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을 쥔 오른손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1
딕 프랜시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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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적인 성격의 강인한 대니얼 로크에 이어 두번째 만나는 딕 프랜시스의 작품이다.

시드 하레이.
왼손을 잃고 의수를 착용하고 있는 그는 과거 잘나가는 기수에서 팔을 잃고 난 후 경마 관련 비리들을 조사하는 조사원이 되었다. 왼손을 잃게 된 경의와 그에 따른 끔찍했던 재판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는데, 전작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시드 하레이는 전에 촉망받는 기수였다는 점 외에도 특이한 점이 많다. 왼손이 의수인 것은 그의 자존심에  상처가 되는 일이었고, 돌덩이같이 단단한 심지의 그는 육체적인 협박보다도 그의 자존심을 잃게 만드는 협박에 더욱더 공포를 느낀다. 굴욕, 무력, 소외감, 패배와 같은. 그런 공포심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버릴 수 없는,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는 그의 고뇌에 대해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는 기수를 그만둔 후 투자를 통해 돈이 많은 부자 탐정이다.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돈의 유혹에 굴하지 않는 쿨한 탐정들에 비해 돈이 많아서 돈에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탐정이다. (물론 돈이 없어도 돈에 굴하지 않을 성격이기는 하지만, 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작지 않다)
  그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전처가 나온다. 이미 시드 하레이에 감정이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눈쌀 찌푸리게 하는 제니.

이 작품에서는 이혼한 악다구니 전처 제니의 사기사건과 신디케이트사건에 대한 조사, 그리고 잘나가는 말들의 급작스런 부진에 의한 조사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제니가 곤경에 빠지게 된 사기사건을 제외하고는
경마의 승패를 조작하는 신디케이트 사건, 최고의 조련사 조지의 잘나가는 세살짜리 말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갑자기 페이스를 잃고 부진하게 되어 버리는 사건은 모두 경마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특이한 소재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고뇌하는 탐정의 이야기는  딕프랜시스의 다른 작품인 '흥분' 에 비해 훨씬 더 흡입력 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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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1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찍이란 결국 기수들이 말을 다루는데 쓰라고 있는 채찍이였군요..^^
난또 여왕님...쪽인줄 알고..^^

상복의랑데뷰 2006-04-1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작에 비해 더 고난도 많고 깊이도 있고, 좋더군요 ^^ 흥분과는 다른 재미인 듯 합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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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책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클로에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시아버지는 클로에와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간다.

그 곳에서 어느밤
무뚝뚝하기만한 시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시아버지의 사랑이야기.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시아버지의 이야기는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세상에 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가지의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사랑이 있는데, 그 사랑에 뭐라고 이름 붙이지 말자.
안나 가발다의 사랑 이야기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아주 흔한 이야기를 와닿게 쓴다. 어떤 책을 읽건 항상 딴지 거는 나로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부감없이 책을 읽었다. 오밀조밀하니 조곤조곤하니 클로에가 그 시골집 벽난로 앞에서 와인을 마시며 시아버지의 평생 한번 찾아온 사랑이야기를 듣는것은 마음의 온도를 1도쯤 올리는 일이다.

'행복이 찾아왔었는데, 나는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어. 너무나 간단했는데,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 다음 일은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는 거였는데 말이야.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머지 일은 어떻게든 해결되기 마련 아니겠니?' 206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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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4-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 끌리고 있습니다...

하이드 2006-04-0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요. 품절이라서;;

DJ뽀스 2007-02-0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평범한 소설인데 잔잔하게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어요. ^^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구판절판


그래, 울자.
이번을 마지막으로 한바탕 오지게 울자.
눈물이 마르게 하자.
스펀지를 꾹꾹 눌러 짜듯이,
이 슬픈 몸뚱이에서 물기를 빼 버리자.
그리고 나서 이 모든 것을 지난 일로 돌리자.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
이제 걸음을 옮기자.
모든걸 새로 시작하자. -18쪽

담배 한 대 피웠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게 벌써 몇 년째인데...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인생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금연을 결심하고 오랫동안 굉장한 의지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겨울날 아침 다시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십리 길을 걸어가는 것,
혹은 어떤 남자를 사랑해서 그와 함께 두 아이를 만들고서도 어느 겨울날 아침 그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 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그런게 인생이다.
전화를 잘못 걸어온 사람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라고 말하면,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런 게 인생 아닌가...-42쪽

우리 둘이서 방금 커다란 돌덩이 하나를 들어올렸다가 곧바로 다시 내려놓은 느낌이 들었어. 돌덩이 아래에서 우글거리는 것들이 너무나 흉측했던 거지.

----------------
사랑이 식은 노부부가 서로를 상채기낼뻔 하다가 서로를 토닥거리고 애써 상황을 덮는다. 그런데, 그게 더 무섭다.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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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데온과 방화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4
J.J.매릭 지음, 박명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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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깊은 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로 시작하는 첫장부터 오호, 제법 분위기 있는걸? 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책을 덮은 지금. ' 와우! 대단하다.' 감탄하며, 정말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만났을때의 뿌듯함을 한껏 만끽하고 있다.
다만.... 아마존에서도 못 구하는 이 시리즈를 새로 헌책방을 뚫어서 구할 생각을 하니, 좀 암담할 뿐이다.

스코틀랜드 야드 의 기데온 형사부장을 중심으로 '스코틀랜드 야드' 를 통째로, 그대로 들어다가 책 속에 얹었다. 추리소설을 그리 많이 접해본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87분서, 마틴벡과 같은 경찰소설들과 비교할때 각기 그 장점이 있지만,
이 소설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기데온과 방화범. 이라고 해서 기데온하고 방화범만 등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 이 잠깐 나올지언정 세세하게 묘사된다. 경찰이 하나의 직업으로 이렇게 가깝게 다가온 소설은 없었다.

뒤쪽에는 무척이나 유익한 작품해설이 있는데, 스코틀랜드야드의 계급과 조직도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기데온은 스코틀랜드야드(런던경시청)의 넘버3겪의 높은 지위에서 부하에게, 상사에게 인정받는 범죄수사부 부장이다. ( 현재 바뀐 계급으로 하자면 부총감보) 

기데온은 완벽주의자이고, 부하들의 완벽한 신망을 받으며,  곰같은 거구의 몸의 소유자이다.
높은 자리에서 조직을 끌고나가기 위한 고뇌라던가,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던가, 범인들을 잡아 넣기 위해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부담감 있는대로 느낀다던가 하는 모습들은 - 쓰고 보니 너무 평범하지만 - 굉장히 새로웠다.

이 책은 런던 빈민굴 문제를 꼬집고 있기도 하고,
잠깐잠깐 등장하지만 인상깊은 인물들이 많다.
마틴벡 시리즈에서 작가는 1년에 한번씩 '스톡홀롬'의 변화를 그리겠다고 했다.
다른 시리즈를 볼 수가 없으니, 기데온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서는 어떤 주제들이 나올지 궁금해 미치겠다.
잠깐잠깐 등장하는 인상깊은 인물들은 다른 시리즈에서 나올법도 한데, 그도 궁금해 죽겠다.
새로 뚫은 서점은 tomfolio.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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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4-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범위를 넓혀 가시는군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

하이드 2006-04-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제가 못 사는 품절된 책은 없습니다. 아자아자!( 할일이냐구요. 흑)

oldhand 2006-04-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재밌죠? 아아, 나머지 시리즈를 못 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정말. 하이드 님이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흐흐. 동서의 후반부 리스트에 이 시리즈가 한 권 들어 있었는데, 기대는 거의 않는게 좋을 듯..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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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당의 책은 참 예쁘다.
특히나 열화당에서 만드는 존 버거의 책들은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포토카피'
'우리시대의 화가' 에 이어
이 책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중에서 가장 껍데기가 예쁜 책중 하나이다.

펼치면 요렇게 된다.
영국판 원서의 표지와 같은데,
영국판도 이렇게 뒤와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다.

맘에 드는건 종이질이다.
계속 만져서, 때타게 하고 싶고, 조금 찢어져도 신경 안 쓰이는 ( 알라딘에서 배송될때는 깨끗했다. ^^;)
그런 종이다. (라는게 어디있냐!고 한다면, 존 버거의 이 책은 내게 그렇단 말이다)

항상 보던 장 모로의 그 지적이고, 로맨틱하며, 카리스마 있는 흑백사진 아니고, 초상화다. 자화상이다.

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책껍질도 단단하다.
15,000원이란 책값에 걸맞는 표지다.

내용은? 각자 판단에 맞긴다.
난 뭐랄까, 존 버거의 책 앞에선 '열광' 보다는 '경외' 와 차분히 가라앉음을 느낀다.

녹색의 속표지

읽는동안 접힌 모서리들.
이건 아마도 '아래쪽' 윗쪽에도 비슷하게 접혔다.

근데, 이 책 책끈이 없다. 워낙에 책날개를 끼워서 표시하긴 하지만
가격이 15,000원이면 책 끈 안 넣는 이유 있는걸까?

접힌 부분 중 한 곳을 임의로 펼쳐본다.

'내가 옆에 눕자 그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내게 등을 돌렸다. 침대에서 등을 돌리는 데에는 백 가지 방법이 있다. 대부분은 유혹하는 것이고, 일부는 내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해의 여지없이 거절을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 그녀의 어깨뼈는 갑옷이 되었다.' 129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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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접으면서 읽으시는구나...
알라딘에 계신 분들 책 읽는 모습이 가끔 궁금해요... ㅎㅎ

하이드 2006-04-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 접고, 책날개로 책갈피하고 그래요 ^^ 험하게 보죠.

프레이야 2006-04-0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로 책갈피.. 저도요^^ 아님, 연필 끼워놓구요.. 이 책 표지 참 예쁘네요.

에이프릴 2006-04-0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 확-접어서 못읽겠어요 ㅠ.ㅠ 아까와요. 그래서 친구나 누구 책빌려줬는데
꺽여있으면 맘아파요 흑흑

반딧불,, 2006-04-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화당 책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