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강렬한 색의 나라 멕시코 - 알고 보면 소심한 여성 도예가의 삶, 예술, 여행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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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남미에서 지내다 온 친구가 귀국하면서 선물 한 박스를 보내줬었다. 그 안에는 그 지역 특유의 색색으로 장식되어 있는 갖가지 천조각들과 금세 부서질 것만 같은 토기로 만든 것 같은 소품들이 한가득이었다. 우리의 은근한 멋이 있는 조각보와는 달리 눈에 확 띄는 원색을 기본으로 온갖 화려함이 담겨있는 천들은 그것으로 뭘 해보는 것이 힘들만큼 적응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전에 괜히 촌스럽게 느껴졌던 그 천을 다시 꺼내어 식탁보의 장식으로, 테이블보로 쓰면서 보니 은근히 색의 조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마도 나의 색채 감각이 좋아져서 그런것이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그런 체험이 있어서 그런지 '태양보다 강렬한 색의 나라' 멕시코라는 책의 제목은 눈길을 사로잡으며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궁금하게 하고 있다.

 

여행에세이라기보다는 예술서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는데 처음 시작이 저자 개인의 일상사에 대한 것이어서 조금 당혹스러웠다는 것이 이 책의 첫 느낌이었다. 갑작스러운 일로 이동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 오후에 급하게 가방에 집어 넣은 책이 이 책이었고 딱 알맞은 책을 갖고 간다는 든든함에 기분이 좋았었는데 멕시코에 유학생으로 가게 된 연유와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으니 내가 기대하고 있던 책이 아닌 것 같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진솔함이 있어서 당혹스러움은 금세 사라졌다.

저자가 멕시코에서 생활하던 때는 벌써 이십여년 전이라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멕시코라는 나라가 주는 그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그녀의 이야기속에서 멕시코를 느껴본다.

 

과달루페의 성모에 대한 신심에서부터 멕시코 사람들은 가톨릭 신앙을 자신들 고유의 전통과 결합하여 토착화하였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가까이 접하게 된 멕시코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삶과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예술문화에 대한 감각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임을 느끼게 되었다.

멕시코의 화가는 누가 있는지 생각해보지도 못했는데, 강렬한 자화상으로 그녀의 그림을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프리다 칼로, 그녀를 통해 알게 된 디에고 리베라...그렇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멕시코 고유의 민속공예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책에 실려있는 수많은 사진들, 특히 원주민들의 토우 작품에서부터 강렬한 색의 조화가 놀라운 집 담벼락의 페인트 색, 원주민의 전통예술인 아르테 뽀뽈라르...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장 멕시코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멕시코 혁명, 유럽의 가톨릭 신앙과 토착신앙의 절묘한 조합, 원시예술의 강렬함에 대한 이미지가 섞이면서, 멕시코에서 살면서 체험하고 느낀 것들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고 사진에 간혹 보이는 저자의 작품들은 직접 보고 싶어졌다.

유학생의 가벼운 이야기일 것 같았던 첫 느낌과는 달리 생활자의 멕시코 문화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이어서 더 좋았는데 특히 멕시코의 일상에 스며있는 예술 이야기는 멕시코에 대한 궁금증을 더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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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을 보았다 바다로 간 달팽이 11
구경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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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방인의 반댓말이 방인인가,라는 생각에 한자어에 대한 낯설음이 생겨났었다. 도대체 그 '다름'을 뜻하는 이방인은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싶었던 것이다.

이방인을 보았다,에서의 '이방인'은 누구를 뜻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나의 선입견은 그저 '외국인', 그러니까 이주노동자 정도만을 떠올렸을뿐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자. 강남의 아이들은 강북의 아이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남쪽의 아이들은 북쪽에서 온 새터민을 이방인 취급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그 모든 이들은 또 누군가에게 이방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도저히 동화되기 힘든 먼 외계에서 온 듯한.

 

이 책의 시작은 내 생애 첫 집을 마련한 인호네 가족의 아파트에서 물이 새는 이야기부터이다. 인호네 가족이 이사한 새 집이 부실공사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부동산업자, 시공업체 모두 자기들 탓이 아니라며 책임을 분양업자인 장노인에게 돌린다. 그래서 장노인의 집을 찾아가지만 장노인을 만날 수 없었던 인호의 부모님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아래층으로 물이 새는 걸 막기 위해 온갖 불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인호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 한음, 만하, 달이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노인의 집에 들어가 인호네가 부담해야하는 공사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며 한밤중에 비어있으리라 생각되는 장노인의 집에 몰래 들어간다.

장노인의 집에서 친구들과 엘피판을 집어들고 나오는데 어둠속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길을 느낀 한음은  그 후에도 께름찍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러할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며칠 후 장노인은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경찰의 수사 결과 고독사로 처리가 되어 사회의 이슈가 된다. 한음은 자신이 본 장노인의 눈길이 그가 살아있던 마지막 모습이었음을 깨닫고 장노인의 고독사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이야기의 구성은 뭔가 그럴듯하게 펼쳐지다가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뭔가 좀 개연성없이 짜맞춰서 결론으로 후다닥 치달아버린것 같은 느낌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이 청소년들이기에 약간은 과장된 모험이야기인 것도 괜찮으려나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한여름밤의 꿈같은 한바탕 소동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끝을 맺고 있지만 그 안에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 노인의 고독사라거나 부실공사, 업체의 비리, 기업의 로비와 수사 비리, 고엽제문제, 베트남 파병과 민간인 학살..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왠지 이야기의 흐름과 맞물려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닌 것 같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오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읽으려면 단시간에 쉽게 읽어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게 된다면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들과 함께 독서토론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이방인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책 속에서 언급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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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4-08-2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모습이라니.. 좀 섬뜩합니다. 지나고나서 알게 되면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무섭겠죠.
쓰신 글만 봐도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방인이라.. 그런데 정말 이방인의 반대말은 방인..? ^^;;
 
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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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간을 아둥바둥 살아내고 맞은 주말이다. 특별히 힘들고 바쁜 일은 없었지만 왠지 기운이 없던 일주일이었다. 오랜세월 몸에 배어버린 야행성의 습성때문에 작년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내게 잠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어서 요즘도 주말이 되면 원없이 틈날때마다 잠을 자곤 한다. 그런데 이것이 또 맘 편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평소의 스트레스 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아침이면 어머니에게 과일을 갈아줘야 하는데, 내가 원없이 늦잠을 자버리면 아침시간을 배고픔도 참고 내가 잠에서 깰까봐 티비 소리도 크게 못하고 숨죽여 가만히 앉아계실 어머니 생각에 언제나 어중간하게 쉼의 시간을 갖게 되어버린다. 이런 내게 요즘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는 소망이 하나 있다. 바로 여행을 떠나는 것.

 

나는 소심하다못해 겁도 많고 실수하는 것조차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라 혼자 여행을 떠나본적이 없다. 물론 하루정도의 자유일정에서 어린 조카를 책임지며 다녀보기도 했지만 또다시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봄에 가까운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보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봤지만, 역시 겉도는 힘만 주다가 결국은 뒤로 미뤄버렸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 혼자 떠나는 여행에 그렇게 괜히 힘을 주고 경직되어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잠깐, 저기까지만.

항상 그렇듯이 마스디 미리는 내 마음을 콕 끄집어내고야 만다. 무리하지말고 그냥 '잠깐 저기까지만' 가보라는 것이다.

내 누나에서 마스다 미리는 언제나 핀란드에 갈꺼야, 라는 말만 할 뿐 그곳으로 떠나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결국 그녀는 혼자 핀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의 언어가 여행지에서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을만큼 유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딱 필요한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최소한의 예의로 타인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가 너무 힘을 주고 있었구나, 싶어진다. 어른이 되었으니 그냥 한걸음 천천히 내딛으면 된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본다.

 

나이들어가는 엄마와의 여행에서 또 언제, 얼마나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여행에서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던 청춘이 고개를 내미는 것 같고. 잘 할 자신이 없어 망설이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혼자 여행을 떠나보는 것 자체가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멀리 말고 그저 잠깐 저기까지만,인 것일지도.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다음에도 같은 여행이 될리는 없다. 기분, 날씨, 몸 컨디션, 각각의 균형으로 여행의 온도는 결정된다. 같은 여행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언제나 헤어지기 섭섭한 것이다"(141)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만다 망설이지 말고 한걸음 내딛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그저 잠깐 저기까지만,이라는 느낌으로. 이번 겨울에는 꼭 어머니와 같이 가까운 곳으로라도 떠나야겠다.

 

"'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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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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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매력적인 수학 세계의 즐거움...이 있었나? 라는 물음을 되새겨본다. 아, 정말 솔직히 말해서 아주 당당하게 그렇다,라는 대답은 하지 못하겠다. 이야기중에 몇가지는 지금도 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책에 대해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하라고 하면 역시 'x의 즐거움'에 딱 어울릴만큼의 수학의 즐거움에 빠져들어 책을 읽었다고 하겠다. 숙제하느라 지겨웠고 성적때문에 싫어하게 되었던 그런 학창시절의 시험과목 수학이 아니라 가장 명확한 듯 하면서도 자꾸만 아리송하게 헷갈리는 명제를 집어던져주는 수학의 매력이 반짝거리며 담겨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왠지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수학자인 저자가 초등학생인 아이의 수학 과제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곱셈푸는 방법쯤이야,하던 저자에게 아이가 그 방법이 아니라며 잘 모르냐고 되물어 굴욕을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초등학생인 조카가 푸는 수학문제지를 슬쩍 들여다본적이 있는데 거기엔 내게 익숙한 문제들이 아니라 뭔가 좀 낯익은 듯 하면서도 낯선 문제들이 있었고, 다행히도 문제지 뒤의 해설을 보고 이해하는 수준의 문제들이어서 답안지를 보고서도 이해가 안된다는 조카에게 설명해 줄수는 있었지만 내가 어렸을적에는 그런 문제를 풀어본적이 없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말 쉽지만은 않은 것이 수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실제로 수학에서의 증명을 보여준다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수의 규칙을 설명하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수학 본연의 문제에 대한 각 장의 이야기보다 저자가 농담처럼 툭 내던지는 이야기, 자신의 체험들이 조금 더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하는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뫼비우스의 띠,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다른 때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부모로서 아이들의 학교에 가서 일일교사처럼 자신의 분야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저자는 어린 꼬마들에게 뫼비우스의 띠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뫼비우스의 띠,를 보면서 우는 아이들이 꼭 생긴다는데 그 꼬마의 당혹스러움이 이해되면서도 왜 그 상황을 생각하면 그리 웃음이 나오는지... 어린 꼬마의 시각에서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면 대부분은 신기해하면서 마술처럼 받아들이겠지만 그걸 이해할 수 없어서 울수도 있는 것 같다.

 

수학자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수학을 응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주위에 무궁무진하게 많다. 통계, 확률, 수치 분석... 이런 것들이 실제 경제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도 곱셈에 대한 이야기에서 곱하기의 경우는 앞뒤 순서가 바뀌어도 결과는 똑같겠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달라지는 경우가 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배웠던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다시 보니 새삼 재미있게 느껴지고, 수학이 아닌 과학시간에 철학적 명제인 것처럼 무한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며 예로 들었던 무한의 손님과 무한의 방이 있는 호텔 이야기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무한의 바닷물에 맹물을 한 양동이 들이 부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도 하셨는데 우리가 선뜻 대답을 못하는 사이 선생님은 '한 양동이가 들어가나 마나' 똑같이 바닷물은 짜고 변함이 없어 라며 농담처럼 웃고 지나갔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학수업이 아주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시험과 상관없이 온갖 의문을 던지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X의 즐거움은 바로 그렇게 수학이라는 것이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밀고 당기는 연인들의 전쟁을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연애 방정식에는 카오스 역학이 숨어 있다' "통계학은 유용하기도 하고 정치적이기도 하다" "7곱하기 3과 3곱하기 7은 정말 똑같을까? 곱셈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돈 문제는 물론 인생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있다"....이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바로 X의 즐거움을 펼쳐들면 된다. 어느새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을까? 라는 의문을 느낄새도 없이 빠져들어갈 것이다.

아, 물론 온전히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매트리스 수학에 대한 설명을 하며 너무 복잡하게 보인다면 저자가(나또한 동의하는바) 권하고 싶은 진짜 교훈은 모두가 알고 있듯 어떤 문제가 골치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그냥 잠이나 푹 자면 된다. 그러니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고해서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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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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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책읽기'는 사실 굳이 읽어봐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책에 관한 책도 아니고, 광고 문구에 나온 것처럼 '느리게 읽기, 즐겁게 읽기'에 대한 글인데 이미 나는 나 나름대로의 독서법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나는 책읽기를 습관처럼 하는 것에서 벗어나 더 빨리, 더 많이 읽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방향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기때문에 다시 생각을 바꿔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초반부터 책 읽기라는 것은 '마음가는대로' 읽으면 되는 것일 뿐 어떤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나 독서목록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책읽기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마음내키는대로 읽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거나 특별한 책읽기의 방식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결론적으로 그 한가지 사실을 읽고 난 후 그냥 책을 덮어둘까 라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저자 역시 제대로 읽히지 않는 책을 붙들고 끝까지 읽어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육백여쪽 이상을 읽은 책이지만 도중에 포기하고 책을 덮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 상태로 덮어두는 건 아주 쉬웠다고.

물론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내가 이 특별해보이지 않는 책을 굳이 읽으려는 것은 그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서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그 나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연히' 읽었으리라 예상되는 책을 읽어줘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잠시 했었는데 아마도 그에 대해 '나 자신만의 독서'라는 것을 조금 더 자신있게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도서목록을 보고 여름 휴가에 읽을 책을 미리 정해두고는 했었지만, 어떤 책을 사놓더라도 결국 읽지 않을 게 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고심해서 책을 선정해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가 생기는 순간 그 책은 영양가는 있지만 입에 쓴 채소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독서목록에 없는 책은 평소에는 시시해보였지만, 그 순간 달콤하고 시원한 파르페처럼 곧장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다"(202)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 마음이 가는대로 즐겁게 몰입하면서 읽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읽기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가끔 쌓여있는 책탑을 보여주면서 과연 내가 어떤 책을 읽을까요? 라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물론 혼자있을때도 가끔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이 책들 중에 어떤 책을 먼저 끄집어낼래?

주말만 되면, 연휴가 되면 특히 더 그동안 읽지 않고 쌓아 둔 책들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독서계획을 세워보곤 하지만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한다는 책을 우선순위에 두다가도 결국 내가 끄집어 내는 것은 그 순간 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이다. 그것을 너무 무성의하다거나 계획없다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즐거운 책읽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누군가의 독서목록이 나를 유혹하지만 결국 나를 사로잡는 것은 나 자신만의 독서목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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