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기분 좋아져라 - 페리테일의 감성 카툰
페리테일 글.그림.사진 / 넥서스BOOKS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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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되면 또 겨울 기다리겠지. 그래도 봄! 와라!

마지막 책장을 덮는 기분이 이리 좋을수가 없다. 그러고보니 첫장을 열면서 당신의 하루하루가 '기분좋음'이었으면 좋겠다는 페리테일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인가?

오늘은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햇살이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날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가던 나날도 어제 한고비를 넘기면서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었고 마침 이러한 때 이리도 좋은 날씨는 기분 좋은 설레임을 갖고 온다.

이런 날 페리테일을 만나는 것은 더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된다.

 

하루하루 기분 좋아져라,는 주문은 페리테일이 내게 걸어주는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걸어두는 주문이기도 하고 내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해주는 마음으로 기원을 담아 걸게되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저 단순히 기분 좋아져라,를 외쳐대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전환점'을 주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니, 거창하게 '전환점'이라고 할 것까지 있겠는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왜 내게만 어렵고 힘든일들이 생겨나고 나의 앞길은 순탄치않고 행운은 비껴가기만 하고...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들때마다 나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전환'이 필요한 것인데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마음이 무너지고 있을 때 그러한 마음을 뒤집고 생각을 뒤집는다는 것을 '쉽다'라고 할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겨울이 아무리 길다한들 봄은 오고야 마는데.

조급해하지말고, 초조해하지말고 지금 이 시간을, 하루하루를 기분 좋게 살아가자는 페리테일의 기분 좋은 손내밈을 뿌리칠 것인가? 나는 손을 펴볼때마다 나를 향해 웃어주는 얼굴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만 같다.

 

그림이 모자라 글을 얹었고, 그 글로도 부족해서 사진을 하나 더 얹어 건네어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모자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얹어줌이란 생각이 든다. 그림에 글이 더해지고, 글에 사진이 더해지고 더해진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한편의 시가 되고 생각의 그림을 그려내고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나는 페리테일과 같이 미소 띈 얼굴로 주문을 외우듯 다시 한번 더 되내어본다. 하루하루 기분좋아져라.

잔인한 빨강 말고 따뜻한 빨강, 차가운 파랑 말고 시원한 파랑을 볼 수 있는 마음으로 당신의 하루하루가 '기분 좋음'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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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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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프로이트에 대해 먼저 알아야했고, 그의 누이들의 삶에 대해 알았어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실화이고 무엇이 작가의 창작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프로이트의 여동생의 삶을 어찌 이해한단말인가.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프로이트와 그 가족들의 삶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더욱더 이 책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프로이트의 삶에 대해서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 많아 그리 어려울 것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런던으로 망명해 보낸 시기의 기록은 자세히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기에 그의 누이들에 대한 기록은 전혀없다. 처제를 비롯한 부인의 친가 친척들과 가정부,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까지 데리고 망명을 간 프로이트는 친누이들은 한명도 데리고 떠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의 누이들은 나치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수용소에 들어간 아돌피나와 자매들의 모습이었다. 나치 수용소에서의 이야기인가? 생각하며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는데 아돌피나 삶의 마지막 지점인 수용소에서 과거의 회상으로 넘어가 다시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시간의 흐름으로 소설은 구성되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고 존재에 대해 부정당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지그문트에 대한 감정,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동생 클라라와의 우정과 그녀의 영향, 어린 시절 그림을 함께 배웠던 라이너에 대한 첫사랑의 감정...

아돌피나는 클라라와 함게 정신병원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애인에게 버림받아 오빠에게 임신중절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아돌피나의 파란만장한 삶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일이지만 저자는 그런 표면적인 부분들만이 아니라 아돌피나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사랑과 광기,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한다.

 

"아돌피나를 둘러싼 침묵이 매우 요란해서 나는 이 소설을 그녀의 목소리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생애에 관해 알려진 사실들은 소설의 배경이나 내가 몇년씩 헤매던 미로의 벽과 같았다. 나는 미로 속에서 아돌피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통로를 찾아다니며 그녀의 목소리를 글로 옮기면서 소설을 통해 역사 속에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었다"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가 말한대로 아돌피나 프로이트의 삶은 이 책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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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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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나이만 먹고,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일까.

아침에 문득 존재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라고 말하고 있지만, 굳이 무엇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말하고 있지만 문득문득 그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싶어지는 것이다. 어릴적에 꾸었던 많은 꿈들을 이루지 못했지만 나는 나름대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존재는 그냥 그것으로 됐다는 것일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 묘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책을 읽고 나면 공감 그 이상의 느낌이 생겨나는 것 같다. 무심코 읽어넘겼던 글들이 굳이 다시 되새기지 않아도 일상에서 툭툭 튀어나오게 될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건 아니지만 한번쯤은 잠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결혼을 하여 전업주부가 되고 엄마가 되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 사람에게도, 어릴적 꿈은 사라져가고 하루하루 되풀이되는 일상을 살아가며 바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 같은 것뿐인 독신 직장여성에게도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뭐지?'라는 물음은 순간순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내가 그 '무엇'인가를 꼭 이뤄야 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여전히 나는 이 많은 물음에 대해 나 자신의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왠지 마스다 미리의 이 글들을 읽으면 마음이 놓이고 위로가 된다. 수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그런 위로가 아니라 그 글에 담겨있는 따뜻함이 위로가 되는 것이다.

 

"아까의 작은 나무. 푸르디 푸르러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울타리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벚꽃나무처럼 모든 사람이 이름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가시나무. 사실은 커다란 나무다. 그런데도 종가시나무는 울타리 역할까지 잘 해낸다. 벚꽃나무는 할 수 없는 일을 종가시나무는 하고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나는 종가시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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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에 꿈이 있으면 언제나
이 꿈대로 걸어갈 수 있으리라 느껴요.
아직 멀었지요.
마흔에도 쉰에도 예순에도 일흔에도
꿈은 멈추지 않는구나 싶어요.

chika 2014-01-20 13:26   좋아요 0 | URL
멈추지 않는 꿈...
학창시절에 선생님께서 사랑은 변하는 것이다,라고 했을 때.
'사랑'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십대가 되었을 때, 삼십대가 되었을 때, 사십...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가 조금씩 변하듯 사랑의 감성이라는 것도 바뀌어 가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간직하고 있는 꿈을 이루기 위한 나의 노력들도 달라지겠지만.
멈추지는 않는다,는 것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좋은 말씀이예요 ^^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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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면서 버그가 생긴다거나 새천년이라면서 획기적인 이벤트가 있다거나... 벌써 십사년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 새천년이라는 말도 시들해질때가 되었는데 나는 이천년이 되는 그 해, 21세기가 된다고 믿고 있었고 친구는 이천년까지는 20세기라고 믿고있어서 서로의 주장을 팽팽히 외치던 것이 생각난다. 웃긴것은 서로의 근거가 책에서 읽었다는 것이었고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또 각자가 읽은 자료를 갖고 와서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책 한권을 얻기로 했었는데, 결국 책을 얻은 사람은 없다. 우리처럼 의견이 분분했었는지 모 신문에 이천년이 과연 몇세기인가 라는 내용에 대해 기획기사가 나왔었고 결론은 학자마다 서로 주장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나는 어쩌면 그때부터 조금씩 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놓고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그 결과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더욱더 내가 읽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을 해봐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러기가 쉽지는 않다.

[책의 정신]은 이미 책의 권위에 대해 신뢰를 버리기 시작한 내게는 충격적일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삼 다시 확인하면서 읽고 있으려니 새롭고 재미있다.

 

총 5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의 정신'은 책을 읽는 우리로 하여금 아무런 의식없이 책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의 시각을 잃지말고 책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우리가 흔히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한 세계의 고전들 역시 몇세기를 지나며 전해져오는 이유가 그 책이 지혜와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의심없이 고전읽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 책의 첫번째 이야기에서부터 그러한 생각을 뒤집어버린다.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인 프랑스혁명을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친 책으로 사회계약론같은 책을 떠올리지만 실상 당시에 가장 많이 읽힌 책은 연애소설들이며 포르노그래피로 분류되는 소설들을 국가권력은 왜 부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소설가 장정일의 그의 소설로 유죄를 받았지만, 그 문제시되는 표현을 그대로 옮겨놓은 강금실 변호사의 변론은 아무런 제재없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실 나는 첫번째 이야기가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것이어서 이 책이 재미있게 술술 읽힌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에 포르노 소설의 묘사가 그대로 나온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번째 이야기에 언급되는 갈릴레오의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의 소크라테스 이야기, 네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본성과 양육, 진화심리학에 대한 연구와 그 연구의 거짓을 밝혀내고 다른 이론 연구가 시작되고, 그 모든 것들이 다 조작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에까지 이르러서는 어쩌면 [책의 정신]에 실려있는 글조차 다시 한번 의심해봐야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흥미롭게 실려있어서 재미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책에 언급되는 내용들은 이미 오래전에 한번쯤은 들어봤던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의 명언은 이미 그의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습관처럼 그의 명언이라 일컫고 있다) 공자의 이야기는 알면 알수록 공자라는 인물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는 것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정신]이 담고 있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다섯번째 이야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의 학살에 대한 내용은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데 만약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책의정신]을 읽고 난 후 이어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어느 이야기하나 빼놓을 수 없이 다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지만, 내 마음을 가장 뜨끔하게 하는 건 아직 읽지 못한 채 쌓아두고 있는 책들이다. 집에 쌓여있는 책들을 떠올리며 나 역시 이 책들을 또 다른 의미의 감옥에 가둬놓고 폐지보다도 못한 책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책을 더 많이, 더 깊이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책'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책의 정신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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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애 따위를 놀 청소년문학 28
방미진 지음 / 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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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도 순정만화를 즐겨읽지 않았던 나는 대놓고 순정만화풍인 이 책의 표지가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다. 때로는 유치찬란한 단순함이 재미있고 오히려 더 깊이있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왠지 눈망울에 별이 반짝이는 순정과 연분홍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서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데 책의 표지가 눈에 밟힌다. '19금 초과 금지'는 잠깐 웃음을 주지만 호기심을 넘어 지금의 청소년들에 대한 감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게 되어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다가 제목이 '어쩌다 연애 따위를'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연애에 목숨을 건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없어보이는 요즘의 십대들인데 이건 너무 도발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은게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안평과 조신이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는 옴니버스소설을 연상케하는데 각자의 생각과 느낌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이 그대로 등장인물의 마음으로 표현되어 이야기는 진행된다.

꽃미남에 마성의 매력을 지닌 조신, 평균이하의 외모와 평범함 그 자체로 개성을 드러내지만 감성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게이 소년 안평, 조금 통통하지만 그것을 매력이라 생각하며 자신감 넘치는 소녀 서두, 연애인 팬덤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이제 팬까페의 탈퇴를 기점으로 모든 팬질을 떠나려 하는 박순, 공부도 외모도 성격도 특별할 것이 없는데 꽃미남 조신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우울하고 자신감없는 순정... 이들의 서로 얽히고 얽힌 관계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십대 청소년들의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현실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속어와 욕이 난무하는 것은 여과되지 않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에 의해 조금은 여과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십대들의 생각과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책을 읽으며 나도 어느새 내가 어릴 적에 봤었던 기성세대의 틀에 박혀버린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욕을 하는 것은 어느새 입버릇처럼 습관적으로 일상언어속에 들어가 있고, 이성간의 교제는 어른들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듯 삼각관계와 바람둥이의 모습과 공공연하게 동성애자가 당연한 듯 등장하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너무나 가벼워보인다. 이제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들여다보기보다는 그 세태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면을 드러내고만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집단도 언젠가는 이해관계에 따라 특성을 약점으로 규정하며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려는 마음이 나를 지독하고 잔인한 인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인간은 그런 존재라는것을. 사랑은 추악함을 부르기도 한다"(129)는 박순의 독백을 우리들 역시 동의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이 책을 덮어두고 잠시 생각해본다. 지금 현재, 이 땅에서 입시에 시달리며 이성친구를 사귀며 연애도 해야하고, 동성애자로서의 고민의 단계를 넘어 좋아하는 동성에게 고백이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십대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 것인가.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라고 보여주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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