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연대기 1 - 마법사 멀린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절판


자, 보세요! 악인의 습관은 자기 안에 있는 결점을 어디에서나 찾는다는 것이지요. 악인은 선이 마법의 숲 속에 숨어 있을 때는 찾아내지 못해요. 다시 말하면, 악인은 어디에서나 악을 본다는 겁니다. 나는 신부님이 악인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악을 생각하고 악을 행하는 사람들 곁에 오래 계시다 보니, 신부님도 의심과 오류의 화살에 맞으신 거라는 걸 말씀드리는 거예요. 신부님은 내가 악마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걸 들으셨어요. 그러면 그걸 의심하셔야 할 아무 이유도 없는 겁니다. 하지만 악마의 아들이 악마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신부님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되풀이하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멍청한 생각의 노예가 되신 거예요. 그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건 신성모독이에요.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사소한 생각에 대해서까지 신 앞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요. 아버지가 죄인이라고 해서 그 아들까지 똑같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나요?-64-66쪽

하지만 죄인은 참회할 수도 있고, 또 그럴 자격이 있다면 신의 구원을 받을 수 있지. 악마는 다르다. 그가 어떤 존재이든 그는 인간이 아니며 따라서 용서받을 수도, 구원받을 수도 없지. 악마의 아들 또한 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무척 두렵구나.-65쪽

신부님은 분명히 훌륭한 추론가세요. 나도 같은 추론을 사용해볼까요?
신부님은 내가 악마의 아들이라는 말을 들으셨지요. 하지만 신께서 미래의 일을 아는 능력을 주셨다는 말도 들으셨어요. 신께서 왜 내게 그런 능력을 주셨다고 생각하세요? 신께서는 결코 우연히 행하시지 않습니다. 비록 신의 의지를 당장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에요. 신께서 나에게 그런 능력을 주신 것은, 악마들이 땅 위에서 자기들의 전령 역할을 할 사람을 가지고 싶어 할 때, 악마들의 그 사악한 계획을 내가 파괴해야만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걸 이해하셔야 해요. 신께서는 큰 지혜 안에서 내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모든 재능을 지니도록 허락하셨지요. 그리고 그는 나의 재능과 힘이, 인간의 행복과 세계가 창조된 이래로 모습을 드러냈던 신의 계획을 완성하는 데 기여하게 하셨어요. 거기에 덧붙여, 미래라는 커다란 책을 단 몇 페이지라도 읽을 수 있는 능력 또한 주셨지요. 왜냐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부 아는 것은 신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니까요. 어떤 피조물도 그를 대신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요.-66쪽

멀린이 계속해서 말했다.
악마들의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는 걸 아세요? 저주받은 씨앗을 담은 그릇이 그들에게 속하기에는 너무 순수했던 거예요. 어머니의 덕성이 너무나 커서, 어머니 자신도 더러움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내게 정해진 운명에서도 나를 지켜 주신 것이지요. 나는 악마의 노예가 아니라 신부님처럼 신의 종이에요.-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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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구판절판


... 우리 대부분에게 운동은 삶의 활기를 주는 힘이었다. 행진과 집회에서 십만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정부의 힘 앞에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낄 때에도 그러한 느낌조차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 전국 곳곳의 남녀노소, 흑인과 백인, 노동대중과 중간계급 모두가 나와 함께 한다 - 은 말을 넘어서 전해졌다.
밥 딜런과 존 바에즈, 컨트리 조와 비틀즈를 듣고, 화가나 작가들과 같은 편에 서고, 백악관 야외파티에서 어사 키트가 전쟁에 반대하여 목소리를 높였다는 기사를 보고, 무하마드 알리가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하면서까지 당국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전쟁에 반대하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듣고, 어린아이들이 피켓 - '베트남 어린이들을 구해 주세요' - 을 들고 부모와 함께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인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자신의 대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적들에게 포위된 소수에 불과했을 때, 운동에서 조우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인간성이 미래를 표상한다고 상상하는 것은 피가 끓는 경험이었다(교조주의자, 관료주의자, 권력을 좇는 사람들, 유머라곤 없는 사람들은 잊어버리자). 언젠가 그러한 사람들의 세상이, 함께 일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나눌 수 있으며 즐겁게 놀 수 있고 인생을 걸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167쪽

좋지 않는 시대에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어리석은 낭만주의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가 잔혹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공감, 희생, 용기, 우애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복잡한 역사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쪽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최악의 것들만을 본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파괴할 것이다. 사람들이 훌륭하게 행동한 시대와 장소들 - 이러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을 기억한다면, 행동할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적어도 이 팽이 같은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행동을 한다면, 어떤 거대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미래는 현재들의 무한한 연속이며, 인간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쁜 것들에 도전하며 현재를 산다면, 그것 자체로 훌륭한 승리가 될 수 있다.-288-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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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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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성탄 전야에 밥과 에릭, 데이지, 다른 투숙객들이 모닥불 가에서 춤추는 광경을 보면서, 자신을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단지 해학적인 기지가 모자라기 때문에 웃음을 터뜨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들은 남보다 더 크고 요란하게 웃어대지만, 그건 진정 풍요로운 해학의 원천에서 벗어난 -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인하는 - 웃음에 불과했다.
유감스럽지만 앨리스에게도 기지로 받아넘기지 못하는 게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에 관련된 역설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261쪽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 이러한 성향은 민족성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계층과 지역과 집안의 특성이 뒤섞여 구성된다. 본인은 이 무의식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정상 상태로 여긴다. 그가 보는 번화가나 우체국 창구의 정상적인 풍경, 정상적인 저녁 뉴스와 세금 환급 신청서 양식, 친구와 인사하고 침구를 펴고 버터 빵을 먹고 집안을 청소하고 가구를 고르고 음식을 주문하고 차 안에 카세트를 배열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여행지를 결정하고 전화를 끊고 토요일 계획을 짜는 정상적인 방식들.-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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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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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삶을 통해서 배우며, 독서를 통해서 배운다"라고 귄터 데 브로인은 말한다.
"그리고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항상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삶에 대해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독서를 하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삶도 함께 사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보충해서 말하겠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느끼고 함께 한다'고.
-273쪽

"독서는 삶의 계획만이 아니라 신이나 남편, 행정부, 교회 같은 좀 더 높은 기구가 내리는 지시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만든다. 독서는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상상력은 사람을 현실에서 끄집어 내 데려간다. 하지만 어디로? 독서가 아직도 통제될 수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묻는다. 통제될 수 없는 모든 것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신, 남편, 행정부, 교회!)은 그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신은 독서에 대해서는 한눈을 감고 못 본 체할지도 모른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가끔 꿈을 꾼다. 최후의 심판 날의 동이 트고, 위대한 정복자와 법률학자가 자신들에게 주어질 보상을 받기 위해서 올 때 - 그들이 쓰게 될 월계관과 월계수가지, 그들의 이름이 영원히 마모되지 않을 대리석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 전능하신 신께서 우리가 팔에 책을 끼고서 걸어가는 것을 보시게 되면, 그때 그분은 베드로 쪽으로 몸을 돌려 질투심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는 하기 힘든 어조로 말씀하실 것이다. "보아라, 이들은 더 이상 어떤 보상도 필요하지 않아. 이곳 천국에서는 그들에게 어떤 것도 줄 수 없어. 그들은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지"-274-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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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3-0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국가면 책을 실컷 읽을 수 있게되는 거나요 ^^

물만두 2006-03-0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구판절판


케르테츠의 사진에서는 세계의 모든 장소에서 가능한 상황이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책은 읽혀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독자는 항상 아주 특별한 - '선택된'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들 정도다 - 개인이다. 케르테츠의 카메라는 책 읽는 사람을 주변 세계로부터 고립시킨다. 독서를 위해서 그리고 독서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를 주변 세계와 격리시키는 것처럼. 고독한 대중 속에서 그는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개인이고, 외면을 향한 소비자 무리에서 내면으로 시선을 돌린 게으름뱅이다. 시선의 방향을 바꾸지 않은 채로 그는 책이나 신문을 쳐다보고,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은 인상을 관찰자에게 준다.-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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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5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