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명품 인생으로 키우는 24가지 양육 포인트
데이비드 클락 지음, 이성옥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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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브니엘의 도서는 믿을 만 하다. 기독교인이라면 다 고개를 끄덕이고 기도하게 되는 책들이 많다. 이 책 '자녀를 명품 인생으로 키우는 24가지 양육 포인트' 역시 그러하다. 글쓴이 데이비드 클락 박사의 이 재기넘치는 글을 읽다보면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백프로 공감하며 손뼉을 치기도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한다. 번역가의 역량도 좋아서 그 유머스러움이 그대로 잘 전달됐던 것 같다.

보통 이런 육아서를 읽다 보면 너무나 심란해져서 다 읽기도 전에 마음적으로 아주 괴로운 적이 많다. 너무나 많이 찔려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찔림을 아주 눈치채지 못하게 주어서 부담없이 읽으면서도 깨닫는 바가 크게 만드는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당장 실천하게끔 만드는 책이다. 저자인 클락 박사의 유머와 위트는 정말 배우고 싶다.

 

저자 자신이 어린 자녀 넷을 키우면서 경험하고 육아의 방법을 성경적으로 터득해 갔던 소중한 경험들을 나눠주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가령 작가의 큰 두 딸의 과거 이야기들을 보자.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아이들에게 만족할만한 선물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끽해야 하나나 두개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크리스마스 트리밑에 늘어 놓는 가족들이나 친척들로부터의 선물의 양은 우리 기준에서 볼 때 어마어마하다. 영화같은 데서 보면 말이다. 저자의 자녀들도 조부모님에게 받은 선물들이 거의 한 트럭이나 되었는데(거짓말 좀 보태서..) 선물을 뜯어 보는 시간을 재어보니 장장 45분이나 걸렸단다. 그런데 이 딸내미들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그렇게나 많은 선물을 즐겁게(어른 같으면 아주 힘들게...) 뜯어 놓고서 아빠를 해맑게 쳐다보며 "그런데 아빠,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디 있어요?" 하하하 정말 배꼽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수영장이 딸린 집이 얼마나 멋진지 설파하고 집을 팔았던 부동산업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목졸라 죽이고 싶을 정도란다. 기독교인이 쓴 글 치고는 과격하지만 유머로서 슬쩍 지나가는 멘트들이라서 나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키득거리며 정말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수영장을 관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부분을 읽는 다면 독자들도 하나같이 다 공감할 것이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이들과 아이엄마가 멋지게 수영을 하게 하기 위해 멋진 아빠가 되기란 이처럼 힘든 것이다!

 

이런 식의 공감가는 이야기 속에 성경적인 교훈을 주입시킨다. 이 얼마나 멋진 책인가!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성경에 근거한 성경적인 육아방식을 전해주는 아주 좋은 기독교적인 양육서이다. 그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진정한 부모가 되긴 위해선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가 되어선 안된다. 그리고 무조건 항복하는 과잉허용을 하지 마라. 부모라는 권위를 너무 내세우지 마라.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을 추구하지 마라.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무관심하지 마라. 사실 이 부분에서 가장 찔렸다. 나 역시 한 집에 살면서 물론 마음속과 가슴속에 무한한 사랑을 담뿍 담고 살고는 있지만 아이는 마루에서 아이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컴퓨터와 놀고 있는 날이 많다는 것.. 그리고 푹 빠져있을때 아이가 다가와서 책을 읽어달라 놀아달라 했을때 잠깐만~ 엄마 이것부터 하고 라든가 지금은 바빠..라고 말할때가 많다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나쁜 양육의 행태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앞으로는 조심할 것이다. 왜냐하면 무관심한 부모밑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별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나는 틀림없이 별 볼일 없는 아이일 거라는 생각까지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친밀하고 따듯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 아 그렇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제대로 아이들에게 느끼게 할 수 없다. 이를 악물고 별 것도 아닐 지언정 아이를 실망시키는 언행들.. "달리기에서 이등을 했니? 다섯명중에서 이등이면 보통이네.." 이러면서 칭찬을 제대로 못해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게다가 나 역시 요즘 성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건 아주 심각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의 양육 방식을 빨리 바꾸는 편이 좋다고 저자는 올바르게 지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말 주옥같은 양육방법들이 많이 나와 있다. 기독교적으로 제대로 양육을 해보고 싶었던 부모라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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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의 질병완치
유태우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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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태우의 질병완치라는 책을 만났다. 건강진단 믿지마라, 병원도 믿지마라, 내몸을 믿어라라는 문구에 귀가 솔깃, 눈이 껌뻑거렸다. 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오래 재직한 그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궁금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둘을 낳고 집에서만 있느라 운동하고는 담을 쌓은 사이에 점점 더 굳어져가는 몸이며 빠져나가는 근육이며 내 몸에 하나씩 이상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생긴 턱관절 디스크 판정.. 작년 서른 여섯이란 나이에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질환..아침에 일어나 입이 안 벌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이빨이 살에 파묻힌 것처럼 뭔가에 꽉 끼어서 절대 벌어지지 않았고 억지로 벌리려 하니 턱관절과 뼈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밥도 수저를 밀어넣어 겨우 먹었고 다음날 당장 서울대 병원 치과에 가야만 했다. 그로부터 일년간 턱관절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턱찜질이며 스플린트라는 기구를 이빨에 끼워넣었는데 이건 정말 해 본 사람만이 그 불편함을 알 것이다. 게다가 하루종일 끼우고 있자니 나중엔 안 쓰던 근육이 얼굴에 생기며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기가 어려울 정도로 양볼이 뻐근했다. 일년이 되어 가도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꽉 끼었다가 이젠 요령이 생겨서 턱을 요리조리 움직여 빠지게 하면 입이 벌어지는 것이 반복되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좌절의 연속이었고 기분이 좋았다가도 이런 처지의 나를 새삼 발견하면 우울해지기를 반복하며 아이들에게도 짜증을 내기가 일쑤였고 더욱 얼굴 표정도 어두워만 가니 더욱 내 자신이 못나지는 것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그러던 올해 이 책을 읽고 그래 내 몸은 내가 알 것 같아.. 스플린트를 끼고 자다가 오히려 더 끼여서 입이 안 벌어질때가 있는 것 같아. 오히려 오래 껴서 그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면서 스플린트를 빼버렸다. 지금 거의 삼주가 되가는데 끼고 있었을때보다 훨씬 나아졌음을 느낀다. 누구나 다 이 스플린트라는 것이 맞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니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외모에 자신이 다시 생기면서 운동도 하게 되니 더욱 몸이 좋아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턱관절도 호전되지 않을까 싶다.

 

유태우의 질병완치는 내겐 그런 책이었다. 내게 할 수 있다는 힘을 준 책.. 책의 내용은 복부비만의 폐해를 자주 지적하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한다. 무리한 다이어트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복부비만이 나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실질적인 방법도 역시 제시하고 있지만 이 책의 중요성은 뭐니뭐니 해도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게 하는데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평생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단다. 바로 살을 빼고 운동을 하고 음식을 잘 먹는 것인데 사람들은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한다고 믿고 약에 의존하게 되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중증의 환자는 약을 먹어야 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경한 증세에도 무조건 의학에만 의존하는 것도 안 좋다는 얘기리라..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유독 많은 관계의 병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화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원인과 대책도 잘 나와있으며 아파 죽겠는데 안 죽는 병..신체기능의 병을 완치하라는 부분은 정말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나만 해도 턱관절 디스크는 나 혼자는 정말 괴롭고 아파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 주는 병이었으며 또한 암처럼 죽는 병도 아니었다.

과로가 만병의 근원이며 만성두통에 대한 언급도 나오고 목디스크의 대부분은 목디스크가 아니다 라는 대목.. 이것도 역시 심리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뒷목과 어깨가 굳는 증상인데 목디스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단다. 나 역시 윗집의 층간소음에 시달릴때 유난히 어깨가 뻣뻣해 지면서 뒷목이 아프다. 정말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것 같다. 아파 죽겠는데 안 죽는 병들은 이런 것들이 있단다. 얼마나 구체적인 증상들인지..위장병을 완치하라, 과민성 방광을 완치하라, 불면증을 완치하라, 어지럼증은 체력 소모가 원인이다, 건강불안증 등 어쩌면 내가 걱정하는 생각들이 콕 짚어져서 나올 때마다 신기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내 몸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고 이곳저곳 아픈데 낫고 싶은 사람들, 그런 건강염려증에서 홀가분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라. 정말 마음의 위안이 되고 실천적인 방법이 구상이 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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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힘 - 동화로 읽는 큰 인물 이야기
이붕 지음, 배은정 그림 / 문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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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읽는 큰인물이야기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힘' - 김수환추기경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였다고 한다. 추기경님이 떠나시고 나서야 그분의 자리가 이렇게 컸음을 그분의 빈자리가 너무나 쓸쓸함을 깨달았다.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추도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 그 행렬에 끼어서 배웅을 해드리고 싶었지만 아이들도 어리고 해서 참았었다.

 

참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던 그 분...생의 마지막즈음엔 왜 그렇게 찾는 이도 없이 외로우셨을까..우리가 진작에 이 분의 삶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몇몇만 찾는 불상사는 없었을 텐데..왜 이 시대는 살아있는 위인에 대해 조명해 보지도 않고 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역시 위대한 사람들은 떠난 뒤에야 그 진가를 아는 것인가.. 너무 안타까웠다. 마더 테레사같은 경우는 살아 생전에도 많은 이들이 알아주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김수환추기경님에 대해 바로 알리고 싶어서 이 책을 구했다.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일화들..3학년인 딸아이는 신랑이 되고 싶었던 소년 김수환이 어머니의 바램대로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했던 말, "나는 신부가 아니라 신랑이 되고 싶었는데.."에서 웃기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엉뚱한 반응이었지만 다시 읽어보니 어린아이들의 마음에는 곧이곧대로 우스운 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동화로 풀어쓴 글은 어린이에게 더 맞는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했다.

 

어린 수환은 역시 남달랐다. 일본의 침략기에 성장했던 그는 일본아이들과 서로 싸우게 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다가 날아오는 돌멩이를 맞게 된다. 수환의 형이 놀라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면 어떻하냐고 하면서도 용감한 동생덕분에 일본아이들도 멈칫하여 더 이상 서로 돌을 던지지 않았고 일이 커지지 않았던 것이다.

 

더 자라서는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수환은 이 길이 자신의 길인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냥 평범하게 결혼하고 상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내가 사제가 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고민이 너무나 커서 당시엔 사제가 될 사람들은 돈을 가져서는 안되었는데 수업시간에 일부러 1전짜리 동전을 꺼내놓고 있었는데도 하나님의 뜻이었는지 한번도 걸리지 않아서 쫓겨나지 않았던 일화도 있었다.

 

당시 윤리과목의 시험문제에는 '조선의 청소년 학도에게 보내는 일본 천황의 칙유를 받은 황국 신민으로서 그 소감을 쓰라'는 어처구니없는 시험문제가 나와서 모두들 분노하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 수환은 1번 나는 황국 신민이 아님, 2번 따라서 소감이 없음.이라는 답안지를 내고야 말았다. 당시 교장은 놀라 학교폐쇄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수환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고 한다. 다행히 그 후로도 퇴학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신학교에서 퇴출당하지 않았던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던 것이다. 사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을 특유의 친화력으로 보듬어주고 나아가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이 되라는 하나님의 섭리..

 

일본 유학시기에 크리스마스 전날 어느 절의 불상 뒤에서의 장차 목사가 될 학생과 신부가 될 수환이 부르게 되는 크리스마스캐롤은 훗날 불교, 천주교,기독교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최연소 추기경님이 된 김수환추기경님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도 입바른 소리를 하는 이 시대의 용기있는 발언과 금이 되는 침묵을 가진 분이셨다. 우리 아이가 참 재미있게 읽었고 김수환추기경님에 대해서 잘 알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다. 이런 분이 계셨다는 걸 정말 몰랐다고 왜 이렇게 빨리 가셨냐는 것이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정말 위대한 어른을 잃은 기분.. 언제까지나 우리 마음속에서 특유의 표정으로 웃고 계실 김수환 추기경님.. 저 위에서 항상 우리를 위해 기도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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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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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후 도시이야기 시리즈의 1권 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를 만나는 날은 아주 설레는 날이었다. 바쁜 일상속에 아껴 읽고 싶은 마음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역시나 다 읽고 난 후에는 이 시리즈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특히 쿠바..

도서관에서 보지 않고 구입하게 되는 책은 역시 소장가치가 있는 책, 두고두고 읽을 책을 구입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

일본하면 일본의 온천여행이나 도쿄, 롯본기, 오사카 등 큰 이미지만 덩어리째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정말이지 우리나라의 지방도 이런 식이라면 당장 여행하고 싶을 정도였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은 그 지방색이 퇴색된다고나 할까..남아있는 것은 안동의 하회마을 정도..는 되야 특색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소지방도시는 너무나 비슷비슷해서 뭔가 이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자연을..지방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라는 제목처럼 일본에는 빨간벽돌건물도 많고 운하 비슷한 곳도 많고 섬나라인 만큼 포구, 항구도 많고..우리나라에 없는 백조도 고즈넉히 떠다니고 무엇보다 유럽의 향기가 배어있는 운치있고 아름다운 곳이 공장부지며 창고근처며 곳곳에 너무나 많다. 일본맥주 삿포로를 알 것이다. 시원한 맛에 가끔 먹어보면 반하는 맥주인데 그 삿포로공장을 취재한 부분을 보면...그곳에 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강동진님의 사진은 그만큼 멋지고 글솜씨 역시 시원하다. 단순히 개인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그 도서의 생성과 유래, 그리고 근대 일본의 산업까지 골고루 다루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지루한 책도 아니다. 저자가 좋아한다는 라멘집은 메모를 할만큼 따라서 먹고 싶어지는 곳..그리고 일본전통의 여관(료깐)에서 50년동안 변치않았던 저녁식사의 메뉴를 훔쳐보고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음에 일본에 가게되면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는다.

 
그런데 저자는 보통사람들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공장이나 창고를 어떻게 눈여겨 보게 되었을까..바로 저자의 어린 시절 통영바닷가의 목재공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웅장했던 공장에서 톱밥을 가득채웠던 거대한 모습에 반했을 그 유년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멋진 공장이나 창고부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어린 시절 누구나 눈여겨보았던 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장소를 테마로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년시절로의 추억여행...가슴이 휑하니 뚫려있는 것 같은 요즘같은때..심리적인 치유가 되리라.

일본만화를 즐겨 보는데 김전일의 추리만화를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도시니 현이니..하는 곳의 모습이 꼭 유럽의 고성이나 고풍스런 마을이 있어서 정말 일본에 이런 곳이 많은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곳곳에 이런 유럽식의 아름다운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 아마도 쇄국정책을 풀면서 유럽의 많은 것을 일본 전역에 받아들였던 역사적인 배경이 녹아나와 있으리라. 북쪽의 광산마을에서는 분명한 광산마을인데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코사카제련소사무소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어 남쪽의 광산마을 그리고 누에마을등 짙은 삼나무 숲 속 여관마을, 러브레터가 날아든 운하의 도시 등..정말 멋진 장소로의 여행의 향연에 빠진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비온후 이런 도시들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는 것..그곳에 내가 있을 것이라는 미래적인 상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두고두고 간직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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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가 사라진 날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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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너무 어린 아이들보다는 초등학교 2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 3학년인 딸아이가 읽고 나서는 엄마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야 끝부분에서..하는데 좀 성의가 없었다. 자 그럼 내가 읽어 볼까. 괴팍한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 온다. 소박하고 정리가 안된 살림살이는 늙은이의 고달픔을 보여주는 것 같다. 파자마를 입은 채 일어나자마자 모자를 찾는 할아버지..인상을 쓰고 고함을 치는 대머리에 머리가 삐친 할아버지의 모습과 늘어진채 식탁위에 누워있는 애완견 번개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방과 식탁 여기저기에 커피잔이나 커피포트가 보이는 걸로 봐선 커피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기호가 느껴진다. 참 멋진 삽화구나. 왠지 마음이 편해지고 책에 푹 빠져들고 싶다.

 

번개는 애완견인데 자꾸 자기를 하인 취급하는 할아버지가 서운한가 보다. 자기는 애완견이라며 일단 커피나 마시면서 모자를 찾아보자고 안심을 시키는 번개. 그 그림은 또 커피를 휘휘 젓는 또 하나의 미니 번개가 나와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실 이 그림책은 그림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옆집 닭할머니네로 (갑자기 인간옆에 닭할머니가 산다는 설정이나..)가는 장면에서 할아버지네 화분이 닭할머니네 집앞에 있는 커다란 사과나무로 연결이 되고 이 사과나무 아래부분은 뿌리도 없이 통째로 물병에 들어가 있다. 이런 식으로 재미있는 그림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는 재미가' 앤서니 브라운'의 'Change' 에서 사물들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는 삽화와 비슷하면서도 더 작은 디테일이 멋스럽다.

 

닭할머니도 와플과 커피를 권하면서 말은 자기가 할테니 먹기만 하라더니 헛간에 누군가 있다고 귀띔을 해준다. 이번엔 헛간의 모습이 또 재미있다. 유럽의 박물관에 그림으로 걸려있을 법한 빙빙 돌아가는 상징적인 건물이 나무의 몸통이 되는가 하면 메모지가 잔뜩 붙은 궤짝은 또 작은 빨랫줄이 걸려있고 작은 성이 있고..등등..아..할아버지는 여기서도 커피를 권하는 메모지를 보며 미리 준비된 커피를 마신다.

 

할아버지는 먼저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작은 병정 인형을 커피통에서 발견했고 닭할머니네 와플에서는 시곗줄을, 또 헛간에서는 작은 주머니칼을 찾게 되는데... 헛간옆에 난데없이 나타난 재봉사 채우리씨네에서도 역시 커피를 대접받다가 할아버지의 모자가 날아가고 있다고 제보해 준다. 급히 모자를 찾아 나선 할아버지..노점에서 작은 물건들을 파는 커다란 토끼를 발견하게 되는데...거기엔 열쇠고리며 양말, 채칼, 지우개,옛날 축구 경기 입장권,고무 해골같은 것들이 쌓여있다. 아마도 누군가의 추억이리라..

 

고물들 한켠에 서있는 고장난 오토바이를 본 할아버지는 왕년의 솜씨를 발휘하여 뚝딱 고치고 토끼와 옆에 매달린 의자를 타고 달리는 둘의 모습은 자유로움..그 자체이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풀밭을 따라 난 길을 달리는 (아마도 2차 세계대전 즈음일 것이다.) 장교와 군인이 같이 타는 그런 오토바이...아 통쾌한 기분..

 

기분이 좋아 4단으로 달리자마자 붕 떠버린 토끼와 할아버지는 풀밭으로 떨어지고..오토바이와 토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곧 모든 것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오늘 만난 물건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비로소 기억을 해낸다.

 

이 책은 대충 줄거리를 알고 본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림과 글의 아름다운 만남..직접 보고 감동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나 할까..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이 맛을 알 것 같다. 참 오랜만에 좋은 그림책을 보고 고요함을 느낀다. 그리고 커피..커피를 마시러 성큼성큼 전기포트로 있는 데로 가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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