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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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수천개의 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고전이라는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블랙 라이크 미' 과연 어떤 책일까..궁금했다. TV에서 보여 주는 '인간극장'이라던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젝트 런어웨이' 같은 리얼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나에게 딱 맞는 책이 아닐까 너무나 가벼운 생각이지만 어짜피 인생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연속이 아닌가..

 

헌데 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읽는 내내 불편한 심기로 40년전의 책인데도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느끼는 인종차별이 있기는 했었지만 그토록 속으로는 썩어들어가는 고목처럼 내부적인 혹은 암묵적인 인종차별이 있었을 줄이야.. 40년전의 미국은 마치 남북전쟁시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었다. 1959년의 미국은 흑과 백 두 인종끼리의 불편한 심리전이자 까놓고 차별하기까지 했던 그러나 대부분의 백인들은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던 인종차별의 질풍노도같은 시기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느끼게 되었다.

 

백인인 존 하워드 그리핀은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깨달은 바가 있어서 흑인으로 분해서 흑인들의 세계로 들어가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여러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인터뷰를 (물론 상대방은 인터뷰인 줄은 전혀 몰랐겠지만)글을 써보고자 했다. 특수한 자외선을 쪼고 특수피부염색약을 바르고 머리카락을 밀고 나자 중년의 대머리 흑인아저씨가 되었다. 누가 봐도 흑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흑인중에서는 갈색이 왠지 모르게 고급스런 대우를 받는데 바로 그런 모습의 흑인이 된 것이다. 흑인치고는 깔끔한 차림새에 지식인 분위기가 풍기는 흑인으로 흑인들의 세계에서는 환대를 받는다. 그러나 완벽한 흑인이 되고 나자 흑인 '존'은 끊임없이 걸어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오줌이 마려워도 목이 말라도 그 즉시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미국남부에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흑인카페'라고 정해놓은 흑인들만 가는 카페에서만 잠시 쉴 수 있었던 것이다. 도로에서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잠시 앉아 있기만 해도 경찰들의 심문이 이어졌다. 무슨 일이냐고.. 마치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사람 취급을 했던 것이다. 흑인은 언제라도 음흉한 일들을 꾸밀 사람들이라는 듯이.. 그래도 대부분의 남부에서 길을 물어보았을때 정중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뿐.. 그 이상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목마른 흑인에게 물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소변이 마려운 흑인에게 쓰지도 않는 간이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것에는 모두 단호히 'NO!' 라고 말했다.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같은 미국의 시민이었던 존 하워드 마저도 이 정도의 차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흑인이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배려도 휴식도 가질 수 없게 된다.

 

1960년대 미국에서의 흑인..그것도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끔직하다. 존을 태워줬던 백인들은 대부분 친절을 가장한 변태들이였던 것이다. 흑인들은 세지 않냐는 둥.. 부인도 백인과 놀아나지 않았냐는 둥..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 취직하려는 대부분의 흑인 여성들은 자신과 잠자리를 해야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둥.. 너무나 참담했던 과거의 미국은...지금이라고 별 다를까? 겉으로는 흑인과 친구로 지내고 성공한 흑인들의 사례도 많으며 (윌 스미스 같은 특급배우들..) 성공한 변호사등 상류층 인사들도 많아졌고 흑인대통령까지 뽑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으로 느껴진다. 불과 40년전의 망령들이 그렇게 쉽게 없어질 수 있을까...

 

지금도 미국드라마등을 보면 흑인을 비롯해서 유색인종들이 일으키는 갱단의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백인을 위협하고 인질로 잡는 범인 중에는 흑인들이 월등히 많다. 그리고 할렘에서 사는 수많은 흑인들은 성공한 흑인이 되고 싶어하지만 현실속에서는 마약쟁이와 갱단으로서의 삶 말고는 딱힌 할 것이 없다.

백인은 말한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사냐고. 왜 그렇게 변변치 못하냐고..그러나 그들이 모든 것을 영위한 세계에서는 흑인들이 발 붙일 곳이 없다. 우리도 노숙자들에게 그러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밖에 못 사냐고.. 출발부터 달랐던 그들의 인생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라지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을까..그들이라고 왜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인가..사회약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선과 제도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몰랐을까..

 

 '블랙 라이크 미' 는 40년전의 미국에서의 인종편견, 인종차별을 말하는 책이지만 나에게 정말 많은 깨달음을 준 책이다. 그 수많은 일화들..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 책을 모르고 넘어갔다면...차라리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달리 말하면 '공평하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는 플라톤의 인용문이 지금도 메아리친다. 여러분도 '블랙 라이크 미' 를 알기 전과 안 후의 삶은 아마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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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기술 - 심리학자 가브리엘 뤼뱅의 미움과 용서의 올바른 사용법
가브리엘 뤼뱅 지음, 권지현 옮김 / 알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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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기술을 받아 읽어 보니 이런.. 내가 생각한 책과는 방향이 다른 책이었다. 매일 지긋지긋하게 겪는 층간소음을 정당하게 미워하고 건강하게 증오하는 법(?) 을 알려주고 그런 나의 감정이 괜찮다는 것을 느끼고 안심하게 하는 책인 줄 알았다. 어? 이건 다른 책이네? 하고 읽고 있었는데.. 
그런데 맞았다. 결국은 증오을 할 대상에게 증오의 감정이 생겨야 오히려 건강한 것이고 그것을 부인하고 내 잘못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이 마음속에 생기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사례별로 자세히 나오고 있으며 그 사례들은 층간소음 같은 것보다 훨씬 근원적이고 가슴 아픈 사례들이라는 것을 봤을 때 층간소음의 고통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고통받는 피해자와 무관심한 가해자: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정말 공감이 갔다. 물론 근친상간이나 갑자기 부모가 떠나는 것 등 엄청난 충격과 고통에 비할바 아니지만 대부분 가해자들은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피해자만 매일 떠오르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고 매일 가해자에 대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가해자들에게 내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근친상간의 피해자들이 오히려 가해자였던 가족을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 일에 대해서 꺼내놓고 역사적인 대면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직접 올라가 말하는 것을 피하고만 있다. 말해봤자 그 뒤로도 계속된다면 그리고 그 앞에서 인간적인 모욕을 당한다면 그 뒷감당은 더욱 생각하기조차 싫기 때문이다. 일종의 겁쟁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계속 사례를 풀어놓으며 당당해 보이던 피해자들이 어릴적에 겪었던 심리적 트라우마를 꺼낼 때마다 부인하거나 피하려고 했던 사실을 보여주면서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하길 꺼리고 피하고만 있다는 점을 봤을때 공감이 갔던 것이다. 물론 이것과 저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보이지만 인간의 심리적인 측면을 봤을땐 비슷하지 않을까 감정의 데미지를 겪지 않으려는 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충격적인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어릴적의 피해자들이 겪었던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의 피해등을 가장 큰 피해자 분류로 두고 있다. 어릴적의 상처는 그만큼 크고 치료받기 어렵다는 점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저자도 가장 치료가 힘든 사람들이 바로 어릴적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을 보호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해자인 동시에 보호자가 되어 어린아이들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그렇게 성장한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서도 올바르게 자신이 판단을 내릴 수가 없으며 정신적인 혼란에 빠지는 일이 많고 신경질적이고 우울하고 어린아이같은 외모를 꾸미거나 성인의 면모를 갖추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직업에 성공한 듯이 보이는 조지안 (그녀는 열살이 되던 해 갑자기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 치욕스런 일들이 자신의 여동생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까지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치료 자체가 너무나 힘든 환자였다.) 조차도 직장에서 툭하면 화를 내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2부에서는 이기적인 가해자들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들과 그들의 언행을 소개하면서 정말 이기적인 가해자인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3부에서는 무고한 가해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부모가 지은 죄 (전범같은..)로 인해 자녀들이 가지게 되는 죄책감 말이다. 그런 부당한 죄책감에서는 무고한 가해자들이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부에서는 지나친 선량함도 병이 된다는 마조히즘적 피해자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5부에서는 역사적인 사실..피해자가 죄를 뒤집어쓰게 되는 모스크바 재판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사례들과 세계적인 심리학자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맺음말로는 당신의 증오는 정당하다라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사람들마다 증오의 감정은 소모적이고 좋지 않다라는 인식으로 인해 2차적인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는데 이 책은 증오의 감정도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스스로라도 인식할때 노이로제이든 성폭행의 피해자이든 마음의 평안을 찾을 것이다. 어떤 지옥같은 일이 있었더라도 그 뒤에 생기는 2차적인 트라우마만 멈출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거의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해자에게서 진정한 사과를 받아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증오의 감정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당신은 건강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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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려면
이정숙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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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글로벌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바라는 것 중 하나가 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그것도 남들 다 하는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하나쯤 더 유창하게 한다면 바랄 게 없다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사교육이라고는 피아노학원 하나 다니게 하는 것 뿐이지만.. 아, 학습지도 있다. 집에서 영어듣기와 읽기를 매일 같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독려(?) 아닌 독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숨길 수 없는 희망이리라.


책을 받아 들고 읽으니 어...어딘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바로 지은이 때문인데 KBS 공채 아나운서 출신으로 자녀를 양육하면서 얻은 노하우나 그동안 공부했던 바를 가지고 언어에 대한 강연으로 유명한 이정숙씨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에는 이미 '리더로 키우려면 말부터 가르쳐라' 라는 책까지 있었기에 더 익숙했던 것이다. 그때의 어린 자녀들이 이젠 장성해서 7개국어를 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랐고 (둘째의 경우) 첫째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 수석졸업을 하는 등 영어에 굉장히 빠른 소질을 보였던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인 것이다. 어려운 방법을 설파하는 것이 아닌 어릴때 부터의 특수한 환경을 기술하면서 남의 가정에서 일어난 소소한 얘기들까지 엿볼 수 있으며 저학년때 온가족이 다녀왔다는 유럽여행기는 참 유익했다.


어릴때의 특수한 환경이란..둘째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어려워했고 집에만 있기를 좋아했다는데 엄마는 맞벌이였고 주부로서의 역할까지 하느라 너무나 힘들어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었지만 책만큼은 양질의 도서로 채워주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철학전집을 책을 유난히 사랑했던 외할아버지가 놀이삼아 손자들에게 들려주었고 책으로 퀴즈도 내고 했던 독특한 영아기의 경험 때문에 특히 어려서 접했던 둘째의 언어감각이 뛰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리다고 해서 그랬쪄~ 어땠쪄~ 라는 투의 언어는 그래서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바른 언어를 가르치고 부모가 솔선해서 어려운 개념이 실린 책일지라도 차근차근 읽게 한다면 그 어릴적의 경험은 커서는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지식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것..그리고 아이의 좋은 언어 모델이 되는 노력을 부모가 게을리 하지 말라는 것..질문으로 어휘를 확장시키라는 것이라든지 이미 검증된 문학과 역사책을 보여주는 것이 언어에 강한 아이가 되리라는 것..일기쓰기를 지겨워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등..

 
여기에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언어가 조금 어눌하다거나 어휘력이 부족하여 답답해 하는 부모들이라면 갑갑해 하지만 말고 솔선해서 모범을 보이고 책을 읽어주고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고민을 가진 분이나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서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중간고사 성적이 어쩌고 하는 고민보다는 이런 언어적인 고민을 해주는 것이 더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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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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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두막' 이란 책은 구원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무엇때문일까요. 늘 무엇에 쫓기는 듯 불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윗집의 어마어마한 소음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는 내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 같았구요. 오두막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뭔가가 달라지겠구나..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되려 그것을 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은 정말 읽자. 오늘은...오늘이야말로 제대로...

 

오늘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일년 반이 넘게 시달려온 층간소음도...참는 게 열 날이라면 열 한번째는 참지 못하고 경비실이나 관리실을 통해서 항의를 합니다. 큰 걸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이 내는 소음이 아래집에는 엄청난 소음이란 걸 알아줬으면 미안해해줬으면...손님이 온다면 미리 우리에게 양해를 구했으면...가뜩이나 아이도 많고 평소 목소리도 시끄럽고 뛰는 아이들인데 말입니다. 손님까지 매주 옵니다. 조용히 넘어갈때도 간혹 있지만 오늘처럼 심한 날들이 있지요. 아이 셋이 내는 소음이 뛰는 것 뿐 아니라 우당탕탕 쿵 크르르륵 뭔가를 굴리는 소리(큰 자동차 장난감이나 블럭뚜껑 아니면 아이들이 타는 승용물일수도..) 네 시간을 시달리다 보면 온갖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분명 아래집에 사람이 있는데도 이렇게 오래 소음을 내는데 왜 말리지 않는 걸까.. 의아해하고 비난하고 그러다보면 소음이 완전히 저를 지배하게 됩니다. 제 귀는 저도 모르게 소음만을 쫓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소음은 오후 4시가 넘도록 끝나지 않고 도를 더해가고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지경에 이르러도 아무도 도와줄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남편마저도 해결되는 건 없다고 참자고 입을 다뭅니다.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건 새된 그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릴 정도라 경비실에서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올라가 말하길 다들 꺼립니다. 우리집에서 제발 소음들을 확인하고 얼마나 큰 소리들인지 누가 나서서 알려주면 좋으련만...나만이 크게 느끼는 걸로 이상하게 변질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죽고 누가 실종되고...이런 일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는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4시 반에 우리가 나가자! 분연히 일어났습니다..갑자기 시작된 한파로 날도 추웠지만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가까운 도서관으로 나섰습니다. '오두막'을 들고서요..오늘 하루종일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시도때도 없이 쿵쿵 쾅 대는 소리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주말에 이런 소음은 경찰을 부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낮엔 그럴수도 있지 않겠냐는 사람들은 직접 들어보면 아마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며...이것조차 나만의 생각일까요.. 천장 한가운데가 무너질 것 같은 소리가 계속 나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부글부글 분노로 떨리는 마음으로는 제대로 된 육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오두막'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곧 6시가 되고 저녁시간이 되어 남편이 가자고 합니다. 나는 이걸 다 읽고 가겠다고..오늘 같은 마음으로는 다시 집에 들어가기도 두렵다고..나를 이해한 남편은 아이들만 데리고 집에 갔습니다. 저녁도 차려주는 착한 남편입니다.

 

'오두막'을 다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입니다. 이 책은 분명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구원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도 예수님이니 성령님이니 하는 용어를 아는 기독교인들에게 아마 더 다가갈 책이겠지만요.. 마음에 고통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현재 그 누군가는 주인공 맥처럼 가족을 잃은 '거대한 슬픔'을 지니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 꼭꼭 말없이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다면 나 자신에 대한 용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용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하나님은 그 어느때도 '나'를 비난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눈물흘리며 무너질 것입니다.

 

소설에서의 하나님은 요리를 좋아하는 체구가 크고 활달한 흑인여성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파파' 라고 불리우지요. 예수는 중동의 호감이 가는 인물로 그려지구요 사라유라는 아시아여성은 성령입니다. 그리고 소피아가 등장하지요. 하나님이 지혜요 진리라고 하는 구약성서 잠언속에서 길에서 소리치는 바로 그 지혜의 여자.. 그들은 하나이자 셋이요 서로 농담을 하고 유쾌한 인물들로 나옵니다. 그러다가 맥을 일깨우기 위해서 진지하게 토론이나 말을 건네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사랑하는 어린딸을 잃은 주인공의 정말이지 '거대한 슬픔'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어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환상의 세계에 안락함을 느끼고 나 자신이 맥이 되는 것 같은 희한한 체험을 했습니다.

 

431페이지라는 두꺼운 책이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속의 맥이 나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마음 속에 무거운 짐을 진 자,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 타인을 참아내지 못하는 자..모두에게 구원이 될 소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놀라운 책..그 유명한 '시크릿'보다 이 소설이 훨씬 저에겐 놀라운 책입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2월 14일까지 베스트셀러 1위이며 뉴욕타임즈 38주 연속 1위라는 소식을 접할때 사람들은 누구나 다 비슷한 고통과 슬픔을 지니고 있구나..새삼 느껴집니다. 자기 혼자 읽기가 아까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몇권씩 선물을 한다니 말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 읽고 집에 왔을때...역시나 소음은 참을 수 없었지만(책에서도 정당한 분노의 감정은 괜찮은 것이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용서를 하라는 것이지요. 나에게 용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겼다는 것...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다시 성경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손에서 놓았던 성경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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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십대 딸 사이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지 쉘렌버거. 캐시 고울러 지음, 정미우 옮김 / 지상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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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내 목소리톤은 낮은 데다가 무뚝뚝한 구석이 있는 엄마여서 살뜰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물론 엄격하기도 하고 말이다. 밝고 명랑해 보이는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아이들을 엄격하게 다루고 키우는 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아이들에게도 그 잣대를 들이미나 보다. 그러다보니 뛰지 말아라 큰소리 내지 말아라 삐지지 말아라 전철에서든 식당에서든 뭐든 안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딸은 아파트에서도 쓸데 없이 뛰지 않고 오히려 발끝을 슬슬 밀며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밖에서는 예의 바른 아이들로 인식되고 귀여움을 받지만 이제 열살이 된 딸을 보면 뭐랄까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집에서 별로 말수가 없고 무엇보다 내가 묻는 질문의 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대답을 하기 때문에 왜 이렇게 대화가 안되는 거냐고 닥달하게 되고 답답해 하다 보면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속으로 삭히는 아이들일수록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와 대화를 끊고 자기만의 고집스런 세계에 빠져든다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몇몇 보았기 때문에 더 걱정스럽다. 제발 아이를 기죽이지 말고 어떻게 대화를 하고 어떻게 훈육을 해야할까..십대에 접어든 딸과는 어떤 대화를 해야 할까...안 그래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부모학교가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을 집어 들고 읽을 때는 사실 눈에 잘 들어 오지 않았다. 나와는 맞지 않는 편집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건 핑계다. 요즘 정신없는 생활이 한 곳에 집중하기 힘들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집중해서 읽어보니 그제서야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충격이었다. 교회의 평범하고 예의바른 단체에서의 아이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구나 할 정도로 아주 상세한 고민들이 사례별로 담겨 있었다. 게다가 엄마에게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다. 엄마에게 말 할 수 없는 비밀...이런 비밀을 내 딸도 갖게 될까봐 두려웠다.

미국사람이 지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를수도 있지만 성이나 왕따등의 고민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아이들이 엄마에게 털어놓기 힘들다는 점은 같았다. 마약이나 커팅(자해) 같은 문제는 좀 동떨어진 문제 같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담배나 술 그리고 거식증 등의 문제는 점점 증가추세이니 말이다.

 

심각한 문제다. 지금은 착한 내 아이도 언젠가 이런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대화를 열심히 하고 딸에 대한 사랑을 -정말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표현하기가 힘들었던-, 문제를 서서히 해결해야 겠다. 그것도 시급히. 먼저 이 책에 쓰인대로 자주 안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자. 어떤 문제에 있어서도 엄마는 비난하지 않는 다는 점을 보여주자. 그리고 대화를 끊지 말고 답답해 하지도 말고 들어 주자. 인내심을 가지고 무조건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첫째로 실행해 볼 수 있는 문제해결법이다.

 

그리고 십대들이 고민할 수 있는 남자친구문제, 성문제, 왕따, 성격상의 문제, 외로움등을 언제나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고민들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었고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이성친구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내 조카의 경우는 커플링도 끼고 했었다. 지금은 헤어졌다지만..어쨌거나 아직 어린 나이에서의 이성교제는 권장할 만한 것이 못된다. 하지만 집에서 외로움을 느끼다 보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기 전에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공부를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대해서 일방적인 대화말고 아이의 꿈과 희망을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 겠다.

 

아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 깊게 읽었다. 나는 십대시절 아빠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멀었던 것 같다. 엄격한 편이셨고 말수가 별로 없으셔서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다행히 내 딸의 아빠는 내 딸에게 엄청나게 다정하다. 딸이 아빠가 퇴근하는 것을 기다리고 아빠를 보면 표정이 환해진다. 그러다보니 불만도 많다. 나쁜 역할은 내가 하게 되고 착하고 다정한 역할은 아빠 차지가 되니 말이다. 그래도 부모 둘 다 아이에게 엄격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느낀다. 엄마에게 아무리 잔소리를 듣고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도 아빠가 있기 때문에 엇나갈 걱정은 없을 정도로 아빠의 역할은 중요하다. 필자의 아버지는 예순 넷의 나이에 인공관절수술을 한 무릎을 가지고도 9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차를 몰고 달려와 딸의 차고를 정리해 주고 선반까지 달아주었다. (필자가 너무나 바쁜 강연 일정에 쫓겨 이사를 한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차고정리를 하지 못해 박스가 가득가득 쌓여 있어서 차를 못 댈 지경이었는데 아버지가 추운 겨울에 차를 대지 못할까봐 딸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필자가 돌아왔을때 아버지는 "아가, 우리가 해냈다. 이것 좀 보렴. 다 정리되지 않았니.." "아버지 우리가 아니고 아버지가 하신 것이잖아요.."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서 아빠의 한없는 사랑에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엄격했던 나의 아버지도 표현하지 않았을 뿐 내가 어른이 되어 갈수록 엄마, 아빠의 따뜻했던 무조건이었던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십대때는 이런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 느끼게 될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백프로 맞다. 그러니 질풍노도인 십대 시기에 어떤 대화를 해야할까. 어떤 사례들이 있게 될까...십대 딸을 가진 엄마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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