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워치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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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의 주인공들을 역순으로 돌아보는 이야기. 

새라 워터스 좋아하지. 좋아하니깐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사고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 사고를 동시에 당하는게 쉬운게 아니고, 

동시에 끝나는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사랑해서, 머리보다 마음이 시키는 일들을 하지만, 마음이 식으면, 서로에게 괴롭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상대방의 마음이 먼저 떠나 괴로움에 몸부림치지만, 괴로워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그런 괴로움을 다른 상대방에게 주었다는 것. 


전쟁통에 피임하기 싫다는 유부남개놈의 말을 따라 피임하지 않고 섹스하고, 임신하고 말도 못하고, 그이 탓이 아니라고 하는 여자. 둘 다 바보 멍청이다. 


마음에 드는 인물들이 하나도 안 나오고, 답답하기만 해서, 이 소설을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거,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 맺어지는 인연들, 사람의 허무한 죽음들을 겪고, 그 옆에서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이 전후의 평화에 살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새라 워터스의 레즈비언 사랑 이야기는 경지에 올라서, 남자하고도 사랑하고, 여자하고도 사랑하고, 그런게 그냥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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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10-1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거 스미스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게스트를 읽는데 분통? 터지고 조마조마
해서 생각나는대로 조금씩 보고있는데
...어언 1년이 된 거 같아요 ^^;;;

하이드 2019-10-15 20:49   좋아요 1 | URL
저도 핑거 스미스 제일 재미있게 읽었구요, 게스트랑 티핑더 벨벳은 읽다 말았던듯 합니다. ㅎ 맘잡고 읽으면 술술 읽히는데, 게스트도 얼른 읽어야겠어요.
 
친애하는 나에게 - 250일간의 우울증 일기
차이쟈쟈 지음, 김지영 옮김 / 구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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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20대 여성 작가 차이쟈쟈의 250여일간 우울증 일기이다. 
우울증 일기, 수기들을 가끔 읽게 되는데, 읽을 때면 답답함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우을증을 경험하지 못한 자가 공감력도 부족해서 그렇다. 평소 나의 성격, 세계관 반대쪽의 이야기라 더 그런데, 그건 우울증이 마음의 병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무지함에서 온 생각이다. 

표지부터 저자의 이력까지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우울증이 병이라는 생각이 와닿기 시작했다. 
보통 우울증이라고 하면, 학대를 당했다거나, 힘든 일이 있다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범죄의 피해자거나 등등 트라우마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닌거 아는데, 눈에 보이는 (아는 만큼 눈에 보이니, 내가 부족한거지만)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그랬거든. 내가 읽은 몇 안되는 수기들도 다 이유가 있었고. 

회복탄력성에서 보면, 힘든 일을 겪을 때의 대응 방식이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데, 고무공 같은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그냥 터져버리는 공이다. 

저자의 주위에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 대만 저자의 책을 많이 읽어본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각 나라의 책이나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그런거 있잖아. 그게 꼭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을 반영한 거. 대만은 뭐랄까, 좀 좋은 사람들의 나라인 것 같은. 책을 많이 읽고, 서로를 헌신적으로 챙겨주는, 한국의 각자도생, 시니컬, 한, 희생 이런거와는 다른 밝고, 따뜻하고, 나이브한 그런 헌신. 그런걸 사회에 바라는건지, 사회가 그런건지. 정확히 꼭 집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 읽는 내내, 아, 이런거. 싶었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심지어 교수도! 다 좋은 사람이고, 저자의 우울증을 걱정해주고, 도와주려 애쓰고, 심지어, 저자가 버티라고해서 힘들다고, 그냥 내가 편해지고 싶어해도 된다고 말해달라고 하니깐. 또 다들 울면서 그렇게 말해준다. 나는 약간 띠용되었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알콜 중독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에이미 립트롯의 <아웃런> 우울증이나 중독같이 마음을 갉아 먹는 큰 병을 앓고 있을 때의 그런 희생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못할 것 같다. 근데, 저자 주변에서는 다 진짜 백이십로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 저자가 과거에 돌봤던 우울증 환자들, 혹은 저자가 아는 자살자들 이야기도 종종 나오길래, 대만은 정신건강 관련해서 우리보다 오픈되어 이하는 분위기인가? 대만이 자살율이 높은 국가였던가 기록을 찾아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반도 안됨. 음. 그렇지요. 

여튼, 저자의 그런 사랑받고 이해받고 지지받는 환경을 보니, 우울증이 병이었지.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드는거다. 호르몬이나 신경 문제로 인한 병. 내가 그동안 우울증 하면 떠올렸던 학대나 트라우마로 인한 것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원인이 어떻든, 자신을 의지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 내가 염증을 의지로 가라앉힐 수 없는 것처럼. 
염증을 낳게 하기 위해 병원에 가고, 염증에 좋은 생활방식과 좋은 것을 찾아서 나으려고 하듯이 우울증 환자도 나으려고 하는데, 그 마음을 먹기가 힘든 것. 그 마음이 병들었기에. 

약간 이게 뭔 문장이야 싶게, 하늘의 별이, 미래가, 우리의 사랑, 뭐 이런 간질거리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이게 오글리는게 아니라, 대만문학에 나오는것 같은 그런 옛스런 사고가 현재의 젊은이 (저자는 20대 초반)에게 남아 있는거 같은거? 그게 이 책의 분위기이기도 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아마도 업으로 할 저자라서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잘 기록하려고 애쓴 것이 보인다. 

우울증이 병인데, 내가 좀 무감한 것을 차치하고라도 우울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우울증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자주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럴만도 하고, 그거야말로 이해가긴 하지만. 

기대 없이 읽었는데, 우울증에 대한 내 생각을 넓혀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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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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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적 독서가라 자칭하는 배민 김봉진 대표의 책. 목차가 좋고, 평소 책 안 읽는 사람들 대상으로 한 눈높이 독서 소개. 책 많이 읽고, 회사에서도 도서 구입 신청은 무한대라니, 좋은 직장이다. 뭐라도 미끼로 읽어봐라 독서는 진짜 좋다 하는 책. 인테리어에 책 좋음. 부터 도끼가 되는 추천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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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
메건 애벗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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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지 걸 누아르라니, 소개부터 혹하다. 천재 체조선수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체조능력으로 살인범에게 쫓기거나 쫓는 뭐, 그런 소설 생각했었는데, (그런 스릴러 소설 있었는데, 뭐더라! 알고보니 아빠가 스파이인데 실종되서아빠 찾고, 훈련 받고) 그건 아니었고, 누아르 느낌이 강한지는 잘 모르겠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데번을 위주로 돌아가는 가족, 데번을 위주로 돌아가는 체육관. 어느 날, 체육관에서 어린 선수들부터, 그 선수들을 케어하는 엄마들에게까지 인기 있는, 그리고, 역시 인기 있는 관장의 딸이자 코치와 사귀는 라이언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중요한 엘리트 선발 경기를 앞두고 펼쳐지는 뒷 이야기들. 


작고, 단단한 어린 체조선수를 주인공으로, 그 작고 단단한 몸에 강철 멘탈로 경기에 임하고, 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걸 누아르라는 것이 책소개에 반복해서 나오는데, 십대소녀가 어둡고 미스터리한 것은 별로 놀랍지 않고, 새롭지도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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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예찬
예른 비움달 지음, 정훈직.서효령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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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식물. 예찬.

 

나는 늘 식물과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삼십년을 넘게 봐도 풀잎파리 같기만 한 난을 애지중지 키웠었고, 우리 집에서 식물은 서열 1위였다. 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에는 난로를 독점했지. 본업이 있음에도, 가족과 함께한 시간보다 식물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 가족 중에 아무도 난을 좋아하지는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스무살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이 유일하게 식물이 없었던 시기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꽃을 하게 되면서 다시 식물과 함께 하는, 이번에는 밥벌이로 함께 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식물을 준밥벌이로 하는 것은 맞는데, 처음으로 내가 좋아서 식물들을 집에 들여놓게 되었다. 돈 벌기 위한 것이 아닌, 내가 좋아서. 예전에 셀링포인트였던, 실내에서 잘 살고 쑥쑥 자라고 비싸지 않은 초록 식물들이다.

 

키우기 좋고, 예뻐서 잘 팔리는 것이었던 식물들을 집에 들여놓고, 식물 물주기가 일상이 되었다.

 

집안 곳곳 초록 식물들이 있고, 이미 고양이는 있는 내게, 이 집은 완벽하다.

 

저자는 식물과 빛을 들이는 것은 자연을 들이는 것, 자연스러운 것, 현대인이 잃고 있던 것이라고 말한다.

북유럽에서는 햇빛이 모자라는지, 식물과 함께 자연의 빛(식물등)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북유럽에서도 식물 맨날 죽이는지, 가장 키우기 쉬운 식물 (표지 사진의) '스킨답서스'를 정답으로 내밀고, 3주에 한 번씩 물만 한 번 줘봐바.를 말하고 있다.

 

식물 키우는 것이 정말 좋거든요. 정말 좋아요!

 

식물 생활이 좋은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인데, 나사의 공기정화 프로젝트 연구자들, 생물학자들과의 연구와 교류로  그 연구들을 함께 했던 저자이다.

 

 

" 30년도 더 전에 내가 직업을 바꾼 이유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숲속 통나무집에서 살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전까지 살던 대로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때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식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것과 사명과 직업을 일치시킨 좋은 예이다. 식물벽을 전파하는 저자의 일은 분명 '공익'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식물이 실제로 신체 건강에 좋은 것, 그리고 정신 건강에 좋은 것.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은 함께 가는 것이고, 식물은 그 두가지 모두에 기여한다.

 

"생물학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이 늘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있는 생물학적 체계를 바꿀 경우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생물학적 체계는 복잡하다. 아주 작은 변화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드시 직접적으로는 아니어도 진행 중인 과정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산림욕을 연구한 일본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산림욕 사진만으로도 실험 대상 집단의 혈압이 낮아졌던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아주 좋아했던 이야기.

 

숲속 공기 식물 벽의 효과는 "아주 작은 뭔가가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진다" 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아주 작은 뭔가가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지고, 그건 집에 화분 하나 들이는 것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아주 작은 뭔가를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지게 만드는 과정. 식물 예찬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도 적용되는 일이 아닌지.

 

또 좋아했던 이야기.

 

"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일에서 '건강한 성장'은 크기가 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균형잡힌 발달과 무성함이다. 이는 식물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균형잡힌 발달과 무성함.

 

중요.

 

 

마지막으로 실내에서 잘 크고, 예쁘고, 무성하고, 저렴한,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아주 큰 뭔가로 이어질 수 있는 식물들을 추천해본다. 북유럽에서도 한국에서도 '스킨답서스'는 잘 자라지만, 꽃가게 5년 경험으로 잘, 많이 팔았던, 강한 식물들이다.

 

식물이 잘 자라는데 중요한 것은 물, 빛, 환기이다.

이 중에 당장 컨트롤할 수 있는건 '물'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북유럽에서도 사람들이 물 많이 줘서 죽인대. 아..

식물이 잘 사는 곳이 사람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믿지만, 그게 뭐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깐.

 

물만 잘 줘도 살 수 있는 식물들로 추천한다.

 

스킨답서스, 페페로미아, 필로덴드론, 제라늄, 틸란시아( 에어플랜트), 디시디아, 몬스테라, 콜레우스, 싱고니움, 테이블 야자 호야,돈나무 등등

 

사람과 장소와 식물의 상성이 있는 것 같다. 싱고니움류는 키우기 쉽고, 잘 자라는데, 우리 집에서는 쑥쑥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다. 지금 집에서 가장 많이 죽인건.. 베고니아와 제라늄이다. 왜 죽었는지 몰라. 물 많이 줘서 물렀나? 내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은데.

 

나는 거의 평생 식물과 살아왔다고 말했지만, 그린썸은 아니다. 근데, 많이 키워보면, 나랑 상성 맞는 식물들, 누구와도 대체로 맞는 순한 식물들이 많다. Try!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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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9-19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킨답서스. 잘 자라더군요.
수경재배 한다고 가지 꺾어 했는데 죽이고
넘 자란 거 같아 분갈이 한다고
뿌리 나누다가 죽이고...
이런 경험 쌓이면 언젠가는 잘 되겠죠 ^^
지금도 진행중인 식물 사랑~

하이드 2019-09-19 21:20   좋아요 1 | URL
그럼요. 잘 자랄 수 있도록 계속 정리도 해줘야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