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범우문고 203
송영 지음 / 범우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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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이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야한다. 문학이란 인간임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낼 줄 아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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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쿤룬 삼부곡 1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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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던 여자가 괴한에게 납치된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낯선 집의 불 꺼진 욕실 안에 묶여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데 느닷없이 문이 열리고 불이 켜진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년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레를 들고 있다. 잠시 후 소년은 다시 나가고 불이 꺼진다. 잠시 후 다시 불이 켜지고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은 손에 든 피자를 여자에게 내민다. 먹을래? 피가 묻어 있진 않아!


일본 미스터리에 이어 중화권 작가의 미스터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 출간작 중 '13, 67'을 비롯한 찬호께이의 작품들은 이미 입소문이 대단한 화제작이다. 그 외 레이미의 '심리죄' 시리즈, 미스터 팻 '범죄의 붉은 실', 루추차 '원년 봄의 제사', 쯔진천 '동트기 힘든 밤' '무증거 범죄차이쥔 '생사의 강',  저우하오후이 '사악한 최면술사' 등이 재미있게 본 중화권 미스터리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는 대만 작가 쿤룬이 인터넷에 연재한 소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살인마가 살인마를 죽이는 이야기다. 제프 린제이의 소설 '덱스터'에서 여러모로 설정을 빌려온 느낌이 든다. 다른 점은 덱스터는 스릴러지만, 추리소설의 문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소설은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무 살 남짓의 어린 미소년 살인마다. 그는 사람의 배를 갈라 죽이고 스너프 필름으로 남기는 극악무도한 살인마들을 골라서 죽이는 킬러다. 여기엔 좀 더 깊은 사연이 숨어 있다. 처음엔 미소년 살인마의 살인 에피소드 위주로 소설이 진행되다가 뒤로 갈수록 소년의 과거 및 주변 인물들과 얽힌 슬프고 참혹한 진실이 한 겹씩 벗겨진다.


일명 '잭'이라 불리는 살인마 집단을 분쇄시키는 데 목숨을 건 미소년 살인마 캐릭터는 무척 독특하다. 그는 늘 살인마를 죽인 후 그 현장을 깨끗이 청소해야 직성이 풀리는 결벽증자다. 또 살인마나 흉악범 외에 일반인은 절대 죽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에겐 지옥보다 끔찍한 과거가 있다. 그에게 그 과거는 그의 자아이자 고통이고,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동력이다. 하긴, 인간은 누구나 미래보단 과거에 더 매달리는 존재일 테다. 과거에 두고 온 그 무언가가 아쉬워 끊임없이 뒤를 돌아본다. 그것이 좋은 추억이든, 슬픈 주억이든- 어쨌든 과거는 지금의 나를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약한 우리는 그래서 그 과거에 미련을 두고, 또 위로도 받는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뒤를 알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 스피디한 전개로 꽤 흥미로운 독서였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이 작품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물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살인마 집단 '잭'과의 승부가 진행형으로 끝나버린다. 물론 주인공이 가진 사연과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선에서 1부를 마무리했다고 볼 수는 있다. 그래도 마지막에 몇 가지 떡밥을 뿌려놓은 탓에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인상이 든다. 후속작들이 빨리 출간된다면 또 모를까... 


약간의 아쉬움을 빼면, 가독성 높은 작품임엔 틀림없다. 살인마와 청소라는 미묘한 조합 때문에 얼핏 유쾌한 미스터리 소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다크한 스릴러였다. 특히 살인 행각을 무척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어, 마음 약한 사람은 책장 넘기기 힘들 수도 있다. 다크 계열의 잔혹한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추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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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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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섬뜩하면서도 현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작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SF 최고 권위상 중 하나인 휴고상을 수상했다. 확실히 모든 수록작에 번뜩이는 천재성이 넘친다. 번뜩이는 천재성이란 번뜩이는 '이야기'를 말한다. 과학소설 특유의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는 전혀 없고, 쉽고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들로 인간 마음에 묵직한 파문을 제대로 던진다. 


무엇보다 '과학'이라는 소재만 빌려왔을 뿐 무척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들로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지금의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존재의 의의'는 어디서 찾을까, 라는 심연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장점이 두드러진 수록작이 '영생 병원'- 이 한 편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 있다. 피안이란 깨달음의 세계, 열반을 뜻한다. 그래서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깨닫고, '어떤 세계'에 도달하고 싶은 것일까? 그 세계는 지금보다 나은 세계일까? 섬뜩하면서도 큰 울림을 던지는 휴먼 SF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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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성문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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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일가족이 독살된 블랙우드 저택. 그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두 자매, 콘스턴스와 메리캣. 그녀들은 외삼촌과 함께 커다란 저택에서 고립된 채 살아간다. 어느 날 저택을 찾은 낯선 남자 찰스. 그녀들의 사촌인 찰스가 나타나면서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저택의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찰스가 악마라고 믿는 메리캣은 그를 몰아내고자 저주의 주문을 외우는데...


헨리 제임스의 '나사못 회전'과 함께 고딕 호러 소설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힐 하우스의 유령'의 작가 셜리 잭슨.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이 소설은 '힐 하우스의 유령'처럼 본격 호러물은 아니다. 심리 스릴러에 가깝지만 스토리 내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함과 낯선 위화감, 그리고 으스스한 살의를 품고 있어서 오히려 '힐 하우스의 유령'보다 더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힐 하우스의 유령'때도 느꼈지만 셜리 잭슨의 문장력은 정말 탁월하다. 설명이 아니라 몇 개의 에피소드와 심리 묘사만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그려낸다. 또한 시한폭탄과도 같은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도 허를 찌르는 유머감각이 일품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그러한 장점이 정점에 올라 있는 작품이다.


스토리만 떼어놓고 본다면 잘 읽히고 전후 관계 또한 뚜렷하다. 다만 '나사못 회전'처럼 이 소설도 작품 내적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여러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다. 소설 속 메리캣 가족은 정말로 집 밖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외삼촌과 언니는 아예 집 밖으로 일절 나가지 않고, 메리캣만 가끔 바깥으로 나가 식료품을 사 온다. 메리캣은 바깥 세계를 자신들을 위협하는 '적'으로 생각한다. 안전지대는 오직 집안이고, 그러므로 언제나 집을 둘러싸고 있는 벽 안에서 꼼짝 안고 사는 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녀가 그런 강박증을 갖게 된 이유는 실제로 마을 사람들이 메리캣 자매를 마녀 취급하며 조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많은 부분 작가의 자의식을 반영한다. 사실 메리캣은 어느 정도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 셜리 잭슨도 '마녀'로 매도당한 경험이 있기에 언제나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고 한다. 그녀가 이 소설에서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것은 '개인과 집단의 공포'가 아닐까 싶다. 군중 심리란 묘해서 언제나 손가락질할 대상을 찾아 나선다. 실컷 욕하고 조롱하고 마녀사냥을 하는 동안에는 초라한 자기 모습을 잊을 수 있고, 얕은 우월감을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소설은 사르트르의 '타자는 지옥이다'라는 말에 가장 걸맞은 작품이다. 소설 중반부터 등장하는 찰스라는 낯선 남자는 그 자체로 메리캣에게 지옥이다. 그때까지 잘 지켜오던 침묵의 질서를 찰스는 멋대로 휘젓고 다니며 깨뜨린다. 찰스는 그 자체로 타인과 군중이 가진 공포 모두를 대변한다. 어찌 보면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성'에서 안락하게 지내길 원한다. 그 공간을 침해하는 것은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메리캣이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은 그녀들의 집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자아'였던 것이다.


작가는 유령이 등장하는 공포소설을 많이 썼지만, 그녀는 유령을 통해 늘 인간의 아이덴티티를 건드린다. 또는 인간을 통해 '실체가 없는 것'을 이야기한다. 충격의 라스트를 지나 에필로그에 이르면 '나사못 회전' 때처럼 이 소설이 가진 세계관에 혼돈이 찾아온다. 애초에 메리캣은 누구였을까? 이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인가 유령의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인간은, 유령은, 과연 무엇인가? 셜리 잭슨의 소설답게 많은 상징적인 부분을 되짚어보게 만들지만 그러한 여운을 떠나서 앞서 말했듯 소설은 스토리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독성과 흥미로움으로 넘쳐난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첨예한 긴장감과 오싹한 공포, 그리고 탁월한 블랙 유머와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셜리 잭슨 최고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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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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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봉우리 칸첸중가를 등반하다 눈사태로 사망한 형의 등반 유품에서 칼집이 나 있는 자일을 발견한다. 누군가가 손을 댄 흔적이다. 그렇다면 형은 정말로 눈사태로 죽은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죽인 것일까? 그러던 중 형과 함께 칸첸중가를 등반한 대원 두 명이 생환한다. 그런데 그들의 증언은 정반대로 엇갈린다. 진실은 무엇이며, 칸첸중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9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른 시모무라 아쓰시의 '생환자'는 유메마쿠라 바쿠의 '신들의 봉우리'에 필적하는 산악 미스터리다.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 칸첸중가- 실제로 에베레스트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낳는 악명 높은 곳이다. 이토록 지옥 같은 봉우리를 그래도 오르고자 하는 산악인들은 많다. '신들의 봉우리'에서도 느꼈지만 그러한 산악인들의 뼛속에는 산을 사랑하는 순수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 그들은 산을 이기려 하지 않고, 산을 우롱하지 않고, 산을 만만하게 보지도 않는다. 산을 존경하고, 산을 신성시하며, 혈관까지 얼려버리는 설산의 공기마저 깊이 사랑하는 자들이다.


이러한 산악인들이 산에서 조난을 당하고 대다수가 눈사태로 죽는다. 그리고 가까스로 생환한 남자. 모두의 이목이 주목되는 가운데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산에서 조난 위기에 처했는데 한 등반가가 구해줬다. 그 등반가 때문에 무사히 생환할 수 있었으나 그의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후 두 번째 생환자가 나타난다. 두 번째 생환자는 첫 번째 생환자와 정 반대의 말을 한다. '첫 번째 생환자를 구해줬다는 그 등반가는 다른 등반팀의 물건을 훔쳐 달아난 배신자다.' 전혀 다른 두 생환자의 증언.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누군가 거짓말을 한다면 어째서일까? 산악인은 산에 관해 절대 거짓을 얘기하지 않는 법인데!


칸첸중가를 비롯해서 많은 산들의 이야기가 언급되고, 또 산악인들의 생생한 등반기가 히말라야의 폭설처럼 무섭게 휘몰아치지만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미스터리 소설이다.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빙벽과 설산이라는 공간이 그 자체로 외부와 차단된 커다란 밀실이 된다. 그 고립무원의 봉우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진실은 차가운 얼음 속에 동결되고, 두 생환자도 입을 다문다. 형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고자 동생은 마침내 죽음의 산, 칸첸중가의 빙벽을 오르는데... 


'신들의 봉우리'를 읽었을 때와 같이 이 소설은 책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를 히말라야 14좌 눈 지옥 속으로 끌어당긴다. 생생하게 전해지는 현장감, 빙벽 등반의 서늘한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날의 미스터리'. 산악소설과 추리소설의 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수백 미터 빙벽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듯한 아찔한 재미를 선사한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무섭고, 슬프고, 처절하면서도 따뜻하다. 작가는 그렇게 혹한의 눈보라 속에서도 따스하게 숨 쉬는 인간의 온기를 희망처럼 그려내며 긴 여운을 던진다. '신들의 봉우리'와 함께 강력 추천할만한 산악 소설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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