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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을 보았다 ㅣ 바다로 간 달팽이 11
구경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7월
평점 :
예전에 이방인의 반댓말이 방인인가,라는 생각에 한자어에 대한 낯설음이 생겨났었다. 도대체 그 '다름'을 뜻하는 이방인은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싶었던 것이다.
이방인을 보았다,에서의 '이방인'은 누구를 뜻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나의 선입견은 그저 '외국인', 그러니까 이주노동자 정도만을 떠올렸을뿐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자. 강남의 아이들은 강북의 아이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남쪽의 아이들은 북쪽에서 온 새터민을 이방인 취급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그 모든 이들은 또 누군가에게 이방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도저히 동화되기 힘든 먼 외계에서 온 듯한.
이 책의 시작은 내 생애 첫 집을 마련한 인호네 가족의 아파트에서 물이 새는 이야기부터이다. 인호네 가족이 이사한 새 집이 부실공사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부동산업자, 시공업체 모두 자기들 탓이 아니라며 책임을 분양업자인 장노인에게 돌린다. 그래서 장노인의 집을 찾아가지만 장노인을 만날 수 없었던 인호의 부모님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아래층으로 물이 새는 걸 막기 위해 온갖 불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인호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 한음, 만하, 달이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노인의 집에 들어가 인호네가 부담해야하는 공사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며 한밤중에 비어있으리라 생각되는 장노인의 집에 몰래 들어간다.
장노인의 집에서 친구들과 엘피판을 집어들고 나오는데 어둠속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길을 느낀 한음은 그 후에도 께름찍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러할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며칠 후 장노인은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경찰의 수사 결과 고독사로 처리가 되어 사회의 이슈가 된다. 한음은 자신이 본 장노인의 눈길이 그가 살아있던 마지막 모습이었음을 깨닫고 장노인의 고독사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이야기의 구성은 뭔가 그럴듯하게 펼쳐지다가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 뭔가 좀 개연성없이 짜맞춰서 결론으로 후다닥 치달아버린것 같은 느낌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이 청소년들이기에 약간은 과장된 모험이야기인 것도 괜찮으려나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한여름밤의 꿈같은 한바탕 소동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끝을 맺고 있지만 그 안에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 노인의 고독사라거나 부실공사, 업체의 비리, 기업의 로비와 수사 비리, 고엽제문제, 베트남 파병과 민간인 학살..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왠지 이야기의 흐름과 맞물려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닌 것 같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오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읽으려면 단시간에 쉽게 읽어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게 된다면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들과 함께 독서토론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이방인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책 속에서 언급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