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다이어트 비법의 양대 산맥인 1일 1식과 간헐적 단식 중 무얼 한번 해볼까 생각하다가 주변사람 중 간헐적 단식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나 또한 멋모르고 시도해보기로 했다. 일단 이 방법이 나에게 맞는 방법인가 하루정도 임상실험을 실시해보기로 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1.대상자 : 메피스토
2.실험목적 : 간헐적 단식이라는 방법이 내 몸에 맞는 것인가를 체험.
3.실험방법 : 점심을 먹은 후 20시간 동안 단식.
(12시에서 12시 30분 사이 점심을 섭취 후,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금식)
4.실험날짜 : 2013년 7월23일 12:00~ 2013년 7월 24일 08:00
이렇게 계획을 잡고 단식에 들어갔는데..............
점심을 먹은 후 오후 6시에서 7시까지는 허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런대로 참을 만 하다.
오후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퇴근. 집에 들어와 마님께 오늘 하루 단식을 하겠노라 선언을 하니 마님은 비릿한 웃음을 날린다. (웃음의 의미는 마당쇠가 과연 단식이 가능할까?)
21:00
속이 쓰리다. 냉큼 주방으로 달려가 물 한 사발을 마신다. 살짝 살짝 느껴지는 속 쓰림이 신경 쓰이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 하다.
21:30
숙제와 공부를 마친 주니어가 무심코 TV를 튼다. TV에선 요즘 주니어가 즐겨 보는 “토리코”가 방영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만화는 생긴 건 북두의 권에 나올 것처럼 생긴 우락부락 캐릭터들이 미식헌터라는 미명하에 온 세상 진기한 식재료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어찌나 상상력이 풍부한지 게 몸통이 햄버거고 열리는 열매의 속을 가르면 각종 덮밥이 튀어 나온다.) 열심히 시청 중이던 주니어가 나를 슬쩍 보면 실실 웃는다. 브루투스에게 배신당한 카이사르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주니어 너마져...”
22:00
온 몸에 힘이 없다. 하지만 공복 시 인체의 모든 활동 에너지는 축적된 지방을 태워 연소한다고 했으니 지금쯤 내 몸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있는 지방세포는 열심히 발열 중일 것이라 생각된다. 물이나 한잔 마시러 나간 주방 식탁에 널브러져 있는 롤케익과 먹다 남은 과자 봉다리는 이상하리만큼 클로즈업 되 보인다.
23:00
기운이 없으니 잠이라도 일찍 자자 누웠으나, 마님은 못 본 드라마를 몰아 보며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식탁 위에 존재했던 과자 봉다리의 내용물을 섭취하기 시작한다. 하필 과자는 씹는 소리가 우렁차신 “바스락거리고 심하게 와삭거리는 콘칩”이시다.
24:00
그 말이 맞다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온다는 말. 속 쓰림은 사라졌으나 공복으로 오는 후유증은 제법 심하다. 아프리카 난민을 생각하던 이미지는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닭을 뜯어 먹는 흑형이 자리 잡았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배달음식 전단지 속의 이미지들은 3D처럼 튀어나오는 것 같다.
01:00
치킨, 햄버거, 피자, 떡볶이,,,,,,ㅁㄴㅈㅇㄴㄹㅎㄴㅇㄴㅇㅁㄴㅇㅁㄴㅇzzz
중간 생략
08:00
기상을 하니 일단 몸은 가볍다. 아무래도 저녁사이 위장 속에 무언가를 채우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밤사이 그 왕성하게 불타올랐던 식욕은 잠잠하다. 아침 밥 챙겨 먹으면서도 의외로 폭식을 하지 않는다. 그냥 반찬에 밥 반공기로 허기를 모면한다.
여기까지가 임상실험 보고서. 여기에 땀이 송골송골 흘릴 정도의 운동이 더해지면 효과는 백배라는데 그건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간헐적 단식도 습관이 된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요즘 들어 불규칙적으로 잡혀있는 저녁 약속 등등을 잘만 조절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긴 한데 말이다.
한번 본격적으로 해볼까?
뱀꼬리 : 잘 아셨죠? 다락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