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쿨루스 7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 남자, 과거에 꽤나 문란한 생활을 즐겼었다.  거대 자본을 이용하여 회사 하나쯤 무너지게 하는 일 큰 일 아니었고, 그렇게 해서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기막힌 삶 따위 그의 안중에 없었다.  그는 명품으로 여자를 사고, 그 여자에게서 유희를 즐기고, 그것들이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고, 그랬기에 늘 만족함도 위로도 없이 살아왔다.  잘 나가 보이던 그때도 잠든 그의 모습은 태아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홈리스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의 수면 포즈는 태아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가 호문쿨루스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인지, 혹은 처음부터 그의 인연이었던 것인지, 그는 자신이 호텔 방에서 내려다보던 벤치 위의 남자를 찾게 된다.  그가 떠난 텐트에서 그의 사진을 보고, 오래 전 자신이 무너뜨리게 했던 증권 회사의 직원으로서 훗날 택시 운전을 하다가 자신을 태우기까지 했던 우연이 겹침에 식음땀을 흘린다.  그는 사죄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그 사실을 알아보고 기억했을 뿐인데, 그날밤 남의 텐트 속에서의 잠은 달콤했다.  조금이나마 죄의식이 사라진 것일까?  그러나 여전히 그의 수면 포즈는 태아의 모습 그대로.

실험의 의뢰인 이토는 이제 와서 발뺌을 하려고 한다.  어쩌면 더 알아가는 것이 두려운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이 건 자기 최면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나코시의 발언에 식은땀을 흘리며 반응을 나타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또 이제 그만 끝내고 싶을 테지만, 두 사람 사이의 계약은 좀 더 오래 지속될 것처럼 보인다.

로봇 조폭과 기호 소녀와의 접촉으로 나코시는 로봇의 팔과 기호로 이루어진 모래 알갱이 같은 다리를 갖게 되었다.  정말로 그들과의 만남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더 모르겠는 것은 그것들로부터 헤어나는 방법이다.  나코시도 모르고 독자들도 모른다. 

답은, 다음 이야기를 차분히 기다려야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6권 나오고 7권 나오기까지 14개월이 걸린 것을 생각할 때 상당히 아찔하다.  8권을 읽을 때에는 1권부터 재독을 한 다음에 읽어야 내용이 생각날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흥미는 여전히 잡아주고 있으며 이번에도 그림이 상당히 훌륭하다.  노골적인 그림들은 이 책이 19세 미만 구독 불가가 아니라는 것에 신기함을 불어넣어주기도.  이제 느긋이 다른 신간들부터 관심을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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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모래소녀' 이야기는 [19금] 그림입니다만.
참, [이키가미]도 보셨습니까? 저는 그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웃음)
재미난 새로운 만화가 있으면 저도 소개해 주십시오. ^^

마노아 2007-04-2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키가미는 보지 못했어요. 엘신님 서재에서 보고 리스트에 올려놓았어요. 나중에 꼭 보려구요^^

비로그인 2007-04-2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키가미] 재밌습니다. 3권까지밖에 안 나왔지만, 내용들이 모두 단편 모음이라
연결되지 않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계속 연결되지만. 의외로 감동적인 부분도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

마노아 2007-04-2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재가 독특해서 관심이 갔어요. 아, 세상엔 볼 게 정말 많아요^^
 
호문쿨루스 6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첫장을 열면 온통 까맣게 덮인 색깔 위로 하얀색 글씨가 대각선으로 놓여 있다.

"나는, 너다"

주인공 나코시가 호문쿨루스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문장이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 기호 소녀가 계속 나온다.  소녀와 나코시의 접촉은 소녀의 완승이다.  책의 내용만을 가지고서는 아직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모래처럼 보였던 기호 소녀는 생살이 돋은 사람으로 돌아갔지만 나코시의 왼팔은 여전히 로봇의 강철 팔로 싸여 있고, 소녀에게서 옮아버려 왼쪽 다리는 기호로 무장되어 있었다.

실수로 물에 빠진 나코시는 물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기억의 잔재들 속을 유영했고, 또 다시 엄마의 자궁 속 태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있어 현실에서 도망치는 일종의 도피처가 되는 것인지, 다른 더 큰 이유가 있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이야기에선 그가 노숙자의 생활로 접어들기 전 모습이 잠깐 나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대단(?)했었던 샐러리맨이었나 보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문란한 생활을 했었던 것도 아마도 맞을 듯.

생명보험 회사에서 인간의 가치를 값으로 환산하는 일을 했다던 그는, 노숙자들 사이에서 한 남자의 현재 값어치를 계산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보통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값어치를 값으로 매긴다는 것에 심정적으로 반발감이 들지만, 자신의 값어치에 대해서 자신만만하게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의 땀방울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모처럼 빌딩숲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누워버린 나코시.  그의 과거와 그의 머리 속, 그리고 마음 속은 여전히 멀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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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 인간이 인간의 값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며, 성립되지 않는 공식입니다.
그러므로 '나코시'가 계산한 점수는 틀린 것이며 그에 따라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 또한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 필요는 없는거죠. 문제는 '자존감' 입니다.
스스로가 자신의 값을 어떻게 매기냐에 따라 '나코시'의 발언에 보이는 반응이 다르겠죠.
스스로를 높게 매기고 자긍심, 자애심이 강한 사람은 '나코시'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테니까요. '사회적 약자'라는 기준은 역시 권력과 경제적인 잣대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모든 권력과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채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영혼의 영양실조'에 걸린 '기아' 아닙니까.

누군가, 마노아님을 무시하면 - 빙그레 미소지으며 고개를 흔들어 보십시오.
당황하고 무안해지는 것은 상대방일겁니다. (웃음)

마노아 2007-04-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원래 오만한 존재 아니었던가요? 여러번 지적하셨던 것 같은데^^
사회적 약자라는 말을 쓸 때 대개는 정치 경제적 잣대를 이야기하겠죠.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사람이 행복하기 어려운 사회인 것도 맞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모두의 책임일 뿐이지요. 영혼의 영양실조와 마찬가지로 육신의 영양실조도 가엾기는 마찬가지예요.
아무튼, 자긍심과 자애심은 모두 필요한 덕목이에요. 기왕이면 나와 남에게 모두 평등하게 말입니다. ^^

비로그인 2007-04-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제가 지적했던 것입니다만...(뜨끔)
예...이번엔, 제가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4-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권에는 왜 리뷰 안 쓰셨어요? 기대했는데..^^

비로그인 2007-04-2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하나의 이야기가 7권까지 이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하나만 쓰면 될 것 같았습니다. (긁적) 음.....배고픕니다.......(꼬룩꼬룩~)

마노아 2007-04-2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7권 읽으려구요^^;;;
식사는 하셨어요? 전 고생했어요ㅠ.ㅠ

비로그인 2007-04-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왜 고생을 하셨습니까?

마노아 2007-04-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아셨죠? ^^;;;;
 
호문쿨루스 5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3권에서부터 등장한 모래 소녀(사실은 기호 소녀)의 정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번 이야기에선 속 시원한 어떤 해답을 얻을 거라고 여겼는데, 설마 현재 나온 7권까지 이 소녀가 주요 대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문득 걱정까지 들어버렸다.

3권까지 몹시 충격적이었고 획기적이었고 또 거물을 발견했다는 기쁨에 사로잡혔는데, 지금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소녀의 문제도 아직 드러나 있지 않았고, 그 소녀 덕분에 혼란에 빠진 주인공의 문제도 뭐가 정체인지 드러나 있질 않다. 

그의 팔이 로봇의 팔로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녀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사라지는 문제일지, 아님 그의 내면의 상처나 어떤 기억이 회복될 때 같이 해결이 될 지, 그도 아니면 그가 호문쿨루스를 보게 되는 능력이 생기면서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인지, 무엇하나 속 시원히 드러나 있질 않아서 답답하다.

글씨보다는 그림이 주로 많았기 때문에 엄청시리 금방 읽고 지나갔는데 허망히 다음권을 넘겨야한다.

소녀의 속앓이라는 것이 몹시 복잡다단하긴 한데 그것이 표출되는 것이 지극히 성적인 메뉴얼을 담고 있어서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나마 이런 수위까지 국내출판이 되었다는 것이 다소 놀랍달까.

초반의 흥분이 조금 식기는 했지만 아직은 좀 더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

그나저나 소녀의 어머니의 그 가식덩어리 표정은 너무 리얼해서 다신 보고 싶지 않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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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4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요새 보고 있는 만화책으로 호문쿨루스가 있다고 하니, 학생들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너무 야하다나.  훗, 어리기는.... 라고 자아도취 미소를 날려주었는데, 오늘 4권을 보면서 나 역시 어렵다고 느꼈다...;;;;

3권에 이어서 모래로 이루어진 본질 속의 소녀 이야기가 계속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모래가 아니라 온갖 기호로 이루어진 성이었다.  부모의 꼭두각시 딸로서의 자아를 부정하고픈 소녀는 자신의 심리를 파악하며 접근해 온 의뢰인에게 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다.  그를 통해서 자신이 부수고픈 영역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어 보였다.  그런데, 상황을 지켜보니 그게 아니다.  오히려 소녀가 주도권을 잡고 의뢰인은 끌려가다 못해 자아가 침식당하고 마는데... 이 장면은 그림이 참 압권이었다.  멋있다라거나 근사해~라는 탄성이 나올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의 심리적 압박감이 그림에서 그대로 묻어나니 말이다.



소녀의 '처녀'를 정복하겠다고 큰소리 땅땅 쳤던 의뢰인은 소녀의 숨길과 손길에 마치 아토피성 발진 같은 것이 올라오더니 소녀의 한마디에 완전히 뒤로 넘어간다.  오호랏, 이 작품 갈수록 흥미진진하구나.

정말 궁금한 것은, 소녀를 바래다 준 주인공이다.  소녀의 변화되어가는 심리 상태를 올곧이 관찰하고 있는 그가, 그 후 기호들과 수학 연산 법칙으로 온통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며 다시 강물을 바라보는 장면.

그에게 또 어떤 과거가 맞물려 있어서 심리적 치료가 가능할 지 자못 궁금하다.  책의 뒷면을 보니 2005년도 출간이던데 이 책도 한 권 한 권 나오는 시간이 꽤 길었던 듯 싶다.  뭐, 훌륭한 책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괜찮다. ^^

그나저나, 소녀의 가정 분위기는 아직 제대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꽤 정형적이었다.  뚜껑은 다음 권에서 제대로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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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3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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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3권은 책방에서 빌려온 채로 보지도 않고 반납했다. 내게는 새 책이 생겼으니까^^

언니네 집에 놀러갔는데 그 집에 호문쿨루스가 4편까지 있는 것이다. 오옷, 이게 왠 횡재!

형부가 전에 만화책 도매업을 하셨는데 그때 남았던 책이었던 것이다. 전에도 보았을 테지만 이 책의 정체를 몰랐기 때문에 관심을 못 가지다가 이번에 책에 반하면서 유독 눈에 들어왔던 것.

일단 7권까지도 주문을 마쳐놓은 상태고, 기분 정말 좋다^^

어젯밤 컴퓨터 하드가 나가는 소동만 아니었더라도 좀 더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을..ㅠ.ㅠ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이 '호문쿨루스'라는 명칭과 맞닥뜨리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의뢰인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세계의 뒤틀림이 호문쿨루스로 등장한다는 것.  하나하나 수긍해 가면서 주인공은 또 다시 혼란에 빠진다.  그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진실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그림은 너무 충격적이고 섬뜩하기까지 했는데 오밤중에 본 나는 무섬증까지 일었다.;;;



그런데 의뢰인의 저 말은 잘 이해가 안 갔다.  책을 너무 급하게 보았나?..;;;; 다시 침착하게 복습을 해야 할 듯 싶다....ㆀ

그림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이 또 있었는데 바로 모래로 보였던 소녀의 모습이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사르륵 소리가 날 것 같은 모습이랄까...



소녀의 심리 상태가 반영되어 있고, 그것을 지켜보는 주인공의 광분 상태도 그림 너머로 느껴진다.

의뢰인과 소녀 사이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4권을 통해서 확인해 보아야겠다.

따로 스토리 작가나 그림 작가가 있지 않은데 홀로 그림과 글을 모두 소화하는 작가의 역량이 놀라워 다시금 보게 된다. 

그리고 표지! 표지의 제목 옆에 문양이 양각화 되어 있다.  엄청 고급스런 느낌이랄까. ^^

이 책,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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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모래소녀'를 처음 만난 때이군요. 정말 완성도 높은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마노아 2007-04-1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소녀'라고 하니 어쩐지 신비롭게 느껴져요. 처음에 데스노트를 발견했을 때도 이같은 기분이었는데, 데스노트의 경우 뒤로 갈수록 소장욕은 떨어졌거든요. 이 작품은 어째 끝까지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