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42 호/2011-09-26


비행기 착륙을 방해하는 바람, 윈드시어

파란 잉크를 마구 풀어놓은 듯 새파란 하늘과 두둥실 떠다니는 하얀 구름, 그 아래로 보이는 제주의 푸른 바다!! 아빠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탄 태연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만끽하고 있다. 단지 아빠의 출장에 묻어온 것에 불과하지만, 그러면 어떠하리. 제주 바다를 즐기며 콧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태연에겐 행복 그 자체다.

그런데 멀리 제주공항이 보이기 시작한 바로 그 때, 비행기가 상하 좌우로 마구 흔들리더니 급하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비행기는 다시 고도를 높이더니 곧바로 ‘돌풍으로 인해 착륙에 실패해 다시 서울로 향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악! 안 돼, 안 돼!! 학교까지 빼먹고 아빠 출장을 따라왔는데, 다시 돌아가면 나는 어떡하냐고요! 기장 아저씨! 스튜어디스 언니! 당장 비행기를 돌리라고요오오오!!”

태연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도 한몫 거든다.
“그려, 다시 뱅기를 돌리랑께! 경주김씨 백촌공파 4대 독자가 제주섬에서 시방 탄생하는 중인디, 가긴 어딜 간다는겨!!”

“아이고, 태연아! 그리고 할머니! 지금은 도저히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회항이 최선이라고요.”

“먼 소리여! 아까까정 바람 한 점 없이 멀쩡하드구만 돌풍은 뭔 돌풍! 기장이 실력이 없어서 못내링께 지금 이 쌩쇼 아닌감?”

“그런 게 아니에요. 지금 부는 돌풍은 ‘윈드시어(wind shear)’라는 건데요. 강한 바람이 다양한 지형지물과 부딪힌 뒤 하나로 섞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용돌이 바람이라서 아무리 뛰어난 기장이라도 바람의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특히 제주도 같은 경우엔 강풍을 동반한 기압골이 한라산을 만나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윈드시어가 자주 발생해요. 일 년에 평균 408편의 비행기가 윈드시어 때문에 결항을 할 정도라고요. 2011년 8월에는 제주, 부산 등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기 129편이 무더기로 결항한 것도 윈드시어 때문이고요.”

“엥? 윈드 거시기가 그러코롬 무서운 겨? 하긴 이름부터 무섭기는 하고만. 잇몸이 어쩌코롬 시려분지 ‘잇몸 시려’에서 따 온 거 아녀? 나이가 드니까 잇몸 시려분게 젤 무섭단 말이재~.”

“깔깔깔!! 윈드시어가 잇몸 시려에서 생긴 말이라니…. 할머니 완전 작명의 달인이셔!! 그런데 아빠, 과학이 이렇게 발달했는데 윈드시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거예요?”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가 정답이야. 대신 조종사가 직접 윈드시어를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신 항공기에는 대부분 윈드시어 감지 장치가 장착돼 있지. 만약 이 장치에서 경보가 울리면 비행기는 그 즉시 복행(Go-around)을 해야 한단다. 복행은 착륙하려고 내려오던 비행기가 착륙을 중지하고 다시 날아오르는 비행법이야. 보통 무슨 사고가 났나 싶어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윈드시어가 발생했을 때 가장 안전한 대처법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어쨌거나 태어나서 처음 와 본 제주도를 땅 한 번 못 밟아보고 되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슬퍼요. 다음엔 윈드시어가 절대 발생하지 않는 날 와야지. 암튼, 그 무시무시한 그 바람만 없으면 맘 놓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거죠?”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안개, 바람, 뇌우, 눈, 비 등 모든 기상 여건이 비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단다. 그 중에서도 바람이 가장 무서운데, 지상 500m에서 1,000m 사이에서는 윈드시어가 불어서 무섭고, 높은 고도에서는 갑작스러운 난기류가 생겨 무섭고, 뒤에서 부는 뒷바람은 양력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에 비행기가 잘 날지 못하게 해 무섭지. 또 안개나 눈, 비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를 짧게 해서 조종사의 안전운행을 방해해.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도 공기 밀도가 낮아져 양력이 작아지기 때문에 운항이 어려워진단다.”

“뭔 소리여 이 사람아~. 자꾸 양력 양력 하는디, 세상이 아무리 천지개벽을 혀도 생일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으로 정해야 쓰는겨. 울 4대 독자는 틀림없이 음력을 쓸 것이랑께.”

“하하, 할머니 여기서 양력은 그 양력이 아니라, 비행기를 띄우는 힘을 말하는 거예요. 보통 비행기 날개는 윗면이 볼록하고 아랫면이 평평하게 생겼는데, 그 때문에 날개 위아래에서 공기가 다른 속도로 흐르게 되거든요. 윗면의 공기가 아랫면의 공기보다 빠르게 흐르는 거죠. 그렇게 되면 윗면의 기압이 아랫면보다 작아지고 자연스럽게 비행기 날개가 위로 떠오르는 힘, 즉 양력을 얻을 수 있는 거예요.

“가만 가만!! 시방 이 시점에서 어마어마한 생각이 떠올랐구먼. 우리 4대 독자 이름이 번개처럼 내 머리를 치고 간 것이여. 김윈드 어떤감? 윈드시어가 허벌나게 부는 날 태어났응께 말여! 아님 김뱅기로 할까나? 뱅기서 이름을 지었응께. 엉?”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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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9-2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윈드시어~~~~! 잇몸시려.. ㅋㅋㅋ

마노아 2011-09-28 16:26   좋아요 0 | URL
윈드시어, 잇몸시려~ 훌륭한 대구예요.^^ㅋㅋㅋ
 

제 1434 호 / 2011-09-19


얼굴이 좌우 대칭형인 미남, 미녀들은 이기적인 성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1년 7월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연례모임’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산티아고 페제스 교수와 스페인 마드리드자치대 엔리케 투리에가노 교수는 ‘죄수의 딜레마’ 라는 실험으로 얻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은 두 명의 죄수가 각각 다른 방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서로를 믿고 침묵하면 둘 다 형량이 줄어들지만 상대방을 배신하고 자백하면 본인의 형량만 줄어든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에게 침묵과 자백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뒤, 참가자의 얼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좌우 대칭형 얼굴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백할 확률이 훨씬 높았다. 상대방이 침묵할 거라는 기대치도 낮았다.

연구팀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남들이 호의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굳이 먼저 친절을 베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 협동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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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9-2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짝눈에 대해서 다소 위안이 되는군...ㅎㅎㅎ

잘잘라 2011-09-20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대~단한 짝눈이어요. 쌍커풀이 한쪽만!!
근데 아무튼 이런 이유라면 저도 왠지 이기적,이고싶으네요. ㅎㅎ

마노아 2011-09-20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쌍꺼풀의 시작 지점이 달라서 눈의 크기가 달라요. 어케 조절할 수가 없으니 저렇게나마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ㅎㅎㅎ

비로그인 2011-09-20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와우, 저도 짝눈이에요!! 자기 위안에 한 보탬 되는 글이군요? ^^

마노아 2011-09-20 23:06   좋아요 0 | URL
원래 대칭되는 얼굴이 흔치 않다고 하는데, 그런 완벽한 미인이 흔치 않다는 말인 걸까요? ㅋㅋㅋ
암튼 우리 짝눈에도 이유가 있어요.^^ㅎㅎㅎ

pjy 2011-09-2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기적인 사람이 좌우대칭의 미인형은 아니던데.... 무슨 자뻑이 사회에 이케 많은지요? 나부터도ㅋㅋ

마노아 2011-09-21 15:59   좋아요 0 | URL
대칭도 아닌데 이기적이기도 하면 슬퍼요. ㅎㅎㅎ
자뻑 권하는 사회를 살고 있긴 해요. 저도..ㅋㅋㅋ

다락방 2011-09-2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모가 뛰어날수록 남들이 호의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굳이 먼저 친절을 베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 협동성이 부족하다”

제가 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1-09-24 22:54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의 도도함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ㅎㅎㅎㅎㅎ
 

  


제 1433 호/2011과일 맛을 잡아라! 당도 높이는 법
‘추석’ 하면 떠오르는 음식으로 송편이 있다. 하지만 추석 때 송편만큼이나 많이 먹는 것이 바로 사과, 배 등의 과일일 것이다. 차례상에도 올릴 만큼 추석에는 과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올해 2011년은 비 온 날도 많고 물론 강우량도 많아서 과일의 맛이 떨어질 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과일의 알이 한창 굵어지는 6, 7월에 강우 일수가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리면서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예년의 7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과일의 당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강우뿐만이 아니다.

과일의 당도는 과일 맛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도가 높은 과일을 좋아한다. 과일의 당도는 100g당 과일 내 당 성분의 함량을 퍼센트(%)로 표시하거나 당도계로 측정한 값을 도(°Bx, Brix)로 표시한다.

과일의 당도를 좌우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과일의 품종이다. 품종에 따라 당도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과일이 성숙하는 시기에 따라 제철에 충분히 잘 익은 품종이라야 맛이 좋다. 둘째, 수확하기 2주일 전부터 3일 전 정도까지 햇빛이 좋으면 달고 맛있는 과일이 된다. 셋째, 토양 환경이 양호하고 잎이 병해충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잎도 많이 달려야 하는데, 햇빛이 충분하다 해도 과일 한 개당 잎 수가 부족하면 당도가 높아질 수 없다. 당이 만들어지는 곳이 바로 잎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잎은 햇빛을 통한 광합성 작용으로 탄수화물을 만들어낸다. 과일의 당은 탄수화물 중에서도 용해성이 높은 형태로 잎에서 생겨나 과일로 전류된 것이다. 때문에 잎이 많을수록 당을 많이 합성할 수 있다. 잎에서 생성된 탄수화물은 과일뿐만 아니라 뿌리, 줄기 등 식물체의 모든 기관에 전해져 과일, 줄기, 뿌리, 잎 등의 생장에 이용된다.



[그림 1] 사과, 배 등 과일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햇빛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탄수화물 중에서 물에 쉽게 녹는 형태로는 자당, 과당, 포도당, 젖당, 소르비톨 등이 있다. 이들이 과일의 단맛을 좌우한다. 잎에서 생산된 탄수화물은 주로 자당이나 소르비톨 형태로 과일로 전해지며 이 당은 과일을 비대하게 하는 데 이용된다. 과일이 성숙함에 따라 과일 세포 안에 있는 액포에 당이 축적되면서 과일의 당도가 높아진다.

강우가 많은 장마기에 과일의 당도가 낮은 이유는 강우량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비 오는 시기에 일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식물의 잎에서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탄수화물이 적게 생산되기 때문에 과일의 당도가 낮아진다. 실제로 밤에 비가 오고 낮에는 햇빛이 충분한 기상 상황에서는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지 않고 높게 유지된다.

장마기 이후에 햇빛이 충분하면 과일 당도는 곧 회복된다. 구름이 많이 끼지 않는 청명한 날씨면 충분하다. 과일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복숭아와 같은 과일은 수확 전 짧게는 3∼5일간 햇빛을 충분히 쬐기만 해도 당도가 많이 올라간다. 사과나 배는 수확 전 2주일 정도 햇빛을 충분히 쬐면 당도가 높아진다. 포도의 경우도 2주 가까이 필요한데, 당도를 높이는 것과 더불어 착색이 충분히 이뤄지기 위해선 일조량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늦가을에 수확하는 과일의 경우 여름철 강우 일수가 많아 일조량이 부족하면 과일 크기가 작아진다.

그렇다면 과일의 당도는 자연적인 햇빛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농가에서는 과일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배의 경우 나무에 햇빛이 잘 들도록 겹쳐진 가지를 솎아낸다. 사과는 나무 밑에 반사 필름을 깔아 햇빛을 반사시켜서 부족할 수 있는 광량을 보충해주고 있다. 감귤의 경우 나무 아래를 다공질필름으로 덮는다. 이는 빗물이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해 당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포도는 송이 당 충분한 잎 수를 확보하기 위해 잎이 충분하지 않은 곳의 송이를 솎아낸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9월 상순부터 10월 상순까지의 시기에 해당하는데 올해 추석은 9월 12일로 이른 추석에 속한다. 예년에 비해 한두 주 앞당겨져 생산 농가에서는 추석에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과일을 공급하기 위해 이른 추석까지 충분히 잘 익은 품종을 주로 출하할 예정이다. 과종별로 품종을 보면 사과는 조생종인 선홍과 홍로 등이 있고 배는 원황, 황금배, 화
산이 있다. 복숭아는 장호원 황도, 포도는 캠벨얼리, MBA, 거봉 등이 있다.

8월 상순까지는 잦은 강우로 과일의 크기를 키우기 어려웠지만 추석 이전까지 날씨에 따라 얼마든지 당도가 높고 맛있는 과일을 생산할 수 있다. 다행히 8월 중순 이후부터 9월 초까지 맑은 날이 지속돼 당도가 충분히 높고 맛있는 과일들을 만날 수 있겠다. 사과나 포도는 색이 충분히 드러난 것이, 배 역시 색이 잘 나고 투명한 듯한 발색일 경우 비교적 당도가 높다.

최근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당도측정계로 당도를 확인하거나 시식을 한 뒤 과일을 구입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생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생산자가 당도 높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당도가 충분히 높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으니, 기상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 사시사철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글 : 황해성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과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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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1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도 높은 과일보다 마노아님 프로필 사진에 뿅~~~ 갔어요.^^

마노아 2011-09-17 10:55   좋아요 0 | URL
큰조카가 저더러 공주병이라고 하네요.^^ㅎㅎㅎ

hnine 2011-09-1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릭스가 당도를 뜻하는 무슨 단위인가보다 짐작은 했는데 저렇게 재는 것이군요 아하~
과일의 단 맛을 결정하는 것 까지, 태양은 정말 모든 생명력의 원천이어요.
요즘은 사과 품종중 홍로 시즌, 포도 품종 중에는 고학력 품종이 있네요? MBA...ㅋㅋ

마노아 2011-09-17 10:56   좋아요 0 | URL
고학력 포도 재밌어요. ㅋㅋㅋ
사과 좋아하는 hnine님은 어느 계절의 사과를 가장 좋아하나요?
요새 푸른 사과 아오리 먹고 싶어요. 사과 먹은지 한참 된 것 같아요.^^

후애(厚愛) 2011-09-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한 송편을 가지려 갔더니 다른 분들이 다 사 갖고 갔어요.ㅜ.ㅜ
아저씨한테 따로 보관해 놓으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송편이 저랑 인연이 없는가봐요.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

마노아 2011-09-17 13:47   좋아요 0 | URL
아, 안타깝네요. 누가 그렇게 새치기를 했을까요.
저도 아직 송편을 못 먹었답니다. (>_<)
후애님도 주말 편안히 보내셔요~ ^^
 

제 1432 호/2011-09-12

비행기술, 박쥐에게 배운다!

‘과연 어떤 녀석을 데리고 왔을까?’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아빠는 발걸음이 급하다. 어젯밤, 무려 14일이나 교제한 남자친구를 당당히 부모님 앞에 소개하고 싶다는 태연의 폭탄선언에 서운함과 뿌듯함 등등 만감이 교차했던 아빠다. 그런데 웬걸. 집에 도착하자마자 태연의 신경질적인 고함소리가 담 밖을 넘는 게 아닌가.

“너, 지금 내가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는 거야?”
“어허,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구나. 박쥐는 조류가 아니라니깐.”
“날아다니는데 조류지 그럼 어류냐? 난 딴 건 몰라도 무시하는 남자랑은 절대 못살아!”
“난 너랑 살자고 한 적 없는데?”
“아니 그럼, 14일이나 사귄데다 손까지 잡았는데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거야? 이 나쁜 놈! 사기꾼! 바람둥이!!”

아빠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14일 사귀고 결혼을 하겠다는 태연의 무모함과 박쥐를 조류라고 우기는 무식함에 또 한 번 만감이 교차하는 아빠다.

“아이고 태연아. 그건 네 남자친구 말이 맞아. 박쥐는 틀림없이 포유류란다. 깃털이 아닌 털로 덮여있고,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고! 박쥐의 날개는 정확히 말하면 날개가 아니라 ‘비막(飛膜)’이야. 박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지면서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늘어나서 날개 역할을 하게 된 거라고.”

“어머, 정말요?? 원표야 미안해.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봐. 원래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태연이로 돌아갈게. 사실 나 싸움 같은 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애거든. 호호호”

아빠는 태연의 가증스러운 애교에 속이 더부룩하다. 하지만 원표 앞에서 태연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박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줘야겠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박쥐는 참 신비한 동물이란다.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점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건 최첨단 과학기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동물이라는 거야. 레이더, 초음파 영상탐지기, 유체흐름감지기, 열감지기 같은 기술들 말이지.”

“정말요? 아버님, 저는 과학에 아주 많은 흥미를 가진 사나이랍니다. 자세히 좀 말씀해주세요.”

아빠는 자신을 아버님이라 부르며 적극적인 호감을 표하는 원표가 싫지 않은 듯, 신나게 지식자랑을 시작한다.

“레이더장치가 뭔지는 알고 있지? 전파를 사방으로 보낸 다음, 그 전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해서 어디에 있는 어떤 물체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계 말이야. 그런데 박쥐도 그와 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뛰어난 레이더를 갖고 있단다. 박쥐는 입과 코로 초음파를 내보내. 그 다음 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방향을 설정해서 길을 찾기도 하고 먹이를 잡아먹기도 하는 거지. 초음파는 주파수가 높은 소리로,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음파를 말해. 사실 박쥐의 시력은 아주 나빠. 어두운 곳에만 있다 보니 눈이 굳이 좋을 필요가 없어서 퇴화된 거지. 그래서 시력 대신 초음파 같은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해 생활한단다.”

“와, 진짜 신기하다. 제 2의 눈이 있는 거네요?”

“그렇지. 물체를 단순히 인식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입체적으로 1mm 차이까지 완벽히 구분해 볼 수 있어. 심지어는 물체의 재질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해. 최첨단 3차원 초음파 영상탐지기 기능을 하는 셈이지. 보통 병원에 가면 초음파 영상탐지기를 이용해서 뱃속의 아기나 심장 같은 장기의 움직임을 보잖니. 그런 능력이 박쥐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대단하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마리의 박쥐들이 초음파를 낼 땐 어떤 게 자기가 낸 초음파인지 헷갈리지 않을까요?”

“아주 스마트한 질문이구나! 수천 마리의 박쥐가 초음파를 내는 상황을 한 사람이 수천 개의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은 것에 비유해 보자. 과연 하나의 내용이라도 정확히 들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인간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그런 일들을 박쥐는 손쉽게 해낸단다. 안타깝게도 그 놀라운 능력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하지만 비막에 있는 털이 부드러운 비행을 도와줘서 초음파에 더 정확히 반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밝혀져 있단다.”

“엥? 털이 비행을 도와줘요?”

“신기하지? 박쥐는 급정지, 급출발, 급회전, 거꾸로 날기와 같은 고난이도의 비행도 척척 해낼 수 있단다. 새 보다 비행 솜씨가 좋을 때가 많지. 이런 놀라운 비행의 비결은 비막에 나 있는 미세한 털이라고 해. 이 털은 공기의 흐름을 엄청나게 예민하게 읽어내는 재주가 있어서 공기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갑자기 방향을 돌리거나 공중에서 멈추는 것까지 가능하게 해준단다.”

“처음에 말씀하신 유체흐름감지기와 같은 기능 말이군요. 자, 그럼 이제 박쥐의 열감지기 기능을 말씀해 주실 차례입니다.”

“원표야, 아나운서 흉내 내지 말고 좀 애답게 말해주면 안되겠니? 암튼 박쥐의 열 감지 능력은 솜씨 좋은 드라큘라가 되는데 꼭 필요하단다. 박쥐의 코에 있는 생체물질(TRPV1)은 열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지. 그런데 동물의 몸에서 정맥이나 동맥이 흐르는 곳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약간 높아. 박쥐는 그 미묘한 차이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서 정맥에 송곳니를 박고 쪽쪽 피를 빨아먹는단다. 물론 모든 박쥐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사는 일부 흡혈박쥐들이 그런다는 거야.”

아빠의 흡혈박쥐 얘기에 태연의 오버연기가 작렬한다. 무서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원표에서 매달리다시피 한 태연. 태연의 그런 태도를 도저히 봐주기 힘들어진 아빠는 쐐기를 박는 한 마디를 던진다.

“태연아, 오늘도 부엌에 있는 바퀴벌레 잡아 줄꺼지? 원표야, 너 그거 아니? 태연이가 손바닥으로 바퀴벌레를 찍~ 눌러서 잡는 데는 아주 선수란다. 국가대표 급이야. 태연아 이참에 한 번 보여줄래?”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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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22 호/2011-08-29

엉뚱한 과학법칙의 거짓과 진실
우리는 과학을 접할 때 무조건 어렵다고 느끼거나 모두 사실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학 관련 글을 읽을 때 비판적으로 읽기보다는 설명된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해 집중한다. 지금까지 천재적인 과학자들 덕분에 어려운 과학 이론이나 법칙들이 완벽하게 잘 정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금 보면 엉뚱해 보이는 이론들을 그럴듯하게 내놓고 실패를 거듭하며 탐구한 결과다. 현대과학으로 보면 사실은 아니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엉뚱 과학 중 역학 관련 법칙을 몇 가지 소개한다.

● 무거운 것이 빨리 떨어진다? - 낙하속도 질량비례의 법칙

오래전부터 믿어 온 법칙으로 중력에 의한 낙하속도는 질량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누구나 경험한 바와 같이 무거운 물체는 떨어질 때 육중하게 떨어지는 반면 가벼운 물체는 사뿐하게 떨어진다. 고층건물에서 사람이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죽지만 어린아이인 경우 상처 하나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물로 예를 들자면 고양이는 사뿐히 내려앉으며 먼지나 날파리 같은 것들은 떨어지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낙하속도가 질량에 비례한다는 법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제시한 이론이다.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대학자가 한 얘기이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후에 갈릴레오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 오래된 법칙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낙하속도는 무게와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피사의 사탑에서 수행한 실험을 통해서 무게가 다른 두 물체가 동시에 지면에 도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 뜨거운 것이 더 무겁다? - 열 질량 이론

온도가 올라가면 대부분의 물체는 부피가 늘어난다. 이를 열팽창이라고 하는데 부피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도 함께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열(caloric)’이라고 하는 입자가 물체 속으로 들어가서 부피와 무게를 증가시킨다. 여기서 열 입자는 유체와 같은 물질로, 탄성을 가지며 일반 물질에 부착돼 있다고 생각했다.

17세기 과학자들은 열 입자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정밀하고 체계적인 실험을 수행했다. 하나는 뜨겁고 다른 하나는 차가운 상태인 똑같은 물체를 천칭 양쪽에 올려놓고 무게 차이를 측정했다. 온도를 변화시키면서 실험을 반복했지만 온도 차이에 따른 무게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별해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를 저울의 정밀도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 입자가 존재하는 한 뜨거운 것이 더 무거워야 한다고 믿었다.

● 열에도 관성이 있다? - 열 관성의 법칙

관성의 법칙(뉴턴의 제1법칙)에 의하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해서 등속운동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질량에 관한 관성의 법칙인데 열 흐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흐르지 않을 때는 열이 관성에 의해 물체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만 일단 흐르기 시작하면 마치 봇물이 터지듯 계속 흐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경험에 의하면 뜨거운 물체에 살짝 손을 대면 처음에는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열이 물체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을 꾹 누른 채 한참을 접촉하고 있으면 점점 뜨겁게 느껴진다. 열이 한번 흐르기 시작하면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흐르기 때문이다. 식당주인이 건네주는 뜨거운 밥공기를 손에 쥐고 생각해 봄 직한 법칙이다.

● 속도가 빠르면 가벼워진다? - 속도에 의한 무게 저감효과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들은 대개 가벼워 보인다. 하늘을 나는 새나 비행기가 그렇다. 무게가 가벼워야 잘 날 수 있고, 반대로 빨리 날수록 가벼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속도에 의한 무게 저감효과에 의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며 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끊어진 교량을 통과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빨리 지나가면 가벼워져서 바닥에 무게를 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앞에서 설명한 낙하속도 질량 비례법칙에 따라 천천히 낙하하므로 짧은 시간에 그대로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속도가 무한대가 되면 무게는 제로가 되고 따라서 낙하속도도 제로가 된다. 걸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축지법과 확지법을 쓰는 도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면 위를 최대한 빨리 걸어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왼쪽 발이 빠지기 전에 오른쪽 발을 내딛고, 오른쪽 발이 빠지기 전에 왼쪽 발을 내딛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인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속도가 빨라지면 질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 속도가 빠르면 차가워진다? - 고속의 냉각효과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물체의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물체가 가지고 있는 전체 에너지는 보존돼야 하므로 운동에너지가 커지면 다른 에너지가 작아져야 한다. 즉, 속도가 빨라지면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그만큼 열에너지가 작아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열에너지가 작아진다는 것은 온도가 내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속도가 빨라지면 온도가 내려가는 냉각효과가 발생한다. 일상에서 바람이 세게 불면 온도가 낮아져 시원한 것을 느끼고 빠른 물체가 지나가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또 고속 주행하는 자동차 표면이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 동체 표면의 온도가 상당히 낮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효과를 공학적으로 이용해 냉동기나 에어컨을 만들었다는 보고는 없다.

여기서 밝힌 이론들은 사실이 아니니 행여나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과학 이론을 접할 때 너무 진지하고 엄숙하게 생각하거나 내용을 받아들이기에만 급급한 경향이 있다. 말도 되지 않는 엉뚱한 과학이론이지만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잘 정립된 이론을 받아들일 때 보다 많은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한화택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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