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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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뛰어넘는 대담한 발상! 피와 죽음, 공포와 엽기로 뒤덮인 외딴섬 저택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추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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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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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 다섯 명이 정체를 밝히지 않은 한 작가의 초대를 받는다. 외딴섬의 천성관에 모인 그들은 텅빈 저택에 놓인 다섯 개의 진흙인형을 발견한다.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마침내 밤이 되자- 처참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은 설정이다. 이 소설 역시 그 걸작에서 영감을 받아 플롯을 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외딴섬에 초대된 사람들, 기분나쁜 인형들, 그리고 외부와 차단된 저택에서 한 명씩 죽어가는 스토리... 그러나 이 소설은 중반부에서 방향을 비튼다. 지금껏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느닷없는 전개를 펼치며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출발한 소설이 중도에서 방향을 틀면서부터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중반과 후반에 커다란 비밀을 터뜨리는데, 후반의 비밀은 사건의 진상 및 트릭과 관련된 것이다. 문제는 중반에 터지는 비밀이다. 기존의 본격 추리물의 틀을 깨버리는 과감한 시도인데- 스토리 상으로는 전혀 다르지만, 굳이 그 파격성만 놓고 비교하자면 '시인장의 살인' 정도의 파격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유명한 일본 추리물이 하나 더 생각나지만 그것은 말하지 않겠다. 직접적으로 닮은 느낌이라) 말 그대로 작가는 본격물로 출발한 이 이야기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설정'을 추가해서- 그 토대 위에서 자신만의 추리와 긴장감을 조성한다. 때문에 조금은 SF적인 상상력이 더해졌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그 토대 위에서 펼쳐는 추리 공방은 무척 논리적이다. 실제로 이 소설은 중반부의 비밀이 터진 후로는 종장에 다다를 때까지 '가설-추리-반박'이라는 범인 찾기 구조에 충실한 플롯을 따르며 본격물의 재미를 선사한다.


몇 가지 아쉬운 것은- '가설-추리-반박' 구조를 너무 반복하다보니 뒤로갈수록 루즈해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이 소설은 본격물이 가진 미덕 '추리 공방' 그 자체는 좋았으나, 그것을 아우르는 전체 스토리나 개연성 등에서 어딘지 매끄럽지 못하고 산만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추리'에 공을 들인만큼 '스토리'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썼다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추리소설은 '추리적 기교'가 뛰어난 소설이 아니라, 역시 소설 속 '드라마'가 빼어난 소설이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출간 전부터 워낙 기대했던 작품이라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상상력은 소문대로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나카지마 라모의'가다라의 돼지'처럼 추리소설의 틀 위에 호러, 판타지, SF, 스플래터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함께 깔아놓아 가독성을 높인다. 의문의 작가에게 초대된 다섯 명의 추리소설가들. 그들이 외딴섬 저택에서 만나게 될 경악할만한 공포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 해줄 책인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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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0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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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이 가장 사랑한 작가 중 한 명인 대프니 듀 모리에. 히치콕은 그녀의 작품 중 '레베카', '새', '자메이카 여인숙' 등 세 편이나 영화화했다. '레베카'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이 작가의 장점은 일상을 파고드는 비일상의 공포를 무척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일상을 잠식하는 이상(異常)의 공포를 무척 현실감 넘치는 호흡으로- 독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첫 수록작 '지금 쳐다보지 마'부터 독자를 어둠의 심연 속으로 끌어내리며 숨이 턱 막히는 긴장과 악몽 속을 헤매는 듯한 암담한 공포를 선사한다. 수수께끼의 쌍둥이 노파를 만난 후로 느닷없이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악몽담을 그린 '지금 쳐다보지 마'는 수록작 중 '새'와 함께 가장 탁월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라스트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말이 압권이며 그로인해 그때까지 차곡차곡 쌓아왔던 복선과 미스터리의 궤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인간을 이유 없이 공격하는 새들의 공포를 그린 '새' 역시 걸작 중편이다. 히치콕의 영화로 이미 봤지만 원작소설만이 가지는 재미는 또 따로 있었다. 영화는 그저 대자연의 공포를 그린 공포물이지만, 소설은 좀 더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를테면 새 떼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작가는 전쟁 중 대공습에 빗대기도 한다. 사실 전쟁이 터지면 소시민의 삶은 단번에 깨진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포탄이 날아오는지도,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허둥대며 방공호로 숨어들기 바쁠 테다. 단지 공포를 느낄 뿐 이 공포가 시작된 원인 같은 건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리라.


이 외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을 건너뛰어 버린 노파의 이야기를 그린 '눈 깜짝할 사이', 한밤의 연쇄살인과 아름다운 미녀와의 만남을 애수 어린 필체로 그려낸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 렌즈를 바꾼 후 사람들이 동물로 보이는 기막힌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푸른 렌즈', 인간이 절대 오르면 안 되는 산 너머 몬테베리타 마을의 신비와 공포를 그린 '몬테베리타' 등이 인상적이었다. 아니, 그것 외에도 실로 전 수록작이 하나하나 다 걸작이고 다 재미있다. 한편 한편 수록작 수가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이 작품집 속엔 소설이 추구해야 할 모든 미덕이 다 담겨있다. 공포와 전율,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유머와 아련한 비애까지...


장르소설 팬이라면, '레베카'에 감동한 팬이라면, 그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고 해도- 이 작품은 어느 누가 읽어도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곧장 이 책을 집어 들길 바란다. 그리고 모리에 여사가 준비한 공포와 악몽의 성찬을 그저 만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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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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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아리는 요즘 방황하는 앨리스의 꿈을 꾼다. 그 꿈속 세계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이다. 그러던 중 험프티 덤프티가 추락사하는 꿈을 꾸고 나서 같은 대학 연구원인 오지 역시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한다. 아리는 동료 모리를 통해 꿈속 세계와 이쪽 세계의 죽음이 이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한편 꿈속 세계에선 모자장수와 3월 토끼가 험프티 덤프티 추락사를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그런데 흰토끼의 증언 때문에 앨리스가 용의자로 몰린다. 누명을 벗지 못하면 앨리스는 사형에 처해진다. 앨리스와 아리는 두 세계를 오가며 진범을 찾아나서고, 그런 와중에 연이어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는 2014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에 오르며 시리즈 누적 3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장난감 수리공'으로 일본 호러소설 대상 '단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는 공포, SF,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소설을 집필중이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작품은 이전에 '장난감 수리공'과 '밀실, 살인' 두 작품을 봤지만 그 두 작품도 호러와 미스터리, 판타지가 적절히 뒤섞여 있었다. 그러한 장르적 혼합이 정점에 오른 작품이 '앨리스 죽이기'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호러, 동화, 판타지, 차원이동 등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읽는 이에 따라서 이것이 장점으로 다가올수도, 조금은 어지러운 단점으로 다가올수도 있겠다.


사실 이 소설에 대한 찬사는 이미 들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은 간간이 보이는 '내 취향은 아니다'라는 혹평 때문이었다. 확실히 취향을 탈 소설이다. 특히 초중반부의 대화체들이 그러하다. 실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 작품도 어딘지 나사가 빠진 듯한 인물들의 장황한 대화들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서 '포기선언'을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읽다보면 정말 이런 나사 빠진 대화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들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 부분을 참고 견뎌야 한다. 틀림없이 후반부의 경악할만한 진상은 인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다! '장난감 수리공', '밀실, 살인' 때도 그랬지만 이 작가는 특히 반전에 강하다. '앨리스 죽이기'에서 선보이는 반전은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대반전이라 작품 전체가 완전히 재해석 된다. 미스터리 잔혹동화로 시작해서 판타지의 강을 건너 마침내 SF의 영역에 도달해 우주 생성 이론에까지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개인적 취향으로 보자면 역시나 초중반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봐야할 소설이었다. 이런 정신없고 산만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서 필독의 가치가 있는 작품임을 느꼈다. 라스트의 반전 때문만은 아니다. 소설 곳곳에 보이는 '호러적 색채' 때문이다. 유명 동화를 베이스로 한 미스터리지만 이 소설은 곳곳에 '호러소설 대상' 출신 작가의 '호러적 취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동화속 캐릭터가 끝없이 죽어나간다는 설정부터가 그로테스크하다. 게다가 후반부의 살인장면 묘사는 '꽤 센 편'이다. 개인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잘 만들어진 '호러 판타지'에 가까웠다. 사실 추리소설로서 치밀함이나 공정성은 약했다.(너무 정신없는 캐릭터들의 쏟아지는 대화속에 단서들을 슬쩍슬쩍 묻어두었기에, 그걸 알아차리기란 힘들다) 하지만 호러판타지로 본다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다. 참신한 세계관, 으스스한 연속 살인, 피가 튀는 잔혹함, 그리고 경악할만한 후반부의 진실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팬이거나, 잔혹동화를 좋아하거나, 반전이 강한 미스터리를 찾는 이들에겐 좋은 독서가 될 것이다. 험프티 덤프티, 그리핀, 흰토끼- 끝없는 연속 살인과 혼돈의 세계에서 앨리스는 과연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p.s. 진입장벽이 꽤 있는 소설이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스나크 사냥' 등의 인물과 세계관이 그대로 적용되기에 이 작품들을 미리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의아할 수도 있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며,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게, 원작 캐릭터들의 특징과 대사, 행동, 사건 등이 '앨리스 죽이기'의 추리 요소, 플롯, 트릭 등으로 활용되기에- 적어도 인터넷을 통해 이 작품들의 요약본과 캐릭터들을 미리 알고 독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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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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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유머와 보석같은 미스터리가 도처에서 빛을 발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모든 삽질에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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