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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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수작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내가 너무 늦게 알아차린 것이었어...^^

주인공 성찬은 차장수다.  그냥 장사치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식객'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선 입양되기 전에 어머니가 주신 생쌀의 맛을 기억하는 입양아의 어머니를 찾아주는 일에 도움이 되면서 펼쳐진다.  우리쌀 지키기의 힘겨운 모습도 보여주는데, 첫 에피소드부터 울컥! 뜨거운 게 치솟았다.

두번째 이야기는 고추장 굴비.  야트막한 담장으로 서로 나누던 이웃간의 정을 되새겨볼 만한 시간이었다.  아파트라는 고공 시멘트에 갇힌 오늘날로서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가을 전어 맛은 깨가 서말이고, 집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는데.. 세번째 이야기는 전어구이로 자살 소동을 일으킨 어느 아저씨의 맘을 돌이키는 내용이다.  내가 전어 맛을 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 보지만 모르겠다.  정말 모르는 건가??ㅡ.ㅡ;;;

그 다음은 60년 전통의 곰탕을 만드는 집이 나온다.  맛의 비법과, '진수' 기자와의 만남이 진행되고, 다섯 번째 이야기는 "밥상"이 주인공이다.

밥상의 진짜 주인은 '밥'이건만 '찬'에 밀려 주인 내색도 못하는 밥의 처지를 실감나게 이야기해 준다.  그림만 보고도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맛깔스런 밥의 향내가 책 밖으로 새어나오는 기분이었다.

맛있는 밥을 먹고 식사를 한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냥 끼니 때우는 것으로 만족할 때가 많았다.  작품을 보면서 그건 '귀찮아서'지 '바빠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바쁠 때도 있지만...)

굳이 '전통' 운운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생활 기본 바탕의 아주 중요한 식생활인데, 많은 경우 잊고 사는 듯... 반성할 일이다.

기념으로 내일은 정말 맛난 밥을 먹어야겠다.  무, 물론... 내가 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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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오백년 4 - 조선야사실록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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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읽은 책이었는데, 리뷰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 생각이 났다^^;;;

이번 이야기는 정말 야사다운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앞 이야기는 세조 시절 이징옥의 이야기를 담았다.

천리마 이야기라던가 천하장사 어머니, 요상한 꿈자리 등등은 그저 이야기로 잘 넘어갔는데, 마지막에 저자가 담은 메시지는 참 아릿했다.

그러니까 역사에 '만약'이란 없는 것인데, 그때 쉬지 않고 말을 달렸더라면, 수양대군이 찬탈자의 얼굴을 감추고 권력을 강탈하지 않았을 것이고, 임진왜란이 없을 것이며, 아편전쟁 때는 청나라가 조선을 빽으로 삼았을 것이고, 38선 6.25가 왠 말이냐고 저자는 탄식한다. 

왜 아니 한숨이 나오겠냐마는, 굳이 '만약' 운운을 하지 않더라도 이건 좀 오버하는 거다 싶다.  물론,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뒷 이야기는 남이 장군 이야기가 실렸다.  남이섬이 남이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같은데도 못 알아차렸네..^^

오백년이 4권까지 나왔는데, 5권까지 나온 건 줄 알고 왜 뒷권이 없냐고 도서관에서 한참 찾았던 기억이 슬프게 스친다..;;;;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뚝 끊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작가와 독자의 운명이랄 수밖에.

지나듯이 한번은 읽어볼 만한 시리즈였다.  조선야사실록.  그렇지만 이게 조선의 이야기 그 자체라고 믿으면 절대 안 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야사일 뿐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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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짜장면
안도현 원작, 최규석.변기현 만화 / 행복한만화가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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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안도현씨 글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상투적이라 느끼기 때문.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만화'라는 매체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르겠다.

입소문은 들어서 궁금하지만 길게 읽고 싶지 않았던 내게, 행간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는 이 책은 딱 적절한 선택.

 열일곱 나이. 어른이 된 것처럼 장성한 느낌이지만 사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이. 머리와 몸은 자랐지만 사회적 신분은 애매한 순간.  주인공은 그 열일곱 나이에 가출을 해서 짜장면 배달부로 취직을 한다.

반항의 의미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기도 했지만, 성장과정에선 소위 '문제아'는 아니었다.  오히려 1등을 딱 한 번만 놓쳐본 수재였던 아이.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로 주인공에겐 최고의 후원자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오토바이 타는 법을 손수 가르쳐주셨을 정도니까.

하지만, 어머니의 입장은 그 가정 내에서 '파출부' 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에겐 다정다감한 아버지가 어머니에겐 왜 그리 모질게 구셨는지, 원작은 어땠을 지 모르지만 이 책에선 자세히 묘사되지 않는다.  아이가 자신의 잘못으로 어머니가 아버지께 손찌검을 당하고 난 뒤 비겁하고 부끄러운 자신으로부터 뛰쳐나오는 과정도 자세히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은 그저 아이의 방황과, 지금 느끼는 마음과, 혼란스러운 그 열정을 있는 껏 보여주는 데에만 치중한다.  그래서 그 사이사이의 사연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작품이 무책임하게 '생략'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부분들을 적절히 채워주는 것이 바로 '그림'의 힘 같다.   아이의 '과거'와 아이의 '반성'은 올곧이 독자의 몫으로 남아버렸지만, 아이의 '현재'만큼은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실컷 우는 장면은 몹시 의미심장했다.  매미가 오랜 시간을 기다려 그 속울음을 토해내는 것처럼, 아이는 이제 성장할 준비를 마쳤다.  비록, 그 아이가 살아낼 세상이, 바다를 무한한 '푸름'으로 표현한 그림을 이해해주지 않고 주입식 교육을 강요했던 미술 선생님과 같은 사람이 가득찬 곳이라 할지라도,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아니... 포기할 수 없게 다시 기회를 준 그 세상은 한껏 살아볼 가치가 있는 곳일 테니까.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이제부터 아이의 몫이다.  더는 아이로서 살 수 없는 그와, 우리 모두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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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1-0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무거울 것 같지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마노아 2007-01-0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벼운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 주더라구요. 금방 읽고 오래 생각할 책이에요. ^^

짱꿀라 2007-01-0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안도현 작가의 글은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마노아 2007-01-0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인상의 문제인 것 같아요. 처음에 만난 책이 별로면 그 다음에 별로 안 읽고 싶어지는 것... 사실 나쁜 거죠. 속단해 버린 거니까요. 안도현씨 글은 두 작품인가 세작품 정도 본 것 같은데 전 다 그저그랬어요. 특별한 감동이 없어서 명성보다 별로다... 했거든요. 이 작품은 좋았어요. 원작도 궁금해요. ^^
 
나나 NANA 16
야자와 아이 지음, 박세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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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이야기의 끝처럼 미래의 한 부분을 보여주었어.

너는 어디선가 너를 숨기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

너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여전히 뼈저리게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를 가늠하면서, 이 이야기의 진행은 몹시 슬퍼질 거란 예상을 할 수 있었어.

그렇지만 여전히 너는 눈부시더라.

크리스마스 이브날, 팬들을 불러서 조촐한 파티를 할 때, 소중한 팬들에게 전하는 그 다짐, 너의 인삿말에 눈물까지 흘리며 행복해 했던 그 팬들의 마음이 나는 너무도 이해가 잘 갔어.

한쪽에선 너를 드라마 주인공으로 쓰겠다고 애쓰고, 또 한쪽에선 너의 기구했던 어린 시절을 기사화해서 돈벌이를 하려고 용을 쓰고 있지. 하치는 그런 너를 지키려고 발버둥치지만, 하치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거야.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너는 어느 쪽이든 다음 행보를 위해서 움직여야 할 거야.
너의 상처가 클 것이라 예상 되어지고, 너희들의 사랑과 만남, 그리고 밴드활동 등등 모든 것은 불투명해질 지도 모르지.  그래도, 끝까지 응원해 줄게.  너의 팔에 새겨진 연꽃 문신처럼, 네 사랑의 추억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나는 믿어.

이번 책은 특히 두꺼웠는데, 다행히 가격은 똑같더라. 어떤 스페셜이 들어가 있는가 했더니 노부 편이 들어가 있더라구.  녀석의 어처구니 없었던 수많은 러브 스토리와 나나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 너를 어떻게 지켜왔는 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  참 다감한 사람.  그런 사람을 지기로 둔 나나는 참으로 부자인 것 같아.   렌도, 하치도, 야스도, 그리고 노부도 모두모두... 네가 너로서 우뚝 서기를 바라고 있지.  나 역시 응원할게. 힘내!  다음 이야기와 함께 금방 찾아오기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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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천재패밀리 애장판 2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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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천재도 수재도 모두 사람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고 싶어하는, 가족의 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뿐이다.

12세에 이미 하버드를 졸업한 에이미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하는 어린 소녀일 수밖에 없고, 자칭 천재 카츠유키도 유학을 결정한 중요한 순간에 여자 친구로 인해 흔들리기도 하고 어머니의 실직에 고민을 자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이야기에선 가족 간의 도툼한 정 말고도 일본의 90년대 중반의 경제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거품 경제가 끝나고 난 뒤 맥 빠진 모습이라던가 95년에 지진이 났을 때 일본의 대응 모습 등은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막연히 느끼고 알던 일본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작가가 95년의 일본을 상상하며 읽으라고 한 말이 제대로 이해되는 순간.

중요한 순간에, 한참 진지하다가도 역시 코믹으로 잘 빠져나가는 작가 니노미야 토모코는 이번에도 코믹스런 아버지가 제대로 감초 역할을 해냈다.  국자 들고서 뛰쳐나오는 모습 등은, 여지 없이 피식! 웃고 마는 대목.

그런데 마지막 즈음에 카츠유키와 나오미 소녀와의 에피소드는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 간다.  내용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것을 보면 꿈 같은데, 대목이 너무 길고 엔딩에서 꿈에서 깨어나는 부분도 없다.  아마도 애장판으로 만들면서 권수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제대로 자르지 못한 탓이지 싶다.  3권을 읽어봐야 확실힌 진위를 알 듯..;;;;;

초등학생의 나이로 선물 받은 로보트를 친구에게 할인해서 되팔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꼬마, 엄마의 월급날을 가장 행복해 하는 고등학생이라니... 전혀 귀여운 구석은 없지만, 그렇게 대놓고 수전노 노릇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꽤나 매력적이다.  이런 부분도 작가의 내공 덕분일 테지.

아직까진 노다메 칸타빌레나 그린과 같은 배꼽잡을 코믹은 발견하지 못해서 별 넷이지만, 계속 기대는 하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3권을 읽어야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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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고 갑니다. 3권의 리뷰가 기다려지네요.

마노아 2007-01-0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권을 어여 읽고 싶어요. 저녁에 읽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