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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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새 작품이 나오는데 제목이 '몽위'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네크로폴리스였다. 그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은 것은 '밤의 피크닉'이었고 그 다음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었던가? 아무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온다 리쿠는 히가시노 게이고 저리 가라 할만큼 다작을 쓰는 대단한 작가였고, '밤의 피크닉'이 좀 색다른 작품이라 생각될 정도로 '장르소설'작가로 더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녀의 작품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추리와 미스터리 분야여서 간혹 색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접한 독자들이 '실망'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미 그녀의 작품이 판타지쪽에 가깝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새로운 발상과 독특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네크로폴리스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그 후에 씌여진 '몽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기대감이 컸다.

 

몽위는 자신의 꿈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재생하여 볼 수 있는 시대의 이야기이다. 기술은 점차 발전하여 꿈속의 음향까지 재생해낼 수 있는 단계로 개발이 되어 가는데, 그 꿈을 단순히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무의식의 세계인 꿈을 분석하여 심리적으로 해석하는 분석가들이 꿈의 의미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한 초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학교의 한 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같은 악몽을 꾸고 있음이 밝혀진다. 꿈을 해석하는 직업을 가진 히로아키는 지속적으로 악몽을 꾸는 아이들의 몽찰을 뽑기 위해 초등학교로 향하는데...

히로아키가 꿈해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형의 약혼자였던 유이코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꿈의 영상을 뚜렷이 기록할 수 있을뿐 아니라 예지몽을 꾸기도 하며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화재사고로 사망을 하게 되고 그녀의 예지몽을 사기라 몰아붙이는 사람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미 십여년 전에 사망한 유이코와 닮은 여인의 모습을 스치듯 마주치게 되는 히로아키는 점차 두가지 일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몽위는 꿈속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우리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까. 집단 무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간혹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꿈을 꾸고 깨어보면 금세 잊혀져버리는 것이 있고 꿈이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는 것도 있다. 그 중에서도 좀 신기한 것은 내가 꾼 꿈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해 특정 단어들로 검색을 해 보면 내가 알지도 못했던 이미지와 상징들이 현실속에서 나타나는 것을 느낄 때이다. 속설에 물을 맞으면 금전운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을 알지 못했던 때에도 나는 꿈속에서 물을 만지고 현실에서 뜻밖의 용돈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것을 보면 집단 무의식이라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꿈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줘." 유이코가 묻는다.

 꿈을 바꿀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기 전에.

 

그리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며 한밤에 새벽까지 책을 읽다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깊은 잠을 들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이것이 한낱 소설일뿐이라 생각하면서도 우리의 무의식에 스며들어 있는 의식의 세계에 대한 불안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미스터리를 즐긴다면 이 책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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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해킹 - 탐하라, 허락되지 않은 모든 곳을
브래들리 L. 개럿 지음, 오수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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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탐험가는 가상공간의 해커처럼 도시 건축의 균열들을 샅샅이 탐색한다. 이들의 목적은 우리가 매일 생각없이 지나치는 공간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다"

 

도시 해킹이라는 것이 생소한 나는 해커의 이야기와 얽혀있는 흥미로운 소설인가,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이며 도시를 탐험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다큐멘터리같은 기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 탐험이란 '호기심 많은 사람이 겉으로 드러난 세계의 이면을 발견해가는 내부 관광'이라고 제프 채프먼이 개념 정의를 내렸는데 트로이 파이바라는 '일시적이고 낡고, 버려진 공간'을 찾아내고 탐험하는 작업이라고 정의내렸다.

사실 개념정의가 어찌되었든 도시탐험가들은 진입 금지된 공간에 잠입해 사진을 찍고 탐험한 내용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한다. 그것은 도시 공간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바로 세우고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한 작업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도시탐험가들과 함께 8개 국가의 300개가 넘는 공간 침입에 참여한 개인적인 모험담을 담고 있으며 또한 사람들이 도시탐험가가 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도시 해킹이라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고 그 다음 도시 공간의 그 모든 곳을 탐하며 탐험하는 활동과 도시탐험가들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고, 그들의 도시 탐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왠지 좀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 이 위험한 탐험을 하는 이유가 단지 재미를 느끼고 즐기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 권장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도시탐험대의 작업이 도시의 권력을 시민들이 되찾는 일들 중 하나라고 해석하고 있다. 우리에게 금지된 것들, 그 많은 것들이 진정 누구를 위한 금지인 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서 음식을 기다리면서 무심히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인터넷 이슈라며 한 여고생이 학교를 휘저어 다니며 3층 높이의 옥상에서 지상으로 닌자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조작한 화면인가 싶어 흥미롭게 보고 있었는데 그 소녀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가 흔들리더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 역시 소녀의 뒤를 쫓아 높은 곳에서 너무 쉽게 바닥으로 착지하며 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러한 그들의 모습을 단지 '위험'이라는 말을 앞세워 금지시켜야 하는 행동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스개처럼 까따꼼베에 들어가 혼자 헤집고 다니다 미로를 빠져나오지 못해 아직도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실제로 도시 탐험을 하는 이 중에 프랑스의 지하 미로에 들어갔다가 10년이 지난 후 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유럽의 지하통로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소설과 역사에서 많이 접해왔는데 언젠가부터 그곳은 금지구역이 되었고 접근금지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편으로 생각하면 위험하기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그런 조치가 취해졌으리라 생각하게 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중세 시대에 기득권을 가진 귀족들이 그들의 살 궁리를 위해 지어놓은 지하통로를 현대에 와서 역시 모두에게 개방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고소공포와 낯설고 막힌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내게 이들의 도시탐험 이야기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도시에서 시대와 역사를 같이 했던 공간에 대한 탐험은 모험과 즐거움이 가득할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기도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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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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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는 처음 읽어보는데 이거 의외로 재미있었다.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그냥 빤한 이야기 전개가 있을 것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생각보다 분량도 많고, 글자 크기도 좀 작은 듯 해 읽기가 그리 만만치 않겠다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야기 전개가 시원시원하게 빠르고 장면 전환이 역동적인 느낌이라서 그런지 금세 읽어버렸다. 며칠동안 열대야에 급격히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 계속되었었는데 그 사이에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누군가의 말처럼 여름에는 역시 리 차일드의 작품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수가 없다. 여름철 책읽기의 즐거움, 독서 피서법이란 것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일것이다.

 

1030은 헌병에서 사용하고 있는 암호화 된 숫자로 동료들의 지원을 다급하게 요청할 때 헌병들이 사용하는 코드를 의미한다. 은행의 잔고를 확인하던 잭 리처는 누군가가 송금한 1030달러를 발견한다. 신용카드는 커녕 손전화조차 사용하지 않는 잭 리처는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1030달러가 단순한 은행의 실수일지 누군가가 자신에게 보낸 구원 요청일지 확인을 한다. 가진것은 아무것도 없이 부랑아처럼 떠도는 그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지만 만약에 그것이 누군가의 메시지라면 그것은 그와 함께 생활하던 옛 특수부대 동료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잭 리처는 과거에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특수부대 동료인 니글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또 다른 옛 동료의 죽음을 듣게 된다. 그것도 사막에서 발견되었는데 900미터의 상공에서 산 채로 포박당하여 내던져져 사망한 것이다. 동료의 처참한 죽음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잭 리처와 그의 특수부대원들은 다시 모여 동료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핵심을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캐면 캘수록 뭔가 더 커다란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아주 자그마한 단서 하나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도 하며, 무심코 넘겼던 사소한 일들이 복선처럼 의미를 가지며 사건의 반전을 갖고 오는데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중간에 멈출수가 없다. 그만큼 흡입력있게 읽히는 이 글은 세세한 부분의 묘사까지 정교해서 그냥 허투루 읽을수도 없다. 사실 총기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행동을 하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총 걸쇠에 손가락이 걸려 있는데 총알이 먼저 나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총을 쳐내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장면은 다 드라마적 허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그것이 허구인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총기류에 따라 근접사격이어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있고 걸림쇠에 손가락이 걸려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곧바로 총알이 발사되는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야기가 이 책에 씌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리 차일드의 1030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과 세부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고 절묘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책을 읽고 있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읽은 잭 리처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 잭 리처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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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간 1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1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아고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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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이미 '최후의 인간'이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있지만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는 이 책이 종말문학에 속한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2073년이라는 숫자도 오타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길 정도였다. 물론 그 숫자로 인해 책의 앞뒤를 살펴보다가 과거 1900년대에 씌여진 이 글이 21세기의 미래를 그린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른 미래공상소설과는 달리 이 책에는 로보트라거나 과학문명의 발달에 대해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중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왕정에서 공화제로 넘어가는 이야기라거나 전염병에 의해 수많은 인류가 죽어가는 이야기가 나와 미래소설이라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뜬금없이 이야기가 시작되어 황폐해진 도심을 무작정 지나치는 부자의 이야기가 나오는 코맥 매카시의 로드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가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황폐함속에서도 등장하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면 최후의 인간은 삭막하게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인간성을 찾고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지성인들의 노력과 제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73년의 영국은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바뀌어 있다. 난봉꾼인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오넬과 퍼디타 남매는 고아로 자라지만 아버지와 전 국왕의 인연으로 인해 전 국왕의 아들인 에이드리언과 그의 여동생 아이드리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최후의 인간은 라이오넬 남매와 에이드리언 남매, 그리고 정치적인 야심가 레이먼드와 그리스의 공주인 에바드네의 서로 엇갈리는 인간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는 라이오넬의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 책 '최후의 인간' 자체가 바로 라이오넬의 기록이라는 형식을 갖고 있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엇갈리는 남녀의 사랑과 애증, 정치적인 권력과 야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 후반부에는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전염병으로 인해 피폐되어가는 세상의 모습과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부는 최후의 인간을 이야기위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분의 차이, 사랑과 명예, 민족과 전쟁... 실상 최후의 인간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의 모습을 착실하게 보여주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특히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제도 없는 전염병으로 인해 황폐해져가는 세상의 모습은 미래의 모습을 그려낸 가상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자꾸만 우리의 현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이 글이 한세기도 더 전에 씌여진 작품이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라네. 우리 스스로가 먼저 바라야 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천국이 되기를 말이네. 인간의 의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죽음의 화살촉도 무디게 만들 수 있고, 질병이 머무는 곳도 위로할 수 있으며, 크나큰 고통의 눈물을 닦아낼 수도 잇다네. 하지만 인간이 그토록 뛰어난 힘을 동포들을 돕는 데 쓰지 않는다면, 인간의 존재 가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내 영혼의 불꽃은 희미해져버렸고, 내 체력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바닥나고 말았어. 그럼에도 나는 내게 남은  지성과 힘을 모두 한 가지 일에 바칠 거라네. 그건 내 사명일세. 힘이 닿는 한 나는 인류를, 내 동포들을 이롭게 할 거란 말이네!"(1권 137)

 

종말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절망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점차 희망이 사라져가는 듯 하고, 최후의 인간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최후의 인간만이 남아있게 될 것이라 예상하게 되지만 이야기의 곳곳에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저자의 이상향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또 이상적인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전염병으로 무너지고 황폐해져버린 영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떠나지만 어느 곳이든 전염병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여 죽음을 기다리거나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모든 광기와 본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21세기가 되면서 세상의 종말을 외치며 신을 찾아 부르짖던 사이비 종교인들이 실제로 있었는데 최후의 인간에서도 역시 광기어린 맹목적인 믿음으로 무너져가는 이들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최후의 인간은 과거에 씌여진 미래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의 시점인 지금, 책에서 그려낸 미래보다는 과거인 현재의 우리의 모습과 유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서 저자 메리 셸리의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에 감탄하게 된다.

그녀는 남편과 절친의 죽음 이후 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소설로 재현해내었으며 자신의 방식으로 유토피아를 실현하려는 주인공들의 꿈이 갑작스러운 전염병에 의해 좌절되는 과정은 프랑스 혁명 이후 당대 사회 현실에서의 진보주의에 대한 의문과 완벽한 사회에 대한 의문, 자연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에 대한 물음을 도전적으로 던지고 있다고 한다.

 

최후의 인간은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며 앞서도 말했든 인간의 본성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세상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비극으로 흐르고 있지만 그 안에서 결코 희망의 끈을 놓치는 않는다. 사실 메리 셸리가 백여년 전에 그려낸 미래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는 흔해져버린 현실이 되어있는 이야기도 많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진리는 결코 옛것이라 묻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죽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인류의 수는 엄청나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엄청난 역병은 몇 년 내에 인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다. 전례가 없는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것이 명백했다. 이대로 놔둘수는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역병을 막아야만 했다. 역병이 수천, 아니 수만 명을 더 학살하기 전에, 인류가 역병의 지독한 장난으로 말살되기 전에 우리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사람의 목숨이 이제 진정한 값어치를 가지게 되었다. 한 사람의 생명은 소위 왕들이 지녔던 보물보다 소중했다. 한 인간의 생각이 깃든 얼굴을 보라. 그 우아한 육신과 장엄한 얼굴,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보라. 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 부서진 배처럼 한편으로 밀려나서는 안된다. 인류는 지켜져야 한다. 우리의 자식들과, 그 밑의 자식들의 최후의 시간까지 인류의 형태와 이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2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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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명, 어느 날
스티븐 에모트 지음, 박영록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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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명, 어느 날..은 아직 지구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제 머잖아 다가올 지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구의 급작스런 증가와 급격한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는 총체적으로 인류의 위기만이 아니라 지구 환경 자체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해도 지구환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는 개론서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천천히 읽어갈수록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제 슬슬 우리가 뭔가를 행동으로 옮길 때이다,라는 말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우린 이미 망했어. 완전히 끝장이야,라는 말로 그 심각성을 표현하고 있는데 책의 마지막에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연구소의 한 유망한 젊은 과학자는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먼저 권총 사용법을 알려줄 것이라는 일화까지 실려있어서 이건 뭔가, 싶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반어적인 표현들에서 우리는 이제 지금 당장 우리의 행동 양식을 바꿔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행동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줄여야 한다. 식량도 적게,에너지도 적게,상품도 적게 소비해야 한다. 훨신 더 조금만 써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 소비량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서구와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현재 세계에는 소비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이들도 대략 30억명 정도 있다. 그들은 물도 더 많이, 식량도 더 많이, 에너지도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 이번 세기가 끝나갈 때쯤엔 소비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수가 50억명 정도에 이를 것이다."

 

무조건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답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를 늘려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는 소비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환경의 문제에 더하여 소득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그 숫자 역시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환경운동, 대체 에너지 등의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역설하고 있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비용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비용과 일치할 수 없으며 환경을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하는 것 역시 에너지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물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물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그저 막연하게 물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햄버거, 닭고기, 휴대전화를 생산할 때도 물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초콜릿을 먹을 때도 물 사용량의 증가와 물부족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보야한다는 것이다. 면 소재 잠옷 한벌에도 9천리터의 물이, 커피 한 잔에도 백리터의 물이 사용되고 있음을 기억하자. 식량의 소비와 마찬가지로 물의 소비도 심각할만큼 급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책의 내용은 인구의 증가와 그외 다른 부분에서의 급격한 증가를 도표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풀어놓고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는 좀 더 극단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현재, 우리의 미래가 그만큼 긴급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지금 당장 해결을 위해 우리 모두가 실천에 옮겨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행동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은 바로 지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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