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서양사 - 남경태의 역사 오디세이 3부작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 5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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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시리즈가 많은데 동양사 서양사를 모두 넘나들길래 혹 깊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지레 짐작했었다. 아직 동양사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일단 서양사만 지켜본 바로는 너무 훌륭한 책이라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고대사에서부터 중세사 근세사 현대로 넘어오기까지를, 씨앗과 뿌리, 줄기, 꽃, 열매로 나누어 설명을 하였는데, 이런 식의 표현을 다른 사람들도 쓰기는 하지만, 남경태씨는 문학적인 표현까지 곁들여 더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게다가 탁월한 유머 감각까지 갖고 있으니, 읽다가 재밌는 표현들이 너무 많아 크게 웃은 것도 몇 차례였다.

이를 테면 죽쒀서 개 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놈이 번... 이런 종류의 속담도 많이 이용했는데, 각 왕조의 군주들이 행한 실책과 탁월한 정책 등을 적절히 버무리고 비벼서 우리 입맛에 너무 잘 맞게 맞추어 주었다.

책이 무척 두꺼운데 눈이 부시지 않은 재생지 느낌의 종이여서 더 좋았고, 생각보다는 가벼워서 또 좋았다.  표지도 감각적이고 쓸데 없이 여백만 많지 않아서 또 만족했다.

그런데 하나 흠이 있으니, 사진과 지도가 좀 부족하다. 특히 지도가 많이 아쉬운데 서양사를 통사로서 다루고 있으니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봐 줄 지도가 적재적소에 나와 있다면 이해도 더 쉽고 책의 완성도도 훨씬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가 없다 해도 별 다섯은 충분히 주고도 남을 만큼 좋은 작품이지만, 지도가 여전히 아쉽기는 하다^^;;;

세계사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엮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찰나에 모처럼 좋은 책을 만나, 다른 책들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중이고 공부가 아주 재밌어졌다.

아무래도 종횡무진 동양사도 남경태씨 책으로 공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 번엔 통사 말고 미시사도 이분의 책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새 책이 나왔다는 정보만으로 흥분해서 펄쩍펄쩍 뛰고 말 것이다.

그런 날이 정말 빨리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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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6 - 이탈리아 먼나라 이웃나라 6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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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먼나라 이웃나라 책을 즐겨 보고 있다. 이전의 흑백판보다 칼라 그림이 훨씬 보기 좋고 아무래도 학생 때보다는 배경 지식이 늘어났을 터이니 보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데, 별 다섯을 행진하다가 갑자기 별 넷으로 추락한 것은 제본의 불량 때문이다ㅡ.ㅡ;;;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이었는데, 맨 뒤 30페이지를 남겨두고 책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낱장으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이런 낭패가....ㅠ.ㅠ

한번 읽고 책이 이렇게 망가지다니 난감할 뿐이다. 테이프로 붙여도 지저분할 것이고 다른 방법은 없으니...

일단 정리해서 꽂아두었는데, 나중에 펼쳤다가 책장이라도 분실될까봐 걱정이다. 흠, 제본만 아니었다면 아주 만족했을 텐데...

하여간, 그건 그렇고... 내용은 아주 재밌게 보았다. 아무래도 고대 로마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기에 2/3를 모두 고대 로마사에 할애했음에도 큰 불만은 없었다.

이탈리아가 근대에 들어와 민족적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내용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르네상스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을까?  그 부분도 꽤 많은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조금 뜻밖이었다.

아무튼, 근대의 이탈리아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짧은 페이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잘 응축시켜 놓아서 이해가 아주 쉬웠다.

이탈리아인들의 민족성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지난 월드컵을 떠올리면서 그들의 기질에 대한 얘기도 같이 나왔더라면 좀 더 이해하기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미 속으로 그들이 기질을 못박아 둔채 얘기한다....;;;;)

최근에 본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바티칸으로 숨어 들어가 미션을 마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뜬금 없이 책 보다가 같이 떠올랐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편을 보았는데, 이어 네덜란드를 보아야 할지 스위스 편을 보아야 할 지 잠시 고민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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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26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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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시작부터 3대에 걸친 비극이라고 작가는 얘기했었다.  1대, 2대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3대의 등장인물 윤곽이 드러난 지금, 3대의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해서도 2대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했고, 그들의 운명은 익히 짐작한 바 있음에도... 참으로 먹먹했다.  재고의 여지가 없는 끝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단행본이 마무리 되었지만, 27권에서 진행될 눈물 바람도 우리는 이미 보고 있다.

'사랑'이 이렇게 아프기만 한다면 어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이 이렇게 아름답기도 한데, 이렇게 처연할 수도 있다니 이 숭고한 감정의 존재는 사람에게 필요악으로도 보인다.

표지를 보면 아픈 두 연인 비욘과 비이가 나란히 보인다.  두 사람이 '함께'여서 행복했던 순간은 참으로 짧았다. 그들은 함께 행복했던 기억보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는 시간이 더 길었다.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면서도 늘 같이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뿐이던가.  레오와 에스힐드는 어떻고... 간간히 등장하는 작가의 나래이션은 시를 써도 좋을 만큼 압축과 은유로 섬세한 눈물을 끌어내곤 했다.

한승원의 그림체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드러날 수 있는 모든 단점을 다 합한다 하더라도, 작품이 주는 무게감과 감동의 크기를 채울 수는 없다.

국가와 국가 간의 비정한 세계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은원, 약속, 은애까지... 작품은 너무도 다양한 우리 세계 속 모습을 투영해주고 있다. 더 아름답게, 더 서럽게, 더 감동적으로...

이제 27권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좀처럼 소식이 들리지 않아 애가 탄다.

이제 3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이니 작품의 전체 분량으로 본다면 2/3 좀 더 온 것이 아닐까.

처음 읽을 때에는 이 작품이 이렇게 대하극이 될 줄 몰랐는데, 이제는 오히려 기대감이 커서 장편을 더 지지하는 입장이 되었다.

부디 작가가 지금의 흐름과 감각을 잊지 않고 끝까지 균형을 잡아 이 재미와 감동을 유지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승원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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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정희 1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 뉴스툰 기획 / 시대의창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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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떠들썩하게 인기를 끌 때보다 조금 조용해졌을 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는 순간, 왜 그렇게 이슈를 불러일으켰는지 공감하면서 보다 빨리 찾지 못한 게으름을 반성했다.

많은 부분들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도, 그림과 함께 적절한 연출을 가미하여 내용의 진실성과 중대성을 더 강조한 책으로 보게 되니, 나의 이해의 폭과 감정의 응축을 더 폭발적으로 만든 느낌이었다.

서둘러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구할 수 있는 책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혹은 이미 죽었을 지언정 한 시대에 굵게 이름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서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꼈다. (며칠전 5.18 다음 날인 19일에 전두환은 골프를 쳤다지.ㅡ.ㅡ;;;;;)

이 책이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하여 독자들을 찾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나이를 불문하고 보다 가깝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다가서야 하는 이유 말이다.

너무도 분명하고 선명한 친일을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모셨고, 장기집권 독재자였고, 그가 저지른 만행이 무수하며,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인데,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고 영웅으로 떠받드는 사람이 너무 많으며, 그의 따님(ㅡ.ㅡ;;;;)이라는 사람이 정치판에서 버젓이 활동을 하고 있고, 그때에 망가뜨린 입시 제도 등은 여전히 수험생을 괴롭히고 있고 기타 등등...

너무 많아 열거를 다 할 수도 없는데, 그런 일들이 이곳 대한민국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기막히고 또 서러울 지경이다.

실미도나 효자동 이발사, 그때 그 사람들 등등... 여러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환경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만, 그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시각도 온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멀었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로 늘 유지되기를 바라지만, 또 모두가 이런 책이 필요 없을 만큼 진실을 꿰뚫고 있어 더 이상 이런 '고발서'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책을 읽다가 버릴 곳이 없어서 전부 형광펜으로 도배가 되고 말았다. 요약해서 정리해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를 못했다. 반성반성..ㅠ..ㅠ

어린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당장에 이해가 안 가도 좀 더 성장하면 머리로 가슴으로 다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민족의 이름으로 각인되지 않을까.

무분별한 증오심을 키우게 하고 싶지 않지만, 타당한(?) 증오/치죄는 아직도 반드시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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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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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었다. 당시 그분이 읽은 책은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라는 제목이었는데, 내가 다시 그 책을 찾아서 읽을 때에는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 작은 나무야 대신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고 지은 것을 보고는, 문학적 운율은 좀 떨어지지만, 내용을 생각해 볼 때, 보다 구체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했고, 고마운 지인에게도 선물하고, 나도 소장해버렸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사도 질리지 않고 뿌듯함을 채워주는 신기한 '맛'과 '멋'을 지닌 책이다.

'인디언'을 떠올리면 신비한 느낌과 함께 막연한 안쓰러움을 느낀다. 고향에서 쫓겨난 그들의 서글픈 운명과 그럼에도 자신들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는 장인 정신마저도 느껴진다.

자연을 벗하여 사는 그들의 지혜가 책 곳곳에 묻어 있고, 사람을 대하는 기본 정서가 얼마나 깊고 따스한 지 내 마음이 더불어 따스해짐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어른의 눈으로 견주어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학생을 쫓아낸 그 나아쁜!(강조!) 선생님을 마구 욕하며^^;;;; 작은 나무가 할머니의 품으로 돌아갔을 때는 박수를 쳐주고픈 마음이었다.

그러고 보면 인디언이 등장하는 글들은 매번 좋은 기억을 남겼다.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에서 지요가 그랬고, "위대한 영혼의 주술사"에서도 인디언 여자(앗,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남..ㅠ.ㅠ)도 그랬으니...

최근 십년도 더 전에 출간된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 제목의 이 책을 헌책방에서 구입했는데, 당시 판매가가 현재 알라딘에서 할인 판매하는 금액과 비등하다.^^;;; (표지는 엄청 촌스럽다.ㅡ.ㅡ;;;;)

이 책은 절대! 새 책 구입하라고 추천한다.

다시 한 번 이 책을 떠올려 보니 또 다시 미소가 지어진다. 구매해 두었다가 생각날 때 좋은 지인들에게 다시 선물해야겠다.  이런 책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고 축복이다. 내 영혼이 같이 부자가 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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