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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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 편하게 회사생활 한다.
진짜 한가한 애 하나 시켜서 니 뒷조사 시켜봐야한다. 진짜로 회사 나가는지. 라는 얘기를 들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나는 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회사 입사해서 8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회사원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무시해 마지 않는 '뻔한' 직장인

그래, 처음부터 인정하자.
9 to 5 에 대한 열등감이 내 안에 없다고 말 못한다. 동시에 자.타칭 '백수'에 대한 얕은 경멸이 없다고도 말 못한다.
아니, 차라리 이 소설의 주인공이 '백수' 인 것은 그닥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제목이 '백수생활백서'인건 차치하고라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는 내내 '그래, 나 백수다. 내가 좋다는데,어쩔래. 불쌍한 직장인들' 의 어조를 유지하고 있기에 그럴 수도 없다.

더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백수'는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누가 백수가 되고 싶어서 백수가 되었냐' 던가, '모든게 다 노무현 탓이야' 라던가,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

백수이야기는 그만하고,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던건, 책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였다.
아, 어쩌면 주인공이 자발적 백수가 된 이유가 바로 '책에 대한 사랑' 때문이니, '백수'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할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주로 읽는건 '소설'이다. 나 자신도 소설을 많이 읽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소설'이 안 읽고 싶은건 왜일까.

'책'에 대한 '책'이야기를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많은 인용들과 책 이야기들과 주인공의 '책사랑' 이야기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 '책에 대한 '책' 의 매력을 찾는건 무리였다.
주로 나오는 작가들은 프랑스 소설가들, 파트릭 모디아니( 징하게 재미없게 읽었던) 레몽 장.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리고 폴 오스터도. 주인공이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아, 브라우티건, 그리고 하루키도.

마지막으로 그나마 이 책의 미덕을 꼽자면,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 특이하고, 잘난 친구 유희, 딱 한번 젊은시절 쓴 소설이 유명해지고 그 이후론 소설을 쓰지 않는 책을 좋아하는 외할머니, 로맨스에 목매는 h, 그리고 사연을 지닌 '그'  , 중소기업 수준으로 돈 잘 버는 밥집(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판다) 사장님인 독특한 성격( 주인공을 백수일 수 있게 하는) 의 아빠, 돈 많은 여자를 물고자 하는 '경'. 등이 흥미롭다는것. 그러니깐, 주인공 뺀 나머지 등장인물들 이야기다. 난 아무래도 이 주인공에 정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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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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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원 쓰레기통. 젊은 여자의 팔이 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던 학생들에 의해 발견된다.
젊은 여자들만을 노리는 연쇄살인범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새없이 범죄자들, 살인자들이 나온다 .
그리고 실종자, 피해자, 그들의 가족들.
범죄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찰, 그리고 사건, 화재에 벌떼처럼 몰려드는 매스컴, 방송국, 기자들.

미스테리소설을 볼 때면 등장하는 이 각각의 역할을 가진 인물들은
한가지 사건이 아닌, 여러가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대와는 달리, 어쩌면 그래서 더욱 좋았던) 어수선하지 않다. 이제 1권임에도 불구하고 588페이지나 되는 묵직한 양이니, 그 많은 사건들, 인물들이 당연하긴 하다.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필력을. 한문장, 한문장이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글을 쓰는 작가는 흔치 않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보면, 어느것 하나 녹녹하지가 않은 주제들이다. 다작임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리서치는 언제나 독자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키며, 그 리서치들은 작품에 잘 녹아들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탄탄하게 받쳐준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어떤 탐정보다도 더 날카로운 '인간'과 '인간의 마음길' 에 대한 관찰력을 지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매일매일 이야기되어지고, 보여지는 일상의 사건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을 이야기하는 소설.
1부 이야기의 범인. 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2부에서 다시 시작된다.
2권은 8월 3일, 3권은 8월 10일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2,3권을 읽고도 만족스러울 것임을 전혀 의심치 않지만,
1권만으로도 완결성을 지니고 (1부와 2부. 각각이 완결성을 지녔다) 있으니
참지말고, 읽어라. 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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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8-0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난 3권 다 나오면 읽을래요. ^^

하이드 2006-08-0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게 두꺼운데, 언제 잡고 읽으려구 그래요? 미리미리 읽으라니깐. ^^

chika 2006-08-03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더용~ (3권 다 나오면 읽을래요 ^ㅠ^)

2006-08-05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1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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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한나는 '쿠키단지'라는 쿠키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 아침 배달원이 '쿠키단지'  앞에서 살해당하게 된다.
한나는 여동생 안드레아의 남편인 경찰관 빌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려 작은 마을을 쑤시고 다니게 된다.

코지미스테리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 이미 상당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던바,  그나마 코지미스테리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몇가지. 가 이 시리즈에서 충족되는지 더욱 의심스럽다.

내가 읽어본 중 생각나는 코지 미스테리는 쟈넷 에바노비치의 '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 one for the money) 정도인데( 그 외에는 읽고 기억속에 바로 묻혀버렸다) 스테파니플럼 시리즈와 비교해볼때 한나의 쿠키단지 시리즈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매력없다.
쿠키가게 사장님인 여주인공의 매력을 찾을 수가 없다. 쿠키는 잘 만든다. 중간중간의 쿠키레서피.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달콤한 것 싫어하는 내 경우에는 당췌 감정이입이 안되고 느끼할뿐이었고, 쿠키레서피는 철지난 야구티켓만큼도 쓸모없다. 그래, 이 소설에 대한 나의 모든 혹평이 '쿠키' 때문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나는 요리소설.을 좋아한다! ( 달콤쌉싸름 초콜릿에 내가 얼마나 열광했던가, 초콜릿도! 심지어 독초콜릿 사건도 이보단 좋단말이다)


소설 전체적으로 유머감각을 찾을 수 없이 밍숭맹숭하다.  치과의사 노먼과 새로온 형사와의 로맨스가 막 시작되려는 단계인가본데, 역시 재미없다. 주변인물들도 다 밍숭맹숭. '쿠키단지'에서 일을 도와주는 천사표 리사나 한나의 매력적인 동생 안드레아나 그 남편 빌이나 다들 밍숭맹숭.

아무래도 나는 코지미스테리보다는 하드보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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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8-0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군요. 제목만큼 맛있을까. 싶었었는데. 흠흠. 보관함에서 빼버려야지. ;;

상복의랑데뷰 2006-08-03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탈자가 좀 과하게 많더군요. 웬만하면 모른척하는데 이 책은 좀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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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생 서른둘 노처녀(?) 직장생활 7년차 오대리
1977년생 서른 노처녀(?) 직장생활 8년차 김대리

그래. 정이현이란 작가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지만,
이 책을 덥썩 사게 된 것은 나와 겹치는 주인공의 프로필 때문이었다.
기대하지않은만큼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비슷비슷하게 지겨운 회사생활,
비슷비슷하게 꼬이는 연애문제,
비슷비슷하게 구질구질한 가족문제 등등등

다만 소설과 현실이 다른 것은
내게는 옆모습이 죽이는 일곱살 어린 남자친구도 없을뿐더러,  비밀을 가진 평범하게 잘난 남자도 없다.는거. 물론 물려받은 유산으로 '백수'를 선택할 수 있는 남자인 친구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막막하고 불평불만 투성이인 이 소설은 '사랑'조차 빠진다면 얼마나 죽을만큼 지루할까. 꼭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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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7-30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별로인가 봐요. 흠. -_-a 하이드님께 노처녀라니, 안 어울려요. 그래서 퀘스천마크가 붙은 거겠지만. ^^

그린브라운 2006-07-3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은 조선일보 연재때부터 별로였슴다. 아마도 작가가 직장생활을 안해봤기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현실감없다는 생각도.. 차라리 만화 <호타루의 빛>이 나아요 건어물녀의 생활에 몰표를 .... ^^;;

하이드 2006-07-3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건어물녀의 생활은 또 뭘까나. 엄청 궁금해지는 제목이군요!
작가가 직장생활을 안해봤기때문일..까 하는 생각 저도 했더랬어요.
달밤님/ ^^ 그냥 남들이 그러대요.

하루(春) 2006-07-3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처음이 참 재미있게 읽히는데... 연재되는 거 읽다가 아예 신경도 못 썼지만요.

2006-08-0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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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살던 집보다 족히 서너 배는 됨직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바다 한복판에서 불쑥 솟아올라 등에서 힘차게 물을 뿜어올렸다. 주변에 있던 어부들도 물고기를 보고 놀라 탄성을 질렀다. 금복은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의 출현에 압도되어 그저 입을 딱 벌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물고기는 거대한 꼬리로 철썩 바닷물을 한 번 내리치고는 곧 물 속으로 사라졌다. 50pg

이 이야기는 금복의 이야기이다. 그녀(그)는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죽었다. 춘희라는 기골장대한 딸을 낳았고, 소싯적부터 남자를 환장시키는 페로몬을 뿜으며 여러 남자를, 그리고 여자 하나를 안았다.
그녀.로 태어났지만, 베짱과 포부하나만은 그 어느 불알달린 그. 못지않았으니, 사람들은 그녀를 여장부.라고 불렀다. 그녀의 큰 그릇은 그녀의 직관과 어우러져, 무슨일을 하든지간에 악착같고 무모했고, 그 악착같고 무모한 일이 성공해 '금복'을 만들었다.

이야기는 교도소에서 갓출감한 '붉은 벽돌의 여왕' 이자 금복의 딸. 춘희(春姬)에게서 시작해서, 금복이 태어나기 훨씬 전 어느 국밥집 노파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 작가의 말대로 이 이야기를 '거대한 복수극' 이라고 할때- 의 시발점인 이야기로, 그리고 절대 분간할 수 없는 쌍둥이 자매와 코끼리 점보의 이야기로, 통뼈이자 괴력의 소유자인 걱정의 이야기와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 높은 밀수꾼에 부둣가 도시에서 상대가 없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이며 모든 부둣가 창녀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거간꾼인' 칼자국의 이야기로, 그리고 文이 있고 약장수가 있다. '평대'라는 새로이 막 새로이 깨어나는 마을이 있고, 그 시절, 한국전이 있었고, 계속 그 자리에 있고 싶어한 장군님이 있었고, 검정색 양복을 입고 다니는 그 부하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와 사람들 속에 '금복'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금복'은 결코 예사롭지 않지만, 그녀 주변의 인물들도 하나같이 괴기포스를 지니고 있는데, 아무리 이야기라지만, 기대치 않았던 이건 뭔가, 마르께스의 마술적 리얼리즘? 1톤에 달하는 밥벌레가 묘사되고, 결코 죽지 않는 양치기 개. 죽었던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진행시킨다.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다가온다. 이 파도가 물러나고 나면, 다음 파도가 오고, 그 다음파도, 그 다음파도가 오듯이.
이야기를 해주는 화자에 의해 진행되는 소설덕분인가. 처음에는 제법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너무 늦게) 이 모든 것이 지독하고 거대한 농담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 책이 재미있다.는데 의의를 달기는 힘들다.



개망초.
그것은 춘희가 금복의 손을 잡고 평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역 주변에 무성하게 피어 있던, 슬픈 듯 날렵하고, 처연한 듯 소박한 꽃의 이름이었다. 이후, 그 꽃은 가는 곳마다 그녀의 뒤를 따라다녀 훗날 그녀가 머물 벽돌공장의 마당 한쪽에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낼 교도소 담장 밑에도, 그녀가 공장으로 돌아오는 기찻길 옆에도 어김없이 피어 있을 참이었다. 150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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