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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3 - 생명의 폭주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국가를 번영시키기 위해 '국가번영유지법'이라는 법률을 유지하고 있는 그곳. 여기서는 이 잘나빠진 법류 아래 18세에서 24세까지의 젊은이가 사망 하루 전에 사망예고장' 이키가미'를 배달받는다.
남은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숙제처럼 남아버리고, 정말에 싸여 폭주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더 보람된, 의미있는 시간을 살기 위해 악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3권에서는 그 두가지 유형의 사람이 모두 나온다.
첫번째 이야기에선 정치인 피도 눈물도 없는 몰인정한 정치가 어머니와, 그녀의 아들로서 강요된 삶을 살다가 기대에 못 미쳐 버려진, 이미 폐인 생활 4년 째에 접어든 아들이 나온다. 어머니의 선거 하루 전날, 아들에게 이키가미가 배달되고, 어머니는 아들의 불행을 자신의 호재로 이용하려다가 악재를 만나고 만다.
남겨진 자에게는 남겨진 자의 삶이 있는 법, 아들에게 패배자 소리를 들었던 아버지가, '국가번영유지법'의 폐해를 절감하며 다시 일어서고자 한다. 그의 싸움은 너무 힘겨워 보이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보다 더 큰 불가능에 도전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게 이 무시무시한 법을 뜯어고치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두번째 이야기는 자못 감동스러웠다. 어릴 적 사고로 양친을 잃은 오누이. 어린 여동생은 그 사고로 시력을 잃었고, 동생과 함께 살아갈 날을 준비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던, 온통 거짓말로 도배된 인생을 살았건만 동생에게는 최고의 오빠가 되기를 원했던 청년의 절박한 하루가 담겼다. 이키가미를 배달받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동생에게 각막을 기증하는 것.
그러나 동생을 위해 기능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생에 마지막까지 가슴 아픈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작품은 그림도 꽤 정성이 들어가 있어서 표정변화라던가 감정을 보여주는 데에 부족함이 없고 배경 그림도 치밀하여서 감동을 주어야 할 때는 제대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무서운 설정을 두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진행되어지는 이야기들은 뜨거울 때가 많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이 '국가번여유지법'이라는 것이 정말 무작위로 1,000명당 1명 꼴로 죽을 사람이 정해지는 것일까 의심이 들었다. 그런 법률로 사회를 통제하려고 하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인데, 그 사람을 '고르지' 않는다는 것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 나노 캡슐이라는 것은 사회가 원하는 '통제'를 위해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싶다. 보다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또 적절한 충격을 주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마치, 정치적 중요한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불시에 터지는 스캔들 기사처럼 말이다.
설령, 그렇게 '조작되어지는' 사회일지라도, 이 모순덩어리 시스템 안에서도 인간이 보여주는 진실성은 놀랍게도 뜨거울 때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매트릭스 안의 가짜일지라도 그 속에서 인간들은 '감동'을 보여주며 살아가기도 하는 거니까.
이제, 다음 편에서는 어떤 사람에게 '이키가미'가 배달될 지, 그로 인해 어떤 파장이 미쳐질 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국가번영법이라는 '몹쓸 법'이 얼마만큼 오래 지속될 지도 내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