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생각 Meta-Thinking - 생각 위의 생각
임영익 지음 / 리콘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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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생각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 책 정보를 살펴보려고 하는데 띠지에 적힌 말이 바로 그 관심을 꺼버렸었다. '이것이 바로 공부의 진짜 기술이다'

생각의 이중 스캐닝, 생각 위의 생각, 창의력... 이런 것들은 혹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고력에 대한 책은 아닐까 싶어 더이상 도서정보를 살펴 볼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닥 큰 관심이 없던 이 책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무엇이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단순히 '공부'를 잘 하기 위한 창의력 증진 같은 흔한 광고 문구의 내용이 아니라 진짜로 '새로운 생각의 개념'을 담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혹하고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연결하고 확장하고 폭발시키는 생각의 점화장치"가 메타 생각이라고 한다면 내가 평소에 재밌어하는 발상의 전환, 역발상,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판단하기 같은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인데 띠지의 문구 하나만을 보고 청소년 대상의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했으니 이 책을 읽지 않고 지나쳤다면 나중에 괜한 탓을 하면서 후회했을 것 같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지금 '메타 생각'이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똑부러지게 무엇이다,라는 설명을 못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텐데, 사실 창의력, 역발상... 이런 건 개념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사용하게 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나 역시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곤 했었는데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그러한 엉뚱함도 역발상의 한 부분일수가 있다. 그냥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또한 한가지 방식의 해결책만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의 폭을 넓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고 합리적으로 추론을 해본다는 것인데 왠지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괜히 논리정연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런 뜻은 아닌데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 책의 실체를 보기 전에 이렇게 개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해하기 쉽게 수학 성적을 올리고자 하는 겜이라는 학생을 등장시켜 그 학생에게 수학의 참다운 재미가 성적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끌어가고 있는데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과 수의 계산과 개념에 대해 전혀 다른 부분들을 수수께끼 풀이처럼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리 어렵지 않아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조금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통째로 들어내버려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좀 더 심화된 이야기들은 그것을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잇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또 한권의 책이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뇌는 쓰면 쓸수록, 창의적인 생각은 하면 할수록 좋아진다고 하니 이제 열심히 뇌세포를 자극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메타생각'이 무엇인지 정보를 좀 얻고 이 책을 펴보기보다는 그냥 믿고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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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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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장을 덮고 작가후기에서 '이제 이 이야기는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다'는 말을 발견하고 어찌나 기쁜지. 그 마음을 깨달은 순간 나는 이 이야기가 쉽게 끝나지 않는 기나긴 연작이면 어쩌나 라는 걱정을 꽤 많이 했다는 것을 확인해버렸다. 이미 익숙해져버려 끊어내고 싶지만 끊지 못하고 줄기차게 신간이 나올때마다 구입해 읽고 있는 명탐정 코난에 대한 악몽이 시작되는 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전편을 읽지 않고 각각의 낱권을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이 진행되는데 이야기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 시오리코와 점원 고우라가 고서당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서에 대한 사건에 얽히며 일을 해결해나가며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감정의 변화까지 곁다리로 진행되어가는 구성이다.

특히 이번 4권에서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일본 추리소설 작가인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욱 흥미를 갖고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 매니아가 아니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읽기는 했지만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어서 나름 재미있기도 했다. 본격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에 대한 책, 추리소설에 대한 추리소설로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라는 생각이다.

 

4권의 이야기는 대지진 사건이후부터 시작된다. 대지진 이후 비블리아 고서당에 시오리코의 어머니를 찾는 의뢰인이 나타나고, 우연인듯 십년동안 연락 한번 없던 시오리코의 어머니 시노카와 지에코가 비블리아 고서점에 나타난다.

비블리아 고서당에 의뢰를 한 정체불명의 의뢰인은 직접 주문 고객이 아니라 통판목록에 있는 주문고객이어서 시오리코와는 안면이 없고 어머니 시노카와의 고객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그녀의 의뢰는 고서를 찾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집에 보관되어 있는 금고의 문을 열어달라는 것. 그것이 해결되면 집에 보관하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희귀 초판본을 포함한 컬렉션 모두를 비블리아 고서당에 판매하겠다는 조건이다. 이 놓칠 수 없는 엄청난 제안에 시노카와는 해결의 의지를 불태우는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철저한 고증과 자료조사를 통해 실제하는 이야기와 저자의 소설이야기가 절묘히 섞이면서 고서에 대한 이야기는 그 나름대로 흥미로움을 갖게 하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아직 비밀에 싸여있는 시노카와 지에코의 행방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갖게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노카와 가족에 대한 뒷얘기와 시노카와와 고우라의 연애도 궁금해지고 4권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궁금해 읽고 싶어진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으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로 무궁무진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이어서 그리 만만하게만 볼 책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후편을 기다리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고. 물론 나 역시 4편을 이제 막 다 끝냈는데 5편이 어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덧. 누군가의 지적대로 오타가 좀 눈에 띄었고, 책장을 걷기만 했는데 뒷부분의 제본이 쩌억 갈라져 책이 나뉘어버리고 있다. 책을 빨리 펴내는 것도 좋지만 편집과 인쇄에도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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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 평범한 소신맘의 두근두근 산교육 여행기
류한경 지음 / 조선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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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시절을 기억하면 언제나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거나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부모님은 항상 일하러 나가셨는데다 아버지는 낮엔 밭일을 하고 저녁엔 야간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느라 집에는 항상 저녁 늦은 시간에야 들어오셔서 나중에 집에 같이 있게 되면 오히려 어색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내게도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다 함께 음식을 싸들고 아흔아홉골 구비의 풀밭에 앉아 놀았던 기억이나 모충사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기억들이 있다. 가끔 친구들이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여행다니기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나는 오히려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할꺼라며 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내가 데리고 다녔던 어린 조카 역시 어린 시절의 여행을 추억의 한켠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는 사실 책의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대강 짐작이 되는 이야기이다. 사교육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교육시키고 여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는 지극히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조카들이 더이상 어리지도 않은 내게 굳이 이 이야기가 필요할까 싶었지만 나는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험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보물을 생각하면 두렵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떠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아시아, 서유럽이 아니라 베네룩스 3국이라니.

 

아이들의 성적에 열을 올리고 과정보다는 결과에 연연해하며 어떻게 해서든 돈을 아껴 엄청난 사교육비를 충당하려고 하는 노력을 과감히 버리고 조금 더디가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고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가 더욱 굳센 마음과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저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고 있다. 사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고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그것을 느끼면서 여행준비를 하게 되지는 않는데, 실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베네룩스 3국에 대한 여행 준비를 하면서 아들 준이는 여행가기 싫다는 말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은 준비하면서, 실제 여행을 하면서, 여행이 끝나고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직간접체험으로 세번의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은 흥미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엄마만 동분서주한다면 그것은 반쪽 여행일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놓고 여행준비를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나도 어린 조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봐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더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 어른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모나리자의 미소에 감탄하고 비너스와 나이키 조각상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것은 어른의 몫일뿐 열살도 되지 않은 조카에게는 오히려 루브르 박물관을 빠져나오는 길에 마주친 모조품 조각상을 어루만지고 똥침을 넣는 재미를 느끼며 예술품과 친근함을 갖는 것이 더 좋은 경험이었으리라. 그림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마음을 접고 아이가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좀 더 흥미롭게 아이들과 엄마의 베네룩스 3국 여행기를 읽을 수 있었다.

여행지를 둘러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서관 탐방 정도로만 여행일정을 떠올릴 수 있는 내게 좀 더 범위를 확대하여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일정을 찾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느꼈고, 결코 여행은 충분하다고 생각할만큼 여행경비를 모아놓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비나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아껴서 모은 돈으로 결단력있게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함께 떠날 아이들은 없지만 나 자신의 경험과 배움을 위해, 나 역시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자연을 만나고 더 단단해지기 위해 또 하나의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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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3-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리뷰 내용에는 백배 공감합니다.
여행의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그 효과와 감동까지 부모가 계획한대로 이끌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요.
그리고 제 생각에도 여행은 나이들어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때 하는 것도 좋지만 어릴 때 많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chika 2014-03-23 12:01   좋아요 0 | URL
^^
비싼 경비 들이고 외국가서 겨우 놀이터에서 놀다 오는게 말이 돼? 라고 묻는다면 과감히 '된다'라고 할거예요. 나와 생김새가 좀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얼마나 큰 경험인데요.. 그죠? ^^
 
영혼의 연금술 -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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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로 유명한 에릭 호퍼의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이가 오로지 독서와 사색만으로 이렇게 인간과 세계의 모습에 대해 깊은 철학적 통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은 곧 나 자신은 무엇을 읽고 배웠나 싶은 생각을 해보게도 한다. "남과 나누기를 꺼리는 영혼은 보통 자기 것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여기에서 인색함은 영혼이 빈곤하다는 징조이다"(132)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수가 없다.

 

사실 이 책에 대해 말하라면 이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짧게는 한 문장, 길어봐야 한쪽짜리 분량도 되지 않는 문장들에 담겨있는 것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고 종합하는데는 만만치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그만큼 집약된 문장속에 인간에 대한 통찰과 사색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도, 격하게 고개를 흔들며 동감하게 되는 문장도, 지독히 냉소적으로 들리는 문장이나 선뜻 동의하기 힘든 문장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의 생각이나 경험과는 상관없이 그것 자체가 세계와 인간의 한 단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끝내는 동의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단순함을 이해하는 자체가 단순한 일이 아니다."(230)라는 그의 말이 한번 더 나의 마음을 울린다.

 

사실 나는 이 아포리즘 모음집을 정독하며 하나하나 다 읽지는 않았다. 순서대로 읽은 것도 아니고 옆에 두고서 마음내키는대로 아무쪽이나 펼쳐들고 하나씩 읽어나갔다. 두세번 읽은 것도 있지만 아직 펼쳐보지 않은 곳도 있다. 철학자 에릭 호퍼가 평생을 독서와 사색을 하며 얻은 통찰을 축약하여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 글을 단숨에 읽어 이해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그 많은 것을 한꺼번에 주워담아 넣는다고 내게 없던 통찰력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야금야금 하나씩 틈날때마다 새겨넣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지금 나의 처지에서 내게 순간적으로 와 닿는 말은 "인생살이의 비결 중에서 최고의 방법은 우아하게 나이 먹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다"(235)이다. 들어보면 아주 당연하게 하는 말들이지만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서 우아하게 나이 먹는 법을 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과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 위장으로 끝나든, 진짜 내면의 변화를 맞이하든, 이것은 자기를 인식하지 못하면 실현할 수 없는 일이다"(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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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특설대 - 1930년대 만주,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토벌부대
김효순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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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정인, 특정 집단을 비난하거나 헐뜯으려고 쓴 것이 아니다. 일제의 폭압적 통치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항일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밀어서는안 된다. 항일 행위는 당사자의 목숨은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의 파멸까지 초래했던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항일의 현장에서 사살됐거나, 체포 된 후 고문으로 숨졌거나, 수감 생활 중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숨을 거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런 고난의 의 길을 걷지 않았다고 모든 사람에게 따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항일 운동의 반대쪽에 섰던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파렴치한 짓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에도 김학철과 홍사익을 같은 반열에 놓고 논할 수는 없다. 항일 무장 무대와 간도특설대도 마찬가지다. 간도특설대가 민족의 자랑거리였느니, 민중의 편이었느니 하는 새빨간 거짓말이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공비 토벌'이라는 말이 항일 영령을 악귀처럼 내쫓아버리는 전능의 부적으로 사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공비 토벌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왜 간도특설대에 대해 이야기하는가,라는 것은 이제 더이상 질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간도특설대라는 것을 들으면서 잠시 헷갈려했다. 1930년대 만주, 조선인으로 구성된 '친일토벌부대'라는 것을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특별구성된 부대인건가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뜻이 말 그대로 '친일'토벌부대라는 것을 알고 경악을 금할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것을 그렇게 정반대로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나 자신의 무지함에도 화가 났지만 해방이 되고 국가재건을 하는 과정에서 친일행위에 대한 정확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친일행적을 한 이들이 국가의 주요 권력을 장악하고 반국가적인 친일행위에 대해서는 공공연하게 묻혀버리고 말았던 우리 과거의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해 더 화가 난다. 저자의 에필로그에서도 말하고 있듯 '항일 운동의 반대쪽에 섰던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파렴치한 짓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 역사는 그러하지 않고 있으니...

 

책에 인용된 박지영과 박남표 부자의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하고 있다. 박지영은 항일투쟁으로 목숨을 바친 이들이 많은 항일열사가문의 자손으로 그 역시 항일투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고 그의 아들 박남표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이별한 후 두번 다시 만나지 못했고,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마저 살아생전에 만나지 못하고 무덤앞에서 오열할수밖에 없는 슬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다. 그보다 더한 역사의 아이러니는 그가 함께 한 육사동기생들을 살펴볼 때 더 극심해진다.

"박정희와 송석하는 일제 패망 때 만군 중위와 상위(대위)였다. 펑톈 군관학교 5기생인 송석하는 간도특설대 창설에 주요 역할을 했으며 박남표보다 8세 연상이다. 박남표는 그의 부친이 키웠던 항일 전사들을 토벌하던 사람과 함께 육사 군사교육을 받은 셈이다. 동기인 박종철은 [독립신문] 주필을 지낸 적이 있는 매부가 해방 후 월북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파면됐다. 2기가 배출한 대장 가운데 한신은 학병, 문형태는 지원병 출신이었다. 일제의 영향이 여러모로 깊게 남아있는 인적 구성이었다."(84)

 

이 책은 간도특설대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서술한 글이 아니다. 그저 간도특설대가 어떻게 구성이 되었으며 그들의 행적, 그 부대에 있었던 간부들이 어떻게 해방된 조국에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는지, 중국이 인정한 항일열사 3125명 가운데 98퍼센트가 조선인일 수 있는지... 1930년대 만주에서 일어났던 일의 지극히 일부분을 사실자료에 근거해 담담히 서술하고 있을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항일 조선인에 대해 오히려 우리보다 중국에서 더 인정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하니 답답함을 넘어서 부끄러워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항일운동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친일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항일열사의 후손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알게 된 것이 아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역사의 흐름을 잡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닌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의 잘못일 것이다. 이제 더이상 새빨간 거짓말이 역사의 진실인양 떠벌여지는 일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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