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소녀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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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녀로 몰려 화형 당한 두 소녀의 유령이 출몰하는 작은 마을. 그곳으로 부임한 신부와 그녀의 딸. 모녀는 작은 마을 특유의 텃새와 따가운 눈초리를 느끼며 그곳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런데 한밤중, 아무도 없는 교회에서 낯선 그림자가 서성이고, 불에 탄 냄새가 진동한다. 숲으로 가는 길쪽에선 머리 없는 여자 귀신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 마을에는 도대체 어떤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을까?


C.J.튜더의 신작 공포소설 '불타는 소녀들'을 읽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스티븐 킹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공포 스릴러인데, 역시 다른 게 있다면 킹의 소설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스터리'를 깔고 간다는 것이다. 킹의 소설은 거의 모두 초자연적 현상이 벌어지고 그 공포가 마지막에 가서도 공포로 끝난다. 튜더는 초자연적 현상과 인간의 범죄를 교묘하게 뒤섞어서 라스트에 이르면 공포 현상은 사소한 배경으로 밀려나고 범죄의 내막이 크게 드러나는 구조를 선호한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한 플롯이다. 초중반까지는 마을을 지배하는 불가해한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다가 후반부는 '악의 실체'가 밝혀지며 그때까지 풀어놓은 모든 복선이 회수되는 추리소설의 묘미를 선보인다. 이 작가는 언제나 최종 라스트에 몇 개의 작은 반전과 커다란 반전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묘가 빛을 발한다.


데뷔작 '초크맨'과 후속작 '애니가 돌아왔다'까지는 킹의 색깔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는데 세 번째 작품 '디 아더 피플'에서부터 노선이 바뀌고 있다. 내가 느낀 바로는 '킹+할런코벤'의 조화로 노선을 바꾼 것 같다. '디 아더 피플'에서부터 할런 코벤의 느낌이 강하다 싶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중후반부 내달리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할런 코벤식 범죄 스릴러와 닮았다. 때문에 이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긴 하지만 '킹과 코벤'을 많이 읽은 독자에겐 다소 익숙하고 식상한 느낌 또한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볼 순 없다. 아마도 아직 튜더는 공포 스릴러 작가로서 성장하는 단계에 있고, 다음 혹은 다다음 작품부터는 더욱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내리라 생각한다.


할런 코벤의 소설 속 미스터리는 모두 과거에 숨겨져 있다. 즉 과거가 안고 있는 비밀이 후반으로 갈수록 하나씩 터져 나오는 구조다. '불타는 소녀들'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녀사냥 때 화형 당한 두 소녀 유령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비밀스러운 마을이 감추고 있는 과거는 과연 얼마나 무섭고 추악한 것일까! 튜더 여사 특유의 감칠맛 나는 필력이 가독성을 높이고 특히 장르소설, 장르영화 등 대중문화 코드를 깨알같이 쏟아내는 대목들이 미스터리 팬으로서 즐거웠다. 여름밤에 읽기 좋은 으스스한 공포 소설임엔 틀림없다.


-> 개인적으로 책속 딸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이다인 척 하는 고구마라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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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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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전개는 흥미로웠으나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는 중반부터 신비감은 사라지고 상상력은 진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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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인
쇼다 간 지음, 홍미화 옮김 / 청미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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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갓길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남자는 41년 전 유괴 살해된 아동의 아버지로 밝혀진다. 41년 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아동 유괴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가 어째서 41년이 지난 후 시체로 발견된 것일까. 더구나 그 장소는 41년 전 납치범이 몸값을 건네받기로 했던 곳이다. 남자의 죽음과 함께 41년간 묻혀 있던 아동 유괴 살해 사건의 충격적인 전모가 드러난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쇼다 간의 '진범인'은 한 편의 잘 짜인 범죄 수사극이다. 이 소설에는 불가능한 살인도, 기막힌 트릭도, 명쾌한 추리도 없다. 비교하자면 에드 맥베인의 '87분 서 시리즈'와 무척 닮았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경찰들의 치열한 탐문 수사 과정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41년 전 유괴 사건 당시와 26년 전 시효 1년을 앞둔 상황, 그리고 현재의 시점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현재와 과거가 왔다 갔다 해서 처음엔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두 번째 과정, 시효 1년을 앞둔 상황에서 형사들의 치열한 재수사 과정을 다룬 대목이 주 스토리다.


오래전 본 미드 '콜드 케이스'가 문득 떠오른다. 살인사건에 공소시효 따윈 없다고 말하는 콜드 케이스 수사관들의 끈질긴 탐문 수사는 이 책 속 형사들과 닮았다. 시효를 1년 앞둔 상황에서 급하게 조직된 특별 수사반 대원들은 각자의 신념과 수사 방식을 총동원해서 어떡해서든 범인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들에게 있어 과거는 현재다. 14년이 지나 모두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그 과거가 형사들에겐 놓을 수 없는 마지막 진실의 끈인 셈이다.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그리고 각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남은 시간 전까지 최후의 투혼을 불사르는 형사들의 분투는 그 자체로 묵직한 재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콜드 케이스' 얘길 했지만, '실종 사건 전담반'이라는 미드와도 닮았다. 그리고 로스 맥도날드의 소설과도 스타일이 비슷하다. 현실 속 사건은 그런 법이다. 명탐정이 나타나 놀라운 추리로 단번에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책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처럼- 현실 속 사건은 두 다리가 아프도록 달려야 한다. 끝없이 탐문수사를 하고 작은 실마리 하나에 희망을 걸고 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한다. 범죄는 일어난 그 시점부터 과거가 된다.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난다. 형사들의 피와 땀은 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힘겨운 몸부림이다. 그 속에 피해자의 아픔과 진실의 절규가 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형사의 사명이다.


낯선 작가, 낯선 제목의 책이었지만 대단히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저력이 만만치 않은 작가였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출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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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약속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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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는 성인 DVD를 훔치려다 매장 직원에게 붙잡히자 호신 스프레이를 뿌리고 달아난다. 꼬마는 엄마가 아닌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모르는 아저씨가 매달 선물과 생활비를 보내준다. 꼬마는 도서관에서 7년 전 사건 기사를 한참 보다가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급히 간다. 그런데 택시비가 모자라 기사에게 호신 스프레이를 뿌리고 도망치려다가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서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꼬마를 조용히 바라보는 나츠메 형사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한다. 


'형사의 눈빛', '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에 이은 나츠메 형사 시리즈 3탄. 전작 '그 거울은~'이 장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집이다. 다양한 인간이 저지르는 기묘한 사건 뒤에는 언제나처럼 나츠메 형사가 있다. 그는 사건 해결 자체 보다 진실을 찾고자 애쓴다. 그리고 그 진실 너머에서 진정으로 피해자와 피의자를 구원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늘 느끼지만 야쿠마루 가쿠는 범죄라는 끔찍한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파고든다. 그래서 스릴러 물이지만 매우 서정적이고, 휴머니즘이 짙게 깔려 있다.  


어떻게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와 닮았는데,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인간적인 매력이 작품 전체를 이끄는 동력과도 같다. 가가 형사처럼 나츠메 형사도 시리즈를 읽다보면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의 사연을 연대기처럼 알아갈 수 있는 부가적 재미가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나츠메 형사 신상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 발생한다. 이 시리즈를 쭉 지켜본 독자라면 가슴이 뛸 정도로 기쁘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아픈 사건이라 추후 이 시리즈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듯하다. 


야쿠마루 가쿠는 국내 출간작을 다 읽었는데, '데스미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스러웠다. 더구나 나츠메 형사 시리즈는 미스터리적 재미와 강렬한 인간 드라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보기 드문 걸작이다. 앞서 히가시노 게이고 얘기를 했지만 야쿠마루 가쿠야 말로 이미 차세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자리에 우뚝 올라선 가장 대중적인 미스터리 작가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한 순간도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가독성 넘치는 필력이 히가시노와 닮았다. 작가가 빨리 다음 나츠메 시리즈를 내놓길 기대한다.  


p.s. 독립된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작품이라 이 한편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앞선 시리즈를 먼저 읽고 이 작품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츠메 형사의 개인적 사연, 그리고 그가 과거에 접한 사건과 사람들이 이번 시리즈에서 언급되거나 재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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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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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지키는데 목숨이 대수인가? 진정한 형사의 자세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범죄소설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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