대' 의 내용을 빌려서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으로 인정받을 때 사람으로 살 수 있다. " 그렇기에 이야기를 가질 때 사람이 되고, 사람의 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진다고. 


나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를 가진 그들의 세계는 지금 내가 사는 세계와 같은 세계이다. 


"죽음을 말하는데 삶이 없다.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 다루어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그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다루고 있다는 말과 같은 게 아닌가. 어떤 이는 매일 스쳐가는 단신 속의 그 텅 빈 곳에 눈길을 던진다. 이 글이 부고가 되지 않음에서 이 세계의 부정의를 인식한다." 


불행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준비 없이 일어나는 불행한 사고는 사고가 아니라 정해진 인재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사고들이 조장되거나 방조된 채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것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 보여지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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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2-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다 읽으셨네요. 저는 조금씩 읽고 있어요.. 이 책에도 실리지 못한 더 많은 죽음을 애도합니다..

하이드 2022-03-01 06:04   좋아요 1 | URL
정말 끔찍한 이야기들을 이어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 뉴스 단신들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건조하고 틀에 맞춘듯한 문체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죽음들이요.

Clou:Do 2022-03-01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삶을 보지 못하고 비용으로 보는 시각들이 너무도 소름 끼칩니다. 부디 사람의 마음을 잃지 말기를…

하이드 2022-03-02 16:08   좋아요 0 | URL
그들은 사람의 마음은 이미 잃은 것 같고, 시스템이 얼른 갖춰져서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146, 529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 온다프레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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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2021년 산재로 죽은 노동자의 숫자. 매일의 산재 기사로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추락하고 기계에 끼어 죽고, 으깨져 죽고, 갈려 죽고, 치어 죽고, 유독가스 마시고 죽고, 익사하고, 불타 죽고. 평소 상상도 하기 힘든 끔찍한 죽음들이 일터에서. 주말과 휴일에도 한밤중에도 일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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