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구판절판


내가 산투리를 칠 때는 당신이 말을 걸어도 좋습니다만, 내게 들리지는 않아요. 들린다고 해도 대답을 못해요. 해봐야 소용없어요. 안되니까....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조르바?
이런, 모르시는군.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게 정열이라는 것이지요.-21쪽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그래요. 내가 성상 그리는 화가였다면 눈도 코도 귀도 없는 성모를 그리겠소. 너무 불쌍해서 말이오.-312쪽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도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349쪽

"......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디 그 이야기 좀 들읍시다. 요 몇 년 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인 책을 읽었을 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종이도 한 50톤 씹어 삼켰을 테지요. 그래서 얻어 낸게 무엇이오?"
나는,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도, 승리도 아닌, 보다 위대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신성한 경외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4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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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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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빛이 쏟아진다.
줄줄이 걷고 있는 친구들. 먼지 자욱한 길. 가까워져 오는 시내의 소음.
그러나 그때,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똑같은 것을.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 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이다.
이 관계를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밉게 생각하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도 또 서로의 존재에 상처받고, 동시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두 사람은 말없이 걷고 있다.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그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있다.-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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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구판절판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그는 다시 한번 이름을 바꿨다. 옛이름은 과거의 인생과 함께 불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자신을 '길잡이'라는의미의 '인디카비아'라 칭했다.
사람들이 이 이름의 뜻을 물어오면 그는 습관처럼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길잡이 노릇을 하는 이정표는 비바람에 부서지고 썩기까지 해서,그 자체론 아무 가치도 없는나무 한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무 토막은 자신의몸 위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없다. 설사그 것을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 자체론 아무가치도 없는 나무 한 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무 토막은 자신의 몸 위에 무엇이 씌어 있는지 스스로 읽을 수 없다.설사 그것을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그리고 자신이 안내하는 그 목적지에는 결코 가볼 수도 없다. 하긴 자신이 세워져 있는 그곳에 머무르는게 그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정표는 자신이 가리키는, 바로 그 목적지만 빼곤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으며, 그곳이 어디든 그의 가치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목적지야말로 이정표가 아무런 쓸모도, 아무런 의미도없는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인디카비아 자신은 지금 자신이 안내하려는 그 목적지에 있는게 아니므로, 그 길을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말이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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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예문 / 2003년 12월
절판


나는 침묵할 때 충만감을 느낀다. 나는 입을 열자마자 공허감을 느낀다. 과거의 생명은 이미 죽었다. 나는 그 죽음이 참으로 기쁘다. 죽음으로 하여 그것이 예전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은 벌써 썩었다. 나는 그 썩음이 참으로 기쁘다. 썩음으로 하여 그것이 공허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흙을 대지에 뿌렸지만 큰나무는 자라지 않고 들풀뿐이다. 내 죄다. 들풀은 뿌리도 깊지 않고, 꽃과 잎도 예쁘지 않다. 하지만 들풀은 이슬을 먹고 물을 마시고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의 피와 살을 먹고 저마다 자신의 삶을 누린다. 들풀은 살아가면서 인간들에게 짓밟히고, 낫으로 베이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죽는다.
썩는다.
그러나 나는 담담하다. 기쁘다. 나는 웃는다. 나는 노래한다.
나는 나의 들풀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들풀로 자신을 장식하는 대지를 증오한다.
대지의 불이 지하에서 오가며 돌진한다. 용암이 솟구치면 모든 들풀도, 큰나무도 다 불에 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썩을 것도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담담하다. 기쁘다. 나는 크게 웃는다. 노래한다.
천지가 이렇게 적막하니 내가 크게 웃을수도, 노래할 수도 없다. 천지가 이렇게 적막하지 않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밝음과 어둠,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이 한 묶음의 들풀을 벗들과 원수들, 사람과 동물,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 나의 증거로써 바친다.
내 자신을 위해, 벗들과 원수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이 들풀이 하루발리 죽고 썩기를희망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예전에 살지 않은 것이 될 것이니 이는 죽음이나 썩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이다.
가라, 들풀아! 나의 머리글과 더불어.-80-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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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9-03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 실프댄 허멍 잘도 읽엄수다예...
이게 책 읽기 실픈 사람이믄 난 뭐라...

chika 2005-09-0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긴 머냐. 그냥 경헌가부다 해부러야지.
 
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품절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 때의 기쁨과 똑같다. 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 그런데 모든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이 독서에서의 해후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해후란 말은 한편으로 어느 필연성을 뜻해야 한다. 완전히 우연하게 마주친 것 같지만 그것이 역시 필연이었다고 끄덕일 수 있는 것이 해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한 외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필연성이다. 이래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해후했고, 괴테와 실러도 해후했다. 독서에서도 똑같이 혹은 스승으로서의 혹은 친구로서의 책과 해후하게 된다. 일생 이런 해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결국 아무것도 안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런 해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스스로 구해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자는 마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미키 키요시, 독서론>-121-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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