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비정하고 포악한 곳이 될 수 있다. 인간 최악의 본능을배양하는 물 위의 인큐베이터이자 진화적 적합성이 해양 생물 사이에서 가혹하게 힘을 휘두르는 서식지다. 발견의 장소이자 한없는 열망과 재창조의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해양국가의 희한한 건국 설화는 바다 위 기행의 상징이자 국제법을향해 보란 듯이 날린 한 방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의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건 바다에서 펼쳐지는 모험주의의 풍부한유산과 완강하고 집요한 권리 주장, 요란한 주권 선언의 이야기였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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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해양경찰에게 밀렵선을 붙잡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었다. 배를 해안으로 끌고 온다 해도 외국인 선원과 말이 통하는 통역사가, 이들을 수용할 교도소 공간이, 심지어 이들을 실질적으로 고발할 법이 팔라우에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경찰이 나포한 밀렵선 대다수는 가족 사업체 소유의 작은 배였다. 다소 무거운 편인 벌금 50만 달러를 낼 돈은 이런 운영주에게는 대개 딴세상 이야기였으며 선원을 송환할 비용은 더더욱 감당이 안 되었다. 배를 압류하면 팔라우는 그 선원들을 먹이고 재우고 고향으로 돌려보낼 비용 문제를 떠안아야 했다. - P122

무법의 바다를 탐사하면 할수록 포식자와 먹잇감을 구별하는것이 어려워졌다. 내가 팔라우에 온 것은 어류를 비롯한 이곳의 해양 생물이 처한 위태롭고 암울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전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약탈 행위의 일선에 있는 외국 밀렵선의 행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뚜렷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어류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팔라우 수역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람들은 그 자원보다 더하지는 않을지언정 비슷한 정도로 취약해 보였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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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chika 2023-12-06 15:3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2024년은 더 멋지고 즐거운 한 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산업 혁명이 기후에 비가역적 피해를 초래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방식으로 기후는 바다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결과를 일으키고 어업의 본질을 바꿔놓는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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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를 설립한 환경운동가의 일원이었던 왓슨이 공격적이라는 이유로 그린피스에서 퇴출당한 후 설립한것이 그린피스보다 더 급진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시셰퍼드라고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린피스와 시셰퍼드 모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보며.
해적은 해적으로 잡는다는 단체의 신조에도 자경정신이 담겨있다...

*****

환경운동가들이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지금이 전쟁과 같은 위기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한 이해가 되기시작하고있다. 지구의 역사에 있어 인류문화의 유산이란것 역시 보잘것 없는 것 일수있으니.








샘사이먼호의 선원 몇 명이 서류판을 들고 천둥호의 어획량을 계산했다. 시셰퍼드가 이렇게 작성해 최종적으로 인터폴에 넘긴기록에는 자망의 포획 실태가 상세히 실렸다. 어망에 걸린 해양생물 중 이빨고기는 4마리 중 1마리 수준이었으며 나머지는 살아있어도 아무도 찾지 않는 부수 어획물이었다. 시셰퍼드 요원들은 거의 전원이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이었고 동물권 문제는 이들 다수를 움직이는 동기였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가오리와 대문어,
용물고기, 대게 등의 야생동물들을 그물에서 풀어내는 일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작업이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렸고 몇몇은 구토를 했지만 보통 하루 열두 시간씩 이어지는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양망 작업이 2주차에 접어들었을 땐 선원들가운데 3분의 1이 등허리의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있었다.
진 빠지는 작업에 더해 종종 구역질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빨고기의 무게는 마리당 110킬로그램이 넘는데, 샘사이먼호 선원들이 배 위로 어망째 끌어올린 이빨고기가 썩기 시작한 것이다. 부패 과정에서 사체 내부에는 가스가 쌓였고 팽만한 몸으로어망에 눌린 물고기가 갑판에 내던져지면서 일부가 터져버렸다. - P36

왓슨은 1970년대 초에 환경운동가 20여 명과 함께 그린피스Greempace를 설립했다. 그러나 그린피스 이사회는 뉴펀들랜드에서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1977년에 왓슨을 제명했다. 바다표범 사냥에 항의하는 그린피스 활동가팀을 이끌게 된 왓슨이 한 사냥꾼의모피와 몽둥이를 물에 던져버리며 상대와 격하게 맞붙었던 것이다. 그린피스는 왓슨이 취한 행동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보고그를 단체에서 퇴출했다. 왓슨은 곧장 시셰퍼드를 설립해 그린피스보다 더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단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두 단체의 역사에서 내가 매력을 느낀 부분은 비록 차이는 있을지언정 무법의 바다에서 이들이 모두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부 기관이든 다른 기관이든 그 어떤 단체도그들처럼 공해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위법 행위를 단속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그린피스와 시셰퍼드모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보았다. 범죄자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법의 테두리 밖에서 활동할 용의가 있었다. 유일한 문제는 그 테두리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날 생각이냐는 것이었다. - P41

왓슨은 미국 시셰퍼드의 수장 자리와 단체의 대표 선박인 스티브어윈Steve Irwin 호의 선장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렇지만 도망자 신분인 탓에 일이 계속 꼬였다. 왓슨을 재구속하는 대로 관할국에 인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일본이 시셰퍼드의 재원을 다 써도 모자란 어마어마한 액수의 법정 공방을 개시해둔 상황이었다. 2017년 10월 기준 왓슨 앞으로는 일본과 코스타리카 경찰이 제기한 혐의와 선박 충돌 건으로 두 건의 국제체포 영장이, 그러니까 인터폴의 적색 수배서가 발부되어 있었다. 왓슨이 천둥호를 추적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가 바다의 자색 수배자를 쫓고 있었으니말이다.
단체로서 시셰퍼드의 관심은 미묘한 법률상의 문제보다는 세계의 해양 생태를 보전하고자 자신이 ‘직접 행동‘이라 명명한 수단을 활용하는 데 있었다. 불법 어획을 일삼는다고 판단되는 일본 포경선을 비롯한 여러 선박을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차례들이받아온 단체였다. 이들은 그림을 고친 해적기와 해양용 위장,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됐던 폭격기를 닮은 뱃머리의 상어 아가리로 만천하에 열의를 드러냈다. ‘해적은 해적으로 잡는다‘라는단체의 신조에도 자경정신이 담겨 있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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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 - 천의 얼굴을 가진 이슬람 문명의 위대한 모험
황의현 지음 / 씨아이알(CIR)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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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무해한'이라는 표현에서 왠지 모를 신뢰가 생기기 시작하는 마음은 이미 편견에 사로잡힌 것일까?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물음을 마음에 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오히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슬람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집중하게 된다.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는 이슬람의 탄생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아니, 지금까지 오랫동안 알려져 온 확실한 역사의 기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있다. 이슬람이 종교화 되는 시기와 이유가 명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의 주장이 다 맞는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호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저자가 도무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책에 집중해 읽기 시작하면서 그 두리뭉실함이 조금씩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실례로 한가지를 언급하자면, "'이슬람의 평화적 정복, 이슬람의 폭력적 본질' 이라는 두 문구의 형용모순"(100)이라는 표현을 언급할 수 있다. "정복이 전적으로 평화적이고 관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쪽이나 정복을 위해 굶주린 광신도들의 일방적 파괴와 학살로 규정하는 쪽이나 모두 정복이라는 다면적이고 복잡한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101)

그 위대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라 일컫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이슬람이 파괴했다는 것조차 순니파의 정치적인 이용이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기독교의 공격대상이 되는 일화라는 글은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으로 보려하는 오류에 빠지는 위험을 떠올려보게 한다. - 사실 일제의 역사왜곡에 대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새로운 이야기들을 곱씹어보면서 이슬람에 대해 또 다른 관점과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나의 경우 -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쿠란,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어왔었고 이슬람으로 개종을 하면 관용을 베풀어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식의 단편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농담처럼 인용하고 있지만 쿠란은 오른손으로 들어야 하는데 이슬람이 모두 왼손잡이가 아닌 이상 왼손에 칼을 들고 어떻게 싸움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글을 읽으면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개종에 대한 강요 역시 종교적인 것뿐이 아니라 세금부담, 탄압과 차별에 대한 부분까지 생각을 해 봐야 하는 부분임을 깨달으면서 나름대로 이슬람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야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이슬람 문명의 위대한 모험"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모두가 한번쯤은 이 위대한 모험이야기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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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23-12-07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넘나 오랜만이어요!
저 지금 이 책의 북토크에 와 있어요. ㅎㅎㅎ 저자 쌤이 언니의 리뷰를 읽으셨대요 ^^

chika 2023-12-07 22:38   좋아요 0 | URL
헉. 딸기님의 오랜만이라는 인사가 반가운데, 저자님이 책리뷰를 읽으셨다고 언급하셨다니. 급 부끄러워짐 ㅜㅠ 부디 나쁜말은 아니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