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650페이지의 즐거움.

첫페이지부터 프라이데이에 반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만족의 한숨을...

"내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내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죠."

내가 읽은 가장 쿨하고 멋진 여자주인공중 하나이다. 인간이 아니라는게 유감이긴 하지만.
"내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내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죠."
돌리를 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온갖 철학적,과학적, 윤리적, 사회적, 등등의 골치아픈 문제들이 다 나오겠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주인공 '프라이데이'를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인공물. 아니, 인조인간.
그들은 차별을 당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조인간들은 뭐랄까, 비굴함, 죄책감, 자기연민 등의 감정을 가지고, 보통의 인간을 대한다. 프라이데이가 조르주를 만나 그녀가 인조인간이라는 것이 밝혀지자마자 비굴한 모습으로 '선생님, 선생님이 허락만 하신다면...' 어쩌구 하는건 항상 쿨한, '인간의 (쓸데없는) 규범'따위는 암기해야지만 아는 존재의 머리에 박힌 유일한 열등감일지도 모르겠다. '소속감이 없다' 는.

히피문화는 작가의 이상향인걸까.
다부다처제. 공동체 생활. 쾌락주의. 강한 소속감.

이 책에는 나쁜, 악한 인조인간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쁜, 악한 인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유전학적으로 우성인자만을 조작하여 태어났다는것. '인간' 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은 충분히 두려운 일이다.  열등감은 차별, 경멸, 멸시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그녀, 프라이데이가 원하는 것은 '소속'이다. '소속한다'는 것에 훈훈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 그녀.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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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절판


재닛의 모습은 장밋빛 새벽하늘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런 미친 시대를 살아야 한다면 누구든 시대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은 한없이 여렸다. 독살이 취미였던 메디치 가의 여인들처럼 말이다. -210쪽

약간 새어나간 비밀이란 약간 임신한 소녀라는 말과 똑같은 헛소리에 불과하니까요.-5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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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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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본디 이상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말하자면 인간관계가 극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소설에 더욱 리얼리티가 필요한 법이다. 서스펜스도 스릴도 수수께끼도 리얼리티가 없다면 실감도 감흥도 끓어오르지 않는다.'  마쓰모토 세이초

추리소설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일들을 소재로 추리소설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최근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이유' 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 ,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 등을 읽으면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에 대한 관심은 그 효시에 있었다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까지 이어졌다.

처음으로 접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역시 재미있다.
은행을 무대로 교묘하게 짜여진 3천만엔 어음 사기( 본문에는 3천만원이라고 나와 있다). 책임을 지고 자살한 회계과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차장 하기자키 다쓰오( 이상하다, 과장이 차장보다 높은 직급으로 나온다) 와 그의 친구인 신문기자 다무라가 어음 사기단 뒤의 우익 조직을 상대로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다쓰라는 회계과장은 책임지고 자살했는데, 범인이 활보하고 다니는걸 참을 수 없다는 정의감으로 회사에 사직서 내고 회계과장에게 받은 유서를 토대삼아, 이리저리 찌르고 다니는 아마추어 탐정이다.
다무라는 신문기자로 특종을 찾아 다쓰라를 도우며, 신문기자라는 신분을 십분 이용하여,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이 소설에서는 기자증이 거의 경찰배지 정도의 위력이다. )
그들과 별개로 어음사기 조사과정에 일어나는 '살인'과 '납치' 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들도 차근차근 사건을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다무라는 공명심에 자신들만 아는 이야기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으며,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며, 앞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다쓰라는 어음 사기에 관련된 젊고 키큰 미녀를 한 번 보고 반해서, 사건의 핵심이 되는 그녀의 존재를 자신을 도와주는 친구에게까지 감추는데, 이게 겁나게 짜증난다.  책에 몰입할라치면, 한번씩 나와서 짜증을 돋구어주는 키큰 미녀에 대한 동경과 공상과 거짓말은 재미있는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부분만 빼면, 꽤 재미있는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사실, 결말도 김빠지긴 한다.
란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더니, 엽기스러운분도 있다.
표지는 정말 홀딱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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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6-03-2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차 ... ㅠ.ㅜ 출판사에 나중이라도 연락 꼭 해달라 부탁드렸건만 아무 연락이 없어요.
근데 정 이상하게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일본 추리소설은 잘 못 읽겠어요. 일본 미스터리물 무진장 좋아하는 데도 왠지 얘들은 뒤로 밀리네요. 이유가 뭔지...(굳이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Kitty 2006-03-2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마츠모토 세이조를 읽으셨군요~
요새 마츠모토 세이조의 작품이 많이 드라마화 되던데..
전 개인적으로 '모래의 그릇'을 좋아합니다.
원래 제 취향보다 조금 칙칙하지만요;;;

보르헤스 2006-03-2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과 선을 예전에 읽고 마츠모토 세이조에 대한 관심은 일단은 접어두었습니다.
전 그것보다 모스경감 시리즈가 더이상 왜 안나오는 것인지가 더 관심이 가네요.
 
피츠제럴드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3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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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에서 손님을 끄는 노력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것이 고작 이 정도 수준밖에는 되지 않았다. 악을 부추기고 낭비를 조장하는 취향이 꼭 어린애들 장난 같았다. 갑자기 그는 '방탕'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것, 무엇인가 유(有)를 무(無)로 만들어버리는 것 말이다. 늦은 밤 시각에 이 술집에서 저 술집으로 옮겨 다닌다는 것은 하나같이 아주 힘이 드는 일이며, 따라서 동작이 점점 느려지는 특권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17쪽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지금 그 눈물은 자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는 입이며 눈이며 움직이고 있는 손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멀리 사라졌으며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었던 것이다. 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고, 해가 졌으며, 모든 시간을 견뎌내는 강철의 잿빛 아름다움 말고는 이제 아름다움은 업었다. 심지어 그가 참을 수 있었던 슬픔조차 그의 겨울꿈이 활짝 날개를 펼치던 환상의 나라, 청춘의 나라, 풍요로운 삶의 나라 뒤쪽으로 멀리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오래전에," 그는 말했다. "오래전에 나에게는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지고 없어. 이제 그건 사라져버렸어. 없어져 버렸단 말이지. 그런데도 나는 울 수가 없구나. 그것에 대해 마음 쓸 수도 없어. 이제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지."-89쪽

도널드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란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기나긴 과정인 탓에 이번의 경험도 어쩌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101쪽

삼십 대 초반에 이블린의 미모가 아직 망설이듯 머물러 있었다면, 얼마 뒤에는 갑자기 결심한 것처럼 완전히 그녀에게서 떠나가 버렸다. 얼굴에 희미하게 잡혀 있던 주름이 갑자기 깊어지고 급속하게 다리와 엉덩이 그리고 팔에 살이 붙었다.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버릇은 이제는 하나의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책을 읽고 있거나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또는 잠을 자고 잇을 때에는 습관적으로 그런 표정이 나타났다. 그녀의 나이가 이제 마흔여섯이 되었던 것이다.

재산이 불어나기보다는 줄어드는 가정이 그러하듯이 그녀와 해럴드도 막연한 적의를 품게 되었다. 마음이 평온할 때 두 사람은 마치 부서진 헌 의자를 바라볼 때처럼 체념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남편이 아프면 이블린은 조금 걱정했고 되도록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을 했으며, 실망한 남편과 살아야 한다는 피곤하고 침울한 속에서 명랑해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177쪽

이블린은 한 번 더 하품을 했다. 인생이라는 것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야. 아아, 젊은 시절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179쪽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213쪽

"자네 주위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말하자면 악(惡)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걱정과 가난과 잠 못 이룬 밤의 분위기라네." 고든이 조금 도전적인 태도로 대꾸했다-297쪽

사랑이란 부서지기 쉬운 거야.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부서진 파편은 다시 보관할 수 있지. 입술에서 맴돌았던 말,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말, 새로운 사랑의 말, 배워 얻은 달콤한 말은 다음 애인을 위해 소중하게 보관해 둬야 해-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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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3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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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생일 선물받은 피츠제럴드 단편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만, 기대가 크면, 그 기대가 만족될지라도, 열광은 적다.
열광이 적다고 좋지 않다는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 줄기차게 단편을 써냈던 그는 정작 피츠제럴드, 하면 떠오르는 '위대한 개츠비'나 '밤은 부드러워' 같은 장편에서는 흥행에 실패했고, 돈벌이를 위해 끊임없이 써낸 단편이 160여편에 달한다, 그런 그는  ' 늙은 창녀는 이제 남자를 한 번 상대하고 무려 4,000달러를 받는다' 고 자위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피츠제랄드의 단편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전형성은 단편들을 읽는 내내 이름만 바뀌는 어여쁘고 매혹적인 여자들과, 야심만만한 남주인공들,
첫페이지에서 마지막페이지까지 계속 상류사회 부자인 사람, 혹은 부자 였다가 인생의 실패를 겪은 사람, 혹은 가난했으나 부자인 사람.

그들 모두는 놓고 싶지 않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지난 한부분을 끊임없이 리플레이 한다.
막상, 꼭 같은 상황, 사람이 나타났을때 환상은 깨지고, 아름다웠다고 믿었던 지난과거의희망( 이상한 말이다. 지난 과거를 미화하며 보물처럼 간직하고 살아가는 원동력)은 너무나 쉽게 바스라지고, 돌이킬 수 없음에 어느 한 부분이 뻥 뚫린다.

아홉개의 단편들 중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것 없이 만족스럽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마지막 작품 '오월제' 그리고 원서로 읽었던 '부잣집 아이' 의 여운이 길고,  '컷글라스 그릇' 은 거칠지만, 맘에 와닿는 작품. '동경의 대상' 으로만 여겨지는 여자 주인공이 이 작품에서는 깨어지고 바스라질지언정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표지에 있는 호퍼의 그림과 잘 어울리는 단편들이다. 적당히 씁쓸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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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3-2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좋다는 얘기를 이따위로밖에 못하는 걸까.

하루(春) 2006-03-2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말하든 진심은 통하게 돼있어요.

이네파벨 2006-03-2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