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저택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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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기 전이지만, 우선 책 크기 너무 작고, 페이지 200쪽 조금 넘는 책이 15000원이라는 가격은 조금 아쉽다. 조금 큰 판형으로 편집했으면 150쪽도 안 나올 분량, 12000원 정도가 적절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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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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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7명이 일본 최대 규모의 댐을 무장 점거한다. 그들은 직원들을 인질 삼아, 50억 엔을 요구한다. 24시간 안에 돈이 준비되지 않으면 댐을 폭파시켜 하류 마을을 수장시겠다는 것! 통신이 단절됐고, 폭설로 접근도 불가. 유일한 통로인 터널은 테러리스트들이 파괴! 경찰 당국은 완전 속수무책, 어떤 대책도 내리지 못한다. 이 절박한 상황에 유일한 구원자는 댐 관리 직원 도가시. 비번인 그는 얼마 전에 조난 사고로 죽은 친구의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퇴근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테러리스트들의 살인 행각을 목격하고 눈 위에 홀로 고립된다. 가진 거라고는 댐과 산에 관한 지식뿐인 그는 무기 하나 없이 테러리스트들과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 

 

오다유지, 마츠시마 나나코 주연으로 일본에서만 300만 명 이상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화이트 아웃'의 원작 소설. 작가 심포 유이치는 이 작품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의 영광을 거머쥔다. 테러리스트가 점령한 댐과 발전소, 그리고 그에 맞서는 단 한 명의 남자. 이 구도는 영화 '다이하드'와 똑 닮았다. 작가도 아마 '다이하드'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왔으리라. 말 그대로 무대를 일본으로 옮긴 '눈 위의 다이하드'라고 보면 된다. 


잘은 모르지만- '화이트 아웃'이 일본에서 95년도에 출간했는데, 당시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되지 않았을까 싶다. 본격 혹은 사회파 소설에서 벗어나 '첩보, 액션, 활극'이라는 기존 일본 소설에선 볼 수 없었던 키워드를 대거 활용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정이나 스토리가 공상에 머무르지 않고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촘촘한 사실성과 리얼한 현장감을 제공하는 것이 마치 톰 클랜시나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연상케 한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무엇보다 한 편의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스케일과 짜릿한 긴장감이 가독성을 높인다. 

 

영화는 일본판 다이하드의 플롯을 그대로 따르지만, 소설은 좀 더 흥미로운 플롯으로 뻗어나간다. 숨막히는 심리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일관하던 소설이 후반부에 이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던지며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일종의 서술트릭이 구사되는데,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는 라스트에 이르면 초중반의 모든 복선이 깔끔히 회수된다. 한 마디로 액션 서스펜스 소설로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도 제 몫을 다하는 고품격 오락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외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8킬로미터나 떨어진 다음 댐으로 이동한 도가시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다시 테러리스트가 있는 댐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죽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굴도 본 적 없는 여자를 구하러 지옥 속으로 다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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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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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지내던 이웃이 죽었다. 애도의 마음으로 이웃이 쓰던 휴대폰을 관 속에 몰래 넣었다. 그날 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웃의 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죽은 자의 폰에서 답장이 와 있다. 스티븐 킹의 신작 '피가 흐르는 곳에'는 3편의 중편과 1편의 경장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4편 모두 킹의 전문 분야인 초자연적 공포를 인간의 심리 속에 절묘하게 담아낸다. 


네 편 모두 조금씩 인상적인 면이 있었다. 첫 수록작 '해리건 씨의 전화기'는 죽은 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라는 고전적인 공포 방식이 SNS로 대표되는 요즘 세대에 오히려 신선한 장치로 어우러진다. 두 번째 작 '척의 일생'은 난해하지만 신비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척의 죽음에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전 세계 곳곳에 나타나는 오프닝은 어딘지 크툴루 신화적인 느낌도 난다. 세 번째 수록작 '피가 흐르는 곳에'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시리즈의 외전으로 홀리 기브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재미없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의외로 이 외전은 꽤 흥미진진했다. 경장편에 가까운 분량에 기승전결의 구도가 뚜렷하고, 가장 안정적인 플롯을 선보인다. 


마지막 작품 '쥐'는 일종의 메타 픽션이다. 잊을 만하면 스티븐 킹이 즐겨 써먹는 '작가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되씹는 작품이다. 창작가들에겐 공통적인 두려움이 있다. 머릿속에만 꽉 차 있는 이야기를 단 한 줄도 써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공포! 그럴 때면 쥐든 귀신이든 나타나서 이야기를 술술 끄집어 내주기를 바란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읽으면서 킹은 장편보다 단편에 강한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킹의 후기 장편에 워낙 실망을 많이 했는데, 역시 중, 단편 실력은 여전히 빼어났다. 물론 초기 중, 단편들에서 보인 심장을 찌르는 듯한 섬뜩한 공포와 날카로운 필력에는 모자란다. 특히 수록작 대부분이 라스트에 특별한 반전없이, 장르 소설의 공식대로 끝맺는 게 조금 아쉬웠다. 물론 작은 아쉬움이다. 킹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각기 다른 네 가지 색 공포의 향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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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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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한 편으로 신뢰하는 작가가 된 마리아나 엔리케스.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단숨에 구입했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12편의 단편 및 중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이 작품이 그녀의 첫 공포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적 상상력의 원형 혹은 원석에 해당하는 작품 같았다. 두 작품의 테마 또한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지역의 풍습과 지형의 특성을 아우르는 무속 신앙, 여성 차별과 고독, 소외의 문제,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만든 가난의 공포, 군사 정권이 자행한 폭력의 역사, 퇴폐적 성향과 도착적인 심리 등... 작가의 언어는 시대의 불안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원고지 위에서 피어난 픽션은 진실을 밝힌다.


작가가 만든 세계는 현실에서 살짝 뒤틀려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그 뒤틀린 세계가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르헨티나 특성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공포소설이지만 이야기 속에 휩쓸려가다 보면 결국 그러한 특성을 잊게 된다. 한국과는 지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낯선 나라의 이야기가 꼭 내 주변에서 익히 일어나고 있는 삶의 한 모습처럼 여겨진다. 이불 밖으로 길게 뻗어나가면 저 거리의 어둠 속에선 일상인 것처럼 폭력과 공포가 난무하고, 그것들이 악마처럼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발견하고 성큼 다가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빠진다.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늘 그 지점을 잘 포착해낸다. 저주받은 마녀의 집처럼 낯설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내가 사는 안락한 공간 위로 살며시 포갠다. 비현실은 현실이 되고 공포는 일상이 된다.


수록작 모두 다른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재미를 안겨다 줬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수록작은 '돌아온 아이들'과 표제작인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이다. '돌아온 아이들'은 수록작 중 서사가 가장 잘 짜인 중편이었다. 표제작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짧지만 현대 여성의 건조한 일상을 소름끼치도록 절묘하게 묘사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우리가 불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서사의 재미는 약했다. '우리가 불속에서~'는 서사의 완결, 호러적 재미가 좀 더 빼어났다면 '침대에서~'는 어딘지 담배 연기처럼 흐릿하고 모호하며 서사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정서는 이것대로 좋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피투성이가 된 소녀의 모습이 겹쳐진다. 누가 저 연약한 소녀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는가? 어쩌다가 세상은 이토록 썩은 냄새를 풍기는가? 틀림없이 무언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잃어선 안되는 것을 잃어버렸기에 그 빈자리에 어둠이 차고 공포가 구더기처럼 들끓게 됐다.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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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
사와무라 이치 지음, 오민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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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던 소녀가 자살했다. 학교는 괴소문에 술렁인다. 오래전 못생긴 얼굴 때문에 비관 자살한 한 소녀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라고. '유어 프렌드'라는 저주의 잡지. 그 잡지를 소유한 이는 누구든 끔찍하게 못생긴 얼굴로 만들 수 있다. 이어서 교내 두 번째로 예쁜 소녀가 저주의 주술에 걸린다. 얼굴이 처참하게 망가진 그 소녀는 더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이제 확실해졌다. 지금 교내에 누군가 '유어 프렌드'를 가진 이가 있다. 모든 것은 '유어 프렌드'의 소유자가 벌인 참극이다.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까?


'보기왕이 온다'로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포소설 작가로 부상한 사와무라 이치의 '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호러물이다. 비현실적인 설정을 대전제로 깔고 가는 이 소설은 저 유명한 '데스노트'와 우선 닮았다. 또 우타노 쇼고의 '절망노트',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기도 소타의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어나더' 등과도 비슷한 계열에 속해있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비극이 현재의 저주로 이어지며 한 명씩 참극에 이르게 된다는 설정은 이제는 조금 흔한 플롯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소설은 사와무라 이치 특유의 감각적이고 모던한 공포가 서사 속에 잘 녹아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솔직히 소설 속 학급처럼 미모가 계급처럼 극단화된 경우가 그렇게 현실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작가는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계급'과 '저주'라는 극단적인 키워드로 통렬하게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역시 보편적으로 미인은 우대를 받는 세상이다. 아름다움이 눈을 가린다. 때문에 진심을 보지 못한다.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단정해버린다. 이것은 시선의 문제이고, 폭력의 문제이며, 나아가 수직적 불평등의 문제다. 


소설 속 못생긴 소녀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게 아니다. 그저 평범해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평범해지는 것은 곧 예뻐지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물질 만능주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부는 부를 낳는다.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은 오직 중간이 되고 싶어 발버둥 친다. 미친 듯이 노력해서 중간의 위치를 바라보게 될쯤엔 묘하게도 그 중간이 중간보다 훨씬 못한 레벨로 내려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절대 중간으로 오를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작가는 단순히 선악, 미추의 문제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수직적 불평등 구조의 모순까지 건드린다. 


사와무라 이치는 역시 기본 이상은 하는 믿고 보는 공포 작가다. 특히 이 소설에선 주술과 저주라는 키워드로 신선한 공포감을 만들어 낸다. 미모의 소녀가 극단적으로 못생긴 얼굴로 변하고, 처참하게 일그러지고 뭉개지는 묘사가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다. 이누키 카나코의 공포만화 '학교괴담'의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로 끔찍한 묘사였다. 또 공포라는 장르 외에도 미스터리 소설로도 좋은 플롯을 가졌다. 치밀한 추리적 서사는 없지만 마지막까지 과연 누가 범인인가를 두고 꽤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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