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컬 The Musical 2016.5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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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4월호를 너무 늦게 읽어서 5월호는 한참 밀렸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6,7월호는 사지 않았다.

그러다가 8월호 표지가 박은태여서 구매했고, 어제 8월호를 읽고 오늘 5월호를 읽었다. 하하핫, 여전히 무안하다...;;;;


배우 류정한이 프로듀서로 데뷔한다는 기사는 몇 달 전에 보았는데, 5월호 잡지로 다시 확인했다. 프랭크 와일드혼과 손잡는다니 더 기대가 된다. '데블스 애드버킷'을 내년 겨울 개막 목표로 삼았다는데 3년 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된 바 있다고 나온다. 3년 전이라고라??? 알파치노랑 키아누 리브스 나오는 그 영화 아니던가??? 그거 한참 오래 됐는데 이상이상.... 


해외 소식에선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의 뮤지컬 제작을 알려왔다. 오, 애니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서 기대가 된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배경으로 어떤 미술적 쾌감도 줄까 역시 기대가 됨. 하지만, 영화처럼 아나스타샤가 살아 있는 것처럼 표현되는 건 우려가 된다. 역사적 사실과 정확히 배치되므로. 호기심은 동하지만 아닌 건 아님.


배우들의 버킷 리스트에서 김금나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해마다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이런 식의 마음을 곧잘 먹게 된다. 십년 단위로 같은 곳을 여행한다든지, 십년 단위로 같은 책을 다시 읽어본다든지... 근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 2004년도에 연금술사를 아주 재밌게 읽어서 십년 뒤에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는데 십년 뒤에 그 책을 팔았던 게 떠오르...;;;;


그나저나 중간에 광고 페이지가 있었는데 굵은 제목으로 '굶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 적혀 있었다. 광고는 '배달의 민족'에서 냈다. 아, 빵 터졌다! ㅋㅋㅋ


해외 탐방 코너에서는 루이스 초이가 파리넬리의 발자취를 따라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순서였는데, 오스트리아의 쇤브룬 궁전에 눈길이 갔다. 1441개의 방이 있으며 실내는 로코코 양식. 마리아 테레지아의 통치 시절 여섯 살의 모차르트가 피아노 연주를 했다고! 근래에 나를 가장 왈랑거리게 한 작품이 모차르트여서 더 눈길이 갔음을 인정한다!


호프부르크 궁전에는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고, 궁전 안에 자리한 부르크카펠레 성당의 성가대는 무려 빈 소년 합창단이라고! 오호!!


이번 호의 뮤지컬계 이야기는 대역배우의 세계다. 출연 회차가 보장되는 얼터네이트, 평소에는 앙상블 등의 다른 배역을 연기하다가 주연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때에 투입되는 언더스터디, 평상시에는 공연에 출연하지 않지만 다른 배우와 똑같이 출근해서 공연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스탠바이, 앙상블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때에 대신 투입되는 스윙의 개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대역 배우로 투입되었다가 제대로 포텐 터진 배우들이 소개되었는데 단연코 눈에 띄는 인물은 홍광호다. 2006년 미스사이공 국내 초연 때 주연 크리스와 조연 투이의 언더스터디였다고 한다. 당시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 대신 무대에 올라 실력을 보여주었다고. 놀랍게도 그는 2014년 미스사이공 25주년 리바이벌 공연의 투이 역을 맡아 무려 '웨스트엔드'에 진출하기까지 했다. 홍광호의 실력은 워낙 탁월하니까 끄덕끄덕 했는데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마이클 리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게 10년이 넘었단 말인가! 


지난 7월이었나... 6월이었나... 애드가 앨런 포우를 보고 왔다. 마이클 리 주연이었는데, 이전에는 송스루로 보았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대사와 노래가 구분되는 작품으로 보니 그의 한국말 대사가 너무 걸려서 몰입할 수가 없었다. 나로부터 마이클 리를 아웃시킨 작품이었는데 무려 십년이라니... 안습이다.ㅜ.ㅜ


지금은 배우로 더 활약하고 있는 주원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김무열의 언더스터디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오호, 난 김무열 걸로 봐서 주원을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는데 몹시 궁금하다. 노래 잘 한다는 소문은 들었다.


국내의 경우 앙상블을 하다가 조연을 맡기 시작하면, 다시 앙상블을 안 한다고 금을 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앙상블에 대한 대우가 현저히 나아져야겠지만... 


라이프 그래프 코너 주인공은 고영빈이다. 자신의 입지를 다져준 작품을 '바람의 나라'라고 손꼽아줘서 내가 다 고마웠다. 그가 지적한대로, 이 작품 속 무휼은 노래도 거의 없고 대사도 그닥 없다. 정말 '존재'만으로 연기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그걸 잘 해내서 그가 아닌 다른 무휼을 상상하기 어렵다. 꽤 좋아했던 배우인데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가 슬럼프를 겪고 미국에서 지내다가 뒤늦게 돌아왔음을 오늘 알았다. 얼마 전에 '마마, 돈 크라이'에서 그와 다시 만났는데 다시금 애정이 되살아나서 참 반가웠다. 무대를 떠나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죠!


정수연 교수의 리뷰도 반갑다. '마타하리'를 내가 몇 월 달에 보았던가.... 5월인가, 4월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류정한이 출연했지만 별로였던 기억만 남는다. 꽤 공을 들였고, 스탭도 훌륭했지만, 귀를 감는 노래가 부족했고, 내용 역시 소재의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지 않았다. 정수연 교수는 여자주인공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여자주인공은 능동적이기는 고사하고 순정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한 수동형 인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마타 하리만이 아니다. 카르멘도 그랬고 마리 앙트와네트도 그랬다. 제목에 자기 이름을 내건 뮤지컬의 여주인공들이 치명적인 매력을 발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껏해야 절대 미모와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정도랄까. 도발적인 면모 뒤에는 언제나 새하얀 순정이 숨어 있으니 여성 캐릭터를 향한 상상력은 항상 이 근처에서 돌고 돌았더랬다. 


절대 공감한다. 그래서 그 세 작품을 모두 보았는데 모두 별로였다.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이었던 작품은 일단 레베카가 떠오른다. 댄버스 부인과 '나' 모두 대단한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비록 제목의 '레베카'는 등장하지 않지만. 뮤지컬 관객이 여성이 대부분이고,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남자 주인공의 매력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지만 괜찮은 여주인공을 꼭 좀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어도 여주인공을 메인으로 내세웠다면 더더욱!


정 교수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시장의 가능성을 얻으려면 작품의 완성도에 매진할지니. 작품성이 목적이요 시장성은 결과가 되어야 하건만 이게 뒤바뀌면 작품도 관객도 민망해진다. 부디 건승.


미투, 미투!


평론가 원종원은 뉴시즈의 리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디즈니가 만들면 인어공주도 되살아나고, 아이다도 윤회를 통해 라다메스와 다시 만난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조가 분명해 작품의 주제 의식이 선명해지기도 하지만, 다분히 도식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말은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악재로도 작용한다.


이 부분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내가 며칠 전부터 에뷔오네를 다시 읽고 있기 때문이다. '준거집단'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인어왕이 주인공인 에뷔오네를 잠시 언급하려고 한 거였는데, 한번 더 읽고 팔 생각이었던 이 작품을 팔지 않기로 결심했다. 팔기엔 아깝다. 소장해야 마땅한 작품이다. 책 꽂을 데가 없어서 잠시 내치려고 했는데 급 미안해졌다. 우리 같이 살자꾸나!


프리뷰 코너에서는 쥬크박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가 눈길을 끌었다. 이문세가 진행하던 시절의 별밤 시그널을 참 좋아했다. 그 노래가 울려퍼지던 그 밤의 창밖에 어른거리던 나뭇가지도 선명히 떠오른다. 그 시절 인기를 끌었던 명곡들은 또 어떻던가. 이건 그야말로 내가 꼭 봐야 하는 뮤지컬인데, 5월에 이미 끝난 작품이다. 5월 호를 이제사 읽었으니 도리가 없...;;;;


남남북녀의 사랑 이야기 '달콤한 거짓말'도 눈길이 갔다. 새터민을 다룬 공연이나 영화가 대부분 북한의 인권이나 정치 문제를 주목하며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는데, 이 작품은 남녀 사이의 사랑을 내세우며 밝고 통통튀는 매력을 전한다고. 내가 가네시로 카즈키를 좋아했던 이유와 통한다. 하지만 이 작품도 이미 끝난지 오래. 


이래서 숙제 밀리면 안 된다.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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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지컬 The Musical 2016.4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4월에 나온 잡지를 몇 월에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5월이나 6월이었을 것이다. 

그걸 8월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읽었다는 흔적을 남기려 한다. 무안할 지경이다. 


표지는 뉴시즈의 주역들이 담당했다.

이 작품을 5월에 보았는데, 온주완이 주인공인 걸 뒤늦게야 알았다.

뭔가 포지션이 좀 애매하다고 여겼다.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출중한 연기파 배우도 아니었던 것 같은 모호함.

그렇지만 의외로 그는 매우 좋은 목소리를 지녀서 첫 곡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다만 1막 마무리에서 고음을 내지르며 끝낼 때 음이탈이 나서 2부 내내 주저주저 하며 노래 부르는 게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비록 음이탈이 났지만, 다음 기회에 또 그가 출연한 작품이 있다면 기꺼이 표를 고를 마음이 있다.

뮤지컬에서 음이탈은 일상다반사.. 엊그제 오만석도 '그날들'에서 음이탈...;;;;

인터뷰를 보니 그가 한때 유노윤호를 가르친 춤 실력자였다고 한다. 오!! 


해외 소식에서 미스사이공의 영화화를 알렸다. 극영화인지, 뮤지컬 영화인지 모르겠다. 난 뮤지컬 영화가 좋지만!

내년 1월에는 일본에서 프랑켄슈타인이 공연된다. '그날들'을 보면서 프랑켄슈타인이 얼마나 성공적인 창작뮤지컬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일본 공연도 성공리에 오르기를!

일본에서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을 맡은 카토 카즈키 배우가 한국에 와서 이 작품을 보았다고 한다. 박은태를 존경한다고 해서 더 마음에 든다! 나는 이제 박은태 주연의 '도리안 그레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참에 서재 이미지도 도리안 그레이로 변경!


더 뮤지컬에서는 매호마다 뮤지컬 업계 종사자의 심층 인터뷰가 실리는데 4월호에서는 가사를 담당하는 작가 이야기가 나왔다. 가요계에서는 작사가의 위상이 큰데 뮤지컬계에서는 창작자의 위상이 전체적으로 낮고, 가사 역시 그냥 작가가 쓰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요는 멜로디가 먼저 나오고 가사가 나중에 붙는 경우가 많지만 뮤지컬은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고음으로 노래가 끝난다면 어떤 어미로 끝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받침이 있는 단어로 고음을 지르기는 힘들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영화 자막이 세로로 나왔는데, 그게 가로로 바뀌면서 번역자의 수고가 한층 덜어졌다는 인터뷰가 떠오른다. 화면의 가로 폭이 더 길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하물며 노래는 더 고충이 많지 않을까. 

노래 가사는 무조건 고상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은 곡 기능으로서 진정성과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여기서 이승환이 떠오른다. 사운드나 대중들이 멜로디는 고려하지 않고 가사가 유치하면 곡 전체도 유치하다고 보는 예가 많다고. 멜로디보다 가사를 더 중요시하는 편이어서 좀 뜨끔하기는 했다. 


세계의 도시, 세계의 공연장 편에서는 로마의 공연장이 소개됐다. 야외 공연이 가능한 여름이 되면 카라칼라 욕장이 열린단다. 카라칼라는 로마의 황제(211-217)로 안토니우스 칙령을 발표하여 로마제국 내 전체 자유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한 인물이다. 과시욕이 컸던 카라칼라는 인기와 인심을 얻기 위해 로마에 대목욕장을 건설하였다. 이곳은 모든 로마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되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거대한 목욕탕은 냉탕과 온탕으로 구분되었으며 아름다운 실내 장식과 야외 정원으로 유명했다. 카라칼라 욕장은 6세기까지도 사용되다가 고트족의 침략으로 파괴되어 폐쇄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갈라 콘서트가 이곳에서 개최되어 주목받았다. 3테너가 이 무대 위에 선 것이다. 카라칼라 욕장이 훌륭한 야외 공연장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로마의 도로는 1m 높이의 바닥 기둥이 깔려 있다. 수천 년이 지나서 닳고 닳아도 여전히 도로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그 정밀함과 튼튼함. 역시 모든 길은 로마인가. 그렇게 튼튼히 지은 이유는 그때도 역시 지진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름.


아무튼, 경험상 야외 공연은 실내 공연보다 노래의 울림이 남달라서 감동도 몇 배나 커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렇지만 날씨의 영향을 너무 받는다는 게 단점. 로마라면 여름에 건조할 테니 그런 걱정은 없겠지만. 

그 옛날 잠실 주경기장에서 엄청난 비와 함께 울 공장장님 공연을 본 게 2007년이었나??? 어게인 잠실을 홀로 외쳐본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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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8-2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만석님 부친상 당하고도 뮤지컬 `그날들` 공연하셨다고 하는데..
그 공연 보셨어요..?

마노아 2016-08-28 23:22   좋아요 0 | URL
어머, 부친상 소식은 지금 알았네요. 제가 본 공연이 바로 그날이네요.ㅜ.ㅜ
발랄한 연기와 심각한 연기가 오고 갔는데, 그 와중에 그런 깜찍 발랄함을...ㅠ.ㅠ
뒤늦게 안타깝네요.ㅜ.ㅜ

나와같다면 2016-08-2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튼콜때 많이 우셨겠네요 ㅠㅠ

그날들 저번 공연 봤는데요
인터미션때 객석 중앙에 놓여있는 고 김광석님의 사진과 흰국화꽃을 보고나서 그때 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

마노아 2016-08-28 23:49   좋아요 0 | URL
인사 도중 울먹였는데 공연의 기운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버지 생각에 그랬나봐요. ㅠ.ㅠ

˝그대, 잘 가라˝ 노래 나오는데, 생각나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이 안타까운 사람들...ㅜ.ㅜ
 
제트스트림 볼펜 (3색) - 1.0mm(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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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mm의 굵은 볼펜이다. 미끄러지듯 잘 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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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ION 과학

제 2704 호/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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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해서 슬픈 백호 탄생의 비밀

예로부터 백호는 청룡(靑龍)과 주작(朱雀), 현무(玄武)와 함께 우리나라의 사방을 지키는 사신(四神)이었다. 그중에서도 백호는 흰털 동물을 성스럽게 생각하는 우리 민족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로 여겨진다. 백호의 해였던 지난 2010년 출산 합계율은 1.23명으로, 평균 1.15명을 유지하던 당시와 비교해 급증했을 정도다. 

동물원에서도 백호는 단연 인기 있는 동물이다. 새하얀 털을 가진 백호를 보고 어른 아이 없이 신기함에 탄성을 지른다. 그러나 오늘날 동물원의 백호는 신기한 외모와 달리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적인 교배가 아닌 근친교배로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백호는 알비노가 아닌 루시즘 돌연변이 

흔히 백호는 알비노 동물과 혼동되기 쉽다. 정확히는 알비노증이 아닌 ‘루시즘’이라는 증상에 의해 태어나는 동물이다. 알비노와 루시즘은 둘 다 돌연변이지만 발생하는 원리와 증상은 확연하게 다르다. 

동물의 유전자 중에서 털색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는 5가지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를 각각 A, B, C, D, E로 명명하고 구분했다. 그중에서도 알비노는 ‘C’유전자가 고장 났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C유전자가 고장이 나면 모든 색소를 만들지 못한다. 그럼 피부나 털은 흰색을 띠고, 멜라닌 색소가 없는 홍채에는 망막의 혈관이 그대로 비쳐 붉은 빛을 띤다. 알비노 동물의 일종인 실험실용 흰 쥐를 보면 털은 물론 온 몸이 하얗고 눈은 빨간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반면 루시즘은 발생과정에서 피부나 털, 깃털의 피부 세포가 색소 세포로 제대로 분화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색소를 아예 만들지 못하는 알비노와 달리 색소가 부분적으로 부족해 몸의 일부 털이 흰색으로 변하거나 원래의 색이 희미해질 정도로만 변할 수도 있다. 

백호를 관찰해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보통의 호랑이라면 황토색이었을 부분의 털이 흰색으로 바뀌어 있다. 호랑이 특유의 검은색 줄무늬는 그대로 나 있고, 눈 색도 검정색이다. 말 그대로 황토색 털만 흰색 털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몇몇 호랑이는 털이 완전한 흰색이 아닌 살짝 노란 빛을 띠기도 한다. 

■ 인간의 이기심으로 태어나는 흰 동물들 

백호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태어나는 동물인 만큼 태어날 확률도 매우 낮다. 야생에서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벵갈 호랑이는 1만분의 1, 시베리아 호랑이의 경우는 10만분의 1로 매우 희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에서보다 동물원에서는 백호를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확률적으로 매우 희귀한 동물이 동시대에 여러 마리가 살고 있으니 우리는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인간 이기심의 자화상을 보는 것이다. 

백호의 탄생은 멘델의 유전법칙 중 ‘우열의 법칙’을 따른다. 부모 호랑이 모두에게 백호를 발현하는 열성 유전자(a)가 적어도 하나씩 있어야 백호가 탄생할 수 있다. 열성 유전자를 하나씩 가진 황호(Aa) 두 마리가 교배했을 때 백호(aa)가 태어날 확률은 25%다. A형과 B형인 부모가 만났을 때 O형인 자식이 탄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황호(Aa)가 백호(aa)와 교배를 하면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75%로 늘어나고, 백호끼리 교배를 할 경우엔 확률이 100%가 돼 무조건 백호만 태어난다.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백호를 많이 태어나게 하기 위해 백호끼리 교배하는 근친교배를 시행한 것. 그러다보니 최근의 백호는 다양한 유전병을 갖고 태어나게 됐다. 우리가 ‘언청이’라고 부르는 구개파열을 가진 채 태어나거나 사람처럼 지체장애를 앓기도 한다. 내반족과 척추측만증(척추 옆굽음증), 내장기관의 결함과 같은 질환이 대물림됐고 동시에 수명은 짧아졌다. 

사실 근친 교배는 인간이 원하는 동물을 얻기 위해 오래전부터 여러 동물에게 행해져왔다. 대표 적인 예가 흰털이 특징인 몰티즈다. 원래 몰티즈는 흰색과 갈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의 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초반 사람들은 흰털을 가진 동물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고, 흰색 몰티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흰색 몰티즈가 많이 태어나도록 흰색 몰티즈끼리 교배시켰고, 현재의 몰티즈는 흰색 털을 가진 단일 품종이 됐다. 이외에도 흰쥐와 백사자 등 인간은 흰 동물을 더 많이 보고 싶다며 근친 교배를 시키고 있다. 

■ 종 보존은 개체수가 아니라 다양성이어야 

최근 근친 교배로 태어난 백호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에선 백호라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종 보존’은 단순히 개체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본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 습성을 그대로 지켜 주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노력은 선진국에서 먼저 실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6월, 미국 동물원수족관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AZA)는 백호나 흰 사자와 같은 희귀동물의 번식을 금지했다. 그 이유에 대해 희귀한 형질을 내기 위한 인위적인 교배는 자연 생태계 전체를 봤을 때 비정상적인 행위이며, 동물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동물원에서 백호를 번식해온 행위가 ‘종보존’이 아닌 사람들의 눈을 충족시키는 ‘오락’을 위한 것이었다고 본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원이 동물복지를 우선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둬 두는 방법이 아니라 동물의 습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해 최대한 야생 동물 그대로의 모습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동물복지규정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동물원을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 인증을 받은 적도 자체적으로 만든 제도도 없는 실정이다. 

이항 교수는 “인간에게는 신비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백호는 실제로 야생에서 살기 불리한 동물이다. 백호와 같은 돌연변이 동물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고, 무리와 다른 외모와 기형 때문에 무리로부터 도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단순히 오락을 위해 돌연변이종을 억지로 교배하는 것을 막고 동물원이 동물의 복지를 우선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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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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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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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과학

제 2685 호/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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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이 무엇이길래, 마스크로도 막지 못하나

이만하면 가히 ‘주의보 전성시대’라 할 수 있겠다. ‘미세먼지주의보’와 ‘황사주의보’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오존주의보’까지 가세해 외출하려는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납득이 가지를 않는다. 오존(ozone)을 주의하라니. 미세먼지나 황사는 건강에 좋지 않은 유해 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주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존의 경우는 살균제 원료로 사용되거나 자외선을 막아 주는 유익한 물질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주의하라고 하는 것일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데, 휴가를 떠나기 전에 앞서 오존의 정체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봐야겠다. 그래야 휴가를 안심하고 야외에서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오존이 더울수록 증가하는 이유는 이산화질소 때문 

3개의 산소원자로 구성된 오존(O3)은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기체다. 자극적인 냄새는 강한 산화력 때문인데, 이 같은 산화력은 살균 및 악취제거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오존은 사람에게 유익함과 해로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두 얼굴을 가진 기체다. 우선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대부분 흡수해 지구상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방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익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지표면에서 생성되는 오존은 인체에 해로운 존재다. 흡입했을 경우 맥박과 혈압이 감소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도가 심할 경우 폐 손상을 유발시킬 수 있고, 눈에 노출되면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오존에 장기간 노출되게 되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심하면 천식과 호흡기 만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일기예보의 진행자가 오존에 주의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991년에서 1997년까지 8년 동안 전국 7대 도시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경우 오존 농도가 10ppm 높아질 때마다 사망률도 0.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농도(ppm)노출시간영향
0.1~0.31시간호흡기 자극증상 증가, 기침, 눈자극
0.3~0.52시간운동 중 폐기능 감소
0.5 이상6시간마른기침, 흉부 불안
표1. 시간별 오존의 인체영향(자료: 환경부)


문제는 지표면의 오존이 해가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증가의 원인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매연에 포함된 이산화질소(NO2)의 증가 때문인데, 이 물질이 가진 산소원자 2개와 공기 중의 산소가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 오존도 따라서 증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오존을 만드는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려면 강한 태양광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한 태양광선이 지표까지 내려오게 되는 여름철, 즉 6월에서 8월까지 기간에 오존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존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마스크를 쓰면 될까? 안타깝게도 오존은 가스 형태의 기체이기 때문에 아무리 초미세 먼지까지 걸러주는 마스크를 쓴다 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로서는 그저 바깥 활동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이 바깥 활동을 갑자기 줄일 수도 없는 일인데, 이런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오존주의보’다. 오존 농도가 올라갈 것을 대비해 사람들에게 미리 주의하라고 알려주는 제도인 것이다. 

■ 3단계로 이루어진 오존주의보 

오존주의보란 오존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을 때 발령하는 예보를 말한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지난 1995년에 도입된 제도로서, 발령 단계는 총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인 ‘오존주의보’는 1시간 평균 오존농도가 0.12ppm일 때 발령되고, ‘오존 경보’는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3ppm일 때, 그리고 가장 높은 ‘오존 중대경보’는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5ppm일 때 발령된다. 


구분시민차량운전자(소유자)관계기관사업장
주의보·노천소각금지 요청
·대중교통이용 권고
·주민 실외활동 및 과격운동 자제 요청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 환자, 심장질환자의 실외활동 자제 권고
·경보지역 내 차량운행 자제 권고(Carpool제 시행)
·대중교통이용 권고
·자동차 사용 자제 요청
·주의보 상황 통보
·대중홍보매체에 의한 대국민 홍보요청
·대기오염도 변화분석 및 기상관측자료 검토 요청
경보·소각시설 사용제한 요청
·주민 실외활동 및 과격운동 제한 요청
·유치원, 학교 등 실외 학습 제한 권고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 환자, 심장 질환자 실외 활동 제한 권고
·경보지역 내 자동차 사용제한 명령·경보상황 통보
·대기오염 측정 및 기상관측 활동강화 요청
·경보상황에 대한 대국민 홍보강화 요청
·연료 사용량 감축권고
중대경보·소각시설 사용중지 요청
·주민 실외활동 및 과격운동 금지 요청
·유치원, 학교 등 실외 학습 중지 및 휴교권고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 환자, 심장 질환자 실외 활동 중지 권고
·경보지역 내 자동차 통행금지·중대경보상황 통보
·대기오염측정 및 기상 관측활동강화 요청
·위험사항에 대한 국민 홍보강화 요청
·경찰에 교통규제 협조 요청
·조업단축 명령
표2. 오존경보 발령시 조치사항(자료: 환경부)


일단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천식과 같은 호흡기 장애 환자는 물론, 어린이나 노약자 등은 야외 활동이 금지해야 하고,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오후 2~5시 사이는 한낮 기온 상승과 함께 오존의 농도도 증가하므로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서의 야외 활동은 더더욱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수시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서 피부를 보호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존은 호흡기 외에도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면서 각종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 국가들은 오존 농도가 증가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까? 발령기준 및 단계별 조치사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은 이미 70년대부터 오존경보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안정돼 있다. 현재로서는 아무리 선진 국가라도 오존 증가에 따른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일단 피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피하는 것만으로는 오존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공기 중의 오존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야만 한다. 

예를 들면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를 줄이기 위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거나, 화석연료 대신에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함께 병행돼야 조금이라도 대기 중의 오존 농도를 줄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오존도 기후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려있는 이산화탄소처럼 억울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자연 상태의 오존은 지구 생태계에 적합하도록 알맞은 양만 생성됐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이들을 포화 상태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이라도 우리는 오존의 농도를 원래의 자연적 상태로 존재했던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의무가 있다. 이들에게 ‘병’을 준 것이 우리 인간이라면, 그동안의 억울한 누명을 벗고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약’을 주는 것도 우리 인간의 몫이 아닐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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