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봐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쥴앤짐 (1961)


글루미 선데이(1999)

그가 있고, 그녀가 있다. 그리고 그가 있다. 그리고 당신이 있다.

스튜어트와 올리버는 확연히 다른 성격의 오랜 친구다.
질리언은 스튜어트의 연인이고, 아내가 된다.

여기, 스튜어트, 올리버, 질리언이 있다.
어떻게 괄호를 묶을지는 읽기전에는 당신맘이다. (스튜어트+질리언) 부부와 올리버.
혹은 (스튜어트+올리버) 친구와 질리언, 혹은 (질리언+올리버)불륜과 스튜어트, 조금 더 나아가면
(스튜어트+올리버)연인과 (스튜어트+질리언)부부... 아, 그리고 있지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을 읽는 당.신.

내가 아는 가장 수다스러운 영국남자는 이때까지 알랭 드 보통이었다. 그런 나의 생각을 가차없이 깬 뺀질뺀질한 줄리언 반스라는 느끼한 남정네가 있었으니.


책에는 이것보다 훨씬훨씬 느끼한 사진이 있다.
줄리언 반스의 시리즈가 열린책들에서 예쁘게 옷입고 새로 나오기 시작한게 벌써 작년 여름이고, 책꽂이 구석에 '10과 2분의 1장으로 쓴 세계역사' 라는 책이 기억도 안나는 예전부터 먼지 뒤집어 쓰고 있었고, 난 사실, 아주 얼마전까지 이 사람 여자인줄 알았고, 워낙에 많이들 알고, 많이들 읽은 작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열광하는것이 뒷북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덧붙여서, 나는 아직 열광할까 말까 맘이 갈팡질팡하고 있긴 하지만서도. ( 여기까지의 횡설수설을 한숨에 읽어내렸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다.라고 할 정도로 심하게 수다스러운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

스토리는 신파다.
뭐, 여자 하나에 남자 둘. 그리고 그 남자 둘이 오랜 친구라는데, 안 봐도 비디오. 아니겠어.

근데, 그 뻔한 스토리에 이 책은 뭐가 다른데? 묻는다면,
목차를 보라.
1장 그의, 그 또는 그녀의, 그들의
2장 1파운드만 빌려 줘
3장 그해 여름, 난 찬란했다
6장 치매를 예방하라
7장 그런데 웃기는 일이 있다.
9장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17장 영국 사람들, 다 미쳤지.

어수선한 목차를 책을 다 읽고 있는 지금, 그 어수선한 수다들이 새삼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돈다.
음. 그래. 목차 제목 잘 지었네.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줄리언 반스가 풀어가는 방식은 '수다' 다.
그리고, 그 '수다' 에 독자를 끌어들인다. 연극무대에서 배우들이 관객에게 말걸듯, 등장인물들은 책을 읽는 나에게 끊임없이 말건다. 오죽 제목도 '내 말좀 들어봐' 겠는가 ( 원제는 talking it over) 난 극히 평범한 사람이야. 난 말할 게 없어. 그런데 요새는 어딜 봐도 자기 삶을 고백하며 자기가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들뿐이야. ...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걸까? 어째서 <날 좀 봐. 내 말 좀 들어 봐>하고 외치는 걸까? 왜 사람들은 가만히 못 있지? 어째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일까?(19pg)

스튜어트와 올리버가 친한 친구라는 이야기는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으로(연애만큼 주관적인 것이 있을까?!) 스튜어트는 여자인 내가 보기에 건실한 은행원.이고, 정확하며, 풍채가 있고, 여자를 무조건 배려해주는 자상한 남자다. 스튜어트는 올리버가 보기에 구두쇠이고 지루하며 농담도 못하고(알아듣지도 못하고) 썰렁한, 자신이 구제해주지 않으면 쑥맥인 재미없는 은행원이다. 스튜어트 : '세상 사람 중 반은 자신감이 있는 것 같지만, 나머지 반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나는 이쪽 반에서 저쪽 반으로 건너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자신감이 있으려면 먼저 자신만만해야 한다. 그건 악순환이다.'(35pg)

올리버는 잘생겼고, 매력적이고, 입을 다물줄 모르는 콩깍지 씌웠을때는 그 현란한 비유,농담,불어,독어,이탈리아어에 홀딱 반할 수도 있는 영어가르치는 백수.다.콩깍지 벗겨지면, 스튜어트에 빌붙는 백수. 배신자. 나쁜놈. 한심한놈. (다시 말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올리버 :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않을>생각이다. 기억은 하나의 의지 행위이고, 망각 역시 그렇다. 나는 내 생애의 초창기 18년을 기억에서 거의 다 지워 버리고, 그것을 퓌레 같은 유아식으로 만들어 버렸다. .. 과거를 너무 잘 기억하고 있으면 당신은 그 때문에  현재를 탓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과거 때문이야,... 그런 사고방식을 고쳐주겠다. 그것은 십중팔구 당신 탓이다. 거기에 대해 나에게 자세한 설명까지 요구하지는 마라' (28pg)

질리언? 나쁘지만, 이해안가는거 아니지만, 어쨌든 나쁘다. 현실적인것 하나는 맘에 든다.

아, 이 책은 그래서 무슨 내용이냐면. 연애이야기다. 연애이야기. 그것도 몹시 징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스튜어트가 되었다가, 올리버가 되었다가, 질리언이 되었다가, 그들 모두가 아닌 '나' 가 되었다가. 공감하고, 타박하고, 한심해하고, 공감하고... 공감하는 글이 나오면 책 모서리를 접곤 한다.
이 책, 보통의 책 못지 않게 접힌 모서리들로 너덜너덜해져버렸다.

연애소설 그만 읽고, 연애나 하시지? 하면 노코멘트.

'사람들은 화가 나고 슬픈 것은, 슬프고 슬픈 상태가 호전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만약 당신이 슬프고 슬프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만약 화나고 슬픈 상태라면 당신은 그저 트래펄가 광장 한복판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소리지르고 싶어한다. 그건 내 잘못이 아냐. 그들이 나한테 저지른 일을 보라고.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나? 이건 너무하잖아. 화나고 슬픈 사람들은 사실상 아무것도 해결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미친 사람들이다. '(319pg)

*책의 후유증으로, 멈추고 싶지 않은 수다가 계속 사족을 달게 한다: 대부분 멋지지만, 그 중에서도10장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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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3-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 미스 하이드씨! 당신 말 듣고 사재기한 책이 몇권인데! 아니지, 이젠 디비디에 음반까지 넣어야지!! 아암~! 당신 말 듣고 있다가는 한 재산 날아가지..아암~ ㅠ.ㅠ
(나중에 리스트 만들면 엄청 날 꺼예요. '하이드님 페이퍼에 뻑 가서(^^;;) 지른 물건' 리스트 같은거. ;;;)

하이드 2006-03-22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읽을 책들이 엄청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워낙에 평들도 좋았지만 ^^

마늘빵 2006-03-22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인가요?

mong 2006-03-22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이라는 소설도 읽어보세요 ^^

보르헤스 2006-03-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에게 보통을 대신할 작가가 쥴리안 반즈인가요? 아님 존 버거 인가요? 그게 젤 궁금하네요 ^^

조선인 2006-03-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아 반즈라면 쥴님이 흠뻑 빠진 작가죠? 이젠 하이드님까지. 정말 매력있나봐요.

하이드 2006-03-2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아직 책 몇권 더 남았으니, 두고 봐야겠어요. 개성이 강한 작가라, 한번에 홀딱빠지기는 저어됩니다.^^
보르헤스님, 존 버거는 제가 보통보다 더 먼저 좋아했던 작가라구요~ ^^ 작년초부터 읽어서, 번역본 한두권 빼고 다 있고요( 읽고가 아니라;; 그래도 꽤 많이 읽었어요) 대중적인 작가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입니다.
보통이나 줄리언 반스는 대중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ong님, 에, 리뷰 봤어요 ^^ 보관함에 넣어놨습니다.
아프락스님, 넵, 그렇다고 보통과 비슷한 소설을 쓴다는건 아니구요. 적어도 이 책으로는 굉장히 개성강한 글 쓰는 작가에요.

비로그인 2006-03-2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하이드님과 왜 이리 짝짜꿍이 잘맞는지?

전 이거 보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나왔습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인도계 변호사 조지를 도우려 사건을 풀어나가는 얘긴데 줄거리도 흥미있지만 역시 수다와 번뜩이는 통찰력들이 백미지요. 


하이드 2006-03-2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ㄱ ㄱ ㅑ~ 재밌겠어요. 열린책들에서도 전집으로 쭉 나와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안즉 페이퍼백은 안나왔네요. 일단 카트에 담습니다요. <ㅑ ㅇ ~

안나채 2006-08-1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하이드님. 하이드님이 위에 올리신 쥴앤짐을 2001년도에 보면서 2000년도에 보았던 글루미썬데이가 떠올랐는데, 게다가 저 역시 <내 말 좀 들어봐>를 2004년도에 읽으면서 영화 쥴앤짐이랑 글루미 썬데이가 오버랩되어 되었었는데,
괜히 더 반갑네요^^

알리스 2006-08-31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계속 드라마 아일랜드가 생각났을까요?ㅎ
처음 접한 작가인데 다른 작품도 기대되지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동서 미스터리 북스 41
존 르 카레 지음, 임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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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 온 스파이.
르 카레의 스파이물을 드디어드디어 읽게 되었다.

베를린의 현장첩보 책임자, 리머스가 임무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본국으로 소환당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첫장부터 매우 스릴감 넘치는 시작이다. 300여페이지의 길지 않은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금새 결말까지 치닫는다. 
어느 부분까지는 재미있었으나, 마지막 몇장에서 작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두 주인공의 대화(다툼? 토론?) 을 통해, 몇장에 걸쳐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스파이질에 대한 이야기들을 부담스럽게 쏟아놓는다. (리즈가 왜 한번 본 히들러를 그렇게 감싸는지, 도대체도대체 이해가 안감.) 낯익은 미국영화에서( 물론, 이 작가는 영국 작가이고, 영국 이야기이긴 하지만) 뻔한 결말 보는 듯한 드러운 기분.

리즈가 조금이라도 맘에 드는 구석이 있어서, 그 마지막 몇장을 호의적으로 읽을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맘에 안 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난 언제나 대책없는 착함을 재수없어하는 관계로, 게다가 그 대책없는 착함이 주변에 곤란을 주고, 어려움에 빠트리고, 파멸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래도 결말하고 여주인공 빼고는 재미있었으니 별 하나 추가다.

조지 스마일리씨가 나오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는 좀 더 기대해본다.
근데, 2005년 여름에 19권 전권 계약했다더니, 그 이후로는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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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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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WY가 와이오밍)

미국 중서부의 주. 인구 493,782명. 주도 샤이엔. 1890년 7월10일 준주에서 주로 승격. 1869년, 미국 최초로 여성에 참정권을 인정. [뉴 옥스포드 아메리칸 딕셔너리 세컨드 에디션]에 나온 와이오밍의 정의다.
유성같은 불덩이나 비행 원반 등의 미확인 비행 물체가 자주 목격되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며('외딴 해안'), 1998년 스물두 살의 대학생 매튜 셰퍼드가 동성애자를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맞아 숨져 미국을 경악하게 했던 사건의 장소도 와이오밍 주의 3대 도시 중 하나며 와이오밍주립대학이 있는 래러미였다.('브로크백 마운틴')
- 옮긴이의 말中-

'브로크백 마운틴(원제 : 와잉오밍 스토리)' 는 이 단편집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된 뉴요커에 실려 존 업다이크로부터  금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꼽혔던 ' 벌거숭이 소' 에서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의 원작인 '브로크백 마운틴' 까지 와이오밍이 배경이 된 아름다운(?)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보다 더 현실적인 곳은 없다."
-은퇴한 와이오밍 카우보이-

이 소설집의 첫주자이자 대표주자인 '벌거숭이 소' 는 아이슬란드 민간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삶의 실타래가 단단히 감긴 애송이가 울 양복을 입고 샤이엔을 떠나는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그 실타래가 다 풀려나가 절뚝대는 노인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기나긴 이생 내내 메로는 그가 시작한 곳, 빅 혼 산맥의 남쪽 끄트머리 낯선 땅에 있는 소위 목장이라는 곳에 대한 생각을 끊었었다' 라는 유려하고 가슴을 꽉쥐는 첫문장으로 시작한 이 단편은 와이오밍으로 돌아와 장례식에 참가해 달라는 여자의 전화를 받고 60여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메로가 그의 캐딜락을 몰고, 와이오밍의 목장에 가며 겪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와 그의 목장에서의 과거의 에피소드 교차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면서 과거를 떠나온 메로가 과거를 인정하면서 긴 여운을 남긴채 이 단편은 끝이 아닌 끝을 맺는다. 그 다음주자는 '진창'  로데오 선수인 다이아몬드의 이야기이다. 160이 채 안되는 작은 키의 왜소한 그는 180정도 되는 큰 여자들을 좋아한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그가 용돈 벌기 위해 간 친구의 목장에서 해보게 되는 '로데오 연습' 이 그의 나머지 인생을 결정한다. 다섯장이 채 안되는 짧은 은 분량으로 리랜드의 인생을 요약한 '어느 가족의 이력서', 역시 민간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단편집에서 그나마 '유머'를 볼 수 있는 '블러드 베이' ' 목마른 사람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로크백 마운틴' 까지.

어느 단편 하나 빼놓을 것이 없지만, '벌거숭이 소' 와 '브로크백 마운틴' 외에 ''아름다운 박차'와 '외딴 해안', 그리고 '진창' 이 깊은 인상을 새겼다.

첫단편'벌거숭이 소'에서 마지막 단편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끝나는 애니프루의 이 아름다운 와이오밍에 관한 변주곡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단편이라는 것이 중간에 아무거나 펴서 골라 읽을 수 있지만, 이 '와이오밍 스토리'만큼은 첫단편의 첫문장과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 지금까지 열한편의 단편이 아닌 장편 하나를 읽은냥 기가막힌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와이오밍. 에 대해 쥐뿔도 아는 것 없고, 그 동안 그에 관한 실감나는 영화건, 책이건 접해본적이 없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실감나는 와이오밍을 접하게 되었다.


중남미 작가들은 자연의 거대함에 '마술적/환상적 리얼리즘' 을 만들었지만, 역시 거대하고 손쓸길 없는 자연 앞의 와이오밍에 사는 인간들을 쓴 애니 프루는 '자연' 그 자체가 되어버린 인간들을 그렸다. 돌멩이가 하나 있다. 그 돌멩이가 비탈에서 굴러 흠집이 나고 패였다고해서 그 돌멩이를 위해 아파해주는 사람 없듯이, 담담하기까지한,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와 같은 무력한 인간존재에 대해 동정심과 연민을 가지는것이 어색하다. 불편해도 읽어내는 수밖에.

아마도 나는 '메뚜기 냄새가 풍겨 오는 뜨거운 어느 여름 정오, 마당에서 낯선 트럭의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 라는 걸 죽을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 라는 글을 읽을때 와이오밍이건 여기건 과거이건 현재인건 인간을 사로잡는 그 무엇,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그 무엇 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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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3-1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과 영화를 비교한다면, 나는 두손두발 다 애니 프루의 단편에 들어줄꺼다.

Mephistopheles 2006-03-1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리뷰를 안볼려고 하는데...결국 이책도 보관함으로 골인~~!!

프레이야 2006-03-19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twoshot 2006-03-19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손두발'...허허..너무 극단적이십니다. 리안의 영화는 영화로서도 아주 귀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단순하고 담백해 보이지만 구 풍성함은 리안의 한 절정이라고 이 연사 외칩니다!!

hnine 2006-03-1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너무 멋져요!

하이드 2006-03-1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감사합니다. ^^
marcus님, 그런가요? 전 와호장룡까지가 딱 좋았는데, 말이지요. 브롴백마운틴은 뭐랄까. 원작에 대부분을 빚지고 있으면서도,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플러스 알파적인 면이 없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들의 연기도 평범했구요. ( 물론, 제이크 질렌할은 잘생겼습니다만 )영화가 나쁜것 은 아니였지만, 원작에 열광하는 저로서는 영화가 맘에 안 찼다고나 할까요.
배혜경님, 감사합니다. ^^
메피님, 기냥 장바구니로 골인 하시죠? 헤헤

moonnight 2006-03-2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브로크백마운틴>만 읽었는데요, 몇쪽 안되는 단편으로 두시간짜리 영화를 잘 뽑아낸 감독에게 처음 놀랐다면(이 책이 단편집인 줄 몰랐거든요. 장편소설인 줄 알았음. -_-; ) 몇쪽 안되는 단편으로 영화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에게 감동 또 감동. 저도 애니 프루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

하이드 2006-03-2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주욱 - 읽어보시면, 또 다른 감동 느끼실 수 있으실꺼에요.^^

stefanet 2006-03-2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영화를 먼저 봤고, 그 애절함이 너무나 가슴에 사무쳐서 두 번 더 보고, 그러고 나서 책을 봤더니...책보다는 영화의 울림이 더욱 더 강하네요. 그 배우와 영상과 음악이...역시 뭘 먼저 접하게 되느냐가 확실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치만 역시 소설의 등장인물의 이미지가 영화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로 굳어버리는건 좀 안타까운 일입니다......

히피드림~ 2006-03-2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요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좋은 소설 만난 것 같아 기분 좋네요.^^

하이드 2006-03-24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맘에 쏙 드는 단편집입니다. 와이오밍 스토리즈 2가 기대됩니다.
 
아델과 유령선장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까미유 주르디 지음, 노엘라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2월
절판


아델과 유령선장
얼마전에 발견하고 좋아라 하기로 맘먹은 쌍반점 출판사의 책이다.
표지부터 맘에드는데...

속표지가 겁나게 진한 와인색이다. 심상치 않음.
저자 : 까미유 주르디.
이 작품은 졸업반때 구상한 작품이라는데?

아델과 유령선장

목차부터 맘에 든다.

* 차례 7안나 15소설가와 아델

* 23이반 베르델 31그래서 어찌되었는지? 91한국독자에게

안나
매 장 들어가는 그림도 독특하고 귀엽다.

고백하는데,,,
첫 페이지부터 맘에 쏙 들어버렸어.

첫문장은
' 안나의 애완용 생쥐가 시체로 발견된 건 꼭 여덟살이 되던 날이었다.
( 참고로 여덟 살 생일을 맞은 이는 생쥐가 아니라 안나임을 밝혀 둔다)'

할아버지 안락의자 방석 밑에서 뻣뻣하게 굳은 쥐 시체를 발견한다.

안나는 울음을 터뜨렸고 다른 식구들은 다들 안나를 달래느라 열심이었는데...
그런데..

아니, 안나 엄마만 빼고 말이다.
그 순간 안나 엄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안나가 폭소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바로 그날이다.

* 이 첫페이지 보고 맘에 쏙 들어버렸다고 하면 이상한가?
그 다음 페이지. 그러니깐 첫장

죽음이란걸 실감하지 못하는 안나에게 부모는 죽음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줬었지.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세히 알려줬는데,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너무너무 많았다.

* 사진 속의 그림들 보이려나? 푸흐흐흐흐

무튼 안나는 이제 죽은친구가 생긴걸 기뻐하기로 한다.

어느 날 엄마의 절친한 친구 하나가 자동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
안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 야! 죽은 친구가 또 하나 생겼다!'

뭐, 짐작하다시피, 주위에서는 좋아하지 않았지.
엄마한테 한대 쥐어박혔을지도 모르지.

소설가와 아델


소설가가 나온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하고, 글을 몇줄 쓰지.

주인공은 항상 '아델' 이다.
왠지 '아델' 시점에서 써야 거부반응이 없다나.

아, 아델은 스물아홉 도서관 사서.

정리하다가 오래된 일기장이 눈에 띄었는데,

4월6일 화요일, 부엌 개수대에서 거미 한마리를 발견했다. 좀 겁이 났지만 딸기잼통으로 한 번에 눌러 죽였다.
4월9일 목요일, 저녁에 파스타를 삶아 먹었다.
4월14일 수요일, 너무 피곤하다. 어서 침대로 가야겠다. 일기는 내일 써야지.


거미, 파스타, 침대, 뭐, 그닥 판타스틱하고 스릴있는 일상은 아닌가봐.


이반 베르땡

전에는 해적이었고 지금은 유령이야.
저기 식사하고 있는 베르땡 부부의 '고귀한' 선조라고나 할까.

죽었어.
폭풍치는 날. 바다에서
푹풍우가 몰아칠때
피아노 앞에서 연주하기 시작해.

베토벤의 '폭풍' 을

배는 침몰 직전. 선원들은 구명보트 차지하려고 아우성

'신은 제 죽음이 아름답기를 바라셨나봅니다.
바다는 우리를 내림 나장조에서 삼켜 버렸답니다.'

그래서 어찌되었는지?

안나하고, 소설가하고, 아델하고, 베르땅하고,
그래서 어찌되었는데?

기가막힌 그림에
기가막힌 반전이라서,
그건 책 보고 직접 확인하지.

초카타르시스반전(이건 쫌 과장이긴한데, 기가막히긴 한데, 초카타르시스라는거;; 무튼, 이 말을 꼭 쓰고 싶으니깐)하고 상관없는 마지막 페이지, 아니 마지막페이지 전 페이지

'2주째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건 신이 샤워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안나 할머니는 얘기하곤 했다.
안나는 쏟아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신이 어지간히 더러웠나 보다 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


리뷰 제목의 '먼지 쌓인 일상에 불어넣는 신선한 봄바람 같은 이야기!'
는 이 책 뒤에 나오는 카피고.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로는
글 못쓰는 소설가와 그의 아내
액자 틀이 갑갑한 이반 베르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델
궁금한 것이 많은 안나

이들이 다 어떻게 만나는지 궁금하죠?

궁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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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발 페이퍼의 원인제공이 이책인가요 브로큰 백인가요...??

비로그인 2006-03-1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엇집니다 (책도 리뷰도) 어떻게 실제로 손에 넣을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보관함에 넣어봅니다.

하이드 2006-03-1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좋긴 한데, 브로크백은 폭발하기에는 생각을 너무 많이해야해요.
이 책이 좋아서 폭발하기 딱 좋아요. 헤헤

에이프릴 2006-03-1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뽐뿌질 제발 그만요 ㅠ.ㅠ

하이드 2006-03-1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가 예쁜 책에 약해서 말이지 ^^;
만치님, 그죠? 프랑스사람들 여튼 독특해요. 그림도 이쁘지만, 내용도 홀딱 깨잖아요. ^^

mong 2006-03-15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돼 안돼~~~
아무것두 못봤어요 '_'

2006-03-15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3-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속삭이신님 ^^ 감사합니다.
mong님, 보관함에 들어갔죠? 네? 장바구니 들어갔다고요?

moonnight 2006-03-1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으아. -_- 책사는 거 이제 좀 자제할려고 했건만. 또 장바구니로 쑝. ;;;
 
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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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고수들의 진지하고 내공높은 리뷰들을 뒤로 하고
포토 리뷰 올라갑니다요

괴테의 '파우스트' 짜잔

고뇌하는 파우스트.. 쯤 되겠습니다.

다 아는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모르는게 고전.
괴테의 파우스트. 라고 알고 있지만
16세기부터 전해 오던 파우스트 전설을 괴테가 각색해서 무려 60여년동안 쓴 작품입니다.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16세기에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이고 마술과 점성술로 유명했으며, 신학, 의학에도 상당한 지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일탈적인 행동과 구전되며 과장된 일화들이 그를 유명하게 했고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는 중세적모티브가 민담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영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그간의 주제였던 '인식(앎)'에의 갈망에 환장해 악마와 계약을 맺는 파우스트의 파멸은 당시의 종교관에 자연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파우스트 설화는 '괴테에 이르러서야 노력하는 자아의 발전 과정을 다룬 차원 높은 문학의 소재가 된 셈이다'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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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서곡

주님과 내기 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우측하단의 저 뿔나고 박쥐날개 달리고 손가락 뾰족한 애가 메피스토펠레스입니다.

주님 : 그가 지금은 비록 혼미한 가운데 날 섬기고 있지만, 내 멀지 않아 그를 밝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니라.
정원사도 나무가 푸르러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임을 알게 되는 법

메피스토텔레스 : 내기를 할가요? 당신은 결국 그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Er irrt der Mensch, solange er strebt인간은 노력하는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인간은 노력하는한 방황한다. 괴테의 이 말이 바로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었습니다! 아!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방황하는 파우스트.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한계를 넘어서고,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인간.

1권은 '비극 제 1부'
Faust, Eine Tragoedie' 입니다.

2권 2부도 계속 '비극'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흔히 1부를 학자비극 Gelehrtentragoedie와 그레트헨 비극 Gretchentragoedie 2부를 헬레나 비극Helenatragoedie과 통치자 비극 Herrshertragoedie라고 부른답니다.



파우스트 :
아!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석사니 박사니 허울 좋은 이름만 들으며
그럭저럭 십 년이란 세월을
위로 아래로 이리저리
내 학생들의 코를 끌고 다녔을 뿐-

*그림은 서재에서 고뇌하고 있는 파우스트 프란츠 슈타센 作 입니다.
파우스트의 첫페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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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국 부적으로 '지령(地靈)'을 불러냅니다.
(지령- Erdgeist. 지상의 모든 자연현상과 생물을 관장하는 정령)

이 그림은 괴테가 직접그린 지령의 출현장면입니다.

지령 : 나를 부르는 자 누구인고?
파우스트 : (외면하면서) 흉측한 몰골이다!
지령 : 너는 나를 힘차게 끌어당겼다.
내 영역에서 오랫동안 젖을 빨아대더니
그런데 이제는-
파우스트 : 아아! 난 그대를 감당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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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벨 켄트가 그린 지령의 출현 장면

파우스트 : 내 너를 피할까보냐, 불꽃의 형상이여?
나다, 파우스트다, 너와 대등한 존재이다!

파우스트 : 넓은 세계를 두루 떠다니는 바쁜 정령이여,
나는 참으로 그대와 가깝다고 느낀다!
지령 : 너와 닮은 것은, 네가 생각하는 정령일 뿐 내가 아니로다! ( 사라진다)
파우스트 ( 털썩 주저앉으면서) 그대와 닮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대체 누구와?
신을 닮은 내가 아니었더냐!
그런데 그대마저 닮질 않았다니!

마침 들어온 하인 바그너 때문에 지령은 가버리고 파우스트는 한탄합니다.
파우스트와 바그너의 대화중 나옵니다.
바그너 : 오, 맙소사! 예술은 길고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비판적인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때면, 종종 머리와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히포크라테스의 말이긴 하지만,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그리고 롱펠로우가 브라우닝이 작품에서 해서 유명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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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다.

성문앞 잔치에서 따라온 검정 삽살개, 메피스토펠레스
안개속에서 마구 변신하여 여행하는 학생차림으로 파우스트 박사앞에 나타난다.

파우스트 :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삽살개의 정체였군! 여행하는 학생이라? 거참 웃기는군
파우스트 : 자네 이름이 뭔가?
메피스토펠레스 : 그 질문은 시시한 것 같은데요. 말(言) 이란걸 그다지도 경멸하시고 일체의 외관을 훨씬 초월해서 본질의 깊은 곳만을 탐구하시는 분으로선 말입니다.

파우스트 : 너희 같은 부류에 대해선 이름만 들어도 대강은 정체를 짐작할 수 있지. 파리의 신, 파괴자, 사기꾼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 얼마나 분명하게 알 수 잇겠는가?
그건 그렇고, 자넨 대체 누군가?

메피스토펠레스 :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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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를 다시 찾은 메피스토펠레스

메피스토펠레스 :
나, 고상한 귀공자 차림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빨간 옷에 금박의 장식을 하고,
사각사각대는 비단 외투를 걸치고,
모자에는 수탉의 깃털
길고 뾰족한 칼도 하나 찼답니다.
요컨대, 다신에게 권하노니
당장 나와 같은 복장을 하시지요.
그러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인생이 어떤 건지 체험할 수 있을 겝니다.

.
.
파우스트 : " 나,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 좋습니다.

파우스트 :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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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술집을 지나
마녀의 부엌에서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물약을 마시고
거리로 나가 마르가레테를 만난다.

파우스트 : 아름다운 아가씨, 감히 제 팔을 내밀어 당신을 댁까지 모셔다 드려도 되겠습니까?
마르가레테 : 저는 아가씨도 아니고, 아름답지도 않아요.
데려다 주지 않아도 집까지 갈 수 있어요. ( 뿌리치고 가버린다)

황홀해하던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 저 처녀를 손에 넣게 해주게!'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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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오버랜더의 희화화된 '파우스트와 마르가레테 '

마르가레테 : 잠깐만요! ( 별꽃 한 송이를 꺾어 꽃잎을 하나씩 뜯어낸다)
파우스트 : 뭘 하는 거지요? 꽃다발인가요?
마르가레테 : 아녜요. 그저 장난을 하는 거예요.
파우스트 : 어떻게?
마르가레테 : 저리 가세요. 아마 웃으실 거예요.
(꽃잎을 뜯으며 중얼거린다)
날 사랑한다 - 사랑하지 않는다 - 사랑한다- 않는다-
(마지막 꽃잎을 뜯으며 기쁨에 넘쳐)
그이는 날 사랑하신다!

파우스트 : 오, 인간에게 완전함이 부여되지 않음을
이제 나는 느끼노라.
녀석은 내 가슴 속에 열심히 부채질하여
저 아름다운 자태를 연모하는 거친 불길을 타오르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욕망에서 향락을 향해 비척거리다가,
향락 속에선 또다시 새로운 욕망을 그리워하고 잇다.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은 이제 그런 삶을 충분히 맛보았겠지요?
오래 끈다고 해서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한 번쯤 시험해 보는 건 좋겠지요만,
다시금 무언가 새로우 걸 시작해 봐야죠!
파우스트 : 이 좋은 날 나를 괴롭히기보다
더 많은 일이 자네에게 있었으면 싶네.


그레트헨(마르가레테)를 버리고, 살인을 하고 메피스토펠레스과 길을 떠나는 파우스트

파우스트 : 비참하구나! 절망이로다! 오랫동안 가엾게도 세상을 방황하다가 이제 잡힌 몸이 되다니! 박복하지만 착한 그녀가 죄인이 되어 감옥 속에서 너무나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구나! 그 지경까지 되다니! 그렇게까지! - 이 배신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 지금껏 그 사실을 숨겼더란 말이냐! - 그래,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기나 해라! 원망스럽다는 듯 악마의 눈알을 네 머리통에서 이리저리 굴리기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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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레테 : 전 어머니를 죽였고,
우리 아기를 물 속에 빠뜨렸어요.
그 애는 당신과 제게 내린 선물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에게도 말예요. 정말 당신인가요? 전 믿을 수가 없어요.

파우스트 : 제발 정신 좀 차려요!
한 걸음만 나가면 자유롭단 말이오!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갑시다! 가요 !아니면 그 계집과 함께 내버려두겠소.
마르가레테 :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시여! 절 구원하소서!

메피스토펠레스 : 그녀는 심판받았소!
목소리( 위로부터) : 구원받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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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보다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메피스토펠레스도, 1부 까지는 그리 사악하지 않고,
그저 장난질치는 귀여운(?!) 악마.
게다가 파우스트 형편 다 봐주고
파우스트가 나쁘구만. 이란 생각이 들어버린다.

'대작 '파우스트' 에 담겨 있는 사상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작품의 평가와 수용에 있어 시대와 독자에 따라 나름대로의 기준과 관점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괴테가 말하길
'그들이 와서, 내가 [파우스트]에서 어떤 이념을 구현하려 했느냐고 묻는다. 마치 나 자신이 그것을 알아서 말해 줄 수 잇는 것처러! 천국으로부터 속세를 거쳐 지옥에 이르는 과정- 이것이 아쉬운대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념이 아니다. 행위의 과정일 뿐이다. 나아가, 악마가 내기에서 졌다는 것,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힘든 과오의 길로부터 보다 나은 것을 지행함으로써 구원받는다는 사실 그것도 보다 효과적이고 많은 것을 일러주는 사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전체, 혹은 개개의 장면에서 특별나게 기본이 되는 이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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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4 14: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귀엽긴 합니다...

2006-03-14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3-14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합니다. ^^; 저도 계속 헷갈리고 있걸랑요.
메피님, 네? 뭐라고요? 안들려요

하이드 2006-03-14 2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림 있는건 첨본듯합니다. 산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알았어요. 읽는재미가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