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11월 1
김진 지음 / 허브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꽤 오래 전에 읽었던 작품이다. 잡지 연재 시절에 보았었는데, 제목만 기억에 남을 뿐, 내용은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김진 작품은 워낙 쉬이 절판이 되곤 해서, 미리 구입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또 후회할 일이 생길까 봐 구매한 작품이다.

정말로 다행히도! 이미 완간된 작품이다.  물론 십여 년도 더 된 일에 지금 다행이다 여기는 건 조금 웃기지만^^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마피아 간의 전쟁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그러나 세력 싸움이라기 보다 집안 싸움이었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 가는 복수 전이 펼쳐진다.

글쎄, 진부하다고 하기에는 그 안에 드리워진 음울한 느낌들이 쉬이 떨쳐지질 않는다.  좀 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좀 더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쩔 수 없이, 바람의 나라가 떠오른다.  아르트로는 유리왕을 닮아가는 대무신왕 무휼을 닮아 있었고, 사랑받기를 갈망하는 아메데오는 예쁜 아가 호동이를 떠올리게 한다.

간간히 등장하는 유럽신화를 연상시키는 대목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았고, 그림들도 안정된 느낌이었다.  착한 악마도 나쁜 천사도 아닌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닌 등장인물들.  비극적인 끝을 알고서도 서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게 생의 목표였으니까.

그래서 불쌍한 것은 언제나 남겨진 사람이다.  앞서 떠난 사람들의 불행한 유산을 그대로 옮겨받은.  그의 기억도 밀라노의 음울한 안개에 계속 싸여있을 테지.

옥의 티라면, 아그네사가 사고를 당할 때 목격자였던 발칙한 모델 지망생의 뒷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뭔가 다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고 서둘러 마감한 눈치다.

작가에 후한 나인지라, 그래도 별점 다섯 밑으로는 못 내려가겠다.  작가의 해피엔딩 작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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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9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확실히 쉬어갈 틈이 필요했지 싶다.  이번 이야기는 지난 번에 신의 사도 제2를 찾았으니, 바로 세번째가 등장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 역시 곁가지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신 끄트머리에 신의 사도 세번째를 찾기 위한 시험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천방지축 신입사원을 제대로 길들여서, 녀석을 와인 세계에 입문케 하는 과정은, 와인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도 저 와인 한 번 맛보고 싶다...라고 여길 만큼 감칠나는 재미가 있었다.  왕싸가지 녀석이 갑자기 귀염모드로 돌변한 것은 좀 웃겼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시즈쿠가 아직 별반 지식 없는 후배를 원군으로 하나 얻었다면, 그에 대비되어 토미네 잇세가 얻은 원군은 더 강력해 보인다.  사막에서 자라 후각이 교란되지 않은 아가씨가 지원군이 되었으니 말이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고 스토리가 더 나와봐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되겠지만, 아무튼 이들이 어느 정도의 역할은 해낼 수 있으리라 본다.

순수 프랑스 혈통만을 강조하던 프랑스인 쉐프가 사실은 일본계 피가 흐르고 있고, 그의 완고하게 닫힌 마음을 와인으로 연다-라는 설정은, 읽다 보면 다 짐작이 되어서 사실상 재미가 떨어지지만, 그 도구가 된 와인에 한국 사람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바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돌변해 버린 나...;;;; 아, 마음이 간사하다. ^^;;;

이번 책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은 61쪽인데, 와인은 열심히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찾아보고 유혹을 느끼고, 다가가고, 마지막으로 즐기는 거라는 말... 공자의 격언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는 것이지만, 모른다 하여도 주눅들 필요는 없겠다.  즐기는 것만큼 더 큰 와인의 목적은 없을 테니.

그나저나 칸자키 유타카는 일본 사람인데 그림이 너무 서양인처럼 묘사된다.  심지어 시즈쿠가 어릴 때 기억하던 아버지의 모습도...  그냥, 든 생각이다. 딴지라면 딴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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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1-2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조금 재미없어지고 있던데...그래도 아직은 끗발이 남았으니 9권을 보긴 할 것같군요. ^^

마노아 2007-01-2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별점 5개 나올 날이 있을 지 저도 의문이에요^^ 아무리 후하게 매겨도 별점 4까지더라구요^^;;; 그래도 보던 거니까 끝까지 보려구요. 일단은 궁금하잖아요^^
 
절정 4
이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BL물을 많이 본 편은 아닌데, 그래도 이젠 낯 뜨거워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여전히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뭐랄까.  기대치라던가 짐작을 확 비껴가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백귀야행으로 유명한 이마 이치코는 야오이 만화를 상당히 많이 그리는 것으로 안다.  게다가 진짜, 한다!  그런데, 그리 야하다든지 낯 뜨겁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게 더 신기하다)

이영희 작가는, 그래도 그 동안은 평범한 범주(표현이 웃기지만...;;;)의 작품들을 그려왔는데, 이번 작품에선 '대놓고', '기다렸다는 듯이' 과감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거기에 얼마만큼의 진지함이 묻어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꼭 아니란 법은 없지만, 모두가 꽃미남이고 모두가 한 몸매하는데(심지어 비리비리 대명사인 모토도 앞판이 씩스팩이다.), 이건 시각적으로 '즐겨라' 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것이다.  (한새가 모델에 픽업되는 것도 충분히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게다가 진부하기까지 하지.)

그런데, 독자들도 코웃음도 치고 때로 욕도 할 것이고, 그러면서도 즐길 거라는 것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맘껏 비웃을 수도 없다.ㅡ.ㅡ;;;;

그리고 상상 이상으로 달려놓고는, 갑작스레 꼬리를 내린다. 허헛, 독자 허무해진다.  그걸, 작가가 즐기는 것일까?  그래서, 몹시 영리하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완벽히 책을 던질 만큼 폭주하지 않고, 뭔가 '이유'를 준다.  좀 더 지켜보고 싶게끔 만드는 여지.  단지 그것이 '외로움'뿐이라면 배신감도 느낄 테지만, 아직까진 더 두고보고 싶다.  이탄과의 뒷 이야기도 궁금하고.

하여간, 표지부터 엄청 파격적이다. 그림에 앞장 표지만 나오지만 뒷장이 너무 민망한지라....(차마 찍지는 못하겠다.) 그리고, 제목도 잘 지었다. 정말, '절정'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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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그녀 외전집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2월
절판


표지 껍데기다. 제목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은근히 고급스러운 느낌.

첫번째 단편은 올 컬러인데, 최종병기 그녀의 두 주인공의 수줍은 첫 만남을 코믹하게 보여주었다. 작품의 비극성과는 별개로 풋사랑의 낭만이 느껴진다.

첫번째 단편이 끝나고 나온 컬러 그림. 등에 솟은 저 병기를 보니 다시금 섬뜩해진다.

외전의 제목에 해당하는 "세계의 끝에선 너와 둘이서"의 그림이다.
멋있을 느낌의 그림인데 역시 내게는 비극적으로 보인다.
본편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일 것이다.

이틀 후,
내 나라의 잠정정부는
이 나라가 전쟁상태에 들어갔음을
---------------------발표했다.

네번째 단편의 표지 그림.
세번째 단편은 쬐매 야하기 땜시롱 사진은 생략...;;;;;

흑백 그림에 컬러 글씨가 들어가 있다. 이런 시도들 때문에 책값이 좀 나갔나 보다. 그래도 컬러 그림이 많아서 좋다.

그림만 본다면 멋지지만, 역시나 내용을 생각하니 우울해짐..;;;;

저 자그마한 어깨에 얼마만한 생의 무게를 지웠던가.

따뜻한 느낌의 톤이지만, 그래도 슬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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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 - 진수성찬을 차려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언니 집에 놀러갔다가 식권 2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홋! 식객 모으려던 참이었는데 심봤다~ 분위기. ^^

다른 책은 없고 딱 2권만 있었다지...^^;;;

이번 이야기에서도 정보와 감동을 함께 전달해 주었다.

'부대찌개'의 이름의 유래도 알게 되었고, 어떤 음식을 '우리'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부대찌개 무지 좋아하는데 군침 돌았다. ^^;;

7화 Thanks Pa 에서는 아주 멋진 시부모님이 등장한다. 음식에 대한 그들의 자세도 훌륭하지만, 며느리를 '배려'해주는 그 마음 씀씀이, 사돈댁을 존중해주는 마음도 일품이었다.

며느리가 김장할 때 한복 입고 있던 모습은 솔직히 공감이 잘 안 가지만...;;;; 직장에 휴가 내고 김장 돌입했다는 것도 좀 낯설지만, 암튼!  이런 집안에 시집갔으니 그 며느리 복받았다고...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

그나저나 이북 김치는 그렇게 쓰이는구나... 하나 더 배우게 됨.

"대령숙수"편은, 작품을 위해서 작가가 얼마나 자료조사에 열심을 보였는가 새삼 깨달은 이야기.  그의 말처럼 좋은 작품을 위해서 마당발은 필수라는 생각도 했다.  나 자신이 경쟁심을 두려워하는 인물인 탓도 있지만, 과도한 승부욕은 남과 자신을 같이 망치는 듯 싶다.  하얀거탑의 대사 중에 '소의'는 병을 고치고 '중의'는 사람을 고치고, '대의'는 자기 자신을 고친다는 말이 나왔는데, 문득 그 부분이 떠올랐다. 

9화는 '아버지와 아들' 편이었는데, 이번 이야기에선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될 때 가족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유독 강조하고 싶어하는 가족 간의 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을, 대신 이해해보려고 아들을 향해 다가가는 아버지께 고마움의 박수를...

그 다음에는 가장 찡했던 "고구마" 편이었다.

세상에 대한 온갖 분노와 절망, 두려움만 지니고 있던 사형수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고구마'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어 상처난 그 마음에 치유의 손길을 보태었다.  재가한 어머니의 집 솥에 있던 고구마를 훔쳐먹었다고 여겼는데, 그 고구마는 어머니가 준비해주신 거였고, 급히 먹어 목에 걸릴까 준비해 주었던 동치미의 의미도 깨닫고, 식지 말라고 솥 안에 넣어둔 그 마음도 알아버렸다.  자신이 먹어버려서 비워진 그릇을 보고 어머니가 기뻐하셨을 그 마음을, 사형수는 죽기 직전에야 깨달았다. 그는 이제 구원을 얻었고, 마음에 자유를 얻었다.  외롭고 고단했던 인생길을 접으면서 그는 혼자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가 받았을 따뜻한 마음을, 비록 픽션일지언정 작품을 통해서 나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더 작품에 흥미가 생긴다.  작품을 위해 고군분투한 작가분과 그의 화실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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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2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객을 보다 보면 마노아님과 같은 느낌을 들어답니다. 가족과 함께 음식을 먹는 기쁨. 정말 굿입니다.

마노아 2007-01-21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가족이 없으신 분들, 가족을 잃으신 분들이 명절 되면 더 서러워지는 것을 더 느끼게 되었어요. 거기에 음식도 한 몫 하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