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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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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에는 세개의 단편과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 뮈사르의 유언'  그리고 에세이 한편 '문학적 건망증' 이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건 고등학교때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처음 접하게 된건 고등학교때,' 좀머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얇은 페이퍼백의 책들을 하나씩 사 모았더랬다. '비둘기','콘트라베이스', 그리고 '향수' 까지 그 의 작품들은 짧지만 오래오래 남는 그런 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 '깊이에의 강요'는 한번씩 고민하고, 한번씩 꺼내보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깊이에의 강요'와 '문학적 건망증'

잘나가던 여류화가가 '다 좋은데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에 어떻게 하면 깊이있게 되는지, 고민하고, 절망하다가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되고, 그때 그 평론가는 ' 그녀야 말로 깊이 있는 젊은 화가였다' 라고 평하게 되는 내용이다. 작가가 말하려는 내용이었던 어쨌던, '깊이가 없다' , '깊이가 있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지금까지도 고민되는 일이다.

'문학적 건망증'은 '책을 읽는다' 는 오래된 습성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인간' 이 되지 못하는 나에게 '변명'과 '위안'을 던져주는 에세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라는 대작가도 그렇단 말이지.

'승부'에서는 젊은 체스선수와 마을의 최고수의 승부. 한 판의 체스게임의 그것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 '체스' 못지 않다.'장인 뮈사르의 유언' 은 조개화(노화) 되는 늙은이의 기록. '향수'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다.
그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독특한 소재의 책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닮아 있다.
' 공포' . 으실으실한 호러가 아니라, '삶'에의 '상대방' 에게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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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구판절판


수치스러운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30년 전 나는 글 읽는 것을 배웠고,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웬만큼 읽었다. 그런데 고작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소설의 제2권에서 누군가가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희미한 기억이다. 30년 동안 읽은 것이 다 헛일이라니!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의 수천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서 보냈는데도, 망각 이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니. 그리고 이 불행은 나아지기는커녕 반대로 악화되고 있다. 지금 책을 한 권 읽으면, 결말에 이르기도 전에 나는 처음을 잊어버린다. 때로는 기억력이 책 한 페이지를 기억하기에도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단락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 가며 읽어본다. 그러면 낱말 몇 마디는 의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91쪽

그러나 혹시 -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뛰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무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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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3-0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대목이 <책과 바람난 여자>에 언급이 되죠... 제가 담당했던 책은 잘 기억을 못하는데 <책과 바람난 여자>는 원체 각주 작업 하느라 고생해서...

하이드 2006-03-0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거기서 봤던거 생각나요.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6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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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는 '기나긴 이별'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쓴 편지에서  '나는 이것을 내가 원하던 대로 썼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럴 수 있게 됐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필립 말로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작품을 아끼고 아끼다 집어들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작품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산만함때문에, 읽는내내 궁시렁거리긴 했지만, 역시 챈들러고, 역시 말로다. '기나긴 이별'을 열두번도 더 읽었다는 하루키. 챈들러의 말로 시리즈의 실질적인 마지막 작품을 드디어 읽어버렸지만,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빅슬립'부터 읽어낼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말로는 술집 앞에서 만취한 테리 레녹스를 만나다. 요부타입의 억만장자의 방탕한 딸, 실비아가 버리고 간 그를 주워다 집으로 데려가는 말로. 어울리지 않는 그들은 친구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가끔 만나서 막 문 연 바에 가서 김릿 한잔 나누는 사이가 된다. 실비아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테리는 멕시코로 도망간다. 말로가 새로 의뢰받은 일은 웨이드라는 알콜중독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돌보는 일이다. 말로는 거절한다. 가는 곳마다 사건을 몰고다니는, 시체의 늪에 빠져버린듯한 말로는 없다. 바로 전작인 리틀 시스터에서의 어리광부리고, 우울한 말로도 없다. 이전작들에 비해 더 개인적이고, 더 말로적으로 사건은 일어나고, 해결된다.


챈들러의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구별은 없다. 다만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의 구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중에는 범인도 있고, 사기꾼도 있으며, 피해자도 있고, 경찰도 있고, 시체도 있다. 그리고 사립탐정도 있다.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그들 모두는 '인생' 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서 패배자이다.

' 이별을 말하는 것은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다.'
이 이별은 싱겁고, 아쉽고, 헤어나기 힘들지만, 이제 말로에게 '이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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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의 비밀 - 아름다운 그림 속 여인들이 숨겨둔 이야기
이주은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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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이며, 그 시기 영국 사회의 모습, 사람들의 취향, 예술가들의 개인사, 그리고 그림에 얽힌 저자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서문에 나와있다. 뒤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들에 대해 따로 정리되어 있고, 빅토리아시대의 연표와 참고문헌이 부록격으로 나와 있다.

책표지로 쓰인 로제티의 '릴리드 부인' 과 같은 화려하고, 도발적인 그림들이 한장건너 풍부하게 나와 있으니 눈은 즐겁다. 하지만, 나머지 반을 차지하고 있는 글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개인사는 그림감상에 방해가 되었고, 빅토리아시대의 로제티와 저자의 어릴적 기억들을 끄집어 낸 것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러닝셔츠바람으로 소주를 마시던 아버지나, 장례식장에서 먹은 육개장 맛을 잊을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들은 따로 읽었으면, 감히 뭐라고 딴지 걸 수 없는 개인의 소중한 기억이었겠지만, 도판에 홀딱반해 2만원이라는 가격을 주고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들을 만나보려고 한 내게는 '이보다 더 어울리지 않을 수는 없다' 였다.

로제티, 번 존스 등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라도 풍부했었더라면 좋으련만, 그도 아니고,
뒷편에 빅토리아시대의 화가들을 정리해 놓은 것은 나름 써먹을 수 있겠으나, 그 또한 그다지 찾기 어려운 자료는 아니니, 그저 오직 위안을 삼을 것은 내가 혹해서 샀던 아름다운 그림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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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2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이쁘잖아요, 그림은.. ^^;;

panda78 2006-02-2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167423
111이길래 오랜만에 잡아봅니다.

하이드 2006-02-2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림은 정말 예뻐요. 사실, 책.도 예뻐요. 근데, 글이 영 맘에 안 들어요 -_-;;

panda78 2006-02-2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뒷부분에 빅토리아 시대 화가들 정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 퍽 실망스럽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양쪽을 다 차지하고 있는 파란 드레스의 샬럿의 여인 그림이 처음부터 맘을 확 사로잡아서.. 봐줬습니다. ^^;

Kitty 2006-02-2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은 다들 '그림' 얘기만 하시는군요...^^;;

hnine 2006-02-2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교묘하게 지은거죠? Victoria's secret...유명 여성 의류 (?) 브랜드 네임.

하이드 2006-02-25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책 서문에 나와요, 저자가 미국에 있을때 빅토리아씨크릿 속옷점 가는거 좋아했다고 -_-a

그린브라운 2006-03-0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었는데 잠시 미뤄두어야 할 듯 싶네요 ^^;; 뒷부분의 빅토리아 시대 화가리스트만 슬쩍 올려주시면...ㅎㅎ
 
책 읽어주는 여자 - 외국문학 5
레몽 장 지음, 김화영 옮김 / 세계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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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자극적이고, 즐거운 독서였다.
마리 콩스탕스는 '책 읽어주는 여자' 이다.
그녀의 목소리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는 친구덕에 신문에 광고를 내게 된다.
' 젊은 여성, 가정방문하여 책을 읽어드립니다. 문학 서적, 문헌, 기타 서적'

'책 읽어주는 일'은 오래도록 나의 로망이었다. 어느 저녁 서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레몽장의 '책읽어주는 여자'는 그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나는 책이었다.  현대프랑스 문학 번역에 유려하고 아름다운 김화영 선생의 번역이라는 점도 이 책을 집어드는데 한점 망설임조차 지워줬다.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나의 로망에 몇가지 소스를 얹어주었다.
마리 콩스타스가 만나는 고객들은 다양하다.
몸은 휠체어에 묶여져 있으나 똑똑하고 굉장히 예민, 섬세한 에릭은 그녀의 첫고객이다.
열네살의 소년의 표정은 어른의 그것과 같으나, 가끔 웃을때, 열에 들떠 얼굴이 발개질때 천사의 모습이다.
에릭을 만나면서, 점점점점 더해가는 '그것' 에 대해서는 책에서 확인.

또 다른 고객으로 사회주의자 백작부인이 있다.
백작부인과 그녀의 여시종. 둘 다 평범하지 않다. 노동절의 에피소드는 희극적이고, 초현실적이지만, 왠지 굉장히 타당해보인다.

광산의 사장. 콩스탕스를 열렬히 사랑한다고 믿고 있다.
교양을 얻기 위해 그녀를 고용한다.

콩스탕스의 카운셀러인 노교수 레몽이 있고, 콩스탕스의 리버럴한 남편 필립이 있다.
콩스탕스가 읽어주는 책들은 레몽의 추천을 많이 받는다. 첫고객 에릭에게 읽어준 모파상의 괴기단편소설부터 에밀졸라의 '작품'까지.( '작품'의 한 부분이 이용되는데, 레몽장의 책중, '세잔, 졸라를 만나다'라는 책이 있다. 에밀졸라의 '작품'도 , 레몽장이 쓴 졸라에 관한 책도 어서 읽어봐야겠다)

이들 인물들과 사건들을 읽어내리는 것은 스토리가 탄탄한 잘 만들어진 연극 한 편을 보는 기분이다.
레몽장과의 첫만남이 좋았기에, 번역되어 있는 그의 나머지 책들도 기대가 된다.

콩스탕스의 목소리는 무언가 특별하다.
그녀가 책을 읽는 목소리는 더욱더 특별하다.
그녀는 '소리가 잘 울리는' 푸른 벽지로 도배된 방에서 책을 소리내어 읽는다.


무슨 책,  읽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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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던 그 책이군요. >.< 원작은 안 읽었는데, 하이드님 리뷰에 또 달싹달싹 ;;

hnine 2006-02-2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도 나와있어요.
영화 전반에 깔린 음악도 좋았지요.

하이드 2006-02-2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영화로 보고 싶다. ㅜㅜ
연극으로 꾸며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주인공이 학교다닐때 연극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이야기도 연극 장면장면 같더라구요.

Koni 2006-02-24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영화로만 봤는데, 독특한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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