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요청은커녕 경로사상을 내세워 누구도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래서 해야 할 일이 전혀 없는 평범한 노인들은 어떨까. 자기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선택하고, 그 일들을 하나하나 완수해가며 혼자 힘으로 삶의 의미와기력을 찾는 수밖에 없다. 외부와 교류하며 기력을 유지하는 유명한 고령 작가들과 달리, 그들에게는 스스로 과제를 선택하는 힘, 하루하루 과제를 수행하는 힘 같은 또 다른 종류의 힘이 필요하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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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살다가 저세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미리 준비하면 근심이 적다‘라는 마음으로 고령화를 대비해야 한다. 100세까지 살 각오를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편안히 죽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고, 다른 사람에게 보살핌을 받아야만 하는 최후의 시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때가 되면 어디서, 누구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싶은가‘, ‘그때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오래 살아 정든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등 인생의 마무리 준비를 아직 건강할 때 미리 해둬야 한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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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의 삶이 가까이 느껴지고 나서 내게 찾아온 감정은 깊은 연민이었다. 신기하게도 1700여년전 로마인들의 끊어진 삶이 나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노인과 아이와 어머니와 아버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느 오후 바닥이 흔들리고 지붕에서 기와가 떨어졌을때 그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지진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다 갑자기 마을 뒷산이 시커멓고 커다랗고 뜨거운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을 때, 하늘은 먹구름으로 덮이고 세상이 잿빛으로 변해갈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곧이어 하늘에서 불타는 돌이 떨어졌을 것이다. 광장과 골목과 대문, 마당, 거실, 부엌, 안방,
화장실이 속수무책으로 불타고 있을 때, 그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나는 젖먹이의 눈동자에 비친 어머니의 표정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아수라장 속에서 그들이 느꼈을 절망과 무기력감의 깊이를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폼페이의 누군가도 분명 근거 없는 희망을 품고 살아갔을 것이다. 옥상 텐트 속의 나처럼. 하지만 적어도 나를 짓누르던 이름 모를 옥상은 시커멓고 커다랗고 뜨거운 숨을 토하진 않았다. 최후의 날 화산재에 묻힌 그 누군가가 느꼈을 무기력감이란,
대관절 얼마나 위압적이었을까.
・・・ 고개를 들면 베수비오산은 아무런 표정 없이 도시를 관망하고있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잔뜩 흐렸다. - P244

내 머리를 가득 채운 것은 역시 베수비오와 폼페이였다. 나는어떻게 살아야 할까. 광장과 골목과 대문, 마당, 거실, 부엌, 안방,
화장실, 노인과 아이와 어머니와 아버지. 젖먹이는 커서 어떤사람이 되었을까. 연인은 결국 행복했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살아야 할까. 폼페이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로삶이 한순간 사라져버리거나 멈추어버릴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살아야 할까. 모든 일은 결국 좋은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
믿음은 배신당하고 나는 무기력감에 빠질 것이다. 언젠가는 이름모를 옥상과 텐트가 정말로 용암을 토해낼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것들을 받아들여야 할까. 웃으며 털고 일어나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혹은, 웃으며 최후의 날을 맞이할 수있을까.
베수비오의 시커멓고 커다랗고 뜨거운 숨..
이따금씩 바위에 파도가 부딪혀 철썩 하는 소리를 냈다. 산은지금도 무표정한 얼굴로 폼페이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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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벌게져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 나는 지각하지 못했을뿐, 매 순간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자유, 체제, 국적,
인종이나 성별과 같은 모든 것들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의 의지로돈을 모아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 가고 싶어도 못 가.‘
응우옌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웃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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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 지음 / 왕의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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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 전 과거의 이야기같은 기분이지만 올 여름에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육사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이슈로 떠오르던 시기에 티비를 돌리다 우연히 저자의 주장을 듣게 되었다. 홍범도 장군 이야기를 하는데 백선엽까지 언급하며 설명을 하는 저자가 인상깊었는데 알고보니 이미 유명세가 있는 사학자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역사서라는 느낌보다는 역사를 이야기하는 배기성 에세이 같은 느낌이 더 커서 책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된다. 현대사를 정리하고 있는 책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반민특위의 활동이 꺾이고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데다 남북으로 나뉘어 남쪽에서는 반공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현대사에 대한 평가는 백년후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현대사는 쉽지가 않다.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많지 않지만 서재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 저자의 이야기를 백퍼센트 그대로 받아들이며 맞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을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주 4.3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방성칠의 난, 이재수의 난으로 이어지는 19세기 제주의 역사가 독립군의 역사와 함께 상세히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모 여당의원의 4.3 비하발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넘어 온 태영호는 제주 4.3이 김일성의 지시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북한에서 가르친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직접적으로 태영호의 이름을 말하고 있지 않지만 태영호는 미성년자성폭행을 저지를 범죄자이다, 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북한에서는 태영호에 대해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한가지 좀 아쉬운 것은 박정희에 대해 불행한 군인,이라고만 언급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간도특설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고 말하지만 백선엽이 간도특설대가서 독립군을 때려잡았다고 연설하고 다녔다(144)고 하며 그 간도특설대에 박정희도 소속되어있었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좀 아쉽다.

그래도 우리의 역사에 미국의 개입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으며 특히 제주 4.3에서 일어난 대학살에 대한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여전히 현대사에 대한 많은 사실 기록이 밝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아니 대한민국인이라면 모두가 한번은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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